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veling with the Gods RAW novel - Chapter 82
* * *
투확-!
검을 휘두름과 동시에 마나가 전방으로 뿜어져 나갔다.
특별한 스킬이 아닌, 마나를 이용한 단순한 기교.
일종의 검압(劍壓)이었다.
“아악!”
“켁!”
“무, 무슨 스킬이야 이거?”
몇 명의 몸이 날아가고, 그래도 실력이 조금 있는 몇 명은 서둘러 스킬을 사용해 방어해 냈다.
하지만 방금 전의 한 방으로 전열은 이미 무너진 상태.
팟-.
유원이 다수의 플레이어들을 향해 파고들었다.
“온다!”
“아니, 이미 왔어!”
“오른쪽이다!”
“아니, 왼쪽이야!”
“어느 쪽인데, 썅!”
약속이라도 한 듯, 합심해서 함께 싸워 보자던 플레이어들.
하지만 결과는 썩 좋지 않았다.
퍼억-!
“크웁……!”
칼끝이 가슴을 베자, 묵직한 충격과 함께 몸이 날아간다.
부웅-.
몸이 몇 미터나 위로 날아간 플레이어는 곧 바닥에 곤두박질쳤다. 잠시 후, 주위에 있던 플레이어들이 다시 소리를 지른다.
“이쪽이다!”
“칼이 아니야!”
“그럼 뭔데?”
“나도 몰라! 느낌은 무슨 둔기 같은데…….”
“칼등 아니야?”
난장판이 벌어졌다.
유원의 움직임을 쫓아 눈을 굴리는 사람도 몇 없었다. 그나마 서문창은 흐릿하게 움직이는 잔상을 보고 있었다.
‘이쪽이다.’
칼끝이 서서히 움직인다.
분명 보인다.
하지만 반응할 수 없다.
슈악-!
자신의 생각보다 한 박자.
아니, 몇 박자가 빠르게 코앞까지 다가온 검.
‘죽는……!’
틱-.
칼끝이 코를 건드렸다.
가벼운 충격이었다.
마치, 어른이 아이를 혼내는 것처럼.
퍼억-!
“크웁……!”
발길질에 날아간 서문창이 바닥을 굴렀다. 배 속에 든 걸 전부 게워 낼 뻔했지만, 겨우 참아 냈다.
“쿨럭, 컥!”
입안에 있던 핏물이 기침과 함께 토해졌다. 서문창은 가슴팍의 통증에 이를 악물었다.
‘갈비가 몇 대 나갔나.’
이런 몸 상태로는 더 싸우는 게 불가능했다.
물론 더 싸울 수 있다고 해도 그럴 의욕이 들지도 않았다. 어느 정도 싸움이 되어야 싸우지, 격차가 워낙 크니 그럴 마음도 들지 않았다.
“으으, 으…….”
“끄으…….”
사방에는 유원에게 얻어맞고 나뒹굴어 있는 플레이어들이 신음하고 있었다.
반 정도는 기절하고, 반 정도는 부상을 입고 쓰러졌다.
죽은 사람은 없어 보였다.
‘다 살았어?’
무기를 들고 싸우는 경기. 거기서 사망자가 나오는 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한 명도 죽지 않다니.
절대 우연일 리 없는 일이다.
‘봐 주고 있는 건가?’
설마 하는 생각.
그래도 무림대전에 참여할 정도면 어느 정도 자신의 실력에 자신이 있는 자들이었다.
더군다나 한두 명도 아닌, 여덟 명을 상대하면서 여유를 부리다니.
하지만 그것도 잠시.
‘그러고 보니 방금 전…….’
분명 유원의 검은 자신의 머리를 내려칠 수 있었다.
이대로 죽는 거구나 싶었는데, 날아오는 건 검이 아닌 발.
그래서 검은 허수고 진짜는 발인 줄로만 알았다. 그런데 그런 식으로 생각하기에는 너무 동작의 연결이 부자연스러웠다.
“하, 하하…….”
헛웃음이 다 나왔다.
아무리 예선전이라고는 하나, 그 ‘무림대전’에서 유원은 마치, 어린애 다루는 어른처럼 행동하고 있었다.
* * *
경기가 끝나고.
유원은 하르간의 경기를 기다렸다. 하르간의 경기는 다다음 차례였다.
“승자, 하르간!”
“와아아아-!”
“대박인데, 이 녀석?”
“혼자서 나머지를 다…….”
“김유원 같은 녀석이 또 있었어.”
파지지, 파지-.
경기장에는 아직까지도 하르간의 전격이 남아 있었다.
광역으로 번지는 전격의 힘. 육체적인 능력도, 마나도, 모두 저층 구간 플레이어의 수준이 아니었다.
‘진짜 세졌네.’
이건 유원도 놀랄 정도였다.
