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veling with the Gods RAW novel - Chapter 135
* * *
탑의 66층.
새하얀 구름이 땅 대신 바닥에 깔려 있고, 하늘에는 밤이 없는 세계.
그리고 그 아래.
성을 방불케 할 만큼 거대한 신전이 세워져 있었다.
새하얀 벽과 천장.
아름다운 노랫소리가 끊이지 않고 이어지는 곳.
쿵, 쿵-.
그곳에 묵직한 발소리가 울렸다.
“어?”
“바다의 권좌시여, 여기는…….”
몇몇 랭커들이 나서서 갑작스럽게 찾아온 손님의 앞을 막아섰다.
푸른 머리카락을 찰랑거리는 2미터의 장신.
그의 한 걸음마다 신전의 천장이 흔들린다. 십여 명의 랭커들이 앞을 가로막자, 남자의 걸음이 잠시 멈췄다.
“계속 막고 있을 테냐?”
바다를 닮은 눈빛이 랭커들의 몸을 훑었다.
묵직한 압력이 몸에 전해졌다. 금방이라도 폐부가 찌그러질 것 같은 느낌에 그들은 무기를 쥔 손에 힘을 주고, 마력을 끌어올렸다.
다른 곳이라면 모르겠지만…….
이 안쪽으로 그를 들일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푸른 머리의 장신.
바다의 권좌이자 올림포스의 삼신 중 한 명.
포세이돈의 눈이 호선을 그렸다.
“대답은 들은 걸로 하지.”
“컥…….”
“쿨럭……!”
몇몇 랭커들의 입에서 피가 토해져 나왔다.
폐부가 찌그러지고, 몸이 짓눌리는 감각.
그와 동시에 신전에는 수분이 넘쳐 나며 대기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 순간.
-들여보내라.
천장 아래로 목소리가 들려왔다.
“커헉!”
“허억, 헉…….”
공기 중을 가득 메우고 있던 마력이 사라지고, 폐부를 짓누르던 힘이 풀려났다.
살았다는 생각과 고통에서 벗어난 안정감에 랭커들이 바닥에 주저앉았다.
“다음번에도 또 내 앞을 가로막거든 경고로 끝나지 않을 거다.”
포세이돈은 그들을 바라보다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신전의 가장 깊은 안쪽.
그 안으로, 천장이 뻥 뚫려 하늘이 올려다보이는 공간이 나타났다.
“오셨습니까.”
“이젠 마중도 안 나오는구나.”
황금색의 머리를 묶어 올리고, 하얀 천으로 몸을 가린 남자.
그는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눈이 멀어 버릴 것처럼 스스로 눈부신 빛을 뿜어냈다. 잘생긴 걸 넘어 아름다고 느껴질 만큼 잘 조각된 얼굴은 탑 전체에 알려질 만큼 유명했다.
제우스.
스스로 올림포스의 왕이자, 탑의 지배자를 자처하는 자.
그가 포세이돈을 향해 미소를 지었다.
“그래서 길을 열어 드리지 않았습니까.”
“네가 열어 주지 않았어도 뚫고 들어왔을 거다.”
“그러셨겠지요.”
제우스는 물이 고여 있는 연못에 발을 담갔다.
포세이돈은 그를 향해 성큼 다가갔다.
“오래 말 섞고 싶은 생각은 없으니 본론만 말하마. 지금 브리튼에…….”
“랜슬롯이 위험하다고 말씀하시려는 겁니까?”
역시 알고 있었나.
미간을 찌푸린 포세이돈이 고개를 끄덕였다.
랜슬롯.
그는 올림포스에서 오랫동안 공을 들인 랭커였다. 랜슬롯 정도 수준의 하이랭커라면 올림포스에 얼마든지 있었지만 원탁에서 가지는 그의 입지는 평범한 하이랭커와는 달랐다.
다른 무엇보다, 랜슬롯을 통해 앞으로 계획된 것들을 생각해 보면 그는 지금 노출되어선 안 될 존재였다.
