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vel up with luck RAW novel - Chapter 223
224화
‘이게 그냥 유니크 보물 지도가 아니라, 사신의 유물이 적힌 지도였구나.’
레전더리 아이템으로 변해버린 지도를 본 언럭키는 횡재한 느낌이었다.
2등 당첨 복권인 줄 알았는데, 사실은 1등짜리였을 때의 기분이 이럴까?
유니크 아이템과 레전더리 아이템의 차이는 크다.
게다가 사신의 유물, 진한 보라색 등. 이 물건이 대박일거라고 가리키는 정보는 많았다.
[재미있는 지도를 가지고 있구나.]비칼렌 역시 지도의 가치를 알아보고는 놀라워했다.
그에게는 무지개 색 빛이 보이지 않지만, 올마스터로서 평생을 살아오고 유령까지 되다보니 보물을 판별하는 눈이 뛰어났다.
본능적으로 지도의 가치를 판별한 것이다.
동시에 어이가 없었다.
‘이 놈은 올마스터 중에서도 운이 좋군.’
비기로 시너지가 나쁘지 않은 직업 두 개를 고른 것에 더해, 저런 보물지도까지 보유하고 있다니.
저래놓고는 왜 자기가 운이 없니 뭐니 하는 헛소리는 한 건지 이해가 안 갔다.
* * *
“…….”
커다란 대장간 내부.
하얀 머리를 길게 늘어뜨린 미녀가 작업대 앞에 서서 고민에 빠져 있었다.
대장장이들이 이 곳에 왔으면 다들 경악을 했을 것이다.
망치, 모루, 정, 풀무. 기본적인 도구들부터 바닥에 널려있는 재료들까지. 모두 엄청나게 좋은 것들이었다.
레전더리 대장장이인 벨라가 레벨 200을 넘기는 동안 여러 도시들을 거쳐 오며 모은 재료들로 만든, 아공간 대장간이었다.
어디에 있던 자신만의 대장간으로 이동해 최고의 도구들로 작업할 수 있는 환경!
모든 대장장이들이 부러워할 만한 곳이었다.
다만 어울리지 않게 작업대 위에는 거대한 해골이 놓여 있었다.
-벨라님. 원래는 만나 뵙고 부탁드려야하지만 제가 지금 중요한 물건을 찾고 있어서 시간이 안 나네요. 한 가지 의뢰를 하고 싶습니다. 동봉된 물건을 수리해주실 수 있나요?
언럭키가 우편으로 수리해달라고 부탁한 물건이었다.
[해골 케로베로스의 두개골]-아이템 등급 : 유니크 등급 재료 아이템.
-많이 손상된 언데드 소환수의 두개골이다. 제대로 된 장인의 수리를 받으면 원래 등급으로 회복하고, 강력한 네크로맨서의 손에 들어간다면 다시 부활 할 수 있을 것이다.
원래라면 직접 벨라가 있는 도시를 찾아가서 부탁해야 했지만 사신의 유물에 정신이 팔려서 따로 연락을 했다.
‘날 그만큼 믿어주신다는 거지.’
벨라는 이런 언럭키의 모습에 오히려 더 기분이 좋았다.
유니크 아이템을 그냥 턱턱 보낼 수 있는 건 그만큼 서로 간에 신뢰가 쌓여있다는 뜻.
벨라는 그 신뢰를 깨기 싫었다. 지금까지 받은 게 많은 만큼 제대로 보답하고 싶었다.
그녀가 잘하는 건 제작과 수리였으니 이왕이면 그 쪽 분야로 말이다.
그리고 벨라의 눈에는 해골 케로베로스 두개골이란 재료의 가능성이 보였다.
유니크 제작 재료이지만, 장인이 어떻게 만지느냐에 따라 레전더리로 올라설 수도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바로 작업에 들어가지 않고 고민에 빠져있던 것이다.
어떤 식으로 수리에 들어가야 할까.
한참을 더 고민하던 벨라는, 이윽고 망치를 들었다.
-땅! 땅!
* * *
벨라에게 정성스런 부탁을 한 뒤, 언럭키는 움직일 준비를 했다.
[이제 가는가.]“예. 신세 많이 졌습니다.”
[아니까 다행이군. 나중에 꼭 보답해라.]“…….”
뻔뻔한 비칼렌의 태도에 언럭키는 어이가 없었다.
