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veling with the Gods RAW novel - Chapter 83
풍백림의 말에 문소백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소교주?’
생소한 단어.
그는 자신이 소가주라는 말을 잘못 들은 게 아닐까 했다.
아니, 그 전에.
‘김유원은 분명 소속된 문파가 없다고 했…….’
문소백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설마?’
현 무림에서 ‘소교주’라는 말을 쓸 만한 곳은 한 곳뿐이다.
문파라기보다는 종교 집단에 가까운 세력.
천산에 자리 잡은 자들로서, 진정한 천하제일(天下第一)을 자처할 수 있는 집단.
천마신교(天魔神敎).
이번 무림대전에는 천마신교의 소교주가 참전한다는 소문이 파다하게 퍼져 있었다.
그리고 유원은 그런 천마신교의 시험을 통과한 유일한 플레이어였고.
‘아무리 그렇다 해도, 고작 시험 하나 통과했다고 소교주 자리를…….’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하지만 설마 하는 생각이 들어도 눈앞에 벌어진 상황이 있으니 믿지 않을 수도 없었다.
꿀꺽-.
문소백은 검을 아래로 내렸다.
풍백림은 그의 눈을 노려보다 유원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분위기를 살피던 그가 주먹으로 손바닥을 때렸다.
“싸움입니까?”
“아직 시작은 안 했다.”
유원의 말이 자연스레 낮아졌다.
풍백림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는 처음과는 달리 유원에게 말을 높이고 있었다.
그저 그것이 천마신교의 규율이기에.
“어떻게 할까요?”
풍백림이 문소백을 돌아보았다.
“여기서 죽일까요?”
마치 명령만 내리라는 듯한 투였다.
동시에 풍백림의 몸에서 전류가 흐르고, 무서운 기세가 뿜어져 나왔다. 문소백은 순식간에 풍백림이 자신보다 몇 배는 큰 거인으로 느껴졌다.
‘랭커다.’
그것도 보통 랭커가 아니었다.
무림에 몸을 담고 있는 웬만한 랭커들보다 더 뛰어난 실력.
문소백은 풍백림과의 싸움을 가늠해 보았다.
‘십중팔구는 패배…… 아니, 이긴다 해도 문제다.’
상대는 천마신교의 랭커.
만약 이 싸움에서 이긴다 해도 그들과 척을 지게 되는 것이다.
결국 그가 할 수 있는 결정은 하나뿐이었다.
“크흠. 미, 미안하게 됐소.”
문소백은 헛기침을 하며 검을 다시 검집에 집어넣었다.
“차마 천마신교의 소교주일 줄은 몰랐소. 몸담고 있는 문파가 있는 줄 알았다면 접근하지 않았을 거요.”
“우린 문파가 아니다. 같은 취급하지 마라.”
“아, 아무튼.”
서둘러 몸을 돌린 문소백은 이마에 식은땀을 흘리며 걸음을 옮겼다.
“어쨌든 미안하게 됐소이다. 그럼 이만.”
“…….”
유원은 도망치듯 빠른 걸음으로 떠나는 문소백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풍백림은 그를 노려보았다.
“그냥 보내는 겁니까?”
“뭐 하는 놈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중요한 건 저 녀석이 아니니까.”
“그럼 중요한 게 뭡니까?”
“제갈세가에 저 녀석 뒷배가 있나 보더라고.”
“제갈세가라…….”
풍백림의 입꼬리가 위로 올라갔다.
“그렇지 않아도 무림대전이 끝나고 남궁세가와 저녁 약속이 있으니, 그때 가서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불온한 움직임이 있다면 확실히 징계를 내려야지요.”
“저녁 약속? 남궁세가랑?”
“소교주님도 참석하시겠습니까?”
남궁세가는, 천마신교가 천산 밖으로 나오지 않는 동안 천하제일문이라 인정받던 곳이다.
이제 막 활동을 시작하는 천마신교가, 이렇게 빨리 남궁세가와 접점을 가질 줄은 몰랐다.
“소문을 낸 게 너희냐?”
