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vel up with luck RAW novel - Chapter 222
223화
“으음….”
백현은 거래소 페이지를 띄워놓고 꽤 오랜 시간 고민했다.
원하는 매물이 없어서는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
사고 싶은 게 정말 많았다.
필살기로 쓸 액티브 스킬도 좋고 기본 능력 자체를 발전시켜 줄 패시브도 좋다.
효과도 다양했다. 방어력 상승, 체력 증진, 타격 시 독이나 저주 확률 증가…
갖고 싶은 건 너무 많았다.
언제나 한정적인 건 돈이었다.
가장 괜찮은 걸로 골라야했다.
‘세훈 씨가 있었으면 같이 고민해 줬을 텐데.’
그게 좀 아쉽게 느껴졌다.
이용승이 있긴 했지만 그는 이런 쪽으로는 그리 뛰어나지 않았다.
-앞으로 쓸 스킬이요? 으음…. 그건 제가 대충 고르기에는 너무 어려워서요….
부담감 팍팍 느껴진다는 그 말에 더는 물어보지 못했다.
박세훈이라면 확실히 더 좋은 조언을 해줬을 텐데.
지금은 작업 중인지 연락을 받지 않았다.
‘결정은…그냥 나 혼자 내려야겠군.’
깔끔하게 조언 받는 건 포기했다.
비칼렌에게 금방 돌아오겠다고 하기도 했고, 비기가 앞에 있기에 시간도 오래 끌기 싫었다.
그리고 이미 마음속으로 정해 놓은 게 있었다.
한 번 더 확인을 받아볼까 하는 생각이었던 거였을 뿐.
[스킬북 : 고대 전설의 이도류.]-아이템 등급 : 레전더리.
-아이템 효과 : 검을 두 자루 들었을 때 각 무기의 공격력이 10% 증가하고 화염 피해와 냉기 피해가 20% 증가한다.
고대 전설의 이도류.
무기 공격력 증가와 화염, 냉기 피해 증가 옵션이 붙어있는 패시브 스킬이었다.
무기 공격력 증폭 관련 옵션은 가장 중요한 코어 스킬 중 하나이기에 어지간해서는 레전더리로 분류된다.
그럼에도 가격은 나름 저렴한(?) 2억 3천만 원.
레전더리 아이템치고 그리 비싸지 않은 금액이었다.
‘이게 이도류 스킬이 아니었다면 가격이 10배는 뛰었을 거야.’
이도류는 익힌 사람이 드물다.
따로 이도류 계열의 마스터리를 사야하고, 숙련도를 높여줘야 했다.
게다가 레벨 구간별로 무기 교체할 때도 돈이 두 배로 든다.
여러모로 진입 장벽이 높은 것이다.
다행히 검왕 직업에는 모든 검 계열 마스터리가 포함되어 있기에, 오히려 좋았다.
‘돈이 꽤 남았군.’
던전 재벌 코드멧에게 받은 5억을 다 쓸 생각도 하고 있었는데 절반 이상이나 남았다.
‘너무 긍정적인가?’
피식 하고 웃음이 나왔다.
물을 절반 마셔놓고 컵에 물이 반이나 남았네? 하는 것과 비슷한 마인드 아닌가.
긍정적이어서 좋긴 하다만, 이런 큰 금액을 써놓고 이딴 생각이나 하는 스스로가 참 대단하게 느껴졌다.
확실히 소인배이던 예전에 비해 통이 커졌다.
스킬을 구매한 백현은 다시 월드 사가로 접속했다.
이번에는 비칼렌과의 전투가 다를 것이다.
* * *
[마, 말도 안 돼. 어떻게 이렇게 빠른 시간에 강해진 거지?]한 쪽 무릎을 꿇은 비칼렌이 허망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그 앞에는 쌍검을 든 언럭키가 서있었다.
그의 상태도 영 좋지는 않았다.
여기저기 상처입고 피가 흘렀으며, HP도 바닥을 보였다.
그럼에도 승자는 언럭키였다.
다만 그 역시 속으로는 잔뜩 놀라있었다.
‘레전더리 스킬을 추가했는데도 아슬아슬했어.’
검사와 사제 계열의 레전더리 직업을 동시에 쓰는 비칼렌은 엄청나게 강했다.
쉴새없이 검을 휘두르면서 상처 입을 때마다 본인도 회복하는데, 이건 무슨 괴물인가 싶었다.
지금껏 상대했던 그 어떤 보스 몬스터보다도 까다로웠다.
그래도 이기긴 이겼다.
고대 전설의 이도류는 패시브 스킬인지라 현재 스펙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
공격력 350짜리의 에픽 아이템, 강화된 성검.
공격력 260의 레전더리 최상급, 빙혈용검.
이 두 개의 아이템들이 각각 공격력이 10%씩 늘어났고, 오러의 피해량 역시 증가되었다.
10%라고 해도 기본 공격력이 워낙 높기에, 비칼렌의 힐을 뚫고 데미지를 더 넣을만한 공격력이 완성되었다.
[도대체 무슨 방법을 쓴 건지는 몰랐지만…그래. 네가 이겼다.]한숨을 쉬던 비칼렌이 손을 건넸다.