“어떻게 할 생각이냐?”
미리 알고 있었다면 분명 생각해 둔 게 있을 터.
포세이돈이 제우스를 찾아온 것도 바로 그런 이유였다.
제우스는 그런 존재였다.
무서울 만큼 강하지만 무작정 힘에 의지하지 않는다. 늘 몇 수 앞을 내다보고 몇 가지 보험을 들고 계획을 수립한다.
올림포스가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도 바로 그런 이유였다.
“더 큰 싸움을 피하기 위해선…….”
고민은 잠시.
제우스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작은 손해를 감수하는 수밖에 없지요.”
“작은 손해?”
“브리튼은 처음부터 우리와 관계가 없던 겁니다.”
연못을 내려다보는 제우스의 눈에 황금빛의 전류가 흘렀다.
“그걸 위해선.”
파지지지-.
“다 지워 버리는 편이 가장 좋습니다.”
그의 손안에 생겨나는 전류의 창.
파싯, 파파팟-.
함께 연못을 내려다보던 포세이돈의 미간이 구겨졌다.
피부가 따끔거린다.
아직 제대로 모습을 드러낸 것도 아니건만, 하늘이 흔들리기 시작한다.
‘벼락.’
제우스를 상징하는 아이템.
또한, 그를 올림포스의 왕으로 만들어 준 물건.
그것을 보자 다시금 배가 아파 왔다.
바다의 돌을 얻었다면 자신에게도 저런 아이템이 있었을 텐데.
“캐멀롯을 지도에서 지운다라…….”
깔끔한 방법이기는 했다.
다만, 문제가 있었다.
“관리자가 그냥 두고 보지는 않을 텐데?”
“이미 그와는 이야기는 끝났습니다.”
제우스는 관리자와 직접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몇 안 되는 존재였다.
이미 일이 벌어진 시점부터 그는 관리자와 말을 맞춰 둔 상태였다.
“어떻게 됐지?”
포세이돈의 물음에 제우스의 시선이 다시 연못의 수면 위로 향했다.
“한 발.”
유유히 흐르는 수면 위.
피부가 보라색으로 변해 검을 휘두르는 랜슬롯과, 그와 함께 싸우는 멀린의 모습이 비춰진다.
“사용할 수 있는 건, 딱 한 발입니다.”
* * *
머릿속이 뜨거웠다.
그냥, 한 가지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왕이 되고 싶다.’
눈앞에 펼쳐진 수천 가닥의 실들.
그것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스카가각-!
“으아아악!”
“서, 성문이!”
“뭘 놀라고 있어! 일단 피해!”
실과 함께 성문이 베어졌다.
땅 위로 떨어져 내리는 성문과 성벽.
기사들은 병사들을 보호하기 위해 서둘러 움직였다.
하지만 정작 그들의 국왕인 랜슬롯에겐 죽어 가는 병사 따위는 안중에도 없었다.
그 모습에 멀린은 미간을 찌푸렸다.
“이 빌어먹을 놈이…….”
우우웅-.
무너진 성벽의 잔해는 바닥에 떨어지지 않았다.
멀린이 손을 움직이자, 아래로 떨어지던 무거운 바위들이 그 자리에 멈췄다.
그리고 그 순간.
스칵-.
핏-.
멀린의 가슴팍 앞섶이 베어졌다.
피는 흐르지 않았다.
고작 이 정도에 베어지기에는 멀린의 몸에 둘러져 있는 마법이 워낙 단단한 탓이었다.
“실성이라도 한 거냐?”
“전 멀쩡합니다.”
랜슬롯의 눈이 번뜩였다.
이지(理智)를 상실한 건 아닌 듯, 그는 담담한 목소리로 답했다.
“너무나도 말입니다.”
그 자신도 스스로가 평소와 다르다는 건 알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아무래도 좋았다.
수단이나 방법 따위는 상관없었다.
