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gend of the Regression RAW novel - Chapter 842
844장. 섬멸작전.
‘이 자식 뭐야!!!’
홍상표는 어안이 벙벙했다.
느닷없이 자전거를 타고 현장에 나타난 젊은 변호사.
변호사 명함을 내미는가 싶더니 융단 폭격을 가해왔다.
자신에 관련된 비리를 낱낱이 알고 있었다.
나광태 사장과의 커미션뿐만 아니라 미스 조와의 내연관계, 과거 있었던 조직의 배신 사건까지 다 터트렸다.
“지회장님…….”
“…….”
자신을 바라보는 노조 임원들의 눈빛이 불신으로 물들었다.
눈앞에 내민 빼박 증거들 때문에 홍상표의 입이 붙어버렸다.
‘위험해!’
지금까지 동료들을 배신하고 뒤로는 돈을 뿌려 이 자리까지 올라왔다.
아무것도 아닌 놈에게 까여 허무하게 이 모든 걸 날릴 수는 없었다.
“지금 무슨 개소리야! 어디서 이런 조잡한 사진 한 장 조작해서 날 협박해! 노조를 이간질하기 위해 보낸 DW 스파이지!”
홍상표의 목소리가 기세 좋게 울렸다.
일단 이 상황을 수습하고 넘기는 게 먼저였다.
여기서 막지 못하면 소문은 일파만파 퍼져나갈 것이다.
강하게 부정했다.
“그럴 만한 가치는 있고?”
장태산의 입에서 툭 터진 한마디.
그의 얼굴에 비웃음이 걸렸다.
“뭐라고?”
“내가 이곳에 오면서 들었는데 지금 검찰에서 뇌물죄로 털고 있대. 당신은 거기서 자유로울 것 같아? 그리고 그 돈으로 같이 술 마신 동료들은 공범……?”
장태산의 시선이 흥분해 있는 임원들에게 향했다.
“!!!”
공범이라는 말에 법을 상세히 모르는 노조 임원들이 동요했다.
“조합원들 알면 좋아하겠네. 동료들 팔아먹은 뇌물죄 공범들을 임원으로 뽑았으니.”
정황상 확인 사살에 들어간 장태산.
“다, 닥쳐!!!”
“이 새끼가!”
임원들이 싸잡아 범죄 취급을 당하자 욕설을 퍼부었다.
임원들은 도덕적으로 신뢰를 잃으면 치명상을 입어 직장 생활을 하기도 어렵다.
“닥치라면 닥쳐 드리지. 그런데…… 그건 아시나?”
한껏 여유를 부리며 노조 임원들을 훑은 장태산.
“증거가 이것만 있을까?”
툭툭 자신의 가방을 건드리며 은근히 노조 임원들의 심기를 건드렸다.
굴꺽.
홍상표는 다른 사람들보다 마음이 더 조급해졌다.
연신 목으로 마른침이 넘어갔다.
저 젊은 변호사 놈에게 제대로 당한 듯했다.
다른 노조 임원들이 함께 있지 않았다면 당장 바짓가랑이라도 붙잡고 매달리고 싶었다.
“시간이 많지 않아요, 다들 몸 사리고 마무리 잘하세요. 그리고 필요하면 언제든 전화 주십시오. 앞서 말했지만 저렴하게 모시겠습니다. 그럼.”
장태산은 노조 임원들의 심정은 아랑곳하지 않고 즐거운 표정으로 고개를 가볍게 숙였다.
겉모습만 봐서는 누가 봐도 무척 친절한 변호사 모습이었다.
차르륵.
무심한 듯 자전거를 몰고 사무실 쪽으로 향하는 장태산의 뒷모습.
홍상표와 임원들은 할 말을 잃고 입을 다물었다.
대신 서로에게 강하게 퍼진 불신의 불길.
아닌 척 서로 눈치를 봤다.
뇌물죄로 엮일 게 분명한 지회장 홍상표.
악성 바이러스라도 되는 양 임원들은 그와 눈도 마주치지 않고 뒤로 한 발 물러섰다.
“…….”
그리고 이어지는 침묵.
휘리리리리링.