그의 손바닥 위로 연기가 뭉치더니 책 한권을 만들어냈다.
그 책에서는 눈부셔서 직시하기 힘들만큼의 강력한 백색의 빛이 뿜어져 나왔다.
분명 전에 한 번 봤었던 빛.
[받아라.]‘에픽 등급…!’
에픽 등급을 뜻하는 물건이었다.
스킬북처럼 생긴 그걸 조심스럽게 받아들자 정보창이 나타났다.
[비전서 : 올마스터의 비전(2)]-스킬 등급 : 에픽.
-스킬 효과 : 올마스터의 직업 중 랜덤으로 두 개를 동시에 보유할 수 있다.
예상했던 대로, 직업을 동시에 가질 수 있는 스킬북이었다.
올마스터의 사기적인 성능을 알았기에, 에픽이라는 등급이 너무나 잘 이해가 됐다.
‘근데 랜덤으로 두 개를 보유한다고?’
언럭키가 비칼렌을 쳐다봤다.
말을 꺼내지 않았음에도 비칼렌은 왜 쳐다보는지 이해했다는 듯 씩 웃었다.
[내 비전은 원래 그래. 랜덤으로 동시에 보유할 수 있는 직업이 결정된다. 자신의 행운을 시험하는 거지.]“…제가 되게 약한 종목입니다. 운으로 뭐 하는 거.”
[넌 농담에 소질이 없구나.]비칼렌이 정색했다.
올마스터가 운이 없다니. 그게 말이 되는 소리인가.
모든 직업들 중 단연코 최고라고 할 수 있는데, 이걸 얻으려면 전생에 우주를 구한 영웅쯤은 되어야 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였다.
역대 올마스터들도 다들 운이 좋기로 소문났었고.
“진짜에요. 얼마나 운이 없었으면 제 이름도 ‘언럭키’이겠습니까.”
[…어디가서 그런 얘기 하지 마라. 나니까 들어주지 다른 사람이었으면 칼부터 뽑았을 거다.]비칼렌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역시 저 후배는 특이하다.
실력은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한데…
‘후. 그래. 해보자 한 번.’
언럭키는 마음을 가다듬고 비전서를 사용했다.
에픽 등급의 스킬북이 가루가 되어 사라지더니 언럭키에게 흡수되었다.
동시에 연기로 만들어진 돌림판이 생성되더니 눈앞에서 빙글빙글 돌아가기 시작했다.
돌림판에는 자신의 직업들이 적혀있었다.
랜덤으로 선택된다는 게 이런 거였나 보다.
사람 피 말리게 하는 스타일이었다.
잠시 후, 돌림판이 멈췄다.
-띠링!
[검사 – 검왕]“예쓰! 예에에쓰!!”
옆에 비칼렌이 있다는 것도 잊고 환호성을 내질렀다.
동시 보유 직업 중 하나가 검왕으로 정해졌다.
그것만으로도 비전서는 제 역할을 다 했다.
지금 검왕이 가장 강한 직업이기에 다른 걸로 바꾸기가 아쉬웠던 거였는데, 일단 검왕이 정해졌다.
이제 두 번째 직업이 뭐가 정해지던 뽕은 다 뽑았다.
‘그래도 이왕이면 검왕이랑 가장 궁합이 좋은 게 좋겠지.’
그렇게 따져보면 성왕이나 신궁이다.
강력한 탱키함과 회복 능력을 갖춘 성왕은, 비칼렌에게서도 봤듯이 바퀴벌레를 능가한다.
검왕의 공격력에 성왕의 방어력과 회복력이 합쳐지면, 무적이라고 봐도 될 만한 효율이 나올 터.
신궁도 나쁘지 않다.
검왕의 단점은 원거리 공격이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신궁과 결합하면 멀리서는 활 쏘고 가까이서는 칼질하는, 전천후 만능이 될 수 있다.
“흐흐흐.”
[쯧. 재미없구나. 기분 나쁘게 웃지 마라 후배야.]비칼렌이 언럭키를 보며 핀잔을 줬다.
여기서 안 좋은 결과를 맞이한 후배를 보는 재미도 나름 쏠쏠했을 건데, 저렇게 좋아하는 보니 괜시리 기분이 나빴다.
그런 비칼렌을 보며 언럭키는 어이가 없었다.
‘역시 심보가 못돼서 신들한테 저주를 받은 거였군.’
괜히 어울려주지 말자는 생각에 언럭키는 돌림판에 집중했다.
검왕이 정해진 후에, 돌림판은 다시 돌아가고 있었다.
‘잠깐만. 근데 네크로 엠페러가 걸리면 성검을 같이 쓸 수 있나?’
신의 축복까지 받은 성검이라 사용 조건이 굉장히 까다롭다.
반대로 네크로 엠페러는 어둠의 힘을 쓰는 직업.
어쩌면…정말 운이 없다면 두 직업을 동시에 보유하고 있다면 성검을 못 쓰는 상황이 올지도 모른다.
문득 떠오른 생각에 언럭키의 얼굴에서 핏기가 가셨다.
