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ne Station RAW novel - chapter 1205
이 짙고 순수한 선력은 한제가 이전에 발휘했던 선뢰와 선화보다 훨씬 강력했다. 한제가 선인의 혈맥을 이용해 발휘한, 진정한 역령인이었다.
체내의 원신과 같은 선체가 빠른 속도로 가동되면서 혈맥의 선력을 손바닥에 녹여냈다. 그러자 허상의 역령인에서는 선기가 더욱 짙어졌다.
곤허성역에 갑작스레 나타난 짙은 선기는 끓는 기름에 넣은 한 방울의 물과도 같았다.
곤허성역이 형성된 이래 이토록 강력한 선기가 나타난 것은 처음이었다. 이 순수한 선기는 엄청난 파란을 일으켰고 수많은 사람들은 심신이 진동하는 와중에도 이 상황을 믿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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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계외에 함락된 소하성역의 북쪽 끝. 미간에 낙인이 없는 한 청년이 나른한 표정으로 손가락을 꼽으며 걷고 있었다.
“휴우, 마 사숙이 가르쳐준 곳은 왜 이리 찾기가 힘든 거야? 분명 여기가 맞을 텐데 입구를 찾을 수가 없으니⋯⋯.”
한데 혼잣말을 중얼거리던 청년이 갑자기 몸을 바르르 떨더니 홱 돌아섰다. 그의 표정도 급변한 상태였다.
“이, 이건⋯⋯ 선기잖아! 너무나 순수한, 마 사숙과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순수한 선기! 황족의 선기다! 누구지? 대체 누가 강림한 거지? 젠장, 어떻게 이런 곳에 황족의 선기가 강림할 수가! 대체 어떻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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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천성역 뇌의 선계. 거의 소멸해 잔해만 남은 이곳은 적막했고 어떤 생명의 흔적도 느껴지지 않았다.
조각난 세상에서 줄기줄기 균열만이 소리 없이 번득이다가 쓸모없는 부스러기처럼 바람에 휩쓸렸다.
폐허가 된 뇌의 선계 깊은 곳에는 보일 듯 말 듯한 둥근 빛 덩어리가 있었다. 둘레가 1만 척에 이르는, 빛으로 이루어진 공 같은 덩어리였다.
그 안에는 수많은 꽃과 풀에 둘러싸인 초가집이 하나 있었는데 그 앞에는 검은 옷을 입은 채 가부좌를 튼 노인이 있었다. 노인은 푸른 풀잎 하나를 쥐고는 잎맥을 관찰하고 있었다.
노인은 계내와 계외의 첫 번째 전투에서 모습을 드러낸 바 있는 절대 강자 전가 노인이었다.
공령기 중기 수련자와의 혈투
순간, 전가 노인의 표정이 급변했다. 동시에 그는 고개를 번쩍 들어 밝은 눈으로 먼 곳을 내다보았다. 그의 눈에서 번득이는 빛은 희미한 금빛이었으나, 그 금빛은 너무나 미약해서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선!”
전가 노인의 손에 들려 있던 잎이 가루로 변해 바람에 흩날렸다.
감동한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난 노인의 두 눈이 번득였다. 자신을 감동하게 한 존재의 근원을 찾아내려는 듯했다.
허나 온 세상을 다 꿰뚫어보는 그의 눈으로도 그 주인공은 찾아낼 수가 없었다.
“설마… 황족 선인?”
노인은 놀란 얼굴로 숨을 깊게 들이마시더니 한참 뒤에야 안정을 찾았다. 그는 진정한 선인의 혈통이 고귀하고 순수할 경우 그 선기는 느껴져도 그 선기가 존재하는 곳까지 파악할 수는 없음을 알고 있었다. 이는 매우 현묘한, 혈맥 신통술이었다.
마찬가지 이유로 소하성역의 청년 또한 선인이 강림했다고 오해한 것이다. 그는 수련자 연맹에서 일어난 일은 알지 못했기에 그저 계내 어딘가에서 충격적일 정도로 짙고 순수한 선기가 나타난 사실만 알고 있었다.
‘매우 순수한 혈맥을 이어받은 것을 보면 분명 고귀한 신분일 텐데 수준은 그다지 높지 않군. 7품 선인 정도나 될까? 난 당시 얻은 행운으로 선인의 유산을 받고 현재 공겁기 초기에 이르렀으니 지선(地仙)에 상당하는 수준이다. 만약 내가 저자의 혈맥을 얻을 수 있다면⋯⋯?’