“무슨 소문 말입니까?”
“천마신교 소교주가 무림대전에 참여한다는.”
“아, 그거라면…….”
풍백림의 표정이 음흉하게 변했다.
“아무래도 무림에 돌아와 신이 난 교인들이 떠들어 댄 모양입니다. 워낙 말하기를 좋아하는 녀석들인지라.”
“원래 성격이 이랬나?”
“싸울 때 말고는 늘 이렇습니다. 으하핫!”
호탕한 웃음소릴 보니 확실히 풍백림이 맞기는 한 모양. 유원은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저었다.
‘천마신교라…….’
반쯤 강제로 쥐어진 칭호.
생각보다 큰 힘을 얻게 됐다. 유원은 천마신교의 움직임이 가지고 올 파장을 생각했다.
“저녁 약속은 됐다.”
아마 약속이라고 해 봤자 친목을 위한 자리일 터. 그런 자리에 가 봤자 두드러기밖에 나지 않는다.
대신.
“그래도 창검문주랑 그 의형제라는 녀석, 확실히 처리해.”
유원의 명에 풍백림은 고개를 숙였다.
“본부대로 하겠습니다.”
“가지.”
“예.”
앞서가는 유원.
풍백림이 그의 뒤를 따라 걸었다.
천마신교.
무림 제일의 집단.
그 검을, 유원은 마음껏 휘둘러보기로 마음먹었다.
* * *
경기장 옆에 위치한 5층짜리 높은 건물.
창밖으로 거대한 경기장의 절경이 한 눈에 보이는, 인근에서 가장 비싼 숙소에서는 천마 천무진이 유원을 기다리고 있었다.
“수고했다.”
“갑자기 무슨 수고 말입니까?”
“예선전을 치르고 온 거 아니냐?”
“보러 오셨습니까?”
“아니. 어차피 네가 우승할 건데, 굳이 볼 필요까지야.”
천무진은 그렇게 말하고는 손수 차를 내왔다.
“안 그러느냐?”
유원은 찻잔을 들었다.
동시에 천무진이 따르는 찻물의 무게가 천근만근처럼 무겁게 느껴졌다. 찻물에 천무진의 마나가 폭포수처럼 담겨져 있었다.
‘시험인가.’
가볍지만 쉽지 않은 시험이었다.
유원은 찻잔에 마나를 담아 버티며 대답했다.
“그럴지도 모르지요.”
애매모호한 대답과 함께 유원의 이마에 땀이 흘렀다.
마치, 폭포수가 한 점에 모여 떨어지는 것 같았다.
쩍-.
찻잔에 금이 생긴다.
‘깨지면 안 된다.’ 생각한 순간-.
츠, 츠.
-퀴네에에서 마나가 새어 나오기 시작한다.
덕분에 안정이 되는 것도 잠시.
쩌억-.
거대한 어둠이 몸을 집어삼키는 것만 같은 착각이 일었다.
그 순간.
똑-.
마지막 찻물 한 방울이 찻잔 위로 떨어졌다.
찻잔이 깨질 뻔했다.
“확실하군.”
만약 두 사람의 모습을 누군가 봤다면 그냥 차를 따라주는 것으로 보았을 것이다.
하지만 유원은 이 짧은 시간 동안 받아 낸 찻물이 이번 생의 어떤 싸움보다도 힘들게 느껴졌다.
“무림대전 같은 데에는 왜 참여한 거지? 애들 싸움에 낄 실력은 아닌 것 같은데.”
“상품이 필요합니다.”
“대환단 말이냐?”
“예.”
유원은 금이 간 찻잔을 바라보았다.
“아직 한 끗이 부족합니다.”
마력 스탯은 99까지 도달했다.
만약 100에 도달했다면 어땠을까?
이리 찻물을 받아 내는 게 힘들지도 않았을뿐더러, 찻잔이 깨지는 일도 없었을 것이다.
“숫자에 연연하지 말라…… 고 말하고 싶지만, 그러지 않을 순 없겠지.”
