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gend of the Regression RAW novel - Chapter 796
797장. 반격.(4)
“요즘 언론들 논조가 왜 그런가요? 갑자기 각하와 정권에 대한 불만을 마구 쏟아내고 있던데……. 다들 체크하고 있나요?”
까칠하고 날카로운 목소리로 묻는 공길춘.
그의 서늘한 눈길이 사회수석에게 향했다.
“……언론사와 소통해 보겠습니다.”
고개를 깊숙이 숙인 채 몸 둘 바를 몰라 하는 사회수석.
고양이 앞의 쥐마냥 잔뜩 움츠려 들었다.
“다들 명심하세요. 각하가 곧 대한민국입니다. 지금도 과거처럼 독버섯 같은 빨갱이들이 사방에서 국가를 정복하고자 음모를 꾸미고 있습니다. 비서관들은 눈을 부릅뜨세요. 우리가 힘을 합쳐 그 거머리 같은 놈들의 준동을 철저하게 막아야 합니다.”
창와대 심처의 비서관 회의실.
비서실장 공길춘이 수석보좌관 회의를 주도했다.
즐겨 입어 온 청색 슈트 차림, 금테 안경, 2대 8 가르마는 긴 세월 동안 한결같이 변함이 없었다.
빼빼마른 몸에 신경질적인 표정은 전형적인 간신배 같은 인상이다.
그런 공길춘을 중심으로 회의에 참여하고 있는 이들.
국가 안보실 실장 장관진, 민정수석 윤병운, 정무, 인사, 경제, 사회수석 등등.
내로라하는 청와대 실권자들이 다 모였다.
사삭사삭.
시대가 많이 변했음에도 여전히 수첩에 필기하고 있는 이들.
노트북이나 간단한 태블릿 같은 IT기기는 일체 찾아볼 수가 없었다.
마치 1980년대를 연상케 하는 현장 장면.
그중에서도 특히 공길춘이 핸드 수첩을 애용했다.
그런 그의 모습은 자연스럽게 비서관들이나 수석들에게도 영향을 미쳤다.
수첩에 필기하는 수장 앞에 감히 노트북을 들고 나타날 만큼 간 큰 이는 없다.
누가 뭐라고 해도 청와대 내에서의 2인자는 비서실장이었다.
“다들 잊지 마세요. 전임 정권도 놈들을 우습게 봤다가 큰일을 당할 뻔했습니다. 지금도 좌빨 언론들이 미쳐 날뛰고 있어요. 정당한 언론 정화 활동을 댓글 사건으로 만들어 나라를 어지럽히고 있잖아요. 그런 놈들은 가진 힘을 다해 억누르고 교화시켜야 합니다.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철저하게 관리하세요.”
공길춘의 지시가 계속 이어지자 이를 받아 적는 손놀림들이 바빠졌다.
공식 행사가 없으면 청와대의 진짜 주인은 주로 관저에서 시간을 보낼 뿐, 밖에는 절대 나오지 않았다.
실제적으로 중요한 일들은 비서실장이나 부속비서관들이 담당했다.
그러다 보니 여우들 중의 늑대 격인 공길춘은 그들 무리에서 왕처럼 행세했다.
총리가 주재하는 국무회의보다 비서실장 주도하의 수석보좌관 회의 파워가 더 셌다.
국무회의는 보좌관 회의에서 나왔던 내용을 의결하는 수준에 그쳤다.
무늬만 장관들인 그들은 비서관 실세들에 의해 휘둘렸다.
과거 패망 직전 중국 후한 말기의 십상시들과 전혀 다를 바가 없었다.
“다들 알아들었나요?”
조용하면서도 권력의 힘이 가득 담긴 공길춘의 음성.
“넵!”
비서관들은 수첩에 지시 사항을 빼곡하게 기록했다.
2시간 가까운 회의는 아직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똑똑.
할 말을 더 이어가려는 순간 회의실 문 밖에서 노크 소리가 들렸다.
끼릭.
문을 열고 다급하게 들어오는 비서실장실 여직원.
“뭔가요?”
회의 중에는 휴대폰도 꺼놓으라 지시했던 공길춘이 인상을 찌푸렸다.