전가 노인은 두 눈을 번득이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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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계내 어딘가. 광활한 대지가 펼쳐진 이곳의 하늘은 어두웠다. 이곳은 계내에 존재하는 동시에 계내에 존재하지 않는 곳이기도 했다.
정확히 말하자면 이곳은 계내에 중첩되어 있지만 계외 위에 존재하는 곳으로 말하자면 그림 속에 숨겨진 그림 같은 곳, 첫 번째 층의 그림을 찢어내야만 그 진정한 모습을 볼 수 있는 곳이었다.
수많은 고신과 고요, 고마의 조각상이 세워진 이곳은 당시 한제가 신식을 통해 이르렀던 곳이었고 소하성역의 그 청년이 출발한 곳이기도 했다.
계내의 전설에 따르면 이곳은 우주에서 사라진 원고 선역이라고 했다.
언뜻 보아도 만 개가 넘게 빽빽하게 세워진 고족의 조각상 중 네 개는 하늘과 맞닿을 만큼 거대했다. 허나 이 고신 조각상의 미간에는 반점이 없었고 마치 억지로 뽑아낸 것처럼 깊이 파인 자국만 남아 있었다.
그리고 그 깊은 구멍 안에서 온몸이 금빛으로 뒤덮인 누군가가 가부좌를 틀고 있었다. 이는 네 개의 조각상 모두 마찬가지였다.
“아주 순수한 선력⋯⋯. 만약 주인님이 이 힘을 손에 넣으신다면 조금 더 빨리 깨어나 기억을 되찾을 수 있을 터!”
첫 번째 조각상 미간의 금색 인영이 중얼거렸다. 그가 오른손을 들어 조각상의 미간 바깥을 향해 뻗자 고신의 조각상에서 기이한 힘이 흘러나와 미간에 응집되면서 기이한 봉인이 됐다.
금색 인영의 오른손은 그 봉인과 충돌하자마자 튕겨나갔다.
“백호, 선력을 낭비하지 마라. 이 봉인은 오랜 세월 우리를 가둬놓았지만 머지않아 우리는 여기를 나갈 수 있을 것이다!”
곁에 있는 두 번째 조각상의 미간에서 또다른 금색 인영이 말했다.
“주작, 그 계획이 성공할 가능성은 얼마나 되지?”
세 번째 조각상에서도 음산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실패하지는 않을 거야. 그 결과도 곧 나타날 테고⋯⋯.”
네 개의 거대한 조각상으로 단단히 봉인되어 있는 것은 원고 선역의 4대 장군인 청룡, 백호, 주작, 현무였다.
만약 한제가 이들을 보았다면 깜짝 놀랐을 것이다. 그리고 주작 장군이 이곳에 봉인되어 있다면 태고 성신 타락의 땅에서 만난 1대 주작은 대체 누구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을 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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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허성역 수련자 연맹 본부.
한제는 오른손으로 하늘을 가리키면서 소환한 거대한 손바닥을 거대한 산수도 쪽으로 날렸다.
그의 표정은 침착했지만 사실 여유로운 상태는 아니었다. 용반자는 막 깨어난 상태라 그 수준이 공열기 정도밖에 되지 않아 그의 두 팔을 끊어낼 수 있었지만 산수도가 나타난 지금은 다르다. 이는 수련성과 일체가 된 용반자가 공령기 중기의 힘을 발휘할 준비가 됐다는 뜻이니까.
특히 산수도 안의 향불은 허상의 용반자를 더욱 실체화시켰다.
용반자는 중현자의 스승이자 4대 선계가 무너지기 전부터 존재한, 전임 봉계의 지존과 같은 시대의 사람이다.
4대 선계가 무너져 내리기 전, 그곳은 원래 향불을 생산하던 곳이었다. 용반자도 분명 그때 막대한 행운을 얻었을 터였다. 그러니 그가 어째서 수련성과 융합했는지는 몰라도 그 힘은 막강할 것이 분명했다.
‘공령기 중기⋯⋯.’
한제의 두 눈에서 금빛이 번득였다. 그는 좀 전에 간단하게 천조상인을 죽인 것처럼 보였지만 사실 저항력을 무시한 채 전력을 다 발휘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리고 그게 현재 그의 한계였다.
