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veling with the Gods RAW novel - Chapter 274
* * *
쾅-!
궁니르의 존재를 눈치챈 수르트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오딘이 아닌 다른 누군가 궁니르를 다룬다는 건 불가능.
그 잠깐의 의심 때문에 한 발 늦은 움직임이었다.
하지만.
“헤라클레스.”
아무리 늦었어도 궁니르의 시동과 투창까지는 시간이 조금 더 필요했다.
그리고 이때를 위해서였다.
“잠깐만 부탁한다.”
“서둘러라.”
쿠직-!
헤라클레스가 땅에 다리를 단단하게 박아 넣었다.
“오래 못 견딜지도 모른다.”
꽈앙-!
헤라클레스가 돌진해 오는 수르트를 가로막았다.
돌진이 막혀 잠시 몸이 휘청거린 수르트는 붉게 변한 눈으로 헤라클레스를 노려보았다.
“이놈…….”
“갑자기 뒤를 보이다니.”
파지직-.
오딘이 수르트의 뒤에서 나타났다.
손 안에는 전격의 마력을 가득 머금은 채로.
“경솔했다.”
콰릉-!
푸른 전격이 수르트의 몸을 꿰뚫었다. 가슴에서 피가 울컥거리고, 수르트의 몸이 휘청거렸다.
뒤를 돌아볼 새가 없었다.
오딘도 오딘이지만, 지금은 당장 눈앞에 있는 더 큰 문제가 있었다.
“내놓아라-!”
분명 궁니르는 오딘이 아니면 쓸 수 없는 아이템이었을 터.
그런데 그 아이템이 눈앞에서 시동되고 있었다.
이유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이해할 수 없다고 방심 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눈앞에 있는 유원은 이미 자신의 불을 빼앗아 간, 불가해한 일을 저지른 녀석이었으니까.
“내 것이었다, 그건!”
궁니르.
아스가르드가 건국된 직후, 관리자의 시험을 통과하고 오딘이 손에 넣은 아이템.
수르트는 오딘이 처음 궁니르를 손에 넣었을 때부터 그것이 자신의 것이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니…….”
빠득-.
비틀거리던 수르트가 유원을 향해 손을 뻗었다.
“내…… 놓아라……!”
콱-.
수르트는 단단하게 자신의 몸을 붙잡는 힘에 힐끗 시선을 내렸다.
헤라클레스.
자신을 한 번 막아섰던 그가, 발을 붙잡고 서 있었다.
“수르트를 막아 줘라.”
헤라클레스는 자신의 역할을 확실히 인지했다.
수르트에 맞먹는 힘.
그것이 바로 자신이 지닌 가장 큰 장점이었다.
“그것만 하면 된다.”
파짓, 파지지-.
화르르륵-.
궁니르가 유원의 마력을 잡아먹고 증폭되어 갔다. 점차 커지는 힘에 점점 들고 있기가 버거워진 유원은 곧 투창 자세를 취했다.
비틀-.
투창 자세를 취하는 것만으로도 몸이 휘청거렸다.
손안에 들어온 궁니르는 현재의 유원으로서는 다루기가 그만큼이나 버거운 물건이었다.
“원래 이건 오딘의 포지션이었는데 말이지.”
씨익-.
지금 이런 상황에 절로 떠오르는 얼굴들.
“빌어먹을 놈들.”
“한 방으로는 부족할 수도 있다.”
오딘이 던진 말에 회의장이 술렁거렸다.
“궁니르에도 안 쓰러진다고?”
“그럼 뭘 어째?”
“다른 방법이 있으려나.”
궁리가 이어졌다.
아니, 이어지려 했다.
“다른 방법은 없다.”
오딘이 칼같이 모두의 고민을 끊어 내기 전까지는.
-“니르가 최고의 방법이다. 수르트, 그 질긴 녀석의 숨통을 끊어 버리기 위해서는 말이야.”
“네가 있는데도?”
