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vel up with luck RAW novel - Chapter 239
240화
함정 형태의 던전은 언럭키가 가장 쉽다고 느끼는 타입이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행운의 무지개 능력으로 어디에서 어느 정도 위력의 함정이 나타날지가 다 보이는데. 당연하지.
‘음. 저건 좀 맞아도 되겠군.’
노란색 빛이 뿜어져 나오는 함정은 일부러 맞아주는 센스를 보였다.
사신 시절도 아니고, 네크로 엠페러가 모든 함정을 미리 알아채고 부수는 건 이상하다.
혼자 있는 거라면 모를까 지금은 라이브 방송 중이기까지 하니.
그렇기에 적당히 맞아줄만 한 것들은 몸으로 때웠다.
어차피 해골 병사들이다.
부상 좀 당한다고 해도 치유하면 그만.
다만 그 모습도 시청자들에게는 경악할만하게 느껴졌다.
극소수이지만 그런 재능을 타고난 사람들이 있다.
FPS 게임만 하더라도 일반인은 제대로 보이지도 않는 모니터 너머의 아주 작은 적을 순식간에 포착해서 처치하는 자들이 있지 않나.
시청자들은 언럭키의 함정 돌파도 그런 것처럼 여겼다.
그런 시청자들의 반응과는 반대로, 칼리스먼은 할 말을 잃었다.
‘이렇게 쉽게 갈 만한 곳이 절대 아닌데….’
솔직히 말해서 하고 싶은 말은 잔뜩이었다.
자신이 괜히 초입부에서 목숨만 건져 도망쳤겠는가.
너무나 위험한 장소였다.
그러나 입 다물라는 벨라의 경고가 귓가에 맴돌아 조용히 쳐다보기만 했다.
그 두꺼운 방패로 한 대 더 맞았다간 진짜로 머리통이 몸통 안으로 들어갈 것만 같았으니까.
다만, 언럭키는 던전을 계속 나아갔지만, 속내는 불편했다.
‘왜 나오라는 몬스터는 안 나오고 함정만 나와.’
기껏 최초 발견 보너스를 얻으면 무엇 하는가.
이런 식이면 경험치를 얻을 수가 없는데.
그런 언럭키의 불만을 알았는지 함정 구간을 지나가다 보니 처음으로 몬스터가 나왔다.
-캬아아아!
고막이 찢어지는 듯한 비명과 함께 희끄무레한 유령이 나타난 것이다.
2.5m는 될법한 유령은 팔이 6개에 다리가 4개인 여인의 형태였다.
“땅의 마녀! 마녀가 서식하는 곳이었나!”
칼리스먼의 비명과도 같은 외침이 퍼졌다.
[땅의 마녀]-레벨 : 268.
무려 레벨 268의, 언럭키와 비교했을 때 40이 넘게 차이 나는 몬스터였다.
일반몹이라지만, 레벨 차이가 이만큼이나 나면 예전에는 뒤도 안 보고 도망쳤을 것이다.
그만큼 레벨이 깡패라는 말이 통하던 시절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지.’
아이템, 스킬, 업적과 기타 스펙 상승.
랭커가 된 순간부터는 어느 정도의 레벨 차이도 극복할 수 있다.
심지어 언럭키같이 강력한 직업을 가진 자는 더더욱.
“날 풀어다오. 내가 놈을 처리해주겠다.”
“?”
칼리스먼이 당당하게 소리치자 언럭키는 그게 뭔 소리냐는 듯 놈을 쳐다봤다.
“네가?”
“무시하지 마라. 내 낫은 영혼 수확의 낫이라는 특별한 물건이다. 지옥의 장인이 만들었지. 영혼 형태의 적들에겐 무려 2배의 공격력을 자랑한단 말이다!”
칼리스먼은 자신만만했다.
‘여기서 내 힘을 보여주면 대우도 달라지겠지.’
미치광이 괴물 네크로맨서. 놈이 강한 건 알겠다.
하지만 뼈 소환수들이 영혼 형태의 몬스터를 상대로 잘 싸우기는 어려울 것이다.
반면에 자신은 상성상 땅의 마녀를 압도할 자신이 있었다.
‘어차피 당분간 붙잡혀 있어야 할 텐데. 좀 더 편하게 다닐 수 있는 기회야.’
