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veling with the Gods RAW novel - Chapter 366
파짓, 파지지-.
제우스의 등장에 주위의 소리가 모두 사라졌다.
감히 그를 향해 다가가는 자도, 고개를 드는 자도 없었다.
이유는 단 하나.
그가, 제우스이기 때문이었다.
“대답들 해 보거라.”
파짓, 파지지지-!
“크윽…….”
“큽……!”
온몸에 퍼지는 전격.
제우스의 분노에 어깨가 짓눌리고, 온몸이 타들어 가는 고통이 전해졌다.
수천 명의 랭커와 플레이어를 압도하는 개인의 힘.
“이딴 짓을 벌이고도 무사할 줄 알았느냐?”
그것은 단지 테세우스를 비롯한 다른 플레이어들에게만 하는 말이 아니었다.
포세이돈.
관리자를 죽이고 이 1층의 세계를 차지한, 말도 안 되는 짓을 벌인 그에게 하는 말이었다.
제우스의 시선이 다시 포세이돈에게로 향했다.
그의 등장에도 포세이돈의 눈에는 여전히 동요가 없었다.
“건방은 여전하구나.”
쏴아아-.
파도가 일어났다.
포세이돈의 주위에서 스멀스멀 피어오르기 시작한 마력에 제우스는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힘없는 자의 자신감은 건방이지만, 힘을 가진 자에게는 위엄이 되지요.”
“그래서 건방이라는 거다.”
캬아아-!
캬-!
파도가 울부짖었다. 수십, 수백의 용이 된 파도가 제우스를 향해 이빨을 드러냈다.
그 용의 머리 위에 선 포세이돈이 푸른 눈을 번뜩였다.
“넌 나에게 안 돼.”
“……확실히 달라지긴 했군.”
콰릉-!
제우스의 손안에서 벼락이 터져 나왔다.
포세이돈의 마력과 제우스의 마력이 허공에서 부딪쳤다.
어느 한쪽이 먼저 밀리거나 하지 않았다. 포세이돈의 손에도 역시 물이 압축된 창이 쥐어졌다.
처음 포세이돈의 손에 관리자가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부터 이상하다고는 생각했지만.
‘꼭 다른 사람 같군.’
성격 자체가 달라졌다.
지금껏 제우스가 살면서 보아 온 포세이돈은 삼신 중 가장 뒤떨어진 반푼이였다.
성격이 급하고 다혈질적이면서도 정작 중요한 때에는 겁이 많아 큰일은 도모하지 못할 성격.
그렇기에 제우스는 두 명의 형들 중, 유독 포세이돈을 무시하곤 했다.
그런데 대체 어찌 된 일인지.
‘위엄이 생겼다.’
물론 플레이어는 레벨이 오르고 스킬을 갈고닦으며 점점 강해진다.
하지만 제아무리 강해진다 한들, 타고난 기질이 바뀌거나 처음부터 없던 게 생겨나지는 않는 법이었다.
‘위에서 무슨 일이 있던 건가?’
포세이돈이 자신과 마찬가지로 시험을 치렀다면, 그래서 신격을 얻고 힘을 얻었다면.
어쩌면 이런 변화가 가능할지도 몰랐다.
하지만 그런 단순한 이유가 아닌 것 같았다. 제우스 자신도 역시 마찬가지로 신격을 얻는 과정을 거쳤으니 잘 알고 있었다.
수상하다.
구린내가 나다 못해, 코가 썩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이런 느낌은 언제나 맞았다.
그렇다면.
“그럼 어디-.”
직접 확인해 보는 수밖에 없었다.
“관리자를 죽인 그 힘 좀 보여 주겠소?”
콰르르릉-!
관리자가 사라진 가장 아래의 세계.
그 안에서 두 신의 싸움이 시작되었다.
* * *
“허억, 헉.”
“허억-.”
콰릉, 쿠구구구-.
캬아아아-!
테세우스를 비롯한 랭커들이 사방으로 산개했다.
전격과 해일에 휘말리지 않기 위해서였다. 신과 같은 힘을 지닌 두 하이랭커의 싸움에서 일개 랭커들은 한낱 날파리나 다름없었다.
“어떻게 할까요?”
“그 제우스가 상대다.”
쿠르릉-.
다시 한번 하늘에서 벼락이 떨어졌다.
바다가 위로 솟아오르고 해일이 제우스의 몸을 덮쳤다. 솟아오른 물보라가 황금빛 전격에 섞여 휘몰아쳤다.
자연재해를 아무렇지 않게 이루어 낸다. 제우스와 포세이돈의 싸움은 웬만한 수준의 하이랭커조차도 감히 끼어들 수 없는 수준이었다.
“아버님이라 해도 장담할 수 없어.”
아니.
원래라면 이렇게 말도 못했을 것이다.
제우스가 누구던가.