“그땐 아마 나도 있을 거다.”
손오공은 어깨를 으쓱이며 말하자, 오딘은 고개를 저었다.
“이기고 지는 건 둘째 문제다. 수르트와 부딪치면 무스펠의 아들들이 움직일 거고, 녀석과의 싸움은 몇 날 며칠이 이어져도 이상하지 않지.”
“……하긴.”
“수르트라면…….”
수르트는 괴물 같은 생명력을 지녔다. 그 옛날 오딘과 수르트의 싸움이 끝끝내 결판이 나지 않았던 것만 봐도 알 수 있었다.
아마 그 사이 무스펠의 아들들은 탑을 피바다로 물들 것이다.
“그러니까 궁니르여야만 한다. 그게 녀석의 숨통을 가장 빠르게, 확실하게 끊어 낼 수 있으니까.”
“궁니르가 통하지 않을 경우를 말하는 거 아니었나?”
“그러니까 한 발이라면 말이다.”
한 발이 안 된다면 두 발을 던지면 된다.
하지만 궁니르는 하루 한 번밖에 던질 수 없는 아이템.
더군다나 그 한 번의 기회를 놓치게 되면, 다시 그것을 시동시켜 던질 만한 시간적 여유 없이 가지기 힘들었다.
“그러니까 그땐, 직접 던져야 한다.”
파짓, 파지지-.
화르르륵-.
심장에서 뿜어진 마력이 담긴 창이 불을 뿜어낸다.
덩달아 궁니르 자체가 지니고 있던 마력이 증폭되며 유원이 거기에 휘말렸다.
저릿, 저릿-.
이미 몸의 과부하는 심각한 수준이었다.
이제는 정말, 궁니르를 던질 차례였다.
부우웅-.
손끝을 떠난 창.
화아아악-!
유원은 창이 날아가는 방향을 눈으로 확인했다.
‘맞았다.’
안도감과 함께 의식이 서서히 멀어져 갔다.
그리고 그 순간.
기이이잉-.
유원의 몸 위로 오딘이 만들어 낸 푸른 막이 덮어지고.
투화아아악-!
손을 떠난 궁니르는 수르트보다 더 큰 불이 되어 그의 몸을 꿰뚫었다.
* * *
“거인이다!”
“거인들이 왔다!”
아스가르드.
이 탑에서 가장 부유하고, 번창한 길드이자 나라.
그곳에 비로소 예정되어 있던 재앙이 들이닥쳤다.
쿵-.
몸이 불타는 거인들이 아스가르드의 성벽을 넘어왔다.
악마족의 거인들은 맨 손으로 성벽을 무너뜨리고, 그들의 도시를 불바다로 만들어 내기 시작했다.
“방어 태세!”
“랭커는? 랭커들은 어디 있어!”
혼란은 그리 길지 않았다.
성벽을 무너뜨리며 진격해 오던 거인들이 주춤거렸다.
그리고 그 시각.
여러 곳에서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거인들이 멈췄습니다!”
한 발키리의 외침에 브룬힐데가 고개를 돌렸다.
저 멀리서 다가오고 있던 거인들의 무리.
그들이 주춤거린다.
생각해 볼 수 있는 이유는 하나뿐.
“수르트가…… 죽었나?”
무스펠의 아들들은 수르트를 아버지이자 신처럼 따랐다. 그 한 명의 명령이라면 목숨을 종잇장처럼 버릴 수 있는 존재가 바로 악마족 거인들이었다.
“아버지께서 해내신 건가.”
토르 역시 이상함을 느끼기는 마찬가지.
그는 관자놀이를 한 손으로 꾹꾹 누르며 이상하다는 듯 중얼거렸다.
“이렇게 빨리?”
그가 아직 랭커가 되지 못했던 풋내기 시절, 아스가르드에서 오딘과 수르트는 정말 오랜 시간 동안 싸웠다.
