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gend of the Regression RAW novel - Chapter 94
93장. 진정한 지배자
“저 남자 진짜 멋있다. 번호 딸까?”
“쉿! 조용히 해. 들리면 아웃이야.”
홍콩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짧은 거리지만 퍼스트 클래스를 사용했다.
짧은 노선이라 그런지 퍼스트 클래스 이용자는 나밖에 없다.
기내식을 먹고 잠시 쉬고 있는 사이 여승무원들이 소곤대는 소리가 들렸다.
과거에는 들을 수 없던 최고의 칭찬이 요즘은 끊이지 않았다.
‘폭풍이 곧 시작되겠네…….’
전 세계 금융권이 망연자실할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론 사태가 점점 세력을 키우고 있었다.
손에 들린 영자 신문에서도 우려가 시작됐다.
시간은 빠르면서 정확하게 흘러갔다.
어머니 동창회는 화려하게 끝을 맺었다.
동창회에서 어머니는 퀸의 자리를 다시 차지했다.
순자 아줌마는 얼굴 쪽팔려서 앞으로 볼 일이 없을 것 같다.
서울 집에서 하룻밤을 주무시고 어머니는 아버지 곁으로 돌아갔다.
가기 전에 냉장고에 각종 밑반찬을 만들어 놓고 가셨다.
아들이 장금 누님 덕분에 요리사가 된 걸 꿈에도 몰랐다.
그래도 엄마 음식이 좋다.
그렇게 엄마가 떠난 뒤 바로 홍콩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클라라에게 연락을 취했다.
일이 끝나고 만나자는 연락을 받았다.
요즘 HSBC가 정상이 아니어서 그녀는 바빴다.
미국에서 제대로 뺨을 맞은 홍콩상행 은행이다.
로버트는 어제 홍콩에 도착한 상태였다.
애인과 함께 동반 여행 중이다.
“곧 홍콩에 도착할 예정입니다. 손님 여러분들께서는 자리에 앉아 안전벨트를 착용해 주시기 바랍니다.”
띵! 띵! 띵!
도착을 알리는 안내방송과 경보음이 들렸다.
비행기 기수가 아래로 향해지는 게 느껴졌다.
띠링 띠링.
그때 핸드폰 문자 알림음이 들렸다.
국제로밍을 해두어 홍콩 상공에 도착하자 문자가 전달된 것이다.
– 학교 안 와요?
미대 누나 손유리의 문자다.
– 홍콩에 잠시 출장 왔습니다.
– 추, 출장요? 진짜 사업해요? 그 나이에?
자수성가했다는 내 말을 손유리는 믿지 않았다.
– 세계적 스타트업 기업들의 CEO들은 제 나이 때 비즈니스를 시작한 분들이 많습니다. 적은 나이는 아니죠.
– 네…….
손유리의 실망하는 얼굴 표정이 그려졌다.
이번 생에서 내 침대를 처음으로 사용했던 여인이다.
그 이후로 얼굴 볼 시간이 없었다.
회사에 출근해서 할 일이 많았다.
내 행동이 나비효과를 일으켜 내가 알고 있는 다른 결과를 창출할까 긴장됐다.
살피고 살펴 변동이 없는지 신경이 바짝 쓰였다.
액수가 적을 때는 파장이 작았지만 이제는 엄청난 거금이 세계 곳곳에서 움직였다.
로버트를 통한 사모펀드와 헤지펀드 기업들 수익이 하루가 무섭게 늘어났다.
개인적으로 투자한 FX 환율 마진 시장도 경악 그 자체다.
아직 본격적인 대혼란이 시작되기 전인데 총알이 대륙간 탄도미사일 수준으로 성장했다.
– 언제 와요? 오래 걸려요?
– 내일 돌아갈 예정입니다.
– 학교는 와요?
– 화요일에 오티가 있습니다. 그때 갈 생각입니다.
– 바쁘네…… 요.
손유리는 밀당이 뭔지 아직 모르는 것 같았다.
아니 점점 내가 나쁜 남자가 되는 게 맞다.
회귀한 2년 동안 과거에 만났던 여자들보다 더 많은 인연이 만들어졌다.
바뀐 나의 관상을 스스로 보아하니……, 여난이 끊이지 않을 팔자다.
돈은 곧 사주에서 재(財)를 의미했다.
재는 남자에게 곧 돈이자 여자를 뜻했다.
대기업 회장님들이 첩을 몇씩 두고도 여자 치마를 쫓는 행동은 사주가 그렇게 때문이다.
재(財)가 회동하면 여자도 따라 들어오는 하늘의 이치다.
돈 많은 남자 주변에 언제나 여자가 들끓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지금도 은연중에 풍기는 돈 냄새에 스튜어디스들이 추파를 보냈다.
저들도 알지 못하는 돈 기운의 장난이다.
– 오티 갔다 와서 밥 먹읍시다.
– 정말요?
– 스파게티 맛있는 집 압니다.
– 알았어요. 가끔 문자 보내도 괜찮아요.
끝까지 자존심을 버리지 못하는 손유리의 마지막 멘트다.
