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gend of the Regression RAW novel - Chapter 93
92장. 오빠의 이름으로
– 카르마 포인트를 획득하셨습니다!
귀에 들리는 알람음은 금세 잊어버렸다.
언제 이렇게……, 큰 거야!
서련과의 강렬한 첫 접촉이다.
한겨울임에도 댄스를 위해 반바지 차림인 서련과 멤버들이다.
품에 안긴 서련은 무대에 있을 때와 또 달랐다.
걸그룹 중앙 센터 미모 담당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니다.
못 본 사이 또 여기저기 많이도(?) 컸다.
“흐으윽……, 흑.”
서련이 품에서 참 서럽게도 울었다.
누가 보면 내가 천하의 나쁜 놈이라도 되는 줄 알겠다.
“서, 서련아……, 아는 분이야?”
과거 생부터 알던 아이돌을 직접 눈으로 보는 건 특별한 경험이다.
그룹의 리더 주민은 당혹스러운 눈빛이 가득했다.
턱선이 날카로운 주민은 나와 동갑이다.
“응……, 훌쩍……, 우리 오빠야.”
“오빠? 언니는 큰 딸이잖아?”
새침데기로 소문난 윤나가 아직도 상황을 이해 못 했다.
“우리 오빠라고!”
여자들의 대화법은 언제 들어도 이해하기 힘들다.
“……, 설마 그 오빠???”
긴 머리 청순 소녀 미나가 큰 눈으로 날 봤다.
“맞아. 내가 말했던 장태산 오빠야. 히이~.”
서련도 여자라는 걸 새삼 느꼈다.
언제 울었냐는 듯 얼굴에 웃음꽃이 피었다.
“허어얼…….”
“대바아아악!”
멤버들이 나와 서련을 번갈아 보며 입을 다물지 못했다.
나도 그런 걸그룹을 대놓고 봤다.
회귀 전 인생에서는 걸그룹을 면전에서 본 적이 한 번도 없다.
2018년에 FOB는 해체된다.
배우와 솔로가수가 된 서련이 말고 여기 멤버들 중에 살아남는 이들은 겨우 셋 정도다.
그런 FOB의 데뷔 시절 모습을 볼 수 있다는 건 축복이다.
연예인, 그것도 걸그룹 버프로 애들은 보석처럼 반짝였다.
후광이 남다르다는 걸 확실히 알았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장태산이라고 합니다.”
예전이었다면 얼굴 빨갛게 변하고 심장은 두근거려 말도 못 건넸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우리 오빠 잘생겼지?”
서련이 자랑스럽게 날 보며 애들에게 물었다.
“언니 왜 거짓말했어!”
긴 머리 소녀 미나가 서련에게 강하게 어필했다.
“뭐, 뭘 내가!”
“오빠 대충 생겼다며? 공부만 잘하는 동네 수재라며?”
막내 아정도 같이 따졌다.
뭐? 대충? 내가?
“흐히히. 뭐 우리 오빠 대충 생긴 거 맞잖아. 눈 두 개, 코 하나, 귀 두 개, 입도 하나. 딱 남자 사람이네.”
서련이 대충 얼버무렸다.
누가 봐도 억지라는 건 서련이 빼고 다 안다.
“세상에……, 언니가 우리에게 이럴 수가…….”
“서련 완전 배신이야!”
사방에서 서련에게 원망이 쏟아졌다.
서련은 배신녀의 아이콘이 됐다.
“피이. 뭐가 배신이야. 난 진실만을 말할 뿐이야. 그치, 오빠?”
서련은 여우가 다 됐다.
전혀 동료들의 말에 흔들리지 않았다.
“다들 요리 괜찮았습니까?”
분위기를 바꿀 필요가 있었다.
“아! 맞다! 오빠 이 복장은 뭐야? 그리고 요리라니? 이거 오빠가 쏘는 거 아니지?”
눈치 끝내주는 서련이 물어왔다.
“밥 산다고 했잖아.”
“밥? 설마 그럼 오늘 모임이…….”
“어머니 동창회가 있어 내가 초대했어. 서련이하고 멤버들에게 밥 사준다는 약속도 지킬 겸.”
“……, 헐.”
“쩐다.”
애들이라 표현이 직설적이었다.
경악과 존경 가득한 눈빛으로 날 봤다.
“그, 그럼 오늘 오빠가 다 쏜 거야? 우리 행사비까지?”
“어.”
“오빠…….”
서련이 감동 가득 먹은 표정으로 날 봤다.
눈동자가 큼지막하고 시원하게 보였다.
못 보던 사이 눈 앞트임을 살짝 한 것 같다.
그 정도야 성형 중독자들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그런데 서련아, 너 도대체 언제까지 그렇게 있을 거야? 스캔들 나면 우리 끝나는 거 몰라?”
