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veling with the Gods RAW novel - Chapter 218
* * *
쩌어엉-!
유원의 주먹이 철창을 때렸다.
끼릭-.
분명 휘어졌지만 한 번으로는 부족했다.
[‘타르타로스’를 개방합니다.]스으으으-.
파지지직-!
손안에서 터져 나오는 마력.
이 단단한 철창을 부수기 위해서는 좀 더 많은 마력이 필요했다.
쩌어엉-!
끼리리리-.
철창이 휘어지며, 공간이 생겨났다.
이 정도면 충분했다.
저벅-.
유원은 철창 안으로 들어가 우마왕에게 반도를 내밀었다.
잠시 그것을 바라보던 우마왕이 입을 벌리며, 반도를 껍질째 먹어치우기 시작했다.
와그작-.
와작-.
반도는 순식간에 사라졌다.
껍질은 물론, 씨까지도 목구멍 너머로 삼킨 우마왕은 곧 눈을 감았다.
반도에 들어 있던 마나를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과정이었다.
스으으으-.
꾸득, 꾸드드득-.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았던 근육이 부풀어 오르기 시작한다.
그때였다.
콰득-.
우마왕의 몸을 구속하고 있던 사슬에 금이 가기 시작한 게.
‘회복한 마력을 몸을 회복하는 데 사용한 건가.’
우마왕의 몸을 구속하고 있던 사슬은 우마왕의 마력을 빨아들이는 힘을 지니고 있었다.
하지만 반도에 의해 급작스럽게 회복된 마력은, 사슬이 미처 다 빨아들이지 못한 상태였다.
쿠득, 쿠드드-.
사슬이 점점 끊어진다.
유원은 금이 가기 시작한 사슬을 향해 검을 빼들었다.
‘지금 같을 때는…….’
스아앗-.
새빨간 빛이 빛 한 점 들지 않는 지하에서 터져 나왔다.
쿠사나기의 검.
그 날카로움이 금이 간 부분을 정확하게 베어낸다.
피잇-.
절그럭, 철겅-!
풀어진 사슬이 바닥에 떨어지며 지하를 울렸다.
우마왕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천 년이 넘는 시간 동안 온 몸이 칭칭 묶여 있어서인지, 그는 굳어진 어깨와 목을 먼저 풀었다.
“좋은 칼을 가지고 있군.”
“아이템빨입니다.”
“빨?”
“요즘 사람들이 쓰는 말입니다.”
“세상이 많이 변했나 보군.”
정말 오랜 시간이 지났다.
우마왕은 오랜만에 자유가 된 몸을 느꼈다.
자유.
원할 필요가 없었기에 지금껏 바라지 않았던 것이건만, 이제는 그게 아니었다.
잠시 감고 있던 눈을 뜬 우마왕이 위를 바라보았다.
“슬슬 몰려들겠군.”
방금 전, 철창을 부수기 위해 유원이 사용한 마력의 양은 상당했다.
이만하면 감옥 밖, 가까운 곳에 있던 랭커들은 눈치를 챘을지도 모른다.
보고가 올라갔을 테고, 우마왕을 경계하는 천계의 상층부에서도 움직이기 시작했을 터.
“시간이 그리 많지 않다. 달리 생각한 바는 있느냐?”
우마왕의 몸 상태는 그리 좋지 않았다.
제 아무리 반도를 먹어 마력을 회복했다 한들, 그건 우마왕이 본래 지니고 있던 양에 비하면 새 발의 피에 불과했다.
만약 당장 천계의 군대가 몰려든다면, 탈출이 그리 쉽지는 않을 것이다.
“생각해 둔 게 없지는 않지요.”
유원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고개를 들어 위를 바라본 유원의 눈이 붉게 변했다.
그리고 그 눈을 발견한 우마왕이 놀라 물었다.
“그 눈…….”
아니, 물으려고 했다.
콰앙-!
지상으로 향하는 땅을 부수고, 기다란 봉 하나가 아래로 떨어졌다.
화륵-.
“조금 늦었군.”
속으로는 내심 조마조마했다.
혹시라도 녀석이 늦으면 어쩌나 해서.
그런데 다행히, 딱 맞춰 도착했다.
그것도.
[‘제천대성(齊天大聖)의 첫 번째 눈’이 당신을 바라봅니다.]가장 든든한 녀석으로 말이다.
‘첫 번째라…….’
분신에게도 형님은 형님이라는 걸까.
손오공의 분신들은 첫 번째에 가까울수록 본체에 가까운 힘을 지니고 있다고 들었다. 그렇다는 건, 지금 등장한 분신은 모든 분신들 중 가장 강한 녀석이라는 뜻이었다.
지상까지 이어진 기다란 봉.