몇 년 간 권력에서 밀려나 야인 생활을 했었던 까닭에 이런 공식적인 회의를 무척 좋아했다.
대한민국을 좌지우지하는 실세가 바로 공길춘 자신이라는 걸 모두에게 확인시키는 계기로 일삼았다.
감히 그런 회의를 방해하는 여직원.
그녀의 손에 이동 전화기가 들려 있었다.
“비서실장님, 주 선생님이십니다.”
“!!!”
인상을 쓰다 깜짝 놀라며 당황한 공길춘.
빠른 손길로 전화를 낚아챘다.
“공길춘입니다.”
조금 전 위세 가득했던 태도 대신 겸손 모드로 급전환하며 예의를 갖추었다.
주순자의 까칠한 성격을 잘 아는 그였다.
회의 중인 자신을 찾았다면 그만큼 급한 일이라는 걸 짐작했다.
– 공 실장님, 뭐 하는 분이세요?
예상대로 심기가 무척 불편한 듯한 목소리를 내비치는 주순자.
“네?”
– 도대체 누구 허락 맡고 장태산을 건드렸느냐 이 말이에요!!!
청와대 비서실장을 아랫사람 대하듯 강하게 추궁하는 주순자.
‘장태산!’
공길춘은 장태산이라는 이름을 듣자마자 당혹스러웠다.
이미 인맥 관계가 국제적인 스케일의 장태산과는 개인적으로 척을 지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그 부분에 있어서는 검찰을 통제하는 민정수석과도 말이 끝난 상태였다.
그런 마당에 주순자 입에서 자신에게 장태산을 건드렸느냐는 추궁이 터졌다.
– 모르고 있었어요?
“금시초문입니다.”
– 하아아……. 미치겠네. 그런 중요한 국정 사항을 비서실장님이 전혀 몰랐다고요?
“죄……송합니다.”
비서관들이 통화 중인 공길춘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에 전혀 개의치 않고 고개를 숙이며 전화기에 대고 죄송하다 연발하는 공길춘.
체면 같은 것은 챙길 여력이 없었다.
주순자의 말 한마디면 여기 앉아 있는 모든 사람들의 자리가 한순간에 날아갈 수 있다.
그 사실을 여기 있는 모두가 다 알았다.
– 죄송은 됐고. 빨리 수습하세요. 어떤 간 큰 검사 새끼들이 미친놈을 건드려가지고……. 확인하고 보고하세요. 한 시간 드릴게요.
“넵! 알겠습니다. 바로 조치하고 보고 드리겠습니다.”
띠릭.
공길춘의 대답이 끝나자마자 인사도 없이 통화는 종료됐다.
‘어떤 놈들이야!’
주순자에게 한 방 맞은 공길춘의 눈길이 윤병운 민정수석에게 꽂혔다.
“민정수석! 뭡니까?”
“네?”
커진 불똥이 자신에게 튀자 윤병운의 눈이 동그래졌다.
무려 검찰과 국정원을 주무르는 민정수석이었다.
하지만 비서실장과 주순자에게는 명함도 내밀 수 없을 만큼 힘없는 자리였다.
“어떤 검사가 장태산을 공격한 겁니까!”
공길춘은 덮어놓고 버럭 호통을 쳤다.
주순자한테 뺨 맞고 윤병운에게 화를 풀었다.
“!!!”
장태산의 이름과 무명의 검사가 언급되자 윤병운은 크게 당황했다.
자신 모르게 검찰 쪽에서 움직인 듯했다.
‘어떤 똘아이 새끼가…….’
법무부장관과 차관들, 그리고 총장을 비롯해 핵심 검찰 라인에 분명 언질을 해 놓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군가 검사를 움직여 장태산을 친 듯했다.
“즉시 알아보고 바로 보고하세요.”
“넵!”
“뭐 하세요. 지금 당장 나가서 알아보라니까!”
엉거주춤 자리에서 일어서려던 윤병운을 강하게 재촉하는 공길춘.
타다닥.
곧바로 허리를 숙인 채 윤병운은 회의실 밖으로 튀어나갔다.
다소 모양 빠지는 모습이었지만 개의치 않았다.
