Legend of the Regression RAW novel - Chapter 33
32장. 사랑염장전문 부부
“팀장님, 이 수익률 보셨습니까?”
“뭐?”
“이거 말입니다.”
카움증권의 감사팀 팀원인 윤정혁은 팀장에게 개인의 수익률 도표를 건넸다.
화려한 숫자가 가득했다.
온통 빨간 숫자만 보였다.
“나도 봤다.”
“와아아아……, 이 어마어마한 수익률이라니……, 신일까요? 아니면 새로운 투자프로그램을 창조한 천재일까요?”
“검토해 봤는데 꼬투리 잡을 게 하나도 없다. 한 종목만 투자한 게 아니라 매일 투자 종목이 달라. 주식 자금도 풀 미수를 사용했지만 적법해. 진짜 대단한 사람이야.”
팀장이 고개를 흔들었다.
“나이가 고등학생이잖아요. 하하하하……, 기가 차서 말도 안 나옵니다.”
“그러게 말이다. 우리 접시 물에 코 박고 죽어야 할 것 같다. 주식쟁이라는 놈들이 고등학생 발톱만도 못하니.”
가끔 증권가에 천재들이 나타난다.
일반인이 상상할 수 없는 방식으로 수익을 창출한다.
그런데 이번 수익은 상상을 초월했다.
증권회사에서는 수익률이 좋은 개인을 직원으로 채용하는 일이 다반사였다.
약관에는 개인의 수익률은 비밀이라 돼 있지만 그건 요식적이었다.
‘새로운 투자 기법을 찾은 게 분명해.’
팀장 전영국도 주식 천재가 궁금했다.
개인적으로 투자금을 건네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하지만 이 사실이 드러나면 안 된다.
법에도 저촉될 뿐만 아니라 그가 기분 나빠 떠나기라도 하면 회사의 엄청난 손실이었다.
그가 하루에 거래하는 자금이 수백억이 넘었다.
수수료가 엄청났다.
부모의 계좌까지 관리하는 게 확실했다.
이 정도면 슈퍼개미 중에서 슈퍼 울트라급이다.
“중요 기밀이다. 소문이 밖으로 나가면 너나 나나 모두 짤린다.”
“네……, 조심하겠습니다. 부럽기는 하지만 참아야지요. 이 녀석은 신입니다! 주식의 신!”
“그래. 맞다. 주식의 신. 그건 나도 인정한다.”
둘은 그렇게 한 개인의 자료를 살피며 입을 다물었다.
합법적인 거래지만 그래서 더욱 수상한 개인의 투자.
몇 천억 단위의 펀드들의 수익률은 그에게 명함도 못 내밀었다.
존재하되 존재하지 말아야 할 주식계의 괴물.
고등학생이었다.
그리고 오늘 하루 수익이 카움에서만……, 50억이 넘어갔다.
***
“와아아아아! 눈이다! 정말 아름다워!”
“정말 눈이네……, 올해 첫눈이야! 완전 좋아!”
쌍둥이들이 창밖을 보며 탄성을 터트렸다.
자식들, 군대를 다녀왔다면 저런 헛소리를 못할 거다.
하늘에서 내리는 악마의 하얀 똥.
하루 종일 치워도 끝이 없는 최전방 산악지대의 눈꽃송이는 저주였다.
회귀했지만 제대 후에도 가끔씩 눈을 보면 군대 시절이 생각나 흠칫했다.
다시 눈뜨고 깨어나 보니 군대였다 라는…….
악몽은 죽어도 사절이었다.
“외부 공사 거의 마무리 돼가고 있죠?”
“그래. 내부 마감도 곧 들어간다. 한 달 정도면 입주가 가능할 것 같구나.”
“궁금합니다.”
“방학 때는 집에 자주 좀 와라. 네 방도 다 수리할 예정이다.”
“네.”
“오빠, 우리 고등학교 입학하면 여기서 지내도 돼?”
“그럼. 장주여고에서 가까우니까 걸어서 다녀.”
“히히~! 나이스!”
“앗싸!”
주아 성격이 무척 밝아졌다.
언제나 집안 생각하며 철이 일찍 들었던 주아는 주희를 닮아갔다.
저 모습이 정상이었다.
과거 내가 알던 쌍둥이들의 모습은 이제 보이지 않았다.
“사과가 올해 더 단 거 같아요?”
어머니가 예술 작품으로 우리 집 사과를 깎아 놓았다.
입안에 달콤한 과즙이 확 퍼졌다.
“브릭스가 잘 나왔다. 일조량도 많고 새로 투입한 자연 영양제가 효과가 좋았다. 이 정도 품질이면 생협에서도 군말 없이 받아줄 것 같다.”
아버지 눈에 자신감이 넘쳤다.
아버지도 과거와 완전히 달랐다.
이제 완벽한 유기농 농사꾼이 되셨다.
식구들 모두 아파트에 모였다.