물론 기회가 된다면 보답을 할 생각이긴 했지만…
“비기는 제가 시험을 통과해서 얻어낸 것 아닌가요?”
[그렇지만 내가 시험을 내리지 않았으면 아예 못 얻었을 것 아니냐! 그러니 나에게 감사해야지.]“그냥 시험 한 번 더 치르겠습니다.”
[돼, 됐다. 칼 뽑지 마! 뽑지 말라고!]언럭키가 성검을 뽑아 들자 비칼렌이 기겁하며 손사래 쳤다.
괜히 툴툴거리다 본전도 못 찾았다.
“시간 되면 또 찾아오겠습니다.”
“이제 성불하십니까?”
[성불은 무슨! 어딜 함부로 보내려 하는 거냐. 세상에 볼 게 얼마나 많은데 좀 여행을 다닐 생각이다.]“아아.”
버럭 화를 낸 비칼렌은 언럭키와 함께 밖으로 나왔다.
떠나기 전, 그는 언럭키를 향해 히죽 웃어보였다.
[후배야.]“예.”
[너 내가 준 비전서의 정확한 이름이 뭔지 기억나느냐?]갑자기 그건 왜 물어보는 거지?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대답은 어렵지 않았다.
에픽 스킬북을 어떻게 까먹겠는가. 그걸 얻는 순간은 뇌에 완전히 때려 박혔다. 아마 수십 년이 지나도 똑똑히 기억날 것이다.
“물론 기억납니다. ‘비전서 : 올마스터의 비전(2)’ 아닙니까.”
[그래. 그럼 그 비전서 뒤에 적혀있던 숫자의 의미가 뭘까?]“?”
숫자 2.
설마…?
“…직업의 개수입니까?”
[그래. 비전(2)는 동시에 보유할 수 있는 직업의 개수가 2개인 비전서이다. 그리고 내가 알기로, 이 세상 어딘가에는 비전(3)도 존재한다.]“!!”
언럭키는 진심으로 깜짝 놀랐다.
두 개 직업을 동시에 보유한다는 것만으로도 사기 소리가 절로 튀어나오는데, 거기서 한 술 더 떠서 세 개라니.
그리고 그 뜻은 비전(4)나 비전(5)도 존재할 수 있다는 뜻 아닌가!
[후후. 표정만 봐도 무슨 생각을 하는지 다 보인다. 다만 쉽지는 않을 거다. 나 역시 평생을 그 비전을 찾기 위해 돌아다녔지만 결국 발견하지 못하고 죽었으니까.]언럭키의 놀람을 알아챈 비칼렌이 이죽거렸다.
[어쨌거나 행운을 빌지. 다음에 또 볼 수 있으면 보자꾸나 후배야.]그 말을 끝으로 비칼렌이 떠나갔다.
* * *
사신의 유물 지도가 가리키는 곳으로 향했다.
그리 어렵지는 않았다.
다만 거의 다 도착해서는 조금 헤맸는데, 지형이 늪지대였기 때문이다.
철퍽거리는 진흙이 발에 엉겨 붙고 독침을 날리는 벌레들이 날뛴다.
-위이이잉
지금도 마찬가지.
엄지손톱 절반만한 ‘맹독 날파리’가 날아들었다.
크기가 작다고 무시하면 안 된다.
독 데미지는 방심한 순간에 누적 적용되어 한 순간에 사망에 이르게 만드니 말이다.
그러나 주변 공간을 지배하는 검왕의 인지력은 맹독 날파리의 존재를 진작에 알아챘다.
언럭키의 팔이 움직인다 싶더니 어느새 검을 뽑아들어 맹독 날파리를 베었다.
맹독 날파리가 칼날을 향해 달려들어 자살한 것 같은 모습이 연출되었다.
신기에 다다른 검술!
그 상태로 몇 번 더 검을 휘두르자 주변에서 틈을 노리던 맹독 날파리들이 우수수 베여 떨어져 내렸다.
-띠링!
[적을 처치하셨습니다.] [소량의 경험치를……
“간에 기별도 안 가는군.”
사냥터로서는 그닥이었다.
경험치도 안 많고 베는 맛도 없었다.
유물만 챙겨서 빠져나가자.
-쿵! 쿵!
“크어어어-!”
그러다 거대한 코뿔소 같은 놈도 튀어나왔다.