“전 교주님과 달리 진짜 무인이 아니니까요. 시스템을 가진 이상, 숫자는 중요한 겁니다.”
“이해한다. 그걸 위해 대환단이 필요한 거다?”
“복용한다고 넘어설 수 있을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가능성은 꽤 있을 테니까요.”
유원은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그 고비를 넘어서야 했다.
그게 바로, 유원이 스스로 정한 ‘첫 번째’ 조건이었으니까.
“대환단은 분명 좋은 영약이지. 무림대전이 이렇게 커질 수 있었던 것도 그 상품 덕분이니까.”
천무진은 이제 좀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고는 방금 따라낸 차를 마시기 시작했다.
한 차례 힘을 쓰느라 목이 말랐던 유원도 다시 금이 간 찻잔을 들었다. 한 모금 입을 축인 유원이 물었다.
“그러는 교주님이야말로 여긴 왜 온 겁니까? 천마신교는 천산에서 내려오지 않는다고 들었는데요.”
“이제 슬슬 활동을 시작할 생각이다.”
“활동? 어느 쪽으로 말입니까?”
“새로운 교인도 받고, 시험도 치르고. 세력을 넓혀 자리도 잡고. 뭐 그런 것들 말이다.”
“천산은요?”
“자주 왕래해야지. 요즘은 기술이 좋아져, 다녀오기가 꽤 편하더구나.”
천무진이 무림에 나서기로 마음먹었다. 그것은 무림의 서열과 판도를 순식간에 뒤집을 수 있는 일이었다.
천무진은 천마신교 그 자체라고 할 수 있으니까.
“괜찮겠습니까?”
“뭘?”
“전에도 말했지만, 전 소교주 자리에 어울리지 않습니다. 어디 몸담을 생각이 없어서.”
“알고 있다.”
“의무는 다하지 않으면서, 권리만 누릴 겁니다. 당연히 교인들의 반발도 심할 겁니다.”
“내가 천마신교의 하늘이다. 내가 인정한 이상, 누구도 네 뜻을 거스르지 못할 것이다.”
천무진의 목소리에는 힘이 실려 있지 않았다.
조곤조곤 내뱉는 목소리는 마치 아침에 해가 뜬다는 것처럼 당연한 이야기를 말하는 것 같았다.
천무진에게는 그것이 너무나도 당연한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제가 천마신교를 망가뜨릴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유원이 염려하는 건 그것만이 아니었다.
“전 올림포스의 적이니까요.”
“올림포스?”
“예.”
유원은 자신과 올림포스의 관계를 이야기했다.
헤파이스토스를 구한 것부터, 올림포스 측 랭커와의 싸움까지.
이야기를 듣던 천무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군. 기간토마키아라…….”
오랫동안 천산에 틀어박혀 있던 그는 기간토마키아를 겪지 않았다.
하지만 그 일화는 너무 유명해, 모를 수가 없었다.
“너는 그걸 막으려는 거냐?”
“비슷합니다.”
“결국 싸우려는 거군.”
천무진의 표정은 여전했다.
올림포스라는 거대한 적과 싸워야 한다는 이야기에도 그는 동요하지 않았다.
“괜찮은 겁니까?”
“태풍이 무서워 항해를 못하면 되겠느냐. 가 보는 수밖에.”
유원이야 반길 일이지만, 그래도 이해할 수 없었다.
엄밀히 말해 자신은 외인이다.
천산에서 나고 자란 가족이라 해도 함께 걷지 못할 길을, 천무진은 너무나도 쉽게 함께하려 하고 있었다.
천마신교와 함께.
“이해가 안 된다면 기억해 두거라. 다른 것은 중요치 않다. 다만 지금부터 딱 하나, 소교주가 된 네가 명심해야 할 게 있으니.”
천무진은 오늘, 유원에게 이 말을 하기 위해 불렀다.
“이제부터는 네가 바로 천마신교다.”
* * *
무림대전의 예선이 끝나갈 무렵.
밤이 깊고, 무림맹에는 연회가 시작되었다.