왜 하르간이 계속해서 층을 올라갈 때마다 랭킹이 오르는지 알 것 같았다.
성장 속도가 말이 되지 않는다. 이제 막 25층까지 돌파했다고 들었는데, 실력만 놓고 보면 상층 구간의 플레이어들과 비교해도 다르지 않았다.
‘오히려 잠재 능력은 더 높나.’
하르간이 지닌 전격.
그가 지닌 마나는 제우스와 가장 닮아 있었다.
전격을 다루는 재능도, 스킬도, 생긴 것도.
모두 제우스와 판박이였다.
‘랭커가 되면 진짜 볼 만하겠어.’
기다린 보람이 있었다.
유원은 관중석에서 일어났다.
남은 경기는 더 볼 필요가 없었다.
그렇게 1층의 출구로 나왔을 때.
“저 녀석입니다!”
어디선가 들어 본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한 목소리.
유원은 손가락으로 자신을 가리키고 있는 남자를 바라보았다.
얼굴도 마찬가지였다.
어디서 본 것 같기도 하고…….
“아.”
기억났다.
“누구였지?”
기억은 나는데, 이름은 몰랐다.
무시를 당했다고 생각했는지 상대의 얼굴이 벌겋게 변했다.
“양원일이다!”
경기 도중 기절했다 일어난 양원일은 씩씩거리며 다가왔다.
아니, 다가오려 했다.
“기다려라.”
양원일의 뒤에서 어깨를 붙잡는 남자.
유원은 그를 보며 심상치 않은 느낌을 받았다.
‘랭커인가?’
양원일과는 급이 다른 강함.
2미터에 가까운 거구에 온몸이 근육으로 뒤덮인 육체는 한 눈에 봐도 강해 보였다.
“실례했군. 본 문의 제자가 무례를 범했어.”
“누굽니까?”
“창검문의 문주, 문소백이라고 하네.”
문주.
어쩐지, 보통 플레이어는 아닐 거라고 생각했다. 무림의 한 문파를 이끌 정도면 최소 랭커급이었다.
그런 문주가 직접 나서다니.
이런 경우, 볼일은 하나뿐이다.
“관심 없습니다.”
“무슨 이야긴지 들어보지도 않고?”
“입문 권유, 아닙니까?”
창검문주 문소백은 살짝 당황한 얼굴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그는 곧 원래의 여유로운 표정으로 돌아왔다.
이미 이런 상황을 어느 정도 생각하고 온 모양이었다.
“맞네. 듣자 하니 거대 길드들의 가입 권유를 모두 거절했다더군.”
“예.”
“창검문은 엄밀히 말해 길드가 아니네. 길드 무림에 입적해 있긴 하지만, 길드보다는 문파의 성향이 강하지.”
웃기는 논리였다.
따로 시험을 치른 것도 아니면서 문파에 들어오라는 건, 사실상 길드 가입과 같은 이치였다.
자신들의 소속으로 들어오라는.
“자네가 알지 모르지만 창검문은 역사가 아주 긴 곳이야. 지금은 다소 쇠락했다고는 하나, 무림의 정통을 잇는 최초의 문파가 바로 창검문이라 할 수 있지.”
시끄러운 연설.
“자네가 들어온다면 창검문의 모든 것을 이을 수 있을 걸세. 경기장에서 자네는 본 순간 깨달았지. 앞으로의 창검문은…….”
“잘 이끌어 가십시오. 그럼 이만.”
더 들을 생각이 없던 유원은 그대로 문소백의 옆을 지나쳐갔다.
이렇게 깔끔하게 옆을 지나칠 줄 몰랐던 문소백은 잠시 당황한 표정이었다.
거절을 할 거라고는 생각했지만, 이렇게 단칼일 줄은.
적어도 어딘가를 가서 차라도 한잔하고, 잠시 담소라도 나누고, 그런 뒤에나 나올 거라고 생각했다.
“잠깐 기다리게.”
턱-.
문소백의 손이 유원의 어깨를 잡았다.
유원은 문소백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방금 전과는 달리, 서글서글하던 표정은 없었다.
웃음이 사라지자 문소백의 원래 얼굴이 드러났다.
‘험악하군.’
산적처럼 우락부락하고 험상궂은 얼굴. 수염만 길렀다면 완벽했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어느새 문소백의 주위에는 참지 못한 투기로 마나가 조금씩 일렁이고 있었다. 유원은 그 속에 담겨 있는 화를 읽었다.
“아무래도 내 말을 다 이해하지 못한 모양이군.”
“뭘 이해하지 못했다는 겁니까?”
“이건 제안이 아닐세.”
꽈아악-.
손안에 들어가는 힘.
“알겠나?”
유원은 어깨를 붙잡은 문소백의 손을 바라보았다.