한 차례 거친 바닷바람이 불어와 그들을 훑고 지나갔다.
***
“놔! 너희들 내가 누군 줄 알아! 목 날아가고 싶어?”
나광태는 수갑이 채워지고 수건으로 손목을 감자 몸부림을 쳤다.
지금 사태가 결코 믿어지지 않았다.
“나광태 씨. 당신이 조금 전까지는 잘나가는 대웅조선 사장이었는지 모르지만 지금부터는 형사 피의자입니다. 현장에서 뇌물 받다 걸렸는데 무사할 것 같아요? 믿었던 윗선들이 종전처럼 보호해 줄 것 같냐고요!!!”
부장검사가 버럭버럭 소리를 질렀다.
지청이라 부장검사가 직접 나섰다.
어차피 지청장과 비슷하게 중앙 조직에서 밀려나 있던 부장검사.
수도권에서 근무하다 윗선 지시를 거부했다는 이유로 지방으로 좌천됐다.
함께 공부했던 동기들은 승승장구 고속도로를 달리고 있었다.
이제는 그들과의 격차도 확연히 밀렸다.
기왕 이리 된 거, 쫓겨나기 전에 제대로 검사 노릇이라도 해보고 싶어졌다.
이번 기회가 좋았다.
증거도 명확했고 압수수색 중에 뇌물수수현장까지 포착했다.
내로라하는 여당 국회의원이라고 해도 빠져나갈 수 없는 현장.
“야! 지청장 누구야! 니들 옷 내가 반드시 벗긴다!”
나광태는 부질없는 몸부림을 쳤다.
“그러시든지요~.”
이죽거리는 부장검사.
“이대로는 못 가. 변호사 불러!”
“지청에 가면 불러드리겠습니다. 그러니 얌전히 따라오세요.”
부장검사는 두려울 게 없었다.
어차피 옷을 벗을 각오로 진행하고 있는 압수수색.
“옆에 분은 조용히 따라가실 거죠?”
“……네.”
삼광 대표는 고개를 숙이고 힘없이 답했다.
“이분은 수갑 채우지 마. 그리고 모조리 뒤져!”
“넵!”
수사관들이 힘차게 답했다.
오랜만에 재대로 검찰 수사관 노릇을 하는 중이다.
관광객들 교통사고 처리나 하고 어부들 간에 붙은 시비, 싸움 사건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조용한 동네.
사이비 교단을 척결했을 때 반짝 언론을 탄 게 다였다.
당시 검찰 직원의 맛을 봤던 수사관들은 기회가 오자 제대로 일을 했다.
촤르르르륵.
우당탕탕.
사무실 곳곳을 샅샅이 뒤졌다.
“연행해.”
“넵!!!”
부장검사의 지시에 따라 연행되는 두 남자.
“너희들! 가만 안 둘 거야! 두고 봐! 두고 보라고!!!”
발악을 하며 강제로 끌려나가는 나광태.
파바바밧.
사무실 현관으로 나오는 순간 플래시가 터졌다.
“지금 검찰이 대웅조선 거제 사업소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대웅조선 나광태 사장은 분식회계를 비롯해 특정회사 밀어주기를 통한 횡령과 배임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이에 통영지청에서 긴급하게 압수수색을 통해 증거 수집에 나섰다고 합니다. 아! 지금 나광태 사장이 검찰 수사관들에 의해 수갑을 찬 상태로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긴급체포 같습니다!”
지역 방송사에서 취재를 나온 상황이었다.
“지금 무슨 일입니까? 긴급체포할 정도로 사안이 중대합니까?”
“피의자 호송 중입니다. 비켜주십시오.”
“무슨 사건인지 한마디만 해주면 안 됩니까?”
기자들이 달려들었다.
“!!!”
나광태는 깜짝 놀랐다.
자신을 노린 듯 검찰부터 언론들이 재빠르게 움직였다.
파바바밧.
그 와중에도 플래시는 계속 터졌다.
그때마다 나광태의 영혼은 탈탈 털렸다.
조용히 이루어지는 검찰 긴급체포는 어느 정도 무마 가능성이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 대내외적으로 여론을 타면 모든 게 끝나 버린다.
