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ne Station RAW novel - chapter 1082
용갑족 소족장 역시 신식으로 이 전투를 지켜보고 있다가 안도의 한숨을 푹 내쉬었다.
“저자는 분명 강합니다. 하지만 사묵자 선배님의 신통술 앞에서는 어쩔 수가 없나보군요. 파천도는 역시 대단합니다.”
용갑족 족장 역시 하늘로 향해 있던 시선을 거두며 약간 누그러진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제 분수를 모르고 까분 게지. 사묵자는 세 번째 단계에 이른 수련자다. 분신이라 해도 저런 자가 이길 수 있는 존재가 아니야. 사묵자에게 부상을 입힌 것만으로도 대단한 거지. 허나 거기까지다. 만에 하나 저자가 사묵자를 이겼더라면 우리는 골치가 아팠을 테니 다행이지.”
모든 사람이 한제의 패배를 확신하던 이때, 변화가 생겨났다.
극심한 고통에 표정이 잔뜩 일그러진 한제의 주위를 맴돌던 4천만 개의 검기가 일제히 그림이 된 하늘을 향해 달려들기 시작한 것이다.
다섯
“4천만 검기여, 그림이 된 하늘을 파괴하라!”
검기의 폭풍은 파멸적인 위력을 품은 채 회전하다가 쏘아져 나갔다. 한제 역시 짧은 외침과 함께 한 줄기 빛이 되어 폭풍에 섞여들었다. 아니, 빛보다는 검기에 가까운 모습이었다.
“무너져라!”
꽈르릉!
한제의 외침과 동시에 검기의 폭풍은 이내 하늘과 충돌했고 온 세상은 충돌음으로 뒤덮였다.
“크윽!”
한제는 점점 심해져가던 고통에 하늘과의 충돌까지 더해지자 피를 왈칵 토해냈다. 그러나 이에 굴하지 않고 오른손을 매섭게 휘둘러 더욱 맹렬하게 휘몰아치는 검기의 폭풍을 이끌고 파천도로 형성된 허상의 세상을 무너뜨렸다.
허상의 하늘과 땅이 무너져 내리면서 생겨난 충격이 수련성 전역을 휩쓸었다.
그리고 한제가 감옥 같던 허상의 세상에서 빠져나온 순간, 화작족 노인의 두 눈에 믿을 수 없다는 빛이 담겼다.
용갑족 족장과 소족장 부자(父子) 또한 거의 넋을 잃은 상태였다.
“이, 이게 대체⋯⋯?”
그때, 한제가 오른손으로 하늘을 가리키며 낮게 외쳤다.
“사마묵, 너와 나의 싸움은 이제 시작이다! 네가 파천도로 나를 가뒀다면 나는 번천으로 너를 멸하겠다!”
말이 떨어지자마자 한제의 두 눈에 비친 세상이 뒤집히면서 하늘은 땅이 되고 땅은 하늘이 됐다.
“남몽도존의 번천인!”
사묵자는 한층 더 무거워진 표정으로 오른손을 휘둘러 법보를 소환했다. 길이가 1백 척에 달하는 거대한 깃발이었다.
깃발은 모습을 드러내자마자 셀 수 없이 많은 금제를 발산했다. 서늘한 세월의 흐름이 느껴지는, 바로 세월금이었다.
깃발이 펄럭임에 따라 그 안에 담긴 세월금은 천만 개의 문양으로 튀어나와 사묵자의 온몸을 감싸며 거대한 금제의 회오리를 형성했다.
이 무렵, 세상은 이미 완전히 뒤집혀 있었다. 발아래의 하늘과 머리 위의 땅은 보는 것만으로도 심신이 뒤흔들릴 정도였다.
용갑족 족장의 두 눈 또한 금방이라도 튀어나올 것처럼 커졌다.
“남몽도존의 신통술! 믿을 수가 없구나! 하지만… 그래도 사묵자를 이길 수는 없을 터!”
그때, 한제가 낮은 기합과 함께 오른손을 뒤집었다. 그러자 하늘과 땅이 요란하게 울리며 빠른 속도로 사묵자를 압박하기 시작했다.
금제에 뒤덮인 사묵자의 두 눈이 기이하게 빛났다.
“세월금이여, 흩어져라! 이 세상 모든 것은 세월의 흐름에 따라 흩어지고 무너지고 와해될 것이다!”