이런 종류의 시비가 한 번쯤은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렇게 되면, 한 번쯤은 부딪칠 거라고 각오도 하고 있었다.
“무림대전 참가자를 랭커가 건드리면 어떻게 되는지, 모르지는 않을 텐데.”
유원의 말투가 달라졌다.
급변한 분위기에 문소백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당연히 알지.”
“남궁세가가 무섭지 않나 봐?”
무림대전은 무림맹주가 있는 남궁세가에서 주최하는 경기였다.
그 안에서 벌어지는 사건의 수습은 남궁세가의 몫이며, 대회 참가자를 건드리는 건 남궁세가에 대한 도전이나 마찬가지였다.
창검문주 문소백이 랭커라고는 하나 창검문은 남궁세가에 비하면 약소 문파일 뿐.
반면, 남궁세가에는 열 명도 넘는 랭커와 하이랭커에 근접한 실력자인 남궁진운이 있었다.
“믿는 게 그거였나? 남궁세가?”
문소백은 웃음을 터뜨렸다.
“제갈세가의 가주가 내 의형제다. 남궁세가 따위가 무엇이라고 두려워하겠나?”
뭘 믿고 이러나 했더니 뒷배가 있었던 모양.
“그 의형제란 놈도 자기 형이 이런 놈인 걸 알고 있나?”
“당연한 소릴.”
문소백은 의기양양한 표정을 지었다.
“너무 그렇게 삐딱하게 나오지 말게. 나 역시 자네와는 좋은 관계를 이어 가고 싶으니 말이야. 천천히 듣다 보면, 우리 창검문이 그리 나쁜 곳이 아님을 알게 될 것이야.”
“거절하지.”
꽈악-.
유원은 문소백의 손목을 움켜잡았다.
힘을 주어, 어깨를 붙잡은 손을 치워 낸다. 유원의 손에서 느껴지는 힘에 문소백의 눈썹이 움직였다.
‘이놈…….’
저층 구간의 플레이어 치고 실력이 대단하다는 건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 정도 근력이라니.
‘만만치는 않겠군.’
츠츠, 츠-.
문소백은 팔에 힘을 주었다.
힘을 주면 줄수록 조금씩 패널티가 시작됐다.
그런데.
‘뭐지?’
조금씩, 아주 조금씩 자신의 손이 움직였다.
유원의 손이 자신의 손을 치워 내고 있었던 것이다.
“믿는 게 남궁세가냐고?”
꽈아악-.
손아귀 힘에 서서히 손목에 통증이 밀려 왔다.
“아니.”
문소백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제아무리 패널티를 신경 썼다지만 힘에서 자신이 밀리다니.
“난 나밖에 안 믿어.”
“큭…….”
타악-.
문소백은 서둘러 유원의 손을 뿌리쳤다.
당장 패널티를 무시하고 힘을 사용할 수도 있겠지만, 그런 생각을 할 겨를도 없었다.
뒷배는 남궁세가에 있고, 뒷수습은 신경 쓸 게 없으니 힘으로 찍어 누르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제법 실력은 있었군.”
아무래도 그게 쉽지는 않을 것 같았다.
차앙-!
문소백은 칼을 빼어 들었다.
창검문(蒼劍門)의 이름에 어울리는 푸른색의 검신.
머리가 빠르게 굴러 가고, 주위에 누가 없는지를 살폈다.
‘아직 무림대전이 한창이다.’
아마 사람들이 밖으로 나오려면 시간이 꽤 걸릴 터.
‘혹시나 해서 다른 녀석들에게 망을 보라고 하길 잘했군.’
만약 유원이 말을 듣지 않으면 실력 행사라도 하려고 마음먹고 있었다.
일단 창검문으로 데리고 가기만 하면, 어떤 식으로든 뜻대로 움직이게 할 수 있었으니까.
‘오래 끌지 않고, 단번에…….’
“그러고 보니 하나 있긴 있었군.”
“뭐?”
“믿는 구석.”
유원의 시선이 문소백의 뒤로 향했다.
저벅-.
인기척이 느껴진다.
분명 꽤 멀리서까지 느껴지지 않았는데, 갑자기 거리가 좁혀졌다.
문소백은 묘한 느낌을 받았다. 마치 사나운 맹수가 뒤에서 다가오는 듯한 기분이었다.
“안 그래도 너무 오래 걸린다 싶었습니다.”
문소백은 고개를 돌렸다.
다가온 사람은 꽤 큰 덩치의 남자였다.
복장이나 말투는 분명 무림의 사람 같은데, 한 번도 본 적 없는 얼굴이었다.
그는 유원과 문소백을 번갈아 보더니 물었다.
“여기서 뭐 하고 계시는 겁니까?”
권천주 풍백림.
천마신교의 시험에서 유원과 함께 싸웠던 그가 정중한 목소리로 인사했다.
“소교주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