일단 지금은 이곳을 벗어나는 게 먼저였다.
[‘원탁의 왕’이 자신의 땅을 선언합니다.] [지정된 공간 안에서 대상을 공격 시, 일정량의 패널티가 가해집니다.]츠츠츠-.
스킬을 사용하려던 멀린의 몸에 패널티가 가해졌다.
그것은 브리튼의 영역 안에서 자신을 공격하는 대상에게 훨씬 유리한 상황을 만드는 스킬이었다.
“잔재주를 부리는군.”
파지지-.
멀린은 패널티 따위는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듯, 다음 공격을 준비했다.
꾸득, 꾸드드득-.
중력을 이용해 들어 올린 바위들.
그것들이 한데 뭉쳐지며 크기가 십분, 백분의 일로 줄어든다.
“그럼 어디.”
슈악-.
픽-.
날아간 바위 하나가 베어졌다.
랜슬롯은 뭐 하냐는 표정으로 멀린을 바라보았다.
그런데.
둥-.
두 개로 나누어진 바위.
그것은 여전히 힘을 잃지 않고 허공에 떠 있었다.
“언제까지 멀쩡한가 한 번 보자꾸나.”
슈악-!
틱, 티디디딕-.
퍼억-!
몇 개의 압축된 바위가 랜슬롯의 몸을 두드렸다.
파시시-.
멀린의 몸에 튀기는 스파크.
하지만 패널티로부터 몸을 보호할 수단은 얼마든지 있었다.
이건 어디까지나 탑에 흐르는 전능한 힘이 아닌, 랜슬롯의 스킬에 의한 것일 뿐.
멀린은 또 다른 마법으로는 자신의 몸을 보호하며 쉬지 않고 바위를 날렸다.
“이번엔…….”
꽈드드득-.
쿠구구구-.
땅이 뽑혀져 올라오고, 백여 미터에 달하는 땅덩어리가 한 점에 압축된다.
“좀 더 아플 거다.”
팟-.
쩌억-!
랜슬롯의 몸에 부딪친 바위가 그의 몸을 뒤로 튕겨 냈다. 날아가던 그가 멈춘 건, 보이지 않던 벽에 부딪치고 나서였다.
쾅-!
[해당 영역은 ‘프리즌(Prison)’으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안에서 밖으로 나갈 수 없습니다.]프리즌.
브리튼의 수도, 캐멀롯을 이루고 있는 거대한 감옥.
그것이 랜슬롯이 밖으로 나가지 못하도록 묶어 두고 있었다.
스으으-.
멀린의 몸이 위로 떠올라, 랜슬롯이 날아간 방향으로 향했다.
벽에 부딪친 랜슬롯은 바위와 함께 바닥에 떨어졌다. 압축된 바위가 떨어진 땅에는 깊은 구덩이가 생겨나고, 랜슬롯은 손을 들어 그 바위를 치워냈다.
쩌저저, 쾅-!
묵직한 소리를 내며 옆으로 굴러지는 바위.
멀린은 그 무식한 힘에 혀를 찼다.
“제 놈도 하이랭커라 이건가.”
대체 저런 힘은 어디서 생겨난 건지.
벌써 몇 개의 바위를 얻어맞고도 랜슬롯은 몸이 넝마가 됐을지언정 큰 부상은 없어 보였다.
어디 구멍이 뚫린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출혈이 과한 것도 아니었다.
그는 별일 아니라는 듯 일어나 멀린을 올려다보았다.
“오호라, 그래…….”
쿠르릉-.
하늘에 먹구름이 드리웠다.
파지지지-.
멀린의 마력이 하늘까지 닿으며, 대기 중에 흐르는 공기의 흐름을 뒤바꿨다.
“더 맞고 싶다 이거냐.”
“슬슬 힘드시지 않습니까?”
랜슬롯의 시선이 자신이 부딪친 벽으로 향했다.
“이걸 유지하는 게 쉽지 않을 텐데요.”
