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gend of the Regression RAW novel - Chapter 99
98장. 과거 짝사랑이었다.
“차 과장님.”
“네, 도련님. 말씀하십시오.”
“걸그룹 FOB 알아요?”
안아 그룹 비서실 소속 차영태 과장은 갑작스런 회장 아들 전화에 긴장했다.
아직 철이 없어 사고를 많이 쳤다.
아들 사랑이 각별하고 남자는 마음대로 커야 대성한다는 회장의 뜻대로 전폭적인 지원을 받았다.
“신인 걸그룹 FOB 말입니까?”
“아시네요? 그럼 간단히 말하겠습니다. FOB 애들 준비시키세요. 특히, 서련이라고 부르는 애는 최대한 빨리 보고 싶네요.”
“아, 알겠습니다!”
“능력 한 번 보겠습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확실히 처리하겠습니다.”
“그럼 부탁해요.”
오동성은 리조트 방으로 돌아와 바로 잡일을 처리하는 비서팀 과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런 일을 하기 위해 육성된 자다.
아버지뿐만 아니라 형제들은 비서팀을 이용해 자신들의 욕망을 채웠다.
조폭까지 불러 일을 처리하기도 했다.
특히 다혈질인 그룹 회장 오승혁은 조폭들을 잘 애용했다.
노조 위원장까지 끌고 와 마음껏 두들겨 패고 돈으로 무마하는 게 전문이다.
오동성은 그런 아버지를 믿고 대한민국에서 무서운 게 없었다.
10대 재벌은 그런 위치다.
무소불위(無所不爲)!
하지 못할 게 아무것도 없었다.
단, 상류층 자제들끼리만 건들지 않으면 됐다.
그 이외 중산층이나 일반 시민 상대로는 돈이면 모든 게 가능했다.
“장태산……, 법학과 후배로 들어왔다 이거지? 흐흐흐흐.”
놈의 얼굴을 보고 오동성은 깜짝 놀랐다.
지난여름 대천에서 당했던 수모는 죽어도 잊지 못했다.
증인이 너무 많아 놈을 건들지 말라는 반대식의 충고만 아니었다면 그 자리에서 모래사장 파서 묻어 버렸을 것이다.
“겁도 없는 새끼……, 호랑이 아가리에 들어오다니…….”
오동성의 노란 눈동자가 반짝였다.
짜릿한 흥분이 밀려왔다.
“오늘 오기를 잘했어. 괜찮은 계집들을 둘이나 발견하고 그 개 같은 놈도 봤으니 말이야.”
오동성은 오늘 봤던 경영학과 신입생과 걸그룹 서련을 찍었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탐식의 열정이었다.
오동성은 여자를 먹는 음식으로 취급했다.
사랑 따위는 모르고 컸다.
경영학과 주인공 여자 신입생은 신선했고, 서련이는 관능적이었다.
서련이 춤을 출 때 오동성은 피가 끓었다.
바로 방에 불러 품고 싶어 미치는 줄 알았다.
“니 운도 여기까지다. 어쩌다 한국대 법학과라니……, 크크.”
학과에서도 오동성을 따르는 자들이 제법 있었다.
그들을 이용하면 괴롭히는 건 일도 아니다.
잘나도 기껏 해봐야 1학년 신입생일 뿐이다.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똑똑히 가르쳐 줄 생각이었다.
***
“마셔~ 태산아! 나 너한테 뿅 간 거 있지. 이 누나 어때? 난 너에게 마음이 활짝 열려 있어. 으히이이이.”
강아린 선배가 제대로 취했다.
장기자랑이 끝나고 법학과 10조가 대상을 먹었다.
부상으로 괜찮은 양주 10병을 하사받았다.
큼지막한 강당이 바로 술자리가 됐다.
곳곳에서 술판이 벌어졌다.
경영학과 애들까지 합쳐져 이건 상상 이상이 됐다.
소주와 맥주가 박스째 사방에 쌓였다.
2008년도에는 남아 있던 신입생 신고식도 펼쳐졌다.
사발주까지는 아니어도 선배들이 집중적으로 신입생들을 공략했다.
교수들은 적당히 마시라는 덕담을 남기고 자기들끼리 사라졌다.
10조도 한구석을 차지하고 부어라 마셔라 난리가 났다.
안주로는 예약한 치킨이 배달됐다.
과자 봉지와 종이컵들이 뒹굴었다.
술자리가 시작된 지 2시간밖에 안 됐는데 애들 몇몇은 꽐라가 됐다.
그리고 옆에 찰싹 붙은 아린 선배가 주정을 시작했다.
자기가 완전 마음에 들었다고 사귀자고 난리다.
3학년에 올라가는 위치라 부담이 없는 것 같다.