어차피 엉망진창으로 돌아가고 있는 청와대 시스템.
누구를 막론하고 위에서 내려오는 지시에 무조건 따르는 게 상책이었다.
그래야 그나마 스트레스를 덜 받고 자리라도 지킬 수 있었다.
“회의 끝났어요. 모두 나가봐요.”
잔뜩 기분 상한 공길춘.
그를 향해 고개를 숙여 인사한 비서관들이 하나 둘 빠져나갔다.
“도대체 누구야……. 어떤 새끼가 그 미친놈을 건드린 거야?”
웬만한 일에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 강심장 주순자의 격한 반응.
그건 바로 곧 불길한 일이 닥칠 징조였다.
자칫 모가지가 날아갈 수도 있었다.
“장태산……. 장태산.”
넓은 회의실에 혼자 앉아 장태산의 이름을 몇 번이고 되뇌는 공길춘.
그 이름을 입에 올릴 때마다 몹시 기분 나쁜 불길함이 그를 엄습해 왔다.
***
“이 내용 어떻습니까?”
조국일보 회장실.
조국일보 편집국장이 곧 발간될 칼럼 내용을 들고 반종현에게 보고를 했다.
툭. 데구르르르르르. 통.
회장실에서 골프 퍼팅 연습을 하던 반종현이 별 말 없이 내용을 들었다.
“제목은 ‘희대의 천재인가 범죄자인가’로 뽑았습니다.”
“희대의 천재인가 범죄자인가……. 타이틀은 마음에 들어. 괜찮네.”
“데스크 회의에서 뽑아낸 제목입니다.”
“읽어봐.”
“넵!”
반종현이 마음에 들어 하자 편집국장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선량한 자들을 한순간 악마로 탈바꿈 시키는 재주가 탁월한 조국일보.
중부나 동서일보가 감히 따라올 수 없는 재주가 있었다.
양심이나 상식은 따로 필요가 없었다.
요즘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데 전혀 필요가 없는 것이 양심이고 도덕적 가치였다.
양심이 살아 있는 가슴 뜨거운 기자들은 이미 군부시절 일찍이 정리했다.
이후 신문사에 남은 기자들은 모두 시대의 타고난 처세가들뿐이었다.
좋은 머리와 학벌로 정권과 경제인들을 찬양하고 이념이 다른 국민들을 자극해 이간질시켰다.
인터넷 등장으로 약발이 점점 약해지고 있었지만 조국일보 구독자들은 여전히 일정 수준을 유지했다.
점점 저물어가는 종이 신문 시장.
그 와중에 남은 신문사들 중 가장 많은 부수 발행량을 자랑했다.
제대로 소비가 되지 않아도 상관없었다.
일정량 부수를 찍어내면 국가 지원과 함께 각 기업들이 지면 광고를 가져다 줬다.
지금은 종편 방송 채널까지 자리를 만들어 아주 날개를 달았다.
국민 전체 30% 정도에 달하는 열성 독자들만으로도 충분히 운영이 가능했다.
그리고 그 중심에 반씨 일가가 든든하게 버텼다.
친일파 뿌리에 정권을 숙주 삼아 엄청난 재산을 일궈온 반씨 일가.
정권이 바뀔 때마다 매번 입방아에 오르내리고 있는 문제의 가문.
어른에서 아이들까지 가문 전체 구성원들 모두가 권위 의식에 아주 절었다.
돈과 권력을 신처럼 떠받들고 그 외의 모든 것은 개돼지로 취급했다.
반씨 가문의 생리를 잘 아는 편집국장은 늘 입안의 혀처럼 굴었다.
조국일보에서 반씨 일가의 눈 밖에 나면 바로 퇴출로 이어졌다.
“투자자 J 대표를 아는가.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진정한 천재로서 자신이 만든 프로그램으로 일반인이 상상할 수 없을 만큼의 부를 일궜다. 소문에 의하면 몇 년 동안 1조 원에 가까운 수익률을 기록한 것으로 금융권에서는 파악하고 있다. 그런 J 대표는 두뇌도 타의추종을 불허했다. 한국대 법학과에 입학해 재학 중에는 사법시험을 패스했을 만큼 우수한 인재다. 하지만…… 그의 엄청난 성과가 불법으로 이뤄졌다면 이 천재를 동경하기보다는 준엄한 일반 시민의 법 감정으로 살펴…….”
