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veling with the Gods RAW novel - Chapter 6
심부름꾼의 등장에 유원은 어깨를 으쓱여보였다.
“내가 좀 눈에 띄어서 말이야. 다른 쪽은 아무래도 심심하잖아?”
안전지대의 경우, 특별한 일이라고는 3시간에 한 번씩 벌어지는 학살밖에는 없었다. 물론 심부름꾼에게는 그것마저도 흥미로운 구경거리겠지만 아무래도 그들에게 더 큰 흥밋거리는 자신일 것이다.
-그렇죠 뭐. 고마워요. 덕분에 따분한 일이 좀 재밌어졌으니까. 그런데 진짜 벌써 20레벨을 달성하셨네요?
“운이 좋았지.”
-운이라…… 그렇게 말하는 사람이 제일 무섭더라고요.
심부름꾼은 그렇게 말하며 낄낄 웃었다. 모든 튜토리얼 과정 중, 2번 튜토리얼은 심부름꾼의 입장에서 가장 따분한 미션이었다.
-그런데 절 부른 용건은요?
“상점.”
-아! 아이템을 사시려고요?
“아니.”
유원은 고개를 저었다.
“스킬을 사고 싶어서.”
-스킬?
심부름꾼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는 씩 웃으며 상점을 켜 보였다.
-2번 튜토리얼에 스킬을 사는 사람은 아마 당신이 처음일 겁니다.
스킬이란 탑에 존재하는 무수히 많은 이능(異能)을 의미했다.
그리고 그 스킬을 사용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이 바로 마력의 개방. 즉, 20레벨을 달성하는 것이었다.
유원의 눈앞으로 무수히 많은 목록이 떠올랐다.
상점에는 안 파는 물건이 없었다.
가장 기본적인 것들로는 100~200포인트 정도에 구할 수 있는 조잡한 무기와 장비들이었다.
제대로 아이템이라 부를 수 있을 만한 것들은 500포인트가 넘어갔다.
그리고 그중.
‘여기 있군.’
무수히 많은 목록을 넘어가고 나자, 스킬들이 눈에 보였다.
최소가 1,000포인트.
그중에서도 비싼 스킬들은 10만 포인트까지도 올라갔다.
“여기 있는 스킬이 전부야? 더 없어?”
-튜토리얼에서 구할 수 있는 스킬은 거기 있는 게 전붑니다. 왜요? 뭐 찾는 거라도 있습니까?
“아니. 딱히.”
단순히 눈에 띄는 것과, 탑의 아이템을 모두 꿰뚫고 있는 건 다른 문제였다.
심부름꾼의 시선을 끌어서 좋을 건 없었다. 만약 튜토리얼과 탑의 정보를 알고 있다는 사실을 들킨다면, 튜토리얼의 난이도 자체가 달라지게 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이걸로 하지.”
유원은 스킬 하나를 선택했다.
[2,000포인트를 소모하였습니다.] [‘원숭이의 눈’을 획득하였습니다.] [보유 포인트 : 1527p]유원의 눈이 노란빛으로 변했다.
그 변화와 선택을 본 심부름꾼은 의아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원숭이의 눈? 그리 좋은 스킬은 아닌데요?
“이름이 멋있잖아.”
-흐음…….
심부름꾼은 어딘가 묘한 얼굴이었다.
어딘가 김이 빠진 듯한 반응.
그럴 수밖에 없었다.
‘원숭이의 눈’은 유원의 말과는 달리 이름이 멋있지도 않을뿐더러, 스킬의 효용도 역시 그리 크지 않았다.
다른 무엇보다 아직 탑에 들어가지도 못한 튜토리얼 참가자들이 다루기에는 난이도가 너무 높은 스킬이기도 했다.
곧이어 유원은 또 하나의 스킬을 선택했다.
“다음은 이거.”
[1500포인트를 소모하였습니다.] [‘하급 마력검’을 획득하였습니다.] [보유 포인트 : 27]심부름꾼은 고개를 끄덕였다.
-괜찮은 선택이에요. 마력검은 초반 튜토리얼 참가자들의 부족한 공격력을 채워 주는 꽤 쓸 만한 스킬이니까요.