결판이 나지 않는 싸움. 그 싸움이 너무나도 머릿속에 선명하게 기억나, 토르는 아직도 수르트라고 하면 치가 떨릴 지경이었다.
그런데 그런 수르트를 이렇게 빨리 쓰러뜨렸다?
대체 어떻게 된 건지 상상이 되질 않았다.
콰릉-!
다시금 제우스의 벼락이 전장 위로 떨어졌다.
하늘의 천사들이 그 한 명을 이기지 못해 타들어 간다. 그것만 해도 힘든데, 다른 지원까지 도착했다.
‘저쪽은…… 마왕인가.’
쿠구구구-.
저 멀리, 거인들과 다른 방향에서 몰려들어오고 있는 붉은 물결.
마왕의 랭커와 플레이어들이 도착했다.
“다행히 일찍 끝났군.”
어수선한 전장.
하지만 다행히도 제우스의 개입으로 인해 황금 성은 일찍 싸움을 마칠 수 있었다.
이제 남은 건, 전장의 정리뿐이었다.
* * *
스륵-.
꽤 일찍 눈이 떠졌다는 기분이었다.
이유는 정신이 맑아지지 않은 상태에서도 금방 알 수 있었다.
“일찍도 일어나는군.”
익숙한 목소리.
뿌연 시야가 서서히 돌아왔다. 과부하로 몸이 축 처진 상태인 건 여전해 아직 몸을 일으킬 수는 없었다.
오딘.
그가 유원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조금 더 누워 있어라. 한두 시간만 더 있으면 몸은 회복될 테니.”
“얼마나 누워 있었지?”
유원은 눈살을 구기며 팔로 바닥을 짚었다.
일으켜지지 않는 몸을 억지로 일으키자, 온몸이 제발 살려 달라며 비명을 질러 댔다.
그런 유원의 독한 모습에 오딘은 혀를 찼다.
“고집하고는.”
웅-.
주위를 뒤덮고 있는 푸른 마력의 막.
츠륵, 츠츠-.
그것이 유원의 상처를 치료하고, 몸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제법 깊은 상처인데도 불구하고 회복되는 속도가 상당했다.
“고생했다.”
“그래. 고생은 나랑 헤라클레스가 다 했지.”
“시키지도 않은 일에 생색은.”
“그래서? 헤라클레스는?”
그 물음에 오딘은 왜 이렇게 유원이 무리해서 일어나고 있는지 깨달았다.
고개를 까닥인 오딘이 한쪽을 가리켰다. 유원의 뒤쪽으로 바닥에 축 처져 있는 근육덩어리가 있었다.
“아직 안 깨어난 거냐?”
헤라클레스는 끝끝내 수르트를 붙잡고 함께 궁니르에 휘말렸다.
비록 수르트처럼 궁니르를 직격으로 얻어맞은 건 아니라지만 그 피해가 결코 작지는 않을 것이다.
“걱정하지 마라. 상태가 너보다는 나으니까.”
“그런데 왜?”
“네 상태가 워낙 엉망이라 너부터 치료했다. 아마 저 녀석은 내버려 둬도 알아서 회복할 수 있을 거다.”
헤라클레스를 힐끗거린 오딘은 질린다는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
“워낙 괴물 같은 놈이어야지.”
헤라클레스의 튼튼함이야 오딘도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 오딘보다도 더 잘 알고 있는 사람이 유원이었다. 그걸 믿고 부탁했고, 다행히 견뎌 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슴은 쑤셨다.
‘저 녀석이 저렇게 퍼져 있는 걸 본 게 얼마 만인지.’
헤라클레스가 괜히 탑 최강의 육체를 지니고 있다 알려진 게 아니었다.
그가 지닌 체력은 수르트가 죽고 난 이후, 계속해서 랭킹이 올라 더 이상 적수가 없을 지경에 이르렀다.
