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veling with the Gods RAW novel - Chapter 387
* * *
수많은 랭커들이 힘을 합쳐 1층에서 슈브 니구라스를 쫓아낸 후.
가장 바쁘게 움직였던 기관은 역시 랭킹 관리국이었다.
그날 이후, 랭킹에는 여러 변화가 생겨났다.
오딘의 랭킹은 변화가 없었다.
제우스와 손오공의 랭킹은 크게 상승했다. 세상이 두 사람의 이름을 가장 많이 언급할 정도로.
랭킹이 상승한 건 유원도 마찬가지였다.
최상위 구간의 하이랭커인 제우스나 손오공과는 달랐지만, 랭킹의 상승 폭만으로 놓고 보면 유원의 랭킹은 단연 독보적이었다.
50위권이었던 유원의 랭킹이 38위까지 상승했던 것이다.
반면.
그 전투에서 랭킹이 하락한 하이랭커도 있었다.
사탄이 바로 그랬다.
콱-.
꾸득, 꾸드드-.
유원의 손이 뻗어 오던 사탄의 팔을 붙잡았다. 거인화가 깃든 팔은 단숨에 사탄의 팔을 반대로 꺾어 냈다.
우지끈-!
흡사 두꺼운 거목이 부러지는 듯한 소리.
팔에서 느껴진 통증에 사탄이 몸을 비틀며 소리를 질렀다.
“카아악!”
“랭킹이 16위까지 떨어졌다지.”
퍼억-!
사탄의 발이 유원의 가슴팍을 걷어찼다.
주우욱-.
유원의 몸이 사탄에게서 멀리 밀려 날아갔다. 조금 충격이 있긴 했지만 그래도 괜찮았다.
[‘바다의 가호’가 몸에 깃듭니다.]육탄전에서 몸을 보호할 수단은 얼마든지 있었으니까.
“팔 하나와 날개를 잃어버려서.”
팔과 날개.
사탄은 지난번의 전투에서 많은 것을 잃어버렸다.
특히 날개를 잃어버린 건 컸다.
두 쪽의 날개는 사탄의 힘의 원천과도 같은 바. 괜히 그의 랭킹이 급격히 낮아진 게 아니었다.
물론.
설령 그렇다 한들, 한 자릿수 랭킹의 하이랭커가 이렇게 힘없이 나가떨어질 리는 없었다.
촤아악-.
유원의 가슴팍에 얕고 긴 상처가 생겨났다.
피가 위로 튀어 올랐다. 팔을 꺾는 것과 거의 동시에 벌어진 일이었다.
‘빠르군.’
날개가 한쪽밖에 없다고 해도 역시 사탄은 사탄이었다.
녀석의 육체 능력은 덩치가 정반대일 뿐, 헤라클레스와 비견할 만했다.
아니.
몸뚱이가 지닌 방어력은 아마도 그 이상일 것이다.
콰릉-!
하늘에서 벼락이 떨어졌다.
사탄의 몸이 잠시 흔들렸다. 그 틈을 타 거리를 벌린 유원은 고개를 흔들며 정신을 차린 사탄을 바라보았다.
벼락을 얻어맞아도 저리 끄떡없는 모습이라니.
‘이런 식으로는 끝이 없다.’
장기전으로 끌고 가면 언젠가 결판은 나게 될 것이다. 벼락을 계속해서 쏟아붓고, 어둠 속성의 마력으로 몸을 부식하다 보면 틈은 나게 되어 있었다.
하지만 그 전에 자신이 먼저 당한다면.
유원은 확실하지 않은 방법으로 싸우고 싶지는 않았다.
그렇다면.
“생각을 해 봤다.”
스윽-.
인벤토리 속에서 유원이 거울로 이루어진 방패 하나를 꺼내 쥐었다.
[야타의 거울]수많은 면으로 이루어진, 거울방패.
삼귀자가 탐내던 아이템, 삼신기 중 하나.
그리고 다른 손에는.
“네 그 단단한 몸뚱이를 꿰뚫을 수 있는 방법이 뭐가 있을지.”
지지, 파즈즈즈-.
사탄의 손을 날려 버린 아이템.
니르가 시동을 시작했다.
“역시 가장 확실한 건 이거더라고.”
지이이잉-.
동시에 야타의 거울에서 뿜어지는 빛.
[‘야타의 방’을 생성합니다.]쩍, 쩌저저저-.
저저저-.
유원과 사탄을 중심으로 수많은 거울들이 생겨났다. 거울로 이루어진 벽과 천장. 그 수많은 면들에 니르를 손에 쥐고 있는 유원의 모습이 비춰졌다.
수천, 수만 개의 창.
그것을 확인한 사탄의 눈이 부릅떠졌다.
“안 돼!”
쩌엉-!
가까이 있는 거울을 주먹으로 깨부수며, 사탄이 유원을 향해 달려들었다.