맞는 말이었다.
실제로도 유원은 그런 이유로 스킬을 골랐다.
‘이건 가격도 싸고.’
남은 포인트는 굳이 사용하지 않았다.
심부름꾼은 유원이 몸을 돌리자, 빙긋 웃으며 말했다.
-그럼 즐거운 시간 되세요. 기대 많이 하고 있으니까.
유원은 그 말에 잠시 걸음을 멈췄다가 움직였다.
기대를 하고 있다.
그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알고 유원은 심부름꾼이 사라진 방향을 바라보았다.
‘특별 관리 대상.’
튜토리얼 지역에서 유독 눈에 띄는 행보를 보여 주는 참가자들.
혹시라도 참가자가 부정을 저지르지 않는지를 감시하고, 관찰하는 것이다.
‘상관없겠지.’
2번 튜토리얼에서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건 어디까지나 유원의 능력이었다.
탑이나 랭커, 혹은 부정을 시도한 다른 심부름꾼과의 연결고리는 찾아볼 수 없을 것이다.
걸리는 게 있다면 회귀 하나.
회귀라는 건 굉장히 큰 메리트였다.
미래의 지식과 정보를 가지고 있고, 경험까지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스탯의 유무를 떠나 기존의 튜토리얼이 쉽게 느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하지만 그 부분에 대해서는 걱정할 것 없었다.
‘관리자가 알 수 있을 리가 없으니까.’
시계태엽은 크로노스와 미미르, 오딘이 만들어 낸 아이템이었다.
그들은 탑을 멸망으로 이끈, ‘아우터 갓’들과 싸워 온 존재들.
게다가 아이템을 만든 핵심 인물인 크로노스는 시계태엽의 패널티로 현 시점에서는 존재 자체가 사라진 상태였다.
아마 하층의 심부름꾼 따위가 아니라 진짜 관리자가 온다고 해도 아이템의 존재는 알아차릴 수 없을 것이다.
“스읍-.”
유원은 숨을 길게 쉬었다.
마력 스탯과 두 개의 스킬.
2번 튜토리얼에서 얻어야 할 최소한의 조건들이 충족되었다.
[원숭이의 눈]# 랭크 : F
# 숙련도 : 0.00%
# 화과산의 한 원숭이가 가지고 있던 눈이다.
# 활성화 시 시야를 넓히고 오감을 확장시켜 준다.
[하급 마력검]# 랭크 : F
# 숙련도 : 0.00%
# 마력을 두른 검이다. 사용하기에 따라 뛰어난 보검이 될 수 있다.
두 개의 스킬 모두 설명은 간단했다.
마력검은 마력 스탯의 수치에 따라, 그리고 컨트롤 여하에 따라 얼마든지 활용이 달라지는 스킬이었다.
튜토리얼과 탑 하층에서 사용하기에는 꽤 쓸 만한 스킬.
반면, ‘원숭이의 눈’은 설명만으로는 어디에 사용해야 할지 어려운 스킬이었다.
“이런 걸 잘도 팔아먹는군.”
당장 스킬을 구한 유원만 해도 2,000포인트라는 가격은 부담이었다.
그럼에도 유원은 다른 스킬들보다도 먼저 원숭이의 눈을 선택했다.
유원은 스킬을 발동해 보였다.
오감이 확장되고, 눈에 보이지 않던 시야가 보였다.
소리도, 기척도, 살갗에 느껴지던 공기도.
모든 게 달라졌다.
나쁘지 않은 스킬이었다.
스킬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았다. 있어서 나쁜 스킬이란 건 있을 수 없다.
‘그래도 단지 이것뿐이라면 포인트 값은 못하지.’
그래도 어쩔 수 없다.
이 스킬은 지금부터라도 꾸준히 사용해 스킬의 숙련도를 올려놓아야 했으니까.
‘이게 그 녀석 눈이란 말이지…….’
[남은 시간 : 00 : 29 : 58]유원은 남은 시간을 확인했다.
다음 주황색 안전시대가 사라질 때까지 남은 시간은 30분 남짓.