“네크로 엠페러는 안돼! 제발!!”
[음? 네크로 엠페러? 아. 후배야. 너 대마법사 직종으로 네크로맨서를 골랐었나보구나?]비칼렌은 같은 직업답게 순식간에 언럭키의 상황을 유추해냈다.
성검을 본 그가 피식 웃었다.
[후후후. 불길한 추측을 하나본데, 아마 네 추측이 맞을 거다. 아무리 두 직업의 힘을 동시에 쓸 수 있다고 해도, 어둠 속성의 힘을 쓰면서 성검까지 다루는 건 무리지. 신이 허락하지 않을 거다. 쪼잔하거든.]“아 좀 조용히 좀 하세요.”
[조언을 해주면 고맙다고는 하지 못할망정. 후후후후. 그래도 난 마음이 너그러우니 입 다물어주마.]언럭키가 뭐라고 했음에도 비칼렌은 재미있다는 듯 웃었다.
더 비웃는 듯한 표정은 덤이었다.
또르르 돌림판이 굴러가다가 서서히 멈췄다.
긴장되는 순간이었다.
언럭키는 모든 신경을 돌림판에 집중했다.
느려지는 속도로 계산해봤을 때…
‘안 돼. 네크로 엠페러는 피하자. 그건 아니다 진짜.’
네크로 엠페러의 영역에 걸릴 확률이 높았다.
언럭키는 부디 지금만큼은 행운이 따라주길 기대했다.
그리고 놀랍게도.
-띠링!
[암살자 – 사신]미세한 차이로 눈금이 지나가, 사신이 당첨되었다.
“피했다!”
[이런. 정말 재미없구나.]한 쪽에서는 환호, 한 쪽에서는 혀 차는 소리가 터져나왔다.
언럭키는 슬쩍 비칼렌을 노려보고는 머리를 굴렸다.
‘검왕과 사신의 조합이라. 이건 어떻게 굴릴지 생각 안 해봤는데.’
이제부터라도 생각 해야 한다.
가장 좋은 활용법.
사실 할 수 있는 건 굉장히 많다.
사신의 능력으로 은신, 잠입 후에 암살에 실패해도 거기서 정면으로 싸우면 되니까.
결코 다른 직업에 밀리지 않을 터였다.
-띠링!
[올마스터의 비기(2)가 적용됩니다.] [지금부터 검왕이나 사신 직업을 선택하면 두 직업의 효과를 동시에 적용 받습니다.] [현재 직업 : 검왕, 사신.] [직업 특수 효과가 존재합니다.] [사신(레전더리) 보너스가 발동됩니다.] [단검과 투척 종류의 무기 사용시 공격력 190% 상승.] [단검을 활용한 스킬들의 효과 140% 상승.] [투척 계열 스킬들의 효과 165% 상승.] [치명적인 일격을 가했을 때 데미지 250% 상승.] [은신 중에 신체 보정 작동.] [단검을 사용할 때 신체 보정 작동.] [기본 스킬로 ‘단검술 마스터리’ 가 주어집니다.] [기본 스킬로 ‘은신술 마스터리’ 가 주어집니다.] [기본 스킬로 ‘민첩한 몸놀림’ 이 주어집니다.] [기본 스킬로 ‘은신 간파(MAX)’ 가 주어집니다.].
.
.
사신 직업 효과까지 적용되었다.
터져 나오는 메시지에 언럭키는 입가에 웃음을 멈추기 힘들었다.
비칼렌이 슬쩍 다가왔다.
“한 판 더 붙을까요?”
[…너무 폭력적인 것 아니냐.]얻을 것도 다 얻었겠다, 이젠 거리낄 게 사라진 언럭키가 슬쩍 검을 치켜들자 비칼렌은 눈을 피했다.
검왕만 쓰던 때도 졌는데, 지금은 오죽 하겠는가.
“그럼 좀 조용히 해주세요. 제가 시끄러운 걸 싫어해서요.”
[…알겠다. 그런데 너 그건 뭐냐?]“네?”
[품에서 빛이 나는데?]비칼렌이 가리킨 곳은 주머니 쪽이었다.
인벤토리가 자동으로 열리더니 낡은 종이 한 장이 튀어나왔다.
‘지도?’
그건 지도였다.
[알 수 없는 지도]-아이템 등급 : 유니크.
-아이템 효과 : 알 수 없는 보물이 묻혀있는 지도이다. 자격을 갖춘 자 앞에서 지도는 그 자세한 목적지를 표시한다.
전에 해골 케로베로스를 다루던 악신의 주교를 처치하고 얻은 유니크 아이템.
잠잠해서 무언가 발동 조건이 있어야 할거라고 예상하고 있던 그 지도가, 지금 진한 보라색 빛을 뿜어내고 있었다.
동시에 지도의 글씨가 변하기 시작했다.
[사신의 유적 지도]-아이템 등급 : 레전더리.
-아이템 효과 : 과거 사신이라 불렸던 전설적인 암살자의 물건이 묻혀있는 장소를 가리키는 지도이다. 사신 본인이 아니라면 지도를 읽을 수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