무려 사탄의 팔을 날려 버릴 정도의 위력을 가진 아이템이었다. 그것이 시동되는 순간, 전투의 흐름이 바뀔 거라는 건 자명한 일.
하지만.
쩡, 쩌엉, 쩌정-!
아무리 거울을 깨부숴도 마찬가지였다.
사탄은 유원을 찾을 수 없었다.
오히려 깨어진 파편 덕분에 더 많은 숫자의 유원이 보일 뿐.
단순한 주먹질만으로는 계속해서 늘어나는 거울을 다 깨부술 수 없었다.
결국 사탄은 방법을 달리했다.
츠츠츠츠-.
사탄의 몸에서 뿜어진 어둠이 거울을 집어삼키기 시작했다.
어둠은 거울을 집어삼키고, 그 속에 비춰진 유원의 모습을 가렸다.
거울이란 빛이 있어야 그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 법.
그렇게 거울은 어둠에 먹혀 하나둘 사라져 갔다.
하지만.
파지, 파지지지-.
이미 그 시간 동안, 니르의 시동은 이미 준비가 끝난 상태였다.
파앗-.
사탄이 유원을 향해 달려들었다.
투창이 시작되기 전에, 서둘러 유원의 움직임을 막아야 했다.
그런데.
-이런 게 있으면 조금 더 빨리 부르지 말이야.
쏴아아아-.
방금 전까지만 해도 유원의 모습이 비춰져 있던 거울에서 거센 바람이 불었다.
스윽-.
바람 사이사이로 스며든 붉은빛.
-사탄이라.
콰우우우우-.
그곳에서는 팔척경곡옥을 단 쿠사나기를 손에 쥔 채, 스사노오가 스킬을 준비하고 있었다.
-벨 맛이 나는 상대로다.
콰웃-!
거센 강풍이 수천 수만 개의 칼날을 품고 사탄의 몸을 휘어 감는다.
앞으로 전진하던 사탄의 몸이 강풍에 휘말려 뒤로 밀려났다. 폭풍이 겹겹이 쌓이며 거대한 성이 되고, 사탄의 단단한 몸에 여러 흠집들을 만들어 냈다.
핏, 피피핏, 피잇-.
하나하나는 생채기라고 할 만큼 작은 상처들.
하지만 물방울이 쌓이고 쌓여 바위를 뚫어내 듯, 그 상처들은 결국 사탄의 몸을 베어 내는 데 성공했다.
츠아아아-!
“크으…….”
사탄은 허리춤의 상처에 움찔 몸을 떨며 신음했다.
같은 곳을 수십, 수백 번씩 베어 낸 결과. 하지만 그런 것치고 상처는 고작해야 손톱만 한 깊이 정도밖에는 되지 않았다.
게다가 그것마저도 쿠사나기의 예기를 빌렸기에 가능한 일.
스킬을 사용한 스사노오는 결국 혀를 내둘렀다.
-엄청 단단한 녀석이군.
폭풍성은 스사노오의 기술 중 가장 파괴적인 스킬이었다. 폭풍성은 그만큼 많은 양의 마력을 잡아먹었고, 스사노오는 마력을 생각하지 않고 자신이 펼쳐 낼 수 있는 위력의 최대치로 스킬을 펼쳐 냈다.
마력의 보유고가 되는 셈인 유원이 그만큼 마력을 보유했고, 많은 양의 마력을 보유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잠깐 동안.
스사노오가 더 시간을 끄는 사이.
파지지-.
[‘니르’가 시동됩니다.]저 멀리서, 사탄의 몸을 꿰뚫을 한 발이 완성되었다.
번쩍-!
* * *
기사가 쏟아져 나왔다.
93층에 덩그러니 쓰러져 있는 사탄의 시체 때문.
그리고 비슷한 시각.
[하이랭커 김유원, 93층 돌파. 최단 기간 내 94층 진입.] [‘진짜’ 랭커가 눈앞에. 김유원에 대하여…….]없는 말까지도 쏟아져 나왔다.
지금껏 유원은 기자들의 취재에 거의 응하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추측일 뿐, 사실이 확인되지 않은 종류의 기사들도 쏟아지기 시작했다.
[갑작스러운 랭킹 상승. 김유원, 사탄을 쓰러뜨리다.] [김유원, 랭킹 20위권 진입. 가파른 속도.] [취재! 김유원을 만나다. 고향 땅 ‘지구’에서 그는…….]무작정 유원을 만났다며 확인되지 않은 것들이 보도되거나, 한편으로는 그의 랭킹이 올라간 이유에 대해 써 내려가기도 했다.
사탄을 쓰러뜨린 랭커는 누구인가.
그에 대한 사실여부는 의견이 분분했다.
“진짜 김유원이 그 녀석을 잡은 거면, 20위권이 아니라 더 높아져야 하는 거 아니야?”