‘시간은 충분해.’
잃어버렸던 마력이 돌아오자, 몸이 날아갈 것만 같았다.
비록 예전에 가지고 있던 마력에 비하면 미세먼지만도 못한 수준이라지만 아예 없는 것과 조금이라도 있는 것의 차이는 분명했다.
시릭, 시리릭-.
꺄득, 까드드-.
지하철역 안쪽으로 조금 더 걸음을 옮기자 또 다른 어스 웜들이 보였다.
어스 웜 무리는 전보다 훨씬 많았다. 마치, 벌레들의 소굴을 보는 것만 같았다.
기이잉-.
손에 들고 있던 정글도에 희미한 푸른빛이 맺혔다.
새로 얻은 스킬, ‘마력검’의 효과였다.
유원은 어스 웜들 사이를 걸어갔다. 사방은 온통 꿈틀거리는 벌레들로 가득했다.
“이쪽에 있을 줄 알았다.”
시릭, 시리릭-.
찌걱, 쩝, 쩝-.
거대한 벌레 하나.
그것은 다른 어스 웜들에 비해서도 훨씬 거대했다.
몸통의 두께만 2미터에, 두께는 15미터에 육박하는 거체.
녀석이 먹고 있는 건 사람의 몸통이었다. 그것은 다른 어스 웜들이 지상에서 사냥해 온 사냥감이었다.
“맘 웜(Mam worm).”
어스 웜들의 어미.
녀석은 무수히 많은 알들을 낳고, 그 알에서 부화한 어스 웜들은 맘 웜을 위한 사냥감을 구해 온다.
녀석이 바로 이 던전의, 그리고 2번 튜토리얼의 보스였다.
까드득, 까득-.
캬아아-!
사방의 어스 웜들이 유원을 보고 괴성을 질렀다.
대충 보이는 숫자만 해도 2, 3백.
꿈틀거리는 어스 웜들은 그리 위협적이지 않았지만, 숫자가 워낙 많았다. 주위는 발 디딜 틈조차 없이 어스 웜들로 가득했다.
‘이걸 다 잡고 있을 시간이 없다.’
타악-.
유원은 뜀박질로 위로 도약했다.
아래로 착지하며 어스 웜들을 베어냄과 동시에, 유원은 곧장 맘 웜을 향해 내달렸다.
촤악, 스아악-.
‘단숨에 맘 웜을 잡는다.’
마력검이 맺힌 정글도는 달려 들어오는 웜들을 꽤 손쉽게 베어 냈다.
그리고 다행히도 맘 웜은 새끼들에 대한 애착이 강한 녀석이었다.
캬악-!
쿵-.
맘 웜의 거체가 움직였다.
우습게도 녀석의 분노는 자신의 새끼들마저 짓뭉갰다. 그 모습에 유원은 웜들을 베어 내며 작게 웃었다.
“머리가 모자란 놈이군.”
꿈틀거리며 다가오는 맘 웜의 속도는 보통이 아니었다.
거대한 덩치를 꿈틀거리며 다가오는 맘 웜의 이빨이 단숨에 유원을 짓이겨 왔다.
콰직-!
이빨이 부딪치며 섬뜩한 소리를 냈다.
그륵-?
이빨에 씹히는 게 없었다.
맘 웜이 의아한 울음소리를 흘린 그 순간.
콰직-!
갸아아악-!
맘 웜이 비명 소리를 질렀다.
바로 머리 옆에서 느껴진 통증 때문이었다.
“먼저 와 줘서 고맙다.”
쉬익-, 푹-.
푹푹푹-.
유원은 도끼와 정글도를 번갈아가며 찍었다. 그렇게 등산이라도 하듯, 유원은 빠르게 맘 웜의 몸체 위로 올라탔다.
갸아아아-!
맘 웜의 발버둥이 심해졌다.
자신의 몸 위에 유원이 올라탔다는 사실을 깨달은 녀석은 곧장 몸을 까뒤집었다.
쿠웅-.
맘 웜이 배를 드러냈다.