게다가 후유증도 커서 뒤이은 고통에 온몸이 그대로 무너질 듯했다. 누구도 눈치채지 못했지만 한제는 그 끔찍한 고통을 가까스로 견뎌내는 중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공령기 중기 수준의 수련자를 마주했으니 한제는 승리를 확신할 수 없었다. 위험을 무릅쓰고 역령인을 발휘한 것도 그 때문이다.
역령인을 발휘할 수 있었던 것은 체내의 저항력에 신경 쓰지 않고 자신이 가지고 있는 혈맥 선력을 폭발시킨 덕이었다. 이에 저항력은 한제의 체내에서 더욱 날뛰었고 옷에 가려진 몸뚱이에서는 혈관이 잔뜩 부풀어 꿈틀거리고 있었다.
하지만 한제는 상관하지 않았다. 그가 이곳에 온 것은 청수를 구하기 위함이었다.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어떤 대가도 아끼지 않을 작정이었다.
한제는 한 걸음 내딛으며 오른손을 크게 휘둘렀다. 그 순간 거대한 역령인이 무궁무진한 선력과 융합하면서 진정한 선술이 됐다.
역령인이 대량의 파문과 함께 산수도를 향해 달려들었다.
손바닥의 가장자리에 나타난 파문이 닿은 순간, 산수도는 바르르 진동하면서 더욱 더 강한 흡입력을 발휘해 파문에 왜곡을 일으켰다. 그리고 그 순간 거대한 손바닥과 산수도가 충돌했다.
콰쾅!
우렁찬 소리가 거대한 충격이 되어 사방을 휩쓸었다. 한제는 그 충격에 휩쓸려 왈칵 피를 토해내며 밀려났다. 그 사이 체내의 저항력이 거칠게 폭발했다.
“큭!”
한제의 원신 같은 선체는 육신을 공격했고 육신 역시 도고의 힘을 뿜어내며 선체를 파괴하려 했다.
두 힘이 충돌하면서 한제의 온몸에서는 찢어지는 소리가 났다. 마치 육신이 산산조각 나는 것만 같았다.
한편 역령인은 충격을 확산시킴과 동시에 산수도의 귀퉁이를 움켜쥐더니 쭉 찢어버렸고 찢어진 그림 안으로 달려들어 그 안의 산과 강들을 파괴했다.
허나 산수도는 만만한 존재가 아니었다. 그 안의 산과 강은 무너져 내린 순간 다시 윤곽이 나타났고 심지어 역령인을 모사한 듯한 손바닥도 나타났다. 처음에는 흐릿했던 손바닥은 곧 또렷하게 자리를 잡더니 역령인과 정면으로 충돌했다.
꽈르릉!
우렁찬 소리가 울려 퍼지면서 온 우주가 진동했다. 거대한 수련성 위에 하얀색 빛으로 피어나듯 나타난 용반자는 온몸의 기세를 다시 한번 증폭시켜 공령기 중기의 가장 강력한 힘을 발휘하려 했다.
“누구든 우리 연맹을 건드리는 자는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
용반자의 목소리가 흘러나온 순간, 산수도는 본래의 상태를 회복했다. 심지어 찢겨진 귀퉁이도 원상으로 복구됐다. 그리고 온전해진 그림은 한제를 천천히 압박하기 시작했다.
한제는 극에 달한 분노에 이를 악물더니 용반자를 노려보다가 오른손을 크게 휘둘렀다. 그러자 체내에서 활 한 자루가 나타났다.
“연맹이 다 무슨 소용이냐! 계외 태고 성신이 침입해 운해성역의 수많은 수련자가 죽었고 소하성역은 함락됐으며, 나천과 곤허성역의 수련자는 죽음을 불사하며 맞서 싸우고 있다! 허나 네 제자 중현자는 계외의 개가 되어 연맹을 계외에 바쳤고 칠채계도 그들의 매복지가 되었다! 난 현임 봉계 지존으로서 칠채계를 파괴하고 계외 수련자들을 죽일 것이며, 또한 나의 사형 청수를 구할 것이다. 한데 네가 무슨 이유로 날 막는단 말이냐!”
“뭐라고?”
잠시 멈칫하던 노인이 물었다.
용반자는 크게 흔들리는 표정으로 한제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네가 봉계의 지존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