“너무 갑작스럽게 랭킹이 올라가는 거니까. 관리국에서도 조절을 하는 거 아니려나.”
“조절은 무슨. 관리국이 어떤 놈들인데.”
“하긴. 거대 길드에서 그놈들한테 뒷돈 먹이려고 시도한 게 어디 한두 번이냐. 씨알도 안 먹힌다더만.”
“그럼 대체…….”
그렇게 유원의 랭킹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던 때.
“이 등신 같은 것들아-!”
랭킹 관리국에는 건물이 떠나가라 고함 소리가 터져 나왔다.
“사탄을 죽인 게 김유원인지 아닌지 모르겠다니, 그게 무슨 헛소리야?”
“그게 흔적은 있긴 한데…….”
“흔적은 뭔 놈의 흔적? 시스템에 기록이 있을 거 아니야?”
“기록은 있습니다. 그래서 문제라고요.”
“뭐가?”
“심부름꾼들의 눈과 시스템의 기록이 따로 놀아요.”
“따로?”
관리국 역시 혼란스럽기는 마찬가지였다.
유원과 사탄이 싸운 건 분명해 보였다. 문제는 사탄과의 싸움이 1:1이었는지, 아니면 일 대 다수였는지, 혹은 사탄의 컨디션이 어느 정도였는지에 대한 변수 여부였다.
관리자가 죽고 아우터가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해 관리국의 일손이 부족해진 지금.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는 오직 시스템에 의한 기록과 몇몇 심부름꾼들이 뿌려놓은 탑의 ‘눈’뿐이었다.
“이런 썅…… 그래서 지금, 랭킹을 이렇게 어중간하게 올려놨다고?”
“그럼 어쩝니까? 아예 안 올릴 수도 없고요.”
“지금 대드냐? 어!”
“그게 아니라…… 어, 어어?”
퍼억-!
그 일로 인해 관리국에는 한바탕 피바람이 불었다.
93층을 관리하던 심부름꾼들은 단체로 징계를 받았고, 특히 마지막으로 유원을 만났던 심부름꾼은 가장 살기 어려운 세계 ‘지옥’으로 좌천되었다.
그리고 그 시각.
[94층의 시험을 통과하였습니다.]유원은 계속해서 다음, 또 다음 층으로 올라갔다.
그렇게 탑을 오르고 올라.
[95층의 시험을 통과하였습니다.] [96층의 시험을 통과하였…… ] [97층의…….] […….] [99층에 도달하였습니다.]마침내, 유원은 탑의 마지막 시험에 도전했다.
“빨리도 올라왔군.”
99층의 관리자.
현재 알려져 있는 가장 어려운 시험을 주관하는 존재.
그의 앞에 선 유원이 재촉했다.
“어서 시작이나 합시다.”
93층부터 99층까지.
유원은 관리자의 시험을 치르기도 하며 쉬지 않고 탑을 올라왔다.
모든 시험은 만점. 한 시도 쉬지 않고 탑을 오르는데 전념한 유원은 말 그대로 폭주기관차나 다름없었다.
“시간이 없다, 이건가.”
관리자 역시 그런 유원의 급한 마음을 알아보았다.
츠츠, 츠츠츠-.
관리자와 유원을 중심으로 한 세상이 다른 색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시험을 시작을 알리는 현상.
“아마 이 시험은 네가 알던 시험과는 조금 다를 게다.”
99층의 시험은 평범한 플레이어와 랭커를 구분 짓는 시험.
99층까지 도달한 플레이어들 중 절반 이상이 이 시험을 통과하지 못하고 좌절하거나, 결국 죽음에 이른다.
더군다나 시험의 난이도는 플레이어 개개인마다 달라 단순히 강하다고만 해서 랭커가 될 수 있다는 보장은 없었다.
그렇기에 탑에서는 랭커를 이렇게 부르기도 했다.
선택받은 자, 라고.
고오오오-.
유원의 눈앞으로 거대한 염소의 형상을 한 괴물이 나타났다.
덩치도 다르고, 형체도 조금 달랐지만.
괴물의 모습은 마치 1층에 나타난 아우터 갓, ‘슈브 니구라스’를 닮아 있었다.
그리고 다음 순간.
“부디 시험을 통과하길 바라…….”
스걱-.
거대한 염소의 몸에 세로로 그어진 붉은 선.
촤아아아-!
시험의 상대로 나타난 괴물의 모습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그것은 시험 상대로서의 완전한 소멸을 뜻했다.
그렇게 그날.
[99층의 시험을 통과하였습니다.] [1,000,000포인트를 획득하였습니다.] [모든 탑의 시험을 통과하였습니다.] [최단 기간 내에 100층에 도달하였습니다.] [5,000,000포인트를 획득하였…… ] […….] [레벨이 상승하였습니다.] [랭킹 관리국에 의해 랭킹이 측정됩니다.] [이미 랭킹이 존재합니다.]유원은 랭커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