그 봉 끝에 걸친 구름 위로, 손오공이 얼굴을 불쑥 내민다.
“뭐 합니까, 형님?”
어서 서두르라는 듯, 손오공이 손을 까닥였다.
“갑시다.”
* * *
근두운(筋斗雲).
손오공이 지닌 여러 아이템 중 하나로, 그것은 탑 전체를 통틀어서도 가장 빠른 이동 수단이 아니냐는 평을 듣고 있었다.
분신의 것이라고 한들 마찬가지였다.
유원과 우마왕은 근두운의 위에 올라탔다. 열두 번째 분신의 근두운을 탄 적이 있었던 유원은 그때보다 자리가 넓다는 느낌을 받았다.
‘역시 첫 번째 분신이라 이건가.’
고개를 돌리자, 뒤쪽으로 천계의 군대가 보였다.
“저쪽이다!”
“구름, 구름 위다!”
“제천대성?”
“아니, 분신이야!”
“겁먹지 마, 이것들아!”
우마왕의 탈출에 이은 제천대성의 등장.
비록 분신일 뿐이더라도 그것은, 천계의 병사들과 랭커들에게 있어 악몽 그 자체였다.
두 사람은 오래 전부터 천계를 상대로 전쟁을 벌인 적들이었으니깐.
거리는 점점 벌어졌다.
어느 정도 거리가 벌어질 무렵, 손오공이 품안에 손을 집어넣었다.
“이거 먹으쇼.”
뽀얗고 예쁜 과일이 손오공의 품안에서 나왔다.
우마왕은 그것을 보더니 어이없다는 듯 물었다.
“너도 반도냐?”
“너도?”
“아까 하나 먹었다. 그래도 부족하긴 하니…….”
유원과 손오공을 번갈아 본 우마왕이 손을 뻗어 반도를 받아 들었다.
“잘 먹으마.”
와작-.
우마왕은 또 하나의 반도를 입안에 넣고 씹었다.
“천천히 드쇼.”
손오공은 품안에 다시 손을 집어넣었다.
어쩐지 옷 안쪽 품이 볼록하게 튀어나와 있어 보이더라니, 손오공의 손에 몇 개의 반도가 더 꺼내졌다.
“아직 많이 남아 있으니.”
“……요즘 반도원의 관리가 허술한가 보구나.”
“아까 가 보니까, 이미 털려 있더라고요. 난 남은 거 몇 개 주워 온 거고.”
손오공과 우마왕의 시선이 자연스레 유원에게로 향했다.
두 사람의 시선에 유원은 어깨를 으쓱였다. 부정을 않는 유원의 모습에 우마왕은 황당하다는 듯 중얼거렸다.
“막내 같은 녀석이 또 있었군.”
와작-.
“어차피 하나를 털든, 백 개를 털든 결과는 똑같지 않습니까?”
“반도원의 관리자는?”
“조용히 처리했습니다. 예전이라면 모를까, 아직 반도가 제대로 익지 않은 지금은 경비가 예전만큼 대단하지 않아서 말이죠.”
반도는 분명 천계에서 꽤나 중요한 장소였다.
하지만 그 의미는 천계대전 이전, 손오공의 난동으로 인해 꽤나 퇴색된 상태였다.
삼천 년에서 길게는 만 년에 달하는 시간을 거름 삼아 익어 온 수많은 과실은 사라지고, 남은 건 속 빈 강정이나 다름없는 평범한 영약들.
천계는 그런 영약을 지키기 위해 이전과 같은 인원을 투자하지 않았다.
물론.
“그렇다 해도, 쉽지는 않았을 텐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도원에는 적지 않은 수의 랭커들이 포진하고 있었다.
어중간한 도둑들 따위는 감히 넘볼 수 없을 정도로.
“지금쯤 천계는 난리가 났겠군.”
반도원은 물론, 감옥까지 뚫렸다.
그들은 반도를 더 이상 그리 대단치 않은 보물이라 생각했던 모양이지만, 덕분에 우마왕은 오랜 수감 생활로 인해 지쳐 있던 몸을 회복할 수 있게 됐다.
우마왕.
천계를 위협하는 거인이 자유의 몸이 되어 밖으로 나왔다.
비상이 걸리기엔 충분한 상황이었다.
“그나저나 정말 오랜만이구나.”
반도를 모두 먹어치운 우마왕의 시선이 옆으로 옮겨졌다.
손오공을 바라보는 우마왕은.
“진짜는 아닌 것 같다만.”
“본체는 지금 여기 올 만한 상황이 아니거든요.”
“……그래.”
오행산에 갇혀 있는 손오공.
아마 그곳의 경비는 우마왕이 갇혀 있던 곳보다도 훨씬 삼엄할 것이다.