[바이칸]-레벨 : 215.
거대한 코뿔소 형태의 몬스터, 바이칸.
이런 지형에서 지내는 놈답게 날카로운 코는 맹독성을 띄고 있다.
거기에 피부는 강철과 버금갈 정도로 단단했다.
가죽인데 강도는 강철급.
그렇기에 희귀한 방어구 재작 재료로 알려져 있다.
덩치에 걸맞게 단단하고 체력도 많은 놈이라 혼자서 마주친다면 무조건 도망가는 게 맞지만…
-서거거걱!
-띠링!
[적을 처치하셨습니다.] [소량의 경험치를 획득합니다.]오러 앞에서는 강철이나 나뭇가지나 상관없이 평등하다.
모두 한 칼에 베어지는 것이다.
이게 기사가 사기고 오러 스킬이 비싼 이유였다.
‘그래도 비싼 값을 톡톡히 한단 말이지.’
4억 주고 염화 오러를 샀지만 아깝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는다.
오히려 이 정도면 가성비 좋게 잘 산거 아닐까? 싶을 정도였다.
극빙 오러는 공짜로 얻은 거니 두 말 하면 입 아프고.
‘벨라님한테 더 잘해야겠다.’
역시 훌륭한 대장장이 인맥 하나 있어야한다.
어쨌거나 그런 식으로 덤벼드는 몬스터들을 툭툭 베어내면서, 언럭키는 지도가 가리키는 장소에 도착했다.
늪지대에서도 손꼽히게 거대한 나무 밑동에, 사람 한 명 쯤은 수월하게 들어갈 수 있는 구멍이 있었다.
그 구멍을 통과하자 지하의 넓은 공간으로 이어졌다.
밖과 달리 독도 없고 습하지도 않은, 서늘한 바람이 부는 석실이었다.
석실 가운데에는 글이 적혀있는 비석이 있었다.
비석의 첫 문장에는 그렇게 적혀있었다.
후배 암살자. 지금은 검왕과 사신을 동시에 보유하고 있긴 하지만 맞는 말이다.
-띠링!
함정과 미로가 잔뜩 깔린 길?
거기에 은신까지 막아 놨다?
고생길이 훤히 보였다.
‘음….’
잠시 고민하던 언럭키가 살짝 걸음을 내딛었다.
여기까지 와서 돌아갈 생각 따위는 전혀 없었다.
좋은 방법은 생각 안 나지만 일단 한 번 부딪혀보자.
석실 한 쪽에 통로가 있었는데, 일직선 통로 너머에 출구가 보였다.
출구라기보다는 또 다른 석실 같이 보였다.
‘이런 식으로 계속해서 통과해나가야 하는 모양이군.’
딱 한 걸음. 발을 내딛자 천장과 양 옆의 벽이 불쑥 움직이더니 수십 발의 화살비를 쏟아냈다.
-파파파팍!
찰나의 순간 언럭키의 시야는 화살촉 끝에 번들거리는 보랏빛을 확인했다. 맹독이 발려있다는 뜻이다.
성검과 빙혈용검을 뽑아 좌우로 거세게 내질렀다.
붉고 푸른 검기가 솟구치더니 채찍처럼 공간을 점했다.
화살은 물론이고 그 너머에 있는 함정 장치들까지 난장판으로 만들었다.
-서거거걱!
땅을 나뒹구는 화살을 뒤로한 채 조금 더 걸어갔다.
바닥의 돌이 들썩이더니 심지에 불이 붙여진 스크롤이 우후죽순 나타났다.
언럭키가 다시 쌍검을 빼들고 휘둘렀다.
순간적으로 검이 수백 개로 늘어난 것 같은 환영이 보이더니, 바닥의 스크롤들이 작동하기도 전에 모조리 반으로 베어버렸다.
“후우. 터졌으면 위험했겠어.”
까딱 잘못하다간 낭패를 볼 수 있겠다.
언럭키는 긴장을 늦추지 않은 채 통로를 나아갔다.
다행히 더 이상 다른 함정은 없었다.
통로를 나가자 처음의 석실과 똑같이 생긴 석실이 있었다.
비석이 존재하는 것도 마찬가지였다.
비석을 읽던 언럭키가 이제 이해했다는 듯 중얼거렸다.
“아. 그런 거였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