올림포스의 위대한 왕이자, 이 탑에서도 손꼽히는 한 자릿수의 하이랭커였다.
올림포스에 적을 두고 있는 자라면 감히 그 이름을 입에 담는 것조차 어려운 자였다.
그런데 지금.
테세우스는 걱정의 말을 입에 담으면서도 정작 흥분의 표정을 감추지는 못하고 있었다.
‘정말이다.’
힐끗-.
테세우스의 시선이 바다를 가르며 제우스와 싸우고 있는 포세이돈에게로 향했다.
‘정말, 상대가 되고 있어.’
사실 반신반의했다.
제아무리 영상으로 확인을 했다 한들, 관리자를 쓰러뜨렸다니.
무엇보다 관리자란 존재는 플레이어들에게 있어서 하늘과도 같아, 그저 보는 것만으로는 얼마나 높은지 그 높이를 체감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제우스는 달랐다.
올림포스의 플레이어들에게 그는 누구보다 높은 곳에 있던 자였다. 감히 그가 누군가에게 애를 먹거나 패한다는 건 상상조차 하지 못할 일이었다.
더군다나 지금, 무슨 이유에서인지 그의 랭킹은 이전의 위치를 회복하는 걸 넘어 더 높아져 있는 상태.
“다른 길드는? 더 소식이 온 곳이 없는 거냐?”
지금은 가까운 다른 길드의 손이라도 빌려야 할 때였다. 혹시라도 이 자리에서 포세이돈이 제우스에게 패하기라도 하면 모든 게 끝이었다.
“그게…….”
“그게, 뭐? 빨리 말 해!”
“지금은 좀 어렵답니다.”
“뭐?”
“아스가르드에서 공문이 내려왔다고…….”
“아스가르드에서?”
“예, 포세이돈을 돕지 말라고 했답니다.”
등줄기가 서늘해졌다.
언젠가는 부딪치게 될 거라 생각하긴 했지만 아스가르드가 벌써부터 움직이기 시작하다니.
아니, 단순히 움직이기만 한 게 아니었다.
‘공문이 내릴 정도면 벌써 칼을 갈았다는 뜻이다. 왜지?’
1층은 아스가르드의 소관이 아니었다. 그렇다고 해서 아스가르드와 관리자가 친밀한 관계냐고 한다면, 또 그런 것도 아니었다.
언젠가 바다가 출범되고 한 층씩 위로 올라가며 관리자를 몰아낼 때, 아스가르드의 영역과 충돌을 일으킨다면 모를까 빨라도 너무 빠르다 싶었다.
“그래도 다른 길드에 조금 서두르라고 연락은 넣었습니다.”
“그건 나도 했다.”
사탄을 비롯한 여러 거대 길드에서 지원을 온다면 제우스를 막는 것도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닐 터.
‘그래. 오히려 잘됐다.’
이곳에서 제우스를 잡고, 그 자리에서 바로 길드 바다의 출범을 시작하는 것.
어쩌면 이게 처음 계획했던 것보다 훨씬 더 나은 형태일지도 몰랐다.
관리자에 이어, 한 자릿수의 랭킹을 가진 하이랭커까지 쓰러뜨린 게 되니 말이다.
걸리는 건 아스가르드였다.
‘아니. 문제없다.’
꽈악-.
테세우스가 손에 힘을 주었다.
이 순간 그는 확신했다.
이 싸움의 승패에 따라 탑의 운명이 바뀌리라고.
지금 자신은 역사의 한 장면에 있는 것이라고.
그리고 그 비장함 때문일까.
하늘의 색이 점차 보랏빛으로 변해 가고 있음을 눈치채는 사람이 없었다.
단둘을 제외하고는 말이다.
* * *
아스가르드의 배를 탄 유원과 오딘은 잠시 뱃머리로 나왔다.
눈앞으로 스쳐 지나가는 새하얀 풍경들. 탑의 층과 층 사이를 오르내릴 때마다 보이는 풍경이었다.
“다음이 몇 층이지?”
“7층이다.”
“7층…….”
오딘의 대답에 유원은 남은 시간을 계산했다.
다행히 아스가르드의 배 역시 황금마차에 못지않은 이동 수단이었다.
이제 아마도 몇 시간.
그 정도면 충분히 이 탑의 가장 아래쪽까지 도착할 수 있을 것이다.
“미미르는?”
“잠시 눈을 붙이고 있다.”
“하긴. 며칠 동안 눈을 쓰느라 힘들었겠지.”
그 대답과 함께 오딘은 다시 뱃머리 밖으로 시선을 돌리며 눈을 감았다.
어딘가 대화를 길게 이어 나가려 하지 않는 듯한 모습이었다. 툭툭 끊어지는 대화에 유원은 더 이상 그에게 말을 걸지 않고 멀찍이 떨어진 곳에 앉았다.
‘준비를 하고 있는 건가.’
라그나로크 이전까지 오딘은 직접 전투에 나선 경우가 극히 드물었다.