더군다나 웬만한 괴력가나 주술사가 아니고서는 풀어내는 것조차 어려운, 그런 봉인이 걸려 있기까지 했으니.
“그래도 다행이다.”
우마왕의 표정에 짙은 안도감이 어렸다.
“살아있어서.”
그렇게 잠시 후.
스륵-.
우마왕의 눈이 감기며, 근두운 위에 쓰러지듯 잠에 빠져들었다.
* * *
“……우마왕이 탈출했소이다.”
천장이 뻥 뚫린, 넓은 회의장.
그곳에 백 명이 넘는 천계의 장군들이 모였다.
“알고 있소.”
“감옥의 관리자가 누구요?”
“진후락이라는 랭커요.”
“일단 그자부터 징계를…….”
“이미 죽은 사람에게 징계는 무슨 징계! 게다가 지금, 징계 여부나 따지고 있을 때요?”
“반도원도 털렸소이다.”
“너무 신경 쓰지 마시오. 지금 중요한 건 그쪽이 아니니.”
“반도원은 천계의 역사나 다름없는 곳이오! 어찌 그런 말을…….”
회의장은 아수라장이 따로 없었다.
천계의 진짜 실세랄 수 있는 고위직들은 아직 도착하지 않은 상태였다.
“조용-!”
웅-.
회의장을 가득 메우는 음성.
익숙한 목소리에 서로의 잘못을 따지던 천계의 장군들이 목소리를 낮췄다.
하나둘, 그들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척, 척-.
“대장군께, 경례!”
“충-!”
백 명에 달하는 장군들이 이랑진군을 향해 경례했다.
겉으로는 뻣뻣하게 굳어있는 모습이었지만, 몇몇 장군들은 천천히 회의장 안으로 걸어 들어오는 이랑진군을 곁눈질했다.
‘다시 봐도 적응이 안 되는군.’
‘천계의 대장군이 저런 앳된 얼굴이라니…….’
‘진짜 이랑진군이 맞는 건가?’
‘제 아무리 랭커는 겉으로 보이는 모습으로 나이를 가늠할 수 없다지만…….’
천계의 장군으로 부임한 지 그리 오래 되지 않은 랭커들.
그들은 아직까지 이랑진군이 싸우는 모습을 보지 못한 상태였다.
그럴 만했다.
손오공과의 전쟁 이후, 천계는 지금껏 이렇다 할 큰 싸움이 없었으니까.
대대적인 괴물의 소탕 때에도 이랑진군은 거의 참여를 하지 않았었으니까.
하지만.
“우마왕이 탈출했다고 들었다.”
우마왕, 그리고 제천대성이 얽힌 문제라면 이야기는 달라졌다.
“제천대성의 분신이 등장했다고?”
그는 천계대전을 승리로 이끈 주역이었다.
나타태자와 함께 천계의 영웅이라 불리는 최상위 하이랭커. 괜히 그가 천계의 대장군직에 있고, 천계의 상징처럼 이야기되는 게 아니었다.
작금의 상황은 천계대전 때와 꽤나 유사하게 흘러가고 있었다.
당시에는 제천대성이 탈출한 것이었지만, 이번에는 우마왕이 탈출한 게 다를 뿐.
그리고 그 두 사람이 얽혀 있는 이상, 이랑진군은 지금까지처럼 문제를 지켜보기만 할 생각이 없었다.
“예. 그가 근두운을 이용해 우마왕을 데리고 천계의 구역을 벗어났습니다.”
“벗어났다면, 어디로 간 거지?”
“그것까지는 잘…….”
당연하지만 근두운을 추적할 만한 기동성을 가진 랭커는 적어도 천계에는 존재하지 않았다.
당연한 결과였다.
크게 기대를 하지 않았기에 이랑진군은 그들을 책망하지 않았다.
그 대신.
“손오공이 천계에 들어왔다면 필시 한참 전부터 조짐이 있었을 것이다. 천계의 경계망이 그리 허술하지는 않을 테니.”
천계의 경계망을 뚫고 들어와, 감옥에 파고들어 우마왕을 구해 낸다.
아무리 생각해도 여기까지 자신들이 손오공의 존재를 파악하지 못했던 건 납득이 되질 않았다.
‘만약, 우마왕의 탈환과 손오공의 침투가 따로 이루어진 것이라면.’
누군가 우마왕을 탈환하고, 천계의 경계망을 뚫어 낸 손오공의 분신이 그런 우마왕을 데리고 간 거라면 납득이 된다.
그렇기에 이랑진군은 확신했다.
“내부의 누군가의 짓이다.”
이 일은 손오공의 분신, 한 명에 의한 게 아니었다.
“말들 해 봐라.”
이내 이랑진군의 시선이 백 명에 달하는 장군들을 훑어보았다.
“누구의 짓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