리더 주민이 품에 쏙 안겨 있는 서련에게 경고를 던졌다.
“헤헤~ 오랜만에 만나 너무 좋아서…….”
서련이 쑥스런 표정으로 품에서 벗어났다.
가슴팍이 갑자기 확 시려왔다.
아련한 아쉬움이 물밀 듯 느껴졌다.
“태산 씨 나이가 스물이죠?”
주민이 나에게 나이를 물어왔다.
“네.”
“그럼 나하고는 말 놓자.”
주민의 성격은 과거 연예계 소문처럼 상당히 쿨했다.
당돌하게 바라보며 말을 트자고 했다.
“그러자.”
고개를 끄덕이며 허락했다.
쿨내 진동은 본래 내 전문이었다.
“그럼 우리에게는 오빠네?”
“서련이 오빠면 우리에게도 오빠지~. 그쵸 태산 오빠?”
아! 난 전생에 애를 구하고 이렇게 큰 복을 받는구나.
FOB 전 멤버들이 오빠라 부르며 초롱초롱 나만 바라봤다.
이 기분 뭐라고 표현해야 할까?
찍어놨던 피규어 구입했더니 특별 보너스 당첨되어 시리즈 다 얻게 된 그런 심정이다.
그냥 심장이 벌렁거리며 좋아라 날뛰었다.
“너희들 경고하는데 우리 오빠 넘보면 너 죽고 나 살고다!”
서련의 방어벽은 철저했다.
쌍심지를 켜고 멤버들에게 경고를 날렸다.
“어머 어쩌나. 나 벌써 태산 오빠에게 진심 반한 것 같아~ 너희들은 어떠니?”
“나도! 나도 좋아!”
“오빠 짱 멋져요!”
2008년도에 본격 유행하는 짱이라는 말이 낯설면서도 좋았다.
“닥쳐! 태산 오빠는 내가 2년 전에 찜했단 말이야!”
걸그룹의 소란스러움이 이런 거라는 것을 몸소 눈으로 보고 귀로 들었다.
아직 청춘 발랄한 10대 후반 소녀들답게 모든 행동들이 통통 튀었다.
“친구, 진짜 이거 네가 쏘는 거야?”
가장 큰 언니라고 리더 주민이 재차 물었다.
이제 갓 대학생이 된 내가 수천만 원의 행사비를 냈다는 게 믿기지 않는 것 같다.
“주식으로 돈 좀 벌었다.”
“법대생이라며?”
“한국대잖아.”
“아.”
길게 말할 게 없다.
어차피 한국대 법대생들은 일반인에게 넘사벽 괴물들이다.
“오빠, 그런데 우리 매니저님 어떻게 삶았어? 성격 까칠해서 웬만해서는 먹히지도 않는데?”
서련이는 품에서 떨어졌지만 옆에 딱 달라붙어 동료들에게 가드를 쳤다.
“그런 게 있다. 앞으로 뭐 먹고 싶거나 쉬고 싶으면 말해.”
“그 말투는 뭐야? 우리 회사 대주주라도 돼?”
주민이도 눈치가 빠른 것 같다.
FOB를 키워낸 KNB 엔터테인먼트 회사는 아직 신생이다.
이제 중박 하나 터트렸지만 그 바닥에서는 하루살이 신세다.
미리 떡밥을 던졌다.
조윤태 변호사님을 통해 30억쯤 쏴줄 테니까 주식 51프로를 내놓으라고 말이다.
30억이라는 말에 회사는 복종을 표시했다.
미래 천하의 SM도 이때 주가가 바닥을 기었다,
미국발 금융위기에 관한 이야기가 심상치 않게 돌아 곳곳에서 돈 경맥에 걸렸다.
30억이 적지 않은 자금이지만 서련이 보였던 마음에 비하면 얼마 안 됐다.
손해나는 투자도 아니다.
FOB가 앞으로 2집에서 대박을 낸다.
장기 투자라 생각했다.
그렇다고 내가 투자자라고 밝힐 생각은 없다.
뒤에서 지켜봐 주는 키다리 아저씨 역할이면 충분했다.
“우리 엄마가 돈 좀 있어.”
“피이, 엄마 돈이잖아.”
주민이 입술을 살포시 내밀었다.
아우 걸그룹이 왜 아재들의 마음을 훔쳤는지 제대로 맛봤다.
행동 하나하나가 그냥 남자를 들었다 놨다 했다.
멤버들 대충 관상을 보아하니 도화살과 홍염살이 몇 개씩 겹살로 껴있었다.
끼가 넘친다는 말은 사주나 관상학적으로 도화살이나 홍염살이 많다는 말이다.
개성적 매력이 치명적으로 발달하면 도화살이고, 주변에 남자들이 쉽게 달라붙는 경우는 홍염살 작용이 크다.
다들 평범한 관상은 아니다.