멀린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프리즌.
그리 대단한 고난이도의 스킬은 아니었다. 하지만 캐멀롯 전체에 걸쳐 있는 스킬을 유지하는 건, 제아무리 멀린이라 해도 쉬운 게 아니었다.
“반면에 전…….”
랜슬롯의 팔에 힘이 들어갔다.
웅-.
검 끝에 맺히는 마력.
눈이 돌아간 랜슬롯의 검은, 멀린에게 향해 있지 않았다.
“아직 팔팔합니다.”
슈악-!
“이런 미친놈이!”
멀린의 손이 다급히 움직였다.
도시 안쪽을 향해 베어진 검.
그 충격이 고스란히 브리튼에 거주하고 있는 사람들에게로 뿜어졌다.
파지지지지-!
도시에 살고 있는 플레이어들을 향한 공격에 랜슬롯의 몸에 패널티가 가해졌다.
하지만 그런 건 아무 상관없다는 듯, 랜슬롯은 몇 번에 걸쳐 더해 검을 휘둘렀다.
츠아아앗-.
쫘아악-!
랜슬롯이 검에 담아 휘두른 마력이 허공에 부딪쳐 찢겨졌다. 멀린의 만들어 낸 장막에 쩍쩍 금이 생겨나고, 동시에 하늘에서 뇌우가 떨어졌다.
콰르릉-!
떨어진 뇌우가 랜슬롯의 머리 위를 가격했다.
땅이 지져지고, 순식간에 뿌연 먼지구름이 일어났다. 멀린은 눈을 부릅뜬 채 랜슬롯이 있는 자리를 노려보았다.
“그래도 왕이라는 놈이 자기 국민을 인질로 잡다니, 부끄러운 줄…….”
그때였다.
쾅-!
캐멀롯에 퍼져 있던 벽에 충격이 가해졌다.
“설마…….”
쾅-!
쩌적, 쩌저저-.
연속해서 이어진 충격.
벽에 금이 생겨나는 건 금방이었다.
멀린은 서둘러 손을 뻗어 벽에 마력을 불어넣었다.
지금은 다른 것보다 벽을 재구성하는 게 먼저였다.
기이잉-.
“처음부터 이럴 생각이었나?”
마력의 분산.
그리고 그로 인한 벽의 무력화.
그것이 바로 랜슬롯이 원하던 바였다.
그는 지금 자리를 벗어나는 게 우선이었으니까.
쾅-!
한 번 금이 생겨난 벽은 재생되는 속도보다 부서지는 속도가 더 빨랐다.
랜슬롯의 검에 힘이 더해졌다.
멀린의 손이 덜덜 떨렸다.
‘무식한 놈이로다.’
대체 언제 이렇게 강해진 걸까.
단순히 시간이 흘러 강해졌다는 건 말이 되지 않았다. 랜슬롯은 지난 천 년 동안, 딱히 레벨을 올리거나 스킬을 연마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았다.
더군다나 녀석에게서 느껴지는 이 불길하고 섬뜩한 기운이란.
‘정말 괴물이라도 된 게냐?’
콰앙-!
쩌저저-.
캐멀롯 전역을 뒤덮었던 벽에 난 금이 순식간에 빠르게 번졌다. 마법진은 위태롭게 흔들리고, 금방이라도 마력을 주입하던 손에 힘이 풀어질 것 같았다.
작정하고 랜슬롯이 도주하고자 한다면 막기도 어려운 상황.
그때였다.
“좀 힘든 모양입니다.”
멀린의 눈에 랜슬롯을 향해 터벅터벅 걸어가는 유원의 모습이 비춰졌다.
마침 잘 왔다는 생각에 퉁명스러운 말부터 나왔다.
“뭐하느라 이제 왔느냐?”
“미안합니다.”
랜슬롯.
아우터 갓의 조각을 마주한 알이 속에서 날뛰었다.
“이 녀석을 설득하는 데 조금 오래 걸려서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