아린 선배가 철벽 수비를 마크하자 호감을 보이는 여학생들이 다가오지를 못했다.
다만 눈을 돌려 마주칠 때마다 볼이 붉어지거나 뜨겁게 날 봤다.
단박에 경영학과 법학과 양쪽의 인기인이 됐다.
별명도 오만둥이에서 핫캔디로 바뀌었다.
서련에게 내가 고백하던 순간 아린 선배는 자기가 고백받는 환상을 경험했다고 했다.
셀프 착각은 자유였다.
“태산아. 그 춤 언제 배웠어? 전문가에게 레슨받은 거지?”
10조 예비 모임에서 술자리를 가졌던 녀석이 물어왔다.
“혹시 아이돌 연습생 아냐?”
기다렸다는 듯이 안경 낀 유지연도 관심을 보였다.
일반인의 안무가 아니라는 걸 애들은 알았다.
“대단한 스승님께 배웠지. 아마 실력으로만 따지면 대한민국을 뛰어 넘어 탈 아시아급이시지.”
“와아아아아아. 역시!”
“누구셔? 이름만 들어도 아는 분이야?”
황진이 누나라고는 죽어도 말 못 했다.
시간 나면 놀러오라고 꼬시던 진이 누나.
그녀와 함께 미친 듯 추었던 추억의 48시간은 죽어서도 잊지 못할 것이다.
특히 정렬적인 남미 춤을 추면서 부비부비…….
코피 쏟았다.
“은둔의 고수셔.”
“아~.”
아쉬워하지 마라.
진이 누님 만나면 니들 뼈 다 삭는다.
“우리 태산이는 몸도 좋고~.”
아린 선배는 술에 취해 정신줄을 놓았다.
옆에 앉아 대놓고 팔과 다리를 조몰락거리며 만졌다.
이것도 따지고 보면 성추행이다.
하지만 난 그렇게 마음 좁은 놈은 아니니 참았다.
“태산아.”
그때 우리 조에 아는 여자가 찾아왔다.
“오!”
“누구야???”
애들이 동기들을 보며 물었다.
특히 남자 애들 눈빛이 장난 아니다.
은은한 화장으로 피부는 더 광택이 났다.
살짝 취한 취기에 볼은 분홍빛으로 물들었다.
특히 날씬한 다리가 드러난 짧은 치마는 남자들의 눈을 멀게 하는데 특효약이다.
“하아, 취한다. 1년 전에 나도 새내기였는데~.”
예린 선배가 내 옆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놀란 여자 동기가 비켰다.
“다들 반가워. 2학년 이예린이라고 해.”
“안녕하세요. 선배님!”
“최준식이라고 합니다!”
“선배 정말 예쁘세요. 배우 같아요!”
선배라는 말에 아이들은 스스럼없이 다가갔다.
이예린이 얼마나 무서운 여자라는 걸 애들은 몰랐다.
“아유 귀여워라. 후배님들 앞으로 잘 지내보자.”
“넵! 예린 선배님!”
“한 잔 받으십시오.”
예린 선배가 찾아온 목적도 모르고 남자 동기들이 술잔을 내밀었다.
“그래 후배가 주는 술 한 번 받아볼까.”
예린 선배는 종이컵을 들어 맥주를 받았다.
“한국대 법학과에 들어온 걸 다시 한 번 환영해~ 건배!”
“건배!!!”
애들은 신나서 잔을 비웠다.
“태산아 너도 한잔해.”
맥주를 비우고 그 컵을 내미는 예린 선배다.
날 보는 눈빛이 뜨거웠다.
“예린 선배, 태산이 아세요?”
“동네 후배야. 2년 전에 태산이가 나 막 쫓아다니고 그랬어.”
“네? 쪼, 쫓아다녀요?”
“그럼 혹시…….”
애들이 상상의 나래를 펼쳤다.
“내 과거 짝사랑이었다.”
깔끔하게 나서서 직접 정리했다.
“와아아아아아! 대박!”
“그럼 예린 선배 만나러 한국대에 입학한 거야? 짝사랑 찾아서?”
소설을 써라.
“예린 선배 예쁘잖아.”
“뭐야! 진짜로 마음 있는 거야?”
애들이 급 관심을 보이며 나와 예린 선배를 번갈아 봤다.
예린 선배도 뜨거워진 눈동자로 나를 봤다.
“지금은 아냐. 말했잖아. 짝사랑이었다고.”
“에이……, 뭐야.”
“그럼 지금은 안 좋아해?”
동기 여학생들이 더 집요하게 물었다.
과거나 현재나 남의 연애사는 그렇게 궁금한 이야깃거리였다.
예린 선배를 똑바로 응시했다.
아직도 뭔가 나에게 기대를 하는 눈빛이 안타까웠다.
