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ne Station RAW novel - chapter 1367
이에 동림지가 무궁무진한 전광을 번득였다.
그리고 잠시 후, 연못에 뛰어들었던 뇌룡이 포효하며 튀어나왔을 때는 사람의 형태를 갖춘 상태였다.
화염으로 이루어진 사람과 마찬가지로 천둥번개로 이루어진 사람 역시 한제와 똑같았으나, 뇌선처럼 온몸에서는 천둥번개가 흐르고 있었다.
뒤이어 한제의 미간에서 삶과 죽음, 진실과 거짓, 원인과 결과의 본원도 모습을 드러냈다. 동림지의 물은 순간 반 정도로 줄어들면서 일제히 세 가지 허상의 본원에 응집됐다.
잠시 후 삶과 죽음의 본원으로 이루어진 인영이 나타나더니 두 손을 쫙 펼쳤다. 왼손으로는 삶을 오른손으로는 죽음을 관장하고 있는 그는 마치 이 세상의 생사를 장악한 선인 같았다.
그 곁에는 원인과 결과 진실과 거짓의 본원이 동림지와 융합하면서 형성된 두 개의 똑같은 인영이 있었다.
인과의 화신은 한 손은 펼치고 반대쪽 손은 주먹을 쥐고 있었다.
펼친 손바닥은 원인, 움켜쥔 주먹은 결과였다. 그에게서는 탈속적인, 선인과 같은 기운이 풍겼고 두 눈에서는 무궁무진한 지혜의 빛이 드러났다. 마치 세상 모든 변화에 대해 알고 있는 것만 같았다.
두 눈을 반쯤 감고 있는 진실과 거짓의 화신은 실체와 허상 사이를 오갔다. 마치 한 덩어리 안개 같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심신을 진동하게 할 만한 위압감을 풍겼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콰쾅!
거친 소리와 함께 살육의 본원이 연못을 흡수하기 시작했다. 이에 동림지의 물은 3할도 남지 않았다.
또한 살기로 이루어진 그의 몸은 온통 붉었고 그가 모습을 드러낸 순간 온 세상을 파괴할 듯한 살기가 뿜어져 나왔다.
다음으로는 금제의 본원이었다. 한제의 전방을 뒤덮듯 나타난 실핏줄들은 한 쌍의 눈동자 같았다.
동림지의 물은 다시금 줄어들어 이제 2할 정도만 남았다. 덕분에 완전해진 금제의 본원도 인간의 모습을 갖추어 떠올랐다.
이때 한제의 심신은 격렬하게 진동하고 있었다. 심지어 전가 노인이 호시탐탐 이 안으로 들어오려 한다는 사실도 팔문 중 진짜 문의 소재를 찾아야 한다는 것도 잊은 상태였다. 동림종의 동림지에 이런 어마어마한 효과가 있을 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한 탓이었다.
‘본원을 다시금 진화시켜 인간의 형태를 갖추게 할 줄이야…’
하지만 한제는 이 모든 것이 허상임을 알고 있었다. 이곳은 칠채선존의 기억으로 이루어진 것이니 지금의 이 모든 변화는 어떤 가능성에 불과했다.
이 세상이 완전히 무너져 내리고 현실 세계로 돌아가면 이 모든 변화는 곧장 사라질 것이다. 다만 새로운 희망이 생겨났다. 동림지의 중요성을 깨닫게 됐으니 말이다.
‘선강 대륙의 동림지에 반드시 가봐야겠군.’
그렇게 결심한 한제는 지금의 자신이 허상에 불과하지만 그 수준만큼은 매우 증폭됐음을 똑똑히 느낄 수 있었다.
한데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남아 있는 2할도 안 되는 연못의 물이 요란한 소리와 함께 변화할 기색을 보인 것이다. 한제의 체내에는 여덟 번째 본원, 물의 본원도 있었기 때문이다.
오행성의 오행진에서 얻은 물의 본원은 아직 완성되기에는 한참 부족했다. 한데 동림지의 물이 순식간에 한제를 뒤덮고 전신의 모공을 통해 빠른 속도로 스며들어 그의 물의 본원과 융합했다. 한제의 심신은 요란하게 울렸고 여덟 번째 본원이 급속도로 커지는 것이 느껴졌다. 그리고 동림지 연못의 물이 완전히 흩어져 사라진 순간, 물의 본원은 완성됐다.
인간의 형태까지 갖춘 물의 본원은 물결 같은 옷을 입고 있었고 수정처럼 투명한 전신에서 밝은 빛을 번득이고 있었다.
그 순간, 한제의 수준이 증폭하기 시작했다. 눈 깜짝할 사이 공령기 후기를 돌파해 절정으로 솟구쳐 올라 공현기까지 단 한 걸음만 남기게 됐다. 만약 그에게 아홉 번째 본원이 있었더라면 벌써 공현기에 이르고 그 모든 본원을 하나로 합쳐 본원 역시 절정에 이르렀을 터였다.
모든 물을 잃은 동림지는 수많은 균열로 뒤덮이더니 쩌적 소리와 함께 무너져 내렸다.
파괴되고 있던 이 세상에 유일하게 온전한 존재였던 동림지마저 폐허가 된 순간, 한제는 두 눈을 번쩍 떴다.
칠채선존의 기억으로 이루어진 이 세상은 사라졌다. 그리고 전가 노인이 기다렸다는 듯 쳐들어왔다. 동시에 팔문의 기운 중 하나로부터 극강의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 나머지 칠문의 기운을 완전히 압도하는 기운이었다.