이미 그는 활동하는 랭커들 중 최강이라 알려질 정도의 힘을 지니고 있었고, 그런 오딘에게 싸움을 걸어오는 자를 찾기도 어려웠던 까닭이었다.
오랫동안 쉬느라 무뎌져 있던 감.
이번 기회에 오딘은 그것을 다시 회복하려는 모양이었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더 지났을까.
“불안한 예감이 든다.”
다시 눈을 뜬 오딘이 입을 열었다.
“이 싸움이 더 큰 싸움의 시작이 될 것 같은.”
불안감의 정체를 말로 설명할 방법은 없었다.
하지만 그것은 예감이라기보다는 확신에 더 가까웠다.
머지않아 있을 더 큰 싸움.
관리자의 죽음과 1층에 존재하던 도시의 붕괴는 그 시작에 불과하리라고, 오딘은 그렇게 느꼈다.
“왜 그렇게 생각하지?”
“사탄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사탄.
손오공이 나타나기 전까지 최단 기간 내에 한 자릿수 하이랭커가 된 녀석.
그는 랭커가 되기 이전까지는 별다른 두각을 드러내지 못하다, 어느 순간을 기점으로 급격하게 랭킹이 상승했다.
오래전, 사탄과 분쟁을 일으킨 중견 길드 하나가 그의 손에 흔적도 없이 사라진 건 꽤 유명한 일화였다.
“녀석은 멸망론자다. 탑의 멸망만이 녀석의 유일한 관심사지.”
“안다.”
“안다고?”
잠시 그걸 어떻게 아냐는 표정을 지었던 오딘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그쪽에서도 무슨 일이 있긴 했나 보군. 가끔 네가 미래에서 온 걸 까먹는다.”
“언젠가 한 번은 부딪칠 거라 생각했다. 그 녀석, 진짜 골칫거리였으니까.”
어떻게 냄새를 맡았는지는 몰라도 사탄이 일찍 움직였다. 덕분에 싸움의 판도가 달라지게 됐지만 유원은 오히려 잘됐다 싶었다.
어차피 언젠가는 한 번 맞붙어야 했을 녀석.
여기서 함께 처리한다면 나중에 처리해야 할 일 하나가 덜어지는 셈이었다.
“사탄이 움직였다는 건 그만큼 이번 일이 녀석의 관심을 끌었다는 거겠지. 그것도 그 빌어먹을 멸망론에 가까운 쪽으로 말이야.”
“관리자의 죽음 때문이겠지.”
“체계의 붕괴는 그만큼 위험한 일이니까. 이미 사탄 녀석만이 아니라 노바, 십이궁, 용궁, 여러 길드에서 포세이돈과 손을 잡았다. 균열이 시작된 거지.”
관리자가 없는 탑.
그 이상향을 꿈꾸며 변화와 혁명을 추구하는 길드들이었다.
체계의 변화는 언제나 피를 불러오는 법.
그들은 포세이돈을 중심으로 관리자들을 몰아내는 걸 꿈꿨다.
“그 균열-.”
화르륵-.
그때였다.
새하얀 풍경 속. 전방에서 점차 가까워지기 시작한 또 다른 배가 유원의 눈에 들어온 게.
“여기도 보이네.”
혹시나 해서 화안금정을 통해 확실하게 확인했다.
만약 지나가던 선량한 배 한 척을 오해한 거면 큰일이었으니까.
“저 문양은…… 십이궁인가.”
십이궁.
포세이돈의 선포에 그쪽에 붙은 걸로 파악된 길드였다.
유원, 오딘과 마찬가지로 배를 타고 아래층으로 향하고 있는 걸 보면 목적지는 뻔했다.
오딘과 유원의 눈이 마주쳤다. 두 사람은 눈빛만으로도 서로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뱃머리에 발을 올리며 오딘이 물었다.
“제우스는 이미 도착해 있는 건가?”
“일단 알려 주긴 했는데 아직 크로노스에 대해서는 기억하지 못하는 모양이다.”
“그럼 뭘로 구슬렸지?”
“구슬리고 말고 할 것도 없었다. 그냥 자기가 혼자 움직인 거니까.”
“그래?”
척-.
한 손에는 검을.
다른 한 손에는 궁니르를 쥔 채, 오딘이 투창을 위한 자세를 취했다.
“그럼 도착하기 전에, 저 떨거지들은 먼저 처리해 놔야겠구나.”
“동감이다.”
스칵-.
상대는 길드 십이궁.
길드 전체가 움직인 건 아니겠지만, 나름대로 규모가 있는 거대 길드였다.
반면 이쪽은 서둘러 움직이느라 최소한의 인원만 데려온 상태.
하지만 유원은 조금도 걱정하지 않았다.
‘오랜만에 합을 맞추겠군.’
이쪽에는 최강의 전사가 함께하고 있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