무너져 갈 것 같던 시골집은 대대적인 개보수가 진행 중이다.
돈을 풀어 대한민국 첫 번째 가는 퓨전 한옥 전문가를 섭외했다.
목수와 인부들을 화끈하게 투입했다.
과거 한옥집의 위용은 살리면서 내부는 넓고 실용적으로 개보수를 맡겼다.
기간 단축을 위해 돈이 두 배로 들었지만 상관없었다.
어머니 주식 계좌로 하루에 버는 것보다 적었다.
“아빠, 사과 농사는 계속 지으실 겁니까?”
“물론이다. 난 농사가 좋다. 아무 생각 없이 땀을 흘리고 있으면 그것만큼 시원하고 개운한 게 없다.”
“직장 생활이 그립지 않으세요?”
“내가 시골 송충이라는 걸 난 안다. 더 이상 욕심 없다.”
아버지는 전혀 서울 생활에 미련이 없어 보였다.
나름 알아주는 학벌임에도 시골 생활에 만족하셨다.
“존경합니다. 아바마마.”
“고맙다.”
“뭐야, 뭐야! 아빠하고 오빠만 지금 서로 띄워주기 하는 거야? 주희야, 우리는 시집가면 남의 딸자식이 맞는 거 같다.”
주아가 어설픈 질투를 부렸다.
“난 좋아. 시집가도 난 아빠하고 오빠 옆에서 안 떠날 거야~.”
주희는 똑똑한 막둥이였다.
오빠 돈 냄새를 제대로 맡은 것 같다.
“그래 글은 잘 써지고 있는 거야?”
엄마가 사과를 깎으며 넌지시 물어왔다.
아직도 내가 글 써서 돈 버는 줄 아셨다.
정말 세상 물정 전혀 모르는 분이다.
“네. 20권까지 원고를 넘겨줬습니다. 출판사에서 알아서 출판하겠다고 신경 쓰지 말라고 하네요.”
주식 투자 일정을 짜고 남는 시간 틈틈이 글을 썼다.
다른 이의 스토리였던 만큼 최선을 다해 마무리할 예정이다.
그게 바로 독자였던 내가 독자에게 보내는 예의다.
작가는 죽더라도 미완결 상태의 작품을 남기면 안 되는 거다.
“그래. 알아서 잘 할 거라 엄마는 믿는다.”
엄마가 환하게 웃었다.
갈수록 더 어려지시는 것 같다.
누가 봐도 우리 시에서 제일가는 미녀 아줌마가 됐다.
옷들을 갖춰 입자 품격이 살았다.
아빠가 그런 엄마를 보고 환하게 웃었다.
자신만의 공간에서 인생을 다시 설계하는 모습에서 빛이 났다.
엄마는 그림 몇 점을 완성했다.
자신의 방에 꼭꼭 숨겨 놓았지만 얼핏 본 바에 의하면 상당한 수준이다.
그런 재능을 숨기고 남편과 시골에서 살며 자식 셋을 키워낸 엄마가 대단했다.
“네~ 팍팍 믿으십시오.”
우리 집에서 돈에 대해서 묻는 사람은 없었다.
내가 어렵게 번 돈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부모님은 미안해서 그럴 것이다.
쌍둥이들도 나에 대해 고마워했다.
다들 돈에 욕심을 내지도 않았다.
지금 주어진 이 순간에 다들 감사할 줄 알았다.
내가 적당히 조절해서 풀었다.
여동생들도 한 달에 용돈 20만원을 줬다.
옷도 그렇게 막 질러주지 않았다.
교복을 입고 있어 사복은 많이 필요하지 않았다.
핸드폰 요금을 내주는 것 정도가 추가되었다.
그것만으로도 쌍둥이들은 행복해 했다.
물질은 그런 것 같다.
상대가 원하지 않고 감당할 수 없을 때 더하는 건 탈이 나는 것 같다.
그런 점에서 나도 참 많이 변했다.
돈에 대해 대담해졌다.
드디어 자본금이 1,000억을 찍었다.
돈은 숫자에 불과하다는 걸 확실히 알았다.
수익들은 짧은 순간 숫자로 드러났다가 주식으로 탈바꿈됐다.
주식의 장점 중 하나인 자산 숨기기 기능이었다.
하지만 긴장을 늦추지 않았다.
내가 벌어들인 천문학적 수익이라면 증권회사에서도 나를 요주의 인물로 취급할 것이다.
과거 내가 다녔던 증권회사에서도 그랬다.
개미가 투자에 성공하면 은밀하고 면밀하게 수익을 낸 개인을 살폈다.
그렇기에 철저하게 법을 지켰다.
증권거래법에 위반되지 않도록 여러 종목에 분산 투자 됐다.
주가조작이라는 누명을 쓰고 싶지 않았다.
코스피와 코스닥에 투자할 주식은 널렸다.
자본금이 확충되어 종목을 짤 때 힘들어지기 시작했다.