– 알겠습니다. 종종 문자 보내겠습니다.
그렇게 손유리의 자존심을 살려줬다.
그 사이 홍콩의 야경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불이 꺼지지 않는 아시아의 불야성의 대표주자.
나를 뜨겁게 부르고 있었다.
***
“보스!”
로버트가 들어서며 나를 보고 격하게 반응하며 안겨왔다.
“하, 하하하…….”
이 액션은 뭐지?
나이 든 미국인 아저씨를 안는 기분은 참 뭐라고 표현할 길이 없다.
그냥 어색하게 웃었다.
“로버트, 더 젊어지신 것 같습니다.”
몇 달 사이 로버트는 회춘한 게 확실했다.
피부도 탱탱해졌고 헬스라도 하는 듯 몸은 더 단단해졌다.
돈은 역시 좋은 것이다.
처음 볼 때 인생 패배자 같았던 모습과는 사뭇 달랐다.
“모두 다 보스 덕분입니다!”
품에서 떨어진 로버트가 존경의 시선으로 날 봤다.
나이와 국적, 인종을 떠난 진심이 담긴 눈길이다.
“앉아요. 로버트.”
새해가 밝자마자 로버트의 연봉을 천만 달러로 올려줬다.
돈 몇 푼에 인간관계를 훼손하고 싶지 않았다.
로버트를 통해 얻게 되는 인맥과 관리의 이익은 천문학적이다.
“갈수록 매력적으로 변하시는 것 같습니다. 보스의 나이도 짐작할 수가 없습니다.”
로버트가 날 보고 감탄했다.
“동양인들이 대부분 동안이죠.”
로버트에게도 나이를 알리지 않았다.
로버트가 알고자 하면 금방 정보를 얻을 수 있겠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그런데 보스…….”
내가 푹신한 스위트룸 회의 탁자에 앉자 로버트는 뭔가 묻고 싶은 표정을 지었다.
“궁금한 게 있습니까?”
“네.”
“저에 관한 이야기입니까?”
“보스는 누구십니까?”
직접적이며 단순한 질문이었다.
“갑자기 그게 궁금하십니까?”
“……, 월가 투자의 귀재라 불리는 이들도 보스 같은 투자 방식과 이익은 결코 창출한 적이 없습니다. 마치 모든 걸 알고 있다는 듯한 보스의 방식은 신과 같습니다.”
로버트 아저씨, 그건 저만의 영업 비밀이랍니다.
땅 짚고 헤엄치기.
누워서 식은 죽 먹기.
짜고 치는 도박판.
제 전문이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네요.
“세상의 흐름을 관조할 수 있다면 가능합니다.”
“흐름을 관조하다니요?”
“음양오행과 천기, 별자리 등의 흐름을 읽을 줄 알면 어느 정도 세상사 흐름을 꿰뚫게 됩니다.”
사기꾼 기질은 누구에게나 있는 것 같다.
말도 안 되는 헛소리는 그럴 듯하게 포장했다.
서양인들에게 동양의 사상은 아직 신비로웠다.
“아……, 무술 비전 그런 겁니까? 중국 영화에 나오는 보이지 않는 포스라던가…….”
나이를 먹은 로버트도 내 말에 홀렸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귀신이 곡할 정도로 완벽한 투자 타이밍을 잡는 내가 이해가 가지 않을 것이리라.
“나중에 한국에 한 번 오십시오, 그때 맛보여 드리겠습니다.”
“기대하겠습니다. 보스!”
“미국 정치권은 어떻습니까?”
본격적으로 일 이야기를 시작했다.
메일로도 일 처리가 가능했지만 직접 대면 보고를 받을 필요도 있다.
특히 미국 대통령 선거 같은 민감한 내용일수록 비밀을 요했다.
“아직도 힐러리를 대세로 점찍고 있습니다.”
“압박은 없습니까?”
“없다고는 말 못하겠습니다. 공화당에서 전쟁으로 워낙 죽을 써놔서 민주당 쪽에서 정권을 잡을 건 확실합니다.”
“힐러리 선거팀에 자금을 투입하세요.”
“네? 힐러리에게요?”
힐러리를 적으로 만들 필요는 없다.
오바마 정부 때 국무장관에 오르며 오른팔 역할을 했다.
앞으로 8년 뒤에 천하의 불한당에게 일격을 맞아 침몰하지만 그때까지는 실세다.
“합법적으로 지불할 수 있는 최대한의 정치자금을 사용하십시오.”
“처리하겠습니다.”
“물론 오바마 쪽에는 충분히 양해를 구하십시오. 어차피 대통령 선거가 끝나면 오바마 쪽에서도 힐러리 후보가 필요할 겁니다.”
“아……, 그럴 수도 있겠군요.”
“힐러리를 지지하는 민주당 상하 의원들 없이는 오바마 후보가 대통령이 되어도 반쪽일 수밖에 없습니다.”
힐러리 남편이 전 대통령이다.
“탁월한 정치적 고견이십니다.”
정치적 고견이 아니라 미래를 살다 오고 뉴스 좀 보면 누구나 다 아는 상식이다.