사묵자가 두 손을 바깥으로 휘두르며 주위에 있던 세월금을 확산시켰다. 세월금은 마구 퍼져 나갔고 이에 세상은 세월금의 충격 아래 점차 무너져 내릴 조짐을 보였다.
“세월금, 천황지로(天荒地老)!”
사묵자가 차갑게 외쳤다.
이에 한제는 눈동자가 바짝 졸아들어 막 신통술을 발휘하려 했다. 그때 어디선가 누군가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아주 작은 소리였지만 이 수련성의 모든 생령은 그 소리를 똑똑히 들을 수 있었다.
“재미있구나. 만약 네가 다섯을 셀 동안 저 분신을 이긴다면 네가 타락의 땅에서 평온하게 지낼 수 있도록 보호해주겠다!”
“대제!”
용갑족 족장이자 낙생회의 아홉 번째 장로가 경악한 얼굴로 외쳤다.
사묵자 역시 충격을 받은 기색이 역력했다.
“하나.”
허공의 목소리가 차분히 숫자를 세기 시작했다.
다섯을 셀 동안 전투를 끝내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었다. 더구나 상대는 사묵자였다.
허나 한제는 ‘하나’라는 소리가 들려오는 순간 두 손을 크게 휘둘러 모든 힘을 끌어올렸다.
사묵자는 세월금을 연구하는 와중 깨달은, 한제의 유월과 비슷한 천황지로를 발휘했다. 이에 세월금의 폭풍은 사방으로 미친 듯이 퍼져 나가기 시작했다.
거꾸로 뒤집힌 세상은 끊임없이 퍼져 나가는 이 폭풍 속에서 격렬하게 흔들렸다. 이내 하늘은 누런색으로 변하더니 여기저기 터져나가며 누런 고름이 흘렀다.
대지에는 수많은 균열이 나타나면서 죽음의 기운을 발산했다. 꼭 순식간에 나이를 먹으며 쪼글쪼글해진 피부 같았다.
그야말로 순식간에 발생한 변화에 사묵자를 짓누르듯 압박하던 세상은 무너져 내렸다.
붕괴의 순간, 세월금의 폭풍은 형용할 수 없을 만큼 파멸적인 힘으로 한제에게 달려들었다.
‘하나’를 외친 목소리의 여운이 아직 채 사라지기 전, 모든 힘을 동원한 한제는 체외로 한 줄기 강렬한 빛을 발산했다. 그의 눈에 비친 우주와 수련성을 비롯해 모든 것이 빛을 발했고 그 빛은 모두 그에게 응집해 거대한 빛의 공을 형성했다.
남몽도존의 광영순이었다.
꽝!
광영순과 세월금의 폭풍이 충돌하면서 거대한 소리가 우주를 진동시켰다.
세월금의 폭풍은 충돌의 순간 한제에게 몇 배나 더 강력한 영향을 미쳤다. 허나 다른 사람이라면 대항할 수 없을 만큼 강력한 이 공격도 한제에게는 그렇지 않았다. 그 역시 세월금을 익혔고 이를 통해 유월이라는 신통술까지 만들어냈다.
세월금의 폭풍과 충돌하는 순간, 한제는 세차게 손을 휘둘렀다. 그러자 거대한 돌문이 그의 뒤편에 나타났다. 돌문에서는 서늘한 기운이 발산됐는데 이 기운은 한제에게 섞여들었다.
콰쾅!
그때 광영순에서 거친 소리가 터져 나왔고 강력한 빛과 함께 세월금의 힘을 튕겨냈다.
사묵자는 흠칫 놀라더니 곧장 한제에게 돌진해오면서 오른손을 뻗었다.
그 손짓에 거대한 손바닥이 허공에 나타났다. 다섯 번째 천쇠에 이른 자의 힘을 품은 손바닥은 짙은 살기와 함께 눈 깜짝할 사이 세월금을 뚫고 곧장 달려들었다.
쿠르릉! 콰쾅! 펑!
요란한 소리가 연이어 울려 퍼졌고 광영순은 바르르 떨다가 결국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거의 동시에 한제가 두 번째 광영순을 소환했다.
같은 일이 한 호흡도 안 되는 사이에 두 번이나 반복됐다. 그리고 세 번째로 형성된 광영순 역시 금방 무너져 내렸다. 하지만 이 빛 덩어리는 붕괴와 동시에 손바닥의 힘과 세월의 힘의 절반을 사묵자에게 튕겨냈다.