다행히 외국인 매수세가 증가했다.
외인들에 의해 내 투자 금액들은 노출되지 않았다.
수익률을 10프로로 맞췄다.
장기 투자 형태를 취하기도 했다.
정부와 증권회사를 믿지 않았다.
내 약점이 보이면 그들은 나를 물어뜯을 것이다.
세상에 알려지는 건 죽어도 막고 싶었다.
개인이 주식으로 돈을 벌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갈기갈기 조각내고도 남았다.
타인의 성공만큼 씹기 좋은 재료는 없었다.
과거에는 몰랐지만 30대까지 살면서 봤던 사례들이 많았다.
하루아침에 공들여 쌓은 탑을 무너뜨리고 넘어져 버리던 사람들 말이다.
“방학 때 서울에서 학원도 다니고 외국에 잠시 나갔다 올까 생각 중입니다.”
“외국에?”
엄마가 놀란 표정을 지었다.
“이곳저곳 구경하며 글 쓸 재료 좀 찾으려고요.”
“그래……, 혼자 가는 거야?”
“네. 애도 아닌데요.”
“사랑하는 오빠~ 나도 데려가면 안 돼? 짐꾼 할게!”
“나도! 나도 오빠아아앙~!”
엄마와 대화하는 사이 쌍둥이들이 애교를 부렸다.
애교질이 하수였다.
애교 끝판왕 서련이를 봤다면 감히 콧소리도 못 낼 것이다.
서련은 문자 하나에도 꿀을 발라 보냈다.
남자가 이 정도면 감동하겠지를 넘어서는 특단의 매력이 넘쳤다.
그에 반해 수능이 끝나고 논술 준비 중인 예린 선배의 문자는 담백했다.
오늘도 힘들었다.
너도 내년에는 수험생이다.
미리 준비하면 나처럼 힘들지 않을 거다.
등등으로 아주 교과서적인 답변만 주고받았다.
그에 반해 서련은…….
오빠야~ 오빠아아앙~♡
오빠는 사랑입니다~♡
다이어트하는 이 순간에 호빵보다 오빠가 더 보고픈 건 내 진심×10000!!!
이 비정한 서울에 오빠만 있다면 더 바랄 게 없을 것 같아……, 히잉~.
등등으로 아주 바람직한(?) 문자만 보냈다.
서련 때문에 웃고 선배 때문에 감동받았다.
둘 다 진심이라는 걸 알았다.
나도 왜 상황이 이렇게 전개되는지 몰랐다.
좌 서련 우 예린은 내 인생 계획에 없었다.
둘 다 내 과거 인생에 없던 인연이었다.
예린 선배도 기껏 버스에서 자주 스친 게 다였다.
사적으로 만날 기회는 없었다.
지금도 그렇게 많은 대화가 오고 가지 않았다.
서련도 마찬가지다.
슈퍼스타가 날 좋아한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여권은 준비해뒀어?”
“네.”
“엄마가 따라가 줄까?”
“엄마가요?”
“응. 엄마 영어하고 불어, 일어 정도는 할 줄 알아.”
“…….”
아버지를 빼고 모두 엄마를 멍하니 봤다.
나도 마찬가지다.
가족 중에 아무도 몰랐다.
가끔 쌍둥이들 영어 공부를 봐주는 정도였다.
나는 과거에 엄마를 거부했었다.
말이 좋아 3개 국어다.
일반인이 3개 국어를 한다는 건 대단한 일이다.
“니들 아빠에게 고마운 줄 알아라. 아빠가 선택한 엄마 닮아서 얼굴도 예쁘고 머리가 좋게 태어난 거다.”
아빠가 어깨를 활짝 폈다.
자신감이 하늘을 찔렀다.
하긴 수컷 사회에서는 아내의 얼굴이 곧 성공의 척도처럼 보이기도 했었다.
그 점에서 아빠는 100점이다.
하지만.
“아빠, 그런데 아빠가 아니었다면……, 우리가 좀 더 완벽하게 태어났을 거란 생각은 하지 않는 거야?”
“어머! 진짜네!”
쌍둥이들이 많이 컸다.
아빠를 손바닥 위에 올려놓고 놀 줄도 알았다.
“뭐, 뭐라고~.”
당황하는 아빠.
“푸히히히히. 아빠 바보~.”
쌍둥이들이 박장대소를 터트렸다.
“어머! 그랬을 수도 있겠네~.”
엄마가 2차 방화질을 시작했다.
“여보오오오오!”
당황한 아빠가 방이 떠나가라 큰 소리로 엄마를 불렀다.
“사랑해요~.”
아빠의 큰소리에 엄마는 단 한마디로 제압했다.
아빠 얼굴에 바로 보름달이 떴다.
하아…….
자식들 앞에서 지르는 사랑염장전문 부부.
내 온몸에 투명한 닭살이 팍팍 솟아올랐다.
그러나 입가에는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이런 분위기…….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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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의 전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