수사관들도 얼이 반쯤 빠진 나광태를 천천히 이동시켰다.
대형 정치범들이나 중앙지검에서 수사를 받게 될 때 집중되는 스포트라이트.
방금 전과 달리 고개를 깊숙이 숙인 나광태는 최대한 몸을 작게 움츠렸다.
정신이 혼미해지고 더는 아무런 희망이 보이지 않았다.
“나광태 사장님! 변호사 필요하면 연락 주십시오! JS로펌의 장태산 변호사라고 합니다! 신속하고 안전하게 돕겠습니다!”
기자들 사이에서 빼꼼 얼굴을 내밀며 큰소리로 자신을 어필하는 변호사.
“어! 장 검사님!”
수사관들 중 한 명이 그의 목소리를 쫓다 아는 체를 했다.
“장 계장님! 오늘 찾아가겠습니다!”
“네!”
통영지검에서 워낙 유명했던 장태산 검사직무대리.
기간은 짧았지만 그가 남긴 행적은 무엇보다 강렬했다.
덜컥.
차문이 닫혔다.
부우우웅.
삐뽀삐뽀.
사이렌 소리를 내며 멀어지는 검찰 차량.
“긴급체포 분위기 아냐?”
“횡령과 배임이라고 했는데 무슨 일이지?”
기자들도 갑작스런 제보를 받고 몰려온 터였다.
지역에서 쉽게 접할 수 없는 특종 사건.
오랜 만의 기삿거리라 열심히 달려와 취재했지만 확실한 팩트는 없었다.
“뇌물죄 현행범이라고 합니다.”
그때 누군가 지나가는 말투로 한마디 던졌다.
“뇌물죄!”
“그럼 지금 옆에 있던 삼광 대표가 뇌물을 준 거야?”
“헐……. 그걸 압수수색하러 왔다가 적발했다고?”
“나광태 사장 끝났네.”
“방금 뇌물죄 말하신 기자 분 누구세요?”
통영뿐만 아니라 창원에서까지 소문을 듣고 찾아온 기자들이 섞여 있어 누가 누구인지 서로를 잘 모르는 기자들.
“…….”
그러다 보니 방금 핵심적인 한마디를 던진 누군가를 끝내 발견하지 못했다.
다만 저 멀리 한 남자가 슈트 차림에 자전거를 타고 유유히 사리지고 있었다.
***
– 속보입니다. 방금 전 검찰이 대웅조선 거제 사업소를 전격 압수수색했다고 합니다. 그 와중에 현장에서 뇌물을 받고 있던 나광태 대표를 긴급체포해 통영지청으로 압송했다는 소식이 들어왔습니다.
“뇌……물?”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
느긋하게 일식당에서 정치인과 식사를 마치고 사무실에 복귀한 산은금융지주 회장 황창택은 인터넷으로 뉴스를 보다 그대로 굳었다.
속보가 떠 마우스로 해당 기사를 클릭했다가 불벼락을 맞았다.
그렇지 않아도 각종 특혜로 시끄러운 대웅조선이었다.
현 대웅조선 회장이 갖고 있는 연줄이 꽤나 빵빵했다.
선거철을 앞두고 있어 지역 민심을 살피려는 여당 쪽에서 은근히 압력이 들어오고 있었다.
청와대에서도 관심을 갖고 있는 사안이었다.
전임 장만수 회장 때문에 유명해진 산은금융지주.
최병박 정권은 국가기관 민영화라는 명분으로 중요한 국책은행까지 팔아먹으려 했다.
돈 되는 걸 모두 다 해쳐먹으려던 역사상 최악의 장사치 정권.
다행히 올해 1월 공공기관으로 재지정되어 정책금융 은행이 됐다.
그런 산은 회장에게 대웅조선은 골칫덩이였다.
계속적으로 조 단위 적자를 보고 있었다.
여론은 빗발치듯 정부와 산은의 무능을 연신 꼬집어 댔다.
겨우 무마하고 있었는데 또 조선 사장의 뇌물 사건이 터졌다.
– 통영지청은 사건의 중대성을 인식하고 나광태 사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 및 다른 사건까지 수사범위를 확대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미친!!!”