실력 차이를 보면 당장 탈출할 수는 없다.
그럴 바엔 지금처럼 포로가 되어 끌려다니는 것보다는 조금 더 자유를 얻고 싶었다.
그러다 보면 나중에 기회가 올 수도 있겠지!
“…….”
언럭키는 칼리스먼을 빤히 바라봤다.
왜 저러나 싶던 칼리스먼이 움찔해서 낫을 뒤로 숨겼다.
“내, 내 낫을 빼앗으려고?”
“아니…”
“욕심부리지 마라! 이건 내게 각인이 되어있어서 어차피 넌 쓰지도 못 해.”
“안 가져가. 이 자식아.”
언럭키가 혀를 찼다.
‘줘도 안 쓸만한 똥템이구만 무슨.’
항상 공격력 2배라면 눈 돌아가서 가져갔겠지만, 영혼 형태의 적에게만이라니.
그런 적을 평소에 얼마나 만나겠는가.
특별한 사냥터에 갔을 때만 가끔 쓸만한 물건이었다.
“일단 기다려봐. 내가 먼저 상대해보고.”
어지간하면 넘겨줄 생각은 없었다.
저만한 경험치 덩어리를 미쳤다고 넘기겠는가?
정말로 상대하기 힘들 때나 도움을 요청할 생각이었다.
‘아니. 힘들더라도 악으로 깡으로 처리해야지.’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언럭키가 한 손을 들었다.
해골 군대가 일사불란하게 전투 준비를 했다.
그때 언럭키와 땅의 마녀의 시선이 마주쳤다.
-캬아아… 캬악!?
“?”
갑자기 땅의 마녀가 벌벌 떠는 것 같더니 서서히 뒤로 물러나는 것 같았다.
‘…기만전술인가?’
언럭키는 조금 더 긴장감을 끌어올렸다.
지옥 전갈이 그랬던 것처럼 함정을 파고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뒤에서 그 장면을 지켜보고 있던 칼리스먼은 두 눈을 화들짝 떴다.
‘땅의 마녀가 겁을 먹다니?’
그가 땅의 마녀를 상대해 본 경험은 두 자릿수가 넘어간다.
당연히 놈들의 습성을 알고 있었는데, 저건 확실히 겁먹은 거였다.
강하고 포악한 언데드 유령이 겁을 집어먹다니.
‘지옥의 군주급이거나 자신을 탄생시킨 주인이 아니면 절대 저런 반응을 보일 리가 없는데…’
그러다가 문득 깨달았다.
‘네크로맨서의 지배력. 자신의 언데드를 컨트롤 하는 그 능력이 소속 언데드가 아닌 땅의 마녀에게까지 영향을 끼친 거다!’
놀라운 일이다.
도대체 네크로맨서로서의 능력이 어느 정도이기에 저렇게까지 할 수 있단 말인가?
그때 언럭키가 슬쩍 물었다.
“이봐. 저건 무슨 함정이지? 잠깐 고민을 해봤는데도 모르겠군. 무슨 능력을 쓰려고 저렇게 뒤로 물러나 몸을 잔뜩 수그리고 있는 건지….”
“…그냥 공격하면 될 것 같다.”
* * *
-띠링!
[레벨업!]언럭키의 몸을 밝은 빛이 스치고 지나갔다.
아직 경험치 칸이 꽤 남아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땅의 마녀 한 마리를 잡자 그대로 레벨업을 해버렸다.
칼리스먼의 말대로 그냥 공격해 봤는데 놈은 제대로 된 반응도 못 하고 떨다가 죽어버렸다.
‘생김새나 등장했을 때의 모습만 보면 정말 강해 보였는데. 지옥의 몬스터들은 종잡을 수가 없군.’
어쨌거나 그때부터 꽤 쉬운 사냥이 반복되었다.
함정 구간이 끝난 후부터는 땅의 마녀와 그 하수인들이 계속 등장했는데, 처음에 사납게 나타났지만 계속 맥없이 무너졌던 것이다.
던전 보너스로 경험치는 굉장히 쏠쏠해서 가는 길에 두 번이나 레벨업을 할 수 있었다.
“던전 진짜 좋네요.”
언럭키가 입가에 방실방실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벨라와 아세린도 비슷한 웃음이 걸려있었다.