그 순간, 유원의 정글도가 녀석의 배 위를 내리쳤다.
푸확-!
베어진 맘 웜의 살갗에서 피분수가 튀었다.
기이잉-.
정글도와 도끼에 맺힌 푸른빛이 환하게 빛났다.
녀석이 배를 뒤집고 있는 지금이 기회였다.
유원은 사정없이 손에 든 무기를 휘둘렀다.
퍼억, 퍽-!
푸화악-!
맘 웜의 배가 베이고, 찢겨지고, 터져 나갔다.
캬아아악-!
고통에 찬 맘 웜의 울부짖음.
고통에 꿈틀거리던 맘 웜의 머리가 움직여 유원을 향해 다시금 이빨을 들이미는 순간.
캬아아-!
콰직-!
유원의 도끼에 마력이 맺히며, 다가오던 맘 웜의 머리를 반으로 쪼개어 냈다.
쿵-.
* * *
[남은 시간 : 00 : 01 : 12]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김명훈의 시야에는 자신이 바깥으로 내보낸 노인이 보였다.
‘시발, 어쩔 수 없잖아.’
그도 사람인 이상 최소한의 양심은 있었다.
자신에게 지목당해 바깥으로 나가 있는 노인을 보며, 아무런 감정이 들지 않을 수는 없었다.
“사, 살려 줘 제발…….”
“이건 아니잖아요! 죽을 걸 알면서 어떻게……!”
시간이 다가옴에 따라 바깥에 밀려 나간 사람들의 원성도 커졌다.
김명훈은 입술을 한 번 깨물고는 소리쳤다.
“닥쳐!”
살벌한 눈빛과 외침에 슬금슬금 안으로 들어오려던 사람들이 움찔했다.
김명훈은 상점에서 100포인트에 구입한 칼을 앞으로 내밀며 말했다.
“이러지 맙시다, 우리. 약속했잖아요? 모두 동의했고.”
“누가 동의해요, 누가!”
“맞아! 우린…….”
“대다수가! 당신들을 제외한 모두가!”
김명훈은 칼을 앞으로 바짝 들이밀었다.
그러자 노란색 안으로 들어오려던 남자가 움찔하며 뒤로 물러섰다.
“그러니까 들어오면 우리가 죽여 버릴 거야. 알았어?”
그 말에 노란색 안쪽의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숫자의 차이는 어쩔 수 없었다.
결국 둘 중 하나다.
저 노란색 선을 넘어 사람들의 손에 죽든가, 이곳에서 괴물들의 손에 죽든가.
[00 : 00 : 30]노인은 눈을 감았다.
이제 30초만 더 지나면 이 땅 아래에서 괴물들이 솟아올라, 자신의 몸을 씹어 먹을 것이다.
[00 : 00 : 17]까드득, 까득-.
주황색 안전지대 밖으로 웜들이 나타났다.
녀석들 역시 알고 있는 것이다.
이제 조금만 시간이 흐르면 이 안전지대가 사라지고, 새로운 먹잇감이 나타날 것이라는 걸.
“으아아아!”
“버, 벌레!”
“저, 저리 가!”
안전지대 안쪽으로 들어가지 못한 사람들은 비명을 질렀다.
시간이, 모두 흘렀다.
[00 : 00 : 05] [00 : 00 : 04] [00 : 00 : 03] [……] [00 : 00 : 03]시간이 모두…….
“어?”
“시간이…….”
눈을 질끈 감고 있던 사람들은 슬그머니 눈을 떴다.
시간이 더 흐르지 않았다.
주황색으로 칠해져 있던 땅 역시, 아까처럼 사라지지 않았다.
시간을 확인한 건 노란색 안전지대 안쪽의 사람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갑작스럽게 바뀐 시스템에 김명훈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뭐가 어떻게 된…….”
그때였다.
바닥에 있는 안전지대의 색이, 전부 보라색으로 바뀐 것이.
[2번 튜토리얼을 통과하였습니다.] [안전 구역이 더 이상 줄어들지 않습니다.] [600포인트를 획득하였습니다.] [2번 튜토리얼의 종료까지 15시간 남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