당장 손오공만 하더라도 웬만큼 힘을 쏟아붓지 않고서야 헤라클레스의 몸에 상처를 입히기 힘들 지경이 되었으니까.
“그럼 수르트는…….”
직접 궁니르에 맞지 않은 헤라클레스가 저 정도면, 수르트는 어떻게 됐을까.
질문에 대한 답은 굳이 듣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고개를 돌린 유원은 하늘 높이 산처럼 솟아 있는 거체를 발견했다.
가슴에 거대한 구멍이 뚫린 채, 선 채로 굳어 있는 거인.
“죽었다.”
오딘의 확답에 유원의 몸에 들어가 있던 힘이 다시금 축 풀어졌다.
설마하니 저 지경이 되고서도 움직이진 않겠지 싶었는데, 정말 다행이었다.
“여긴 끝났나…….”
“‘여긴’이라면, 다음이 또 있다는 거냐?”
무심결에 흘러나온 중얼거림에 오딘이 묻자, 유원은 땅에 퍼진 채 고개를 끄덕였다.
“있긴 있지.”
“네가 있던 곳에서는 대체, 무슨 일들이 있던 거냐?”
“나중에. 지금은 좀 피곤해서.”
아직까지 탑 바깥의 이야기는 모르는 사람이 많을수록 좋았다. 오딘처럼 듣는 눈과 귀가 많은 자리에 있는 사람에게는 더더욱 그랬다.
그래도 다행이었다.
큰 고비라 생각한 라그나로크가, 이렇게 해결되어서.
‘이제 다음은 아마겟돈인가.’
당장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들에 유원은 고개를 저었다.
어차피 당장에는 쓸데없는 생각들이었다. 라그나로크의 실패로 어리석은 혼돈도 큰 타격을 받았을 거고, 아마겟돈이라면 아직 시간이 충분히 남은 사건이었다.
‘일단은…….’
풀어진 긴장에 점점 잠이 몰려 왔다.
라그나로크가 시작되고 난 이후.
언제 마지막으로 편하게 잠을 잤는지 기억이 나질 않았다.
‘좀 쉬자.’
* * *
무스펠하임과 아스가르드의 전쟁.
천계와 마왕의 전투. 용족의 개입.
하나하나가 모두 탑을 뒤흔들 만한 소식들이었다.
“얼른 속보 띄워! 수르트 사망, 사망! 얼른!”
“마왕과 하늘의 전투는 어떻게 할까요?”
“당장 보도 기사 띄워야지, 물을 걸 물어!”
“기사 제목은?”
“미카엘 중상! 천마대전 발발? 피로 물드는 탑. 어떠십니까?”
“그거 좋다. 내보내!”
“제우스도 풀려났답니다. 행방이 묘연한 것 같은데…….”
“지금 수사가 중요하냐? 네가 수사 팀이야? 일단 기사부터 띄우라고!”
탑의 소식을 전하는 기사들은 밤을 새워도 부족할 지경이었다.
그만큼 이번 무스펠하임과 아스가르드의 싸움은 대 사건이었다. 얽혀 있는 거대 길드는 물론이고 용족, 마족, 거인족, 인간, 여러 종족들이 뒤엉켜 있었다.
속보의 연속.
그 과정에서 한 기자가 뉴스거리를 하나 더 물어 왔다.
“팀장님, 이건 어떻습니까?”
“이거 뭐?”
급하게 기사를 확인한 팀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내보내.”
다른 뉴스에 비하면 너무 보잘것없는 소식.
아니.
사실상 누구도 믿지 않을, 현실성이 없는 기사였다.
[김유원, 궁니르를 던지다? 상승하게 될 그의 랭킹은?]이렇게 큰 사건들이 터져 나오고 있는 시국에는 당연히 묻힐 기사.
아무도 믿지 않을 기사였지만 지금은 그런 걸 재고 따질 때가 아니었다.
이 사건과 관련된 모든 기사는 돈이 될 것이기에.
‘일단은 다 내보내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