사건 확대가 되면 정권을 뒤흔들 뇌물 게이트가 밝혀질 게 뻔했다.
대웅조선에 관한 지원은 청와대를 비롯해 정권 실세들과도 연관되어 있었다.
황창택 회장도 마찬가지.
나광태에게 받은 뇌물과 접대가 적지 않았다.
“이걸 어떻게 해야 하나. 이걸!”
긴장한 탓에 손이 바들바들 떨렸다.
머릿속이 멍해지고 제대로 된 생각 자체를 할 수가 없었다.
윗선에서 해결해 줘야 할 큰 문제.
아직 청와대 쪽에서 별도의 연락이 없었다.
삐이이잇.
그때 울리는 인터폰 소리.
– 회장님. 예약하신 손님이 방문했습니다.
“손님? 누구?”
– DW컨소시엄의 도도희 대표님이십니다.
까맣게 잊고 있었던 손님의 방문.
“들어오라고 해요.”
– 네.
또각또각.
딸깍.
발걸음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
그리고 안으로 들어서는 하늘색 계열 투피스 정장 차림을 한 도도희.
봄날의 꽃처럼 화려한 그녀의 등장에 회장실이 환해졌다.
“어서 오십시오.”
표정을 관리하며 황창택 회장이 자리를 권했다.
골치 아픈 대웅조선을 인수하겠다고 나선 봉의 방문은 반가운 단비 같았다.
‘빨리 처리해야겠어.’
나광태가 시간을 좀 벌어달라는 부탁을 해 그동안 협상을 늦춰왔던 황창택 회장.
상황이 이리 되고 보니 마음이 다급해졌다.
이대로 매각하게 된다면 그나마 여러 사건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었다.
“며칠 만에 또 뵙습니다. 회장님.”
도도희가 꽃처럼 활짝 웃었다.
“하하. 도 대표님 미모는 여전하십니다.”
컨소시엄의 핵심 주도자가 도도희 대표였다.
다급한 마음은 감추고 느긋하게 자리를 권했다.
“차는 뭐로 드시겠습니까?”
“차는 됐습니다.”
도도희가 웃으며 거절했다.
“그래도 커피라도 한 잔…….”
“회장님, 지금 그렇게 여유를 보이실 때가 아닌 것 같은데……. 아닌가요?”
“네?”
갑자기 경직된 표정으로 치고 들어오는 도도희 대표의 물음.
“대웅조선 뇌물 사건이 터졌더군요.”
“!!!”
그새 도도희 귀에 들어간 사건 소식.
“저희 투자자 쪽에서 이번 사건을 심히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있어요. 그래서 계약을…….”
도도희가 뒷말을 살짝 잘랐다.
“아니 계약을 철회하겠다는 말씀입니까?”
똥줄이 타들어가는 황창택 회장.
“입장을 바꿔 회장님이라면 대웅조선 같은 폭탄을 인수하겠습니까?”
“…….”
도도희가 피식 웃으며 물었다.
반면 황창택은 입을 다물었다.
선수들은 다 아는 대웅조선 상황.
“분식회계에 강성노조 파업, 사장의 뇌물과 횡렴에 배임까지……. 이건 해도 너무한 거 아닌가요?”
난감한 질문은 계속 이어졌다.
“최대한…… 편의를 봐드리겠습니다.”
눈치 빠른 황창택은 상대가 원하는 바를 알아챘다.
더 이상 끌고 갈 명분이 없는 대웅조선.
이제는 매각밖에 답이 없었다.
“그래서 준비했어요. 대웅조선 인수 조건으로 저희 쪽 투자자들이 제시한 조건입니다.”
상대의 반응을 예상했었다는 것처럼 자연스레 가방에서 서류를 꺼내는 도도희.
황창택은 도도희가 건넨 서류를 받아 살폈다.
“헉! 이 조건은…….”
확연히 달라진 변경된 조건들.
“왜요? 마음에 안 들면 저희가 발 뺄까요?”
빨간 립스틱을 짙게 바른 여우의 물음.
“하아…….”
황창택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회귀의 전설 2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