연예인이 되기 위해서는 최소 2개 이상의 도화나 홍염살을 품어야 한다.
전생에 살아온 끼가 현생에서도 발현이 되는 것이다.
그렇다고 험악하게 살 팔자는 아니다.
조선시대라면 기생이 될 팔자라 수군거렸겠지만 살을 잘 이용하면 연예인으로 대성할 수 있는 세상이다.
물론 이런 사주는 쉽게 가정을 꾸릴 수는 없다.
향기 넘치는 꽃에 온갖 나비와 벌들이 달려드는 건 당연한 이치다.
‘서련의 관상이 으뜸이구나!’
멤버들 중에 서련의 관상이 가장 훌륭했다.
도도한 카리스마는 도화살의 기를 받았음이 확실했다.
빼어난 콧날은 서련이 자존심이 강한 동시에 노력파라는 걸 의미했다.
좀 강했던 사주가 눈 앞트임 수술로 부드럽게 중화가 됐다.
인생이 꼬이는 이들에게 성형수술은 추천할 만했다.
고대로 아름다운 여인은 칭송받고 관심을 받아왔다.
매력적인 얼굴과 외모의 소유자가 평균 월급이 더 많다는 건 과학적으로 밝혀졌다.
“오늘은 매니저님에게 부탁해 스케줄 쫙 빼놨다. 그러니까 편히 쉬어.”
오빠처럼 편하게 애들을 대했다.
외모는 스무 살이지만 정신은 속일 수 없는 30대 아재다.
“오빠아아아! 고마워용! 쪽쪽쪽~.”
막내 아정이 손 키스를 날렸다.
“어디서 키스질이야! 멈춰!”
“언니 좋은 건 항상 나눠 써야 한다며?”
“내, 내가 언제!”
“마스크팩이랑 화장품 언니가 뺏어 쓰면서 그랬잖아. 좋은 건 나눠야 행복이 두 배가 된다고.”
“맞아! 서련 언니 조직의 우정은 나눠 쓰는 것부터 시작한다고 세뇌했잖아요!”
아이들이 서련을 집중 공격했다.
서련의 안색이 핼쑥해졌다.
자업자득의 결과로 보였지만 나설 수 없었다.
“그거랑 오빠랑 다르잖아!”
서련은 필사적이었다.
“뭐가 달라. 오빠 하나도 안 다르죠? 그쵸?”
선미가 윙크를 날리며 물었다.
올해 17살인데……, 뭐 이렇게 성숙한 거니?
너희 어머니 뭐 하셨던 분이신 거야!
그래 인간도 물건인데 좋은 건 ‘나눠 써야지’라고 마음으로는 답했다.
찌릿.
서련이 날 노려봤다.
이러니 절대 입 밖으로 낼 수 없다.
그냥 흐뭇하게 순간을 즐겼다.
“학교생활은 어때? 신입생 오티 같은 거 안 가봤어?”
주민이 상황을 정리하기 위해 대화에 나섰다.
리더는 그냥 나이로 딴 게 아니란 걸 보여줬다.
“이제 곧 갈 거야.”
“나도 가보고 싶다. 대학교 오티…….”
“한국대 법학과 오티는 뭔가 다르겠죠?”
애들은 대학교에 대한 환상이 많았다.
바쁜 시간에 걸그룹은 고등학교 졸업장도 겨우 받을 수밖에 없다.
갈수록 미성년자들이 아이돌이나 걸그룹이 되기 위해 더 많이 몰린다.
“보고 싶어?”
“네에에에에! 우리도 가보고 싶어요!”
아직 청순 리즈 시절이라 그런지 순수한 에너지가 가득하다.
그럼 친구와 오빠로서 힘 한 번 써볼 수밖에 없다.
머리에 뭔가가 확 그려졌다.
두 번째 대학교 오티다.
과거와 달리 술로 시작해서 술로 끝내고 싶지 않았다.
“잠시만 기다려봐.”
어린 나이에 성공해 보겠다고 꽃길 같아 보이는 가시밭길을 걷는 멤버들과 추억을 만들고 싶었다.
– 선배 우리 조 장기자랑 제가 혼자 준비해도 됩니까?
강아린 선배에게 문자를 보냈다.
– 정말? 혼자서 가능해?
바로 답장이 왔다.
– 아무도 간섭하지 않는다면요.
– 그래. 너만 믿을게. 애들 모이자니까 다들 쌩깐다. 에휴……, 마지막 학번도 벌써 선배들 길을 걷는다. 아웃사이더.
선배의 답변에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한국대 경영학과는 잘 뭉치기로 소문이 났다.
그들과 또 다른 승부.
결코 이 생에서는 누군가에게 패배하고 싶지 않았다.
설사 그게 학교 오티 장기자랑일지라도!
# 93
회귀의 전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