“둘⋯⋯.”
그때 대제의 목소리가 다시 한번 울렸다.
신식으로 둘의 싸움을 살피는 사람 중 그 누구도 한제가 남은 시간 안에 이길 거라 예측하지 않았다.
그러나 한제만은 달랐다. ‘둘’이라는 소리가 울려 퍼진 순간, 그는 광영순이 무너져 내리는 충격에 휩쓸려 피를 뿜어내면서도 싸늘한 미소를 머금은 채 돌진했다.
그리고 그 순간, 한제는 필살기를 발휘했다.
믿을 수 없을 만큼 빠르게 튀어나간 그는 오른쪽 눈에서 전광을 번득였다. 그 안에 들어 있는 천둥번개의 본원과 그 주위를 맴돌던 아홉 갈래의 번개가 순식간에 10만 척에 달하는 거대한 번개 문양을 형성했다. 본원의 힘과 아홉 종류의 천둥번개가 담긴 문양이었다.
특히 극의 경계로 이루어진 극의 천둥번개, 혈맥의 천둥번개, 그리고 거역의 천둥번개는 막대한 위력을 발휘했고 문양의 번득이는 빛은 10만 척 너머에서도 보일 정도였다.
찰나의 순간, 세상에는 셀 수 없이 많은 은빛 뱀과 같은 천둥번개가 나타나 서로 교차하면서 번개 문양으로 응집됐다.
한제는 번개 문양과 함께 곧장 사묵자를 향해 돌진했다.
그 무렵, 사묵자의 안색은 매우 어두워져 있었다. 그가 한제에게 가장 경계하던 것이 바로 천둥번개를 다루는 능력이었다. 지금껏 이런 천둥번개의 술법은 본 적도 없지만 진언족 수련성에서의 광경을 목격한 것만으로도 큰 충격을 받았기 때문이다.
번개 문양을 본 순간, 그는 진언족 수련성에서 본 공의 문을 떠올렸고 경시하는 마음 없이 결인을 그린 두 손을 휘둘렀다. 그러자 세월금은 다시 한번 폭풍을 형성해 사방으로 퍼져 나가며 그의 몸을 단단히 감쌌다.
“네 천둥번개와 나의 세월금 중 어느 쪽이 더 강한지 보자!”
번개 문양은 돌진하는 동안에도 끊임없이 천둥번개를 흡수했다.
두 사람 사이의 거리가 점점 가까워져 충돌하기 직전, 허공에서 또 한 번 대제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셋⋯⋯.”
그 순간, 한제는 거대한 번개 문양에 완전히 녹아든 듯 사졌고 그 상태로 세월금의 폭풍과 충돌했다.
콰쾅!
대기를 찢어발기는 듯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이어서 그 격렬한 충격에 세월금의 폭풍은 바르르 진동하다가 무너져 내려 전광에 뒤덮인 채 밀려나더니 사묵자를 덮쳐갔다.
그리고 그 사이에 천둥번개로 뒤덮인 번개 문양이 달려들었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번개 문양이 가슴에 찍힌 순간, 사묵자는 창백해진 얼굴로 피를 한 움큼 왈칵 토해내더니 다급하게 뒤로 물러났다.
“크윽!”
그의 가슴에서는 파지직 소리를 내며 전광이 흘렀다. 이에 사묵자는 뒤로 물러나는 와중에도 부상이 점점 악화됐다.
하지만 그보다는 정신적인 충격이 컸다. 천둥번개의 힘을 경계하고 있었음에도 좀 전의 공격으로 인한 충격을 금할 수가 없었다.
심지어 그 천둥번개 앞에서는 세월조차 무너져 내렸다.
한제 역시 번개 문양과 세월금의 폭풍이 충돌한 순간 세월금에 휩쓸리면서 삽시간에 늙어버려 눈 깜짝할 사이 노인이 되어 있었다.
하지만 다음 순간 무궁무진한 생기를 체내에서 폭발시킨 그는 세월을 되돌려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안색만큼은 매우 창백했다. 세 번째 단계에 이른 수련자의 분신은 여전히 쉽지 않은 상대였다.
허나 사묵자가 후퇴하는 것을 본 그는 틈을 주지 않고 상대를 추격했다.
그때, 허공에서 또 한 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