“아니. 나 좋아하는 여자 있다.”
예린 선배를 보고 또박또박 말했다.
주변에 좋은 여자가 너무 많아서 탈이다.
“헐…….”
나의 폭탄선언에 애들 표정이 당혹함으로 물들었다.
그러게 뭐 하러 여기까지 와서 쪽을 사는지 모르겠다.
한 번 배신한 여자는 두 번도 배신한다는 말은 진리다.
예린 선배가 억지로 웃고 있지만 눈동자가 파르르 떨렸다.
멘탈 갑이다.
면접 때 찬바람 맞고도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내 의사는 그 날로 명확하게 표현됐다.
왜 나에게 저렇게 집착하는지 이유를 모르겠다.
평범한 한국대 법학과 학생일 뿐이다.
공부 잘하는 놈 천지에 미래가 보장된 놈들도 많았다.
예린 선배의 학벌과 미모라면 대기업 며느리 되는 것도 쉬운 일이다.
연예계에 진출해도 먹힐 타입이다.
다만 내 인생에서는 끝났다.
예린 선배의 미모는 주변에 있는 여자들에 비해 뛰어난 편은 아니다.
얼굴을 떠나 그 마음을 알아버려 용서가 안 됐다.
졸업식 때 나를 피하고 떠나주기를 원했던 그 모습은 머릿속에서 지워지지가 않았다.
다시 사는 인생에서 맛봤던 첫사랑의 인연은 끝났다.
“헤헤……, 그래. 태산이……, 넌 저 불여시에게 넘어가면 안 돼~. 예린이 저거 남자들을 아주 우습게 본다니까…….”
술에 취하니 대놓고 후배를 디스하는 강아린 선배였다.
반쯤 풀린 눈을 뜨고 손가락으로 정확히 예린을 가리켰다.
“아린 선배, 에이 제가 무슨 불여시예요. 꽃순이라고 별명도 지어주셨잖아요~.”
예린은 감정을 추스르고 활짝 웃으며 방어했다.
“꽃순이……, 가시 많은 장미 꽃순이.”
아린 선배 파이팅이다.
“너 우리 태산이 찍지 마! 내 친구 유리 짝이야. 넌 유리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야. 그치, 태산아?”
언제는 자기 거 하라고 난리더니 이제는 미대 친구에게 팔아버리는 선배였다.
“유, 유리 선배요?”
예린이가 당황한 모습을 보였다.
법대 남자들에게 미대 여신으로 통하는 유리 선배를 잘 아는 것 같았다.
“유리만 아니면……, 태산이는 내 건데~ 아웅~ 이것들이 하룻밤을…….”
“!!!”
하룻밤이라는 말에 다들 눈을 동그랗게 떴다.
예린 선배가 주먹을 강하게 움켜쥐며 날 봤다.
씨익 웃었다.
하룻밤을 자던 이틀 밤을 자던 결코 상관할 일이 아니다.
소문이야 금세 퍼지겠지만 나에게는 흠이 아니었다.
다만 유리 선배에게 불리한 상황은 분명했다.
친구를 그래서 잘 사귀어야 하는 거다.
“음냐…….”
아린 선배가 폭탄을 던지고 내 쪽으로 쓰러져버렸다.
순식간에 분위기가 얼어붙었다.
“태산아, 설마 그날?”
같이 술을 마셨던 동기들의 확인사살이 들어왔다.
“너무 취해서 집에서 재워드렸다. 우리 아버지 이름 걸고 아무 일 없었으니까 이상한 눈으로 보지 마.”
믿지 못하겠지만 진실을 말했다.
그래봐야 다들 사실로 믿는 눈치는 아니다.
지금 모두의 머릿속에 온갖 스토리와 그림이 스쳐 지나갈 거다.
깔끔히 무시했다.
“뭐 하냐. 잔에 술 떨어졌다.”
종이컵에 소주를 가득 부었다.
“잔 들고!”
소문은 소문이고, 술은 술이다.
회귀 후 처음 맞이하는 오티다.
여기서는 마음껏 술 마셔도 뭐라고 할 자가 없다.
“그래! 오늘 마음껏 먹고 죽자!”
“호호~ 그건 그래. 나 취하면 태산이 니가 책임질 거지?”
“뭐야~ 내가 먼저 취할 거야!”
알콜의 힘을 빌려 여자 동기들이 농담을 던지고 잔을 들었다.
“취해서 갈 곳 없으면 언제나 오케이.”
동기들이 원하는데 그 정도 소원 못 들어주겠는가.
그렇게 모두 잔에 술을 채워 들었다.
“08학번…….”
막 선창을 시작하려는 순간.
“저기요~.”
갑자기 한 여자가 ‘저기요’를 외치며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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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의 전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