선견지명이라는 거 별거 없다.
그냥 나처럼만 살면 된다.
“고견이 아닙니다. 부자감세와 전쟁비용으로 미국 국민은 지쳐 있습니다. 힐러리는 클린턴 대통령 때문에 득과 실을 같이 얻었습니다. 한때는 영화로운 영부인이었지만 대통령으로는 아닙니다. 세계적으로 기성 정치인들에 대해 유권자들이 질려 하고 있습니다. 이럴 때일수록 참신한 후보가 지도자가 되는 겁니다.”
“아!”
미국 아저씨한테 미국 정치에 대해 논했다.
인터넷 뉴스로 배운 짧은 지식이지만 미래를 모르는 이들에게는 한 줄기 사이다 예언이다.
“살펴보니 총 투자 수익이 600억 달러가 넘었더군요. 수고했습니다.
짧은 시간에 투자 대비 원금이 확 불었다.
“보스의 실패 없는 공격적 투자경영의 힘입니다.”
로버트는 결코 자신이 잘났다 표하지 않았다.
“로버트의 도움 없이는 불가능한 일입니다.”
“감사합니다. 보스.”
보스는 칭찬에 인색할 필요가 없다.
잘한 일에는 상을 주고, 잘못한 일에는 벌을 주는 데 익숙해야 한다.
“사모펀드 회사는 정확히 몇 개까지 늘렸습니까?”
“현재 35개의 사모펀드와 헤지펀드가 설립되었습니다.”
“상반기 중에 50개로 늘려주십시오. 20개는 저에게 넘겨주시면 됩니다. 그리고 나머지는 제가 설립할 투자회사에 지분 계약을 맺도록 추진해 주십시오.”
“알겠습니다.”
사모펀드를 통한 투자 지분은 여러 경로를 거쳐 내가 모두 소유하고 있다.
여기저기 사모펀드 몇 개가 서로 얽혀 지분 관계가 복잡했다.
그 모든 걸 머릿속에 입력해 놨다.
당장 위험이 발생하면 계좌 몇 개만 동결하면 자금 흐름이 멈춘다.
경영은 로버트가 담당했지만 핵심 자금 흐름은 움켜쥐고 있었다.
“곧 한바탕 폭풍이 불 것입니다.”
“다들 짐작은 하지만 대비는 하지 않고 있습니다. 정부와 연방준비은행이 어떻게 해 줄 거라 생각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로버트는 핵심을 짚을 줄 안다.
그놈의 연방은행이 달러를 복사기로 돌려 헬리콥터로 풀 날이 멀지 않았다.
그리고 그 돈을 빨아들이기 위해서는 철저한 계획이 필요했다.
“홍콩 주식에도 투자를 시작하십시오. 목표는 홍콩에 상장된 중국 주식 전부입니다.”
“보스, 중국 주식들은 지금 상당히 고평가 되고 있는 주식입니다. 매수 의견입니까?”
매수는 전혀 아니올시다.
“홍콩은 중국 주식 공매도에 제한이 없는 곳입니다. 앤드루 서포터를 비롯해 몇 개 사모펀드를 통해 상황을 봐가며 공격적이며 무차별적으로 공매도 치십시오. 단, 후에 법적으로 걸릴 수 있는 리포트 따위는 발행 안 해도 됩니다.”
“월요일 아침 장부터 작업하겠습니다.”
로버트가 고개를 끄덕였다.
중국 주식이 곧 대폭락한다.
괜히 본토에 투자해 관심받을 필요가 없다.
홍콩에 상장된 본토 대기업들만 쪼아도 떼돈을 벌 수 있다.
난 내 돈 내고 주식은 구입 안 한다.
6,000대 지수에서 올해 11월에 1,700까지 떨어지면 공짜로 사는 거다.
거저 쓸어 담을 수 있는데 굳이 돈 내고 주식 사면 바보다.
“그리고 부탁했던 일은 어떻게 됐습니까?”
“카드는 여기 있습니다.”
로버트가 황금색 봉투를 내밀었다.
해외 계좌에서 결제되는 한도 무제한 아메리카 익스프레스 블랙 카드다.
돈 벌어서 뭐 하겠나.
쇼핑에 인색하면 아끼다 똥 된다.
“신청하시면 바로 비자가 나올 수 있도록 조치했습니다. 영주권도 마찬가지입니다.”
“서류 보내겠습니다.”
앞으로 미국에 갈 일이 많다.
비자로 발목 잡히고 싶지 않았다.
몇십 억 던지면 영주권은 패스다.
거기에 권력의 입김까지 작용하면 무사통과다.
“곧 자가용 비행기 매물이 몇 개 나올 겁니다. 개중에서 쓸 만한 장거리와 중단거리 몇 대 정도 매입하십시오.”
“듣던 중 반가운 소리입니다. 알아보고 처리하겠습니다.”
미국인들의 허세 중 갑은 바로 자가용 비행기다.
이제 한 대 장만할 때가 됐다.
단, 내 명의만 아니면 된다.
지배하되 지배의 흔적이 없는 자!
그게 바로 세상의 진정한 지배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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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의 전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