쉽고 보상 좋은 던전. 유저 입장에서는 이만한 곳이 어디 있겠는가.
“앞으로도 하루에 하나씩 던전 좀 발견되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럼 진짜 미친 듯이 빠르게 성장할 자신 있는데.”
하이 랭커가 대수냐.
그러다 보면 진짜 탑급에 있는 유저들과도 견줄 만큼 성장할지도 모른다.
그만큼 지역과 던전을 독식한다는 건 엄청난 일이었다.
월드 사가의 유저 숫자는 15억을 돌파했다.
전 세계 동시 접속자 수도 억대였다.
역사상 어느 기업을 놓고 보더라도 이만한 사람들을 모으지는 못했을 것이다.
심지어 그건 현재 진행형으로 성장 중이었다. 매우 폭발적으로.
‘사실 밖에 나와서 돈 벌면 이 회사 주식을 꼭 한 주라도 사고 싶었는데.’
다만 처음부터 월드 사가는 자신들의 성공을 자신했는지, 소수의 주주들이 주식을 독점하고 있는 비상장 회사였다.
전 세계 시가 총액 1위.
심지어 2~10위를 합쳐도 근소하게나마 앞서는 초거대 공룡 기업이 비상장 회사라니.
유명 펀드 매니저나 투자자들이 월드 사가 주식을 한 주라도 사기 위해 온갖 노력을 다했다는 건 이미 유명한 이야기였다.
박세훈도 툭 하면 하는 말이 ‘내가 말이야. 몇 년 전부터 월드 사가 주식 구하려고 발품을 열심히 팔았었는데. 그때 만약 구했으면 지금 여기 있지는 않았어!’ 등과 같은 것들이었다.
어쨌거나, 그런 상황이었기에 월드 사가는 외부의 입김에 흔들리지 않았다.
아주 미세하게 수정을 하는 건 있어도, 유저들의 불만 거의 대부분은 씹었다.
자신들의 뜻대로 운영하겠다는 의지였다.
실제로 그 결과 게임은 나날이 성장하고 있었고.
그렇게 반복 사냥하며 나아가던 언럭키 일행은 어느 방 앞에서 멈췄다.
언럭키가 말했다.
“제 유저로서의 촉이 말하는데…이 안에 분명 뭔가 큰 게 있을 것 같습니다.”
던전에는 이렇게 중간 중간 보상이 있는 방이 있기도 하다.
그렇기에 많은 스트리머가 이런 곳 앞에서 대박을 외치며 들어가곤 했다.
물론 언럭키는 살짝 달랐다.
-파앗!
‘보라색 빛은 꽤 오랜만이네.’
진한 보랏빛이 방의 입구에서부터 흘러나오고 있었던 것이다.
안에 확정적으로 대박이 있음을 이미 깨달았다.
“다들 농담들이 심하시군요. 하하. 그럼 들어가 보겠습니다.”
시청자들의 반응을 웃음 몇 번으로 때운 채, 언럭키가 문을 열고 방으로 들어갔다.
-끼익
먼지가 풀풀 흘리는 방 내부는 텅 비어 있었다.
오직 하나. 한쪽 벽면에 낡은 테이블이 있었는데 그 위에 까맣고 커다란 무언가가 올려져 있었다.
금속처럼 보이는 그것은 거의 언럭키의 키와 비슷할 만큼 컸다.
얼핏 보기엔 얇은 판때기처럼 보였다.
“어…”
언럭키의 입에서 당황한 듯한 소리가 나왔다.
기대했던 아이템이나 스킬북이 있는 게 아니고, 무슨 금속 쪼가리 같은 게 있지 않던가.
재료 아이템인가 싶었는데 아예 정보가 안 떴다.
“벨라님. 이게 뭔지 아세요?”
“한 번…봐볼게요.”
벨라 역시 호기심이 동했는지 집중해서 금속 판때기를 툭툭 쳐댔다.
그러나 언럭키는 시청자들의 반응에 동의할 수 없었다.
보라색 빛이 나왔던걸. 분명 봤지 않았나.
이건 분명 엄청난 값어치를 가지고 있어야 했다.
“음?”
그때 뒤에 있던 칼리스만이 흠칫 놀라 중얼거렸다.
“이건… 악룡의 비늘?”
“뭐?”
언럭키가 놈을 쳐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