막힘없이 줄줄 이어지는 서론.
앞에서는 칭찬을 던지고 뒤에서는 본격적인 디스가 시작됐다.
구체적으로 세금 회피와 외환관리법 위반 등을 언급해 공격했다.
법을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 중심으로 입방아에 오르내리기 딱 좋은 자극적인 소재들.
논조 마지막 대목에 이르자, 장태산은 천하의 범법자가 되어 있었다.
던지는 순간 강력한 연쇄 폭발을 일으킬 만한 폭탄이었다.
사촌이 땅을 사도 배가 아픈데, 이십대 중반의 젊은 청년이 조 단위 재산을 꾸렸다.
시기 질투 많은 무식한 군중들이 그를 칭찬할 리 없다.
있다고 해도 진심으로 편들어 줄 성인군자는 없었다.
“……이에 검찰과 행정기관은 준엄한 잣대로 이 청년 투자자를 검증하여 일반 시민들이 제기하는 의문들을 말끔히 해소해야 한다. 그렇게 해야만 한층 더 대한민국은 밝은 내일로 나아갈 것이다.”
편집국장이 마지막 문장까지 정성을 다해 읽었다.
“어떻습니까?”
기대에 찬 눈빛으로 반종현의 반응을 살폈다.
“괜찮네.”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는 반종현.
“마음에 드신다니 다행입니다.”
“그런데…… 빠진 부분이 있어.”
“네?”
“여자 문제 말이야. 장태산 주변에 여자들이 많잖아. 그중에는 도운중 회장 여식도 있고 말이야. 보유한 재산 중에 대웅그룹 비자금 일부가 섞여 들어간 건 아닐까 하는 추측도 넣어봐.”
“역시! 회장님이십니다!”
조국일보 회장은 역시 머리가 남달랐다.
편집국장은 진심으로 존경의 눈빛을 보냈다.
반종현 회장이 추가하라고 한 내용이 곁들여지면 더 자극적인 보도가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더욱 생생한 빛을 발산하게 될 음모.
“오늘 안에 받아볼 수 있지?”
“바로 첨부해서 최종본 올리겠습니다.”
“그래, 나가봐.”
“그럼.”
편집국장이 90도로 허리를 접은 채 밖으로 나갔다.
“흐흐. 장태산……. 너도 이제 끝이구나.”
펜 끝의 사악한 힘을 알고 있는 반종현 회장이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
손국중이 지시한 대로 깔끔하게 일이 마무리 돼가고 있었다.
이 정도 소재면 네티즌들이 한 달 정도는 물어뜯고 씹어댈 것이다.
계획된 여론의 융단 폭격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멘탈 갑은 손에 꼽게 마련.
열의 있는 기자들이 놈의 가족들까지 샅샅이 파고들 게 뻔했다.
가족 구성원 모두가 언론에 오르내리기 시작하면 웬만해서는 다 백기를 들게 된다.
거기에 힘을 보태 검찰이나 국세청이 액션을 취하면 게임 오버다.
그때는 아무리 청렴결백한 경제인이라 해도 천하의 개 쓰레기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따라 따라라라~♬.
반종현의 스마트폰 클래식 벨소리가 공간을 울렸다.
퍼팅 채를 놓고 스마트폰을 집어드는 반종현.
눈에 익은 이름이 떴다.
“이빨 빠진 호랑이가 무슨 일이야?”
과거였다면 바로 통화 버튼을 눌렀겠지만 지금은 반복해 울리는 벨소리를 여유롭게 감상했다.
틱.
자존심을 세우며 느긋하게 통화 버튼을 눌렀다.
“아이고~ 이게 누구십니까. 형님 아니십니까. 하하하.”
반종현은 잔뜩 여유를 부리며 호탕한 척 웃었다.
– …….
그러나 상대는 말이 없었다.
“여보세요? 형님???”
평소와 다른 이상한 낌새에 바로 반종현의 표정이 굳었다.
그 순간.
– 반종현. 너 모가지가 몇 개냐?
회귀의 전설 2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