“올해 무림대전도 성황이외다. 다른 어느 때보다도 반응이 아주 뜨거워!”
“워낙 출중한 후기지수들이 많아야 말이지요. 올림포스의 왕자부터 아스가르드의 후예, 하늘의 천사, 거기다…….”
“김유원도 있지요.”
술잔을 기울이며 나누는 이야기는 대부분 무림대전에 관한 이야기였다.
연회장에 모인 무림맹의 인사들은 예선전이 무사히 마무리된 것을 자축하며 담소를 나눴다.
무림의 큰 어른.
또한, 무림맹의 랭커들 중 대부분이 한자리에 모인 것이다.
“진짜 대단하더이다. 왜 그리 김유원, 김유원 하는지 이제야 알겠소.”
“그러게 말입니다. 듣자 하니 소속된 곳도 없다던데, 우리 신무문으로 데려올 수만 있다면…….”
“그러고 보니 그자는 어느 문파의 시험을 통과하고 올라간 거요?”
“몰랐소? 아마 그자가…….”
“그자가, 천마신교의 소교주요.”
어디선가 들려온 날이 선 목소리.
그곳에는 무리에서 홀로 떨어져 술잔을 기울이고 있는 남자가 있었다.
“창검문주?”
“오랜만이외다. 그런데 방금…….”
“소교주라니, 그게 무슨 소리요?”
유원이 천마신교의 시험을 통과했다는 이야기는 이미 널리 알려진 일.
하지만 단순히 시험을 통과한 것과 천마신교의 소교주가 되는 건 전혀 다른 문제였다.
소교주라면 천마의 후계자이자, 한 가문의 소가주와 마찬가지인 자리.
고작 시험 하나 통과한 걸 가지고 소교주 자리에 앉힌다는 건 믿기 어려운 일인 것이다.
“내 똑똑히 보았소이다. 그자를 소교주라 부르는 천마신교의 랭커를 말이지요.”
“혹시 그새 무슨 일이라도 있었던 거요?”
기다리고 있던 질문이었다.
문소백은 잠시 뜸을 들였다. 그러기엔 술만 한 게 없었다.
술을 다시 따라 마신 문소백이 입을 열었다.
“뛰어난 후기지수를 보고 반가움에 인사라도 나누려는 차, 자신들의 소교주에게 접근하지 말라며 대뜸 칼을 뽑아 들더이다.”
“허어-.”
“어찌 그런…….”
“인사 한 번 나누는 게 그리 어려운 일이란 말이오?”
분개한 목소리가 터져 나온다.
분위기가 조금씩 무르익었다. 문소백은 주위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마교가 다 그렇지요. 오래전에도 그랬지 않았습니까? 무림맹과 마교는 본디 맺어질 수 없는 운명이외다.”
“하긴. 그 마인들 성격이 어디 가겠습니까.”
“제가 잘 몰라 그런데, 천마신교가 무슨 짓을 저지르기라도 했습니까?”
“지금이야 시간이 많이 지나서 그렇지, 그놈들은 예전부터…….”
천마신교에 대한 여론은 그리 좋지 않았다.
이미 오랫동안 무림의 권력을 쥐고 흔들던 그들에게, 천마신교의 존재는 부담이었다.
더군다나 긴 시간 무림에 터를 잡고 살아온 어른들은 천마신교를 ‘마교(魔敎)’라 부르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올라가려는 입꼬리를 내리는 데 애를 먹었다.
문소백은 최대한 침통한 표정과 목소리로 말했다.
“아시다시피 김유원은 이번 무림대전의 가장 강력한 우승 후보요.”
“크음…….”
“허어…….”
“마교의 소교주 따위가 어찌…….”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는 탄성.
아직까지 천마신교에 대한 무림의 반감은 다 사라지지 않았다.
“이렇게 하는 건 어떻습니까?”
“어떻게 말이오?”
“무슨 복안이라도 있소?”
몇몇 무림의 랭커들이 문소백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사건의 중심에 서게 된 문소백은 들뜬 마음을 억누르며 조심히 입을 열었다.
“본선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