‘선강 대륙으로 이어지는 동부계의 진짜 대문!’
이때 전가 노인이 달려드는 것과 때를 같이해 한제는 몸을 훌쩍 날렸다. 체내에서 펑, 펑 소리가 울려 퍼졌다. 지금 그의 강력한 수준은 허상에 불과했지만 그 느낌과 경험은 언제고 큰 도움이 될 터였다.
발아래 세상은 완전히 파멸해 결국 흩어져 사라졌다. 하지만 전방에서 느껴지는 진짜 문의 기운만큼은 갈수록 강력해졌다.
그 순간, 전가 노인은 거의 발광하듯 달려들었다. 하지만 그 속도로는 이곳에서 운도천술을 익히고 여덟 개의 본원을 응집함으로써 인간의 형태를 갖추게 한 한제를 따라잡을 수 없었다.
한제는 한 걸음 만에 진짜 문 앞에 이르렀다.
원래는 산봉우리였을 이곳은 무너져 내리면서 거대한 문이 한 짝 드러나 있었다. 아주 오래된 기운이 느껴지는 이 문은 실로 거대해 그 앞에 선 한제는 개미만 해 보일 정도였다.
한제는 망설임 없이 오른손을 들어 도고의 모든 힘과 자신의 모든 수준의 힘을 응집해 거대한 문 위에 얹었다.
“동부계의 대문이여, 열려라!”
어느새 그의 곁에 나타난 여덟 본원의 화신도 대문에 손을 얹었다.
콰르르!
진동하던 거대한 문은 우렁찬 소리와 함께 한 줄기 틈을 드러내듯 열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틈 너머로 진정한 선강 대륙의 모습이 드러났다.
한제는 그 문이 봉쇄된 이래 처음으로 그 문을 연 사람이자 최초로 그 문에서 나온 사람이었다.
칠백만천지를 열고 세상에서 나와 태고 성신에 발을 들인 순간 산령상인의 심정이 이러했을까? 한제의 감정은 크게 요동쳤다.
그리고 열린 문틈으로 순수한 선강 대륙의 기운이 몰려들었다. 그 순간, 한제의 뒤편, 무너져 내린 세상에서 전가 노인의 인영이 튀어나왔다.
전가 노인을 감싼 허상은 거칠고 어스름한 눈빛을 번득이며 한제를 응시했다. 허나 그는 동부계의 문이 열린 순간 솟구쳐 오른 강력한 위기감에 심신이 콰쾅 하고 울렸다.
대문 앞에 선 한제는 뒤돌아 멀찍이에서 나타난 전가 노인을 바라보았다. 문틈으로 밀려든 선강 대륙의 기운이 한제의 몸을 휘감자 이 세상에 속하지 않는 기운에 한제의 체내 도고 혈맥은 환호하듯 더욱 빠르게 돌았다. 마치 그 기운을 흡수하기라도 한 것 같았다.
“문을 여는 데는 성공했지만 결코 나가지는 못할 것이다! 내게 세 번째 주혼의 기억은 없지만 영혼에는 선강 대륙에 대한 느낌이 남아 있지. 동부계와 선강 대륙 사이의 장벽은 오직 혈맥을 가진 사람만이 뚫고 나갈 수 있다! 또한 네가 세 번째 주혼을 내놓지 않는다면 난 동부계에 남아 있는, 너와 관련된 모든 자들을 죽일 것이다!”
전가 노인은 심신을 통한 위기감이 점점 강해지자 가까이 다가오지는 못하고 멀리서 외쳤다.
“우리 사이에 풀지 못할 원한이 남은 것도 아니지 않느냐. 세 번째 주혼만 내놓으면 나는 이곳을 떠나 다시는 동부계에 발을 들이지 않겠다!”
기이한 힘이 실린 전가 노인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한제로서는 세 번째 주혼을 내놓을 수는 없었다. 그에게 이 혼은 칠채선존 소도영이 아니라 그의 제자 사청이기 때문이었다.
선강 대륙을 향한 꿈
생각에 잠겨 있던 한제는 이내 오른손을 들었다. 그러자 두 줄기 어스름한 빛이 튀어나왔다. 봉인 문양이 된 이 두 줄기의 빛 안에서는 사청의 심혈로 이루어진 핏줄이 맴돌았다.
세 번째 주혼의 환생이었던 사청은 죽음을 대가로 세 개의 봉인을 응집했고 그중 자신의 영혼을 위한 하나를 제외하고 나머지 두 개를 한제에게 넘겼다. 죽음을 앞둔 그가 스승을 위해 할 수 있는 마지막 일이었다.
지금 한제가 소환한 두 개의 봉인은 선강 대륙의 기운과 융합되면 칠채선존의 나머지 혼 두 개를 봉인할 수 있는 힘을 갖게 될 터였다.
그때, 한제 뒤쪽으로 열린 문틈에서 선강 대륙의 기운이 쏟아져 들어와 그의 오른손에 쥐인 두 개의 봉인과 빠른 속도로 융합하기 시작했다.
콰쾅!
어스름한 빛은 순식간에 증폭해 마치 지금 한제의 손에는 두 개의 어스름한 태양이 쥐어져 있는 것만 같았다. 그 강렬한 빛은 한제의 몸을 감싸 흐릿하게 만들었고 심지어 그 뒤의 동부계 대문까지 가릴 정도였다.
이 봉인의 힘은 아직 완성되지 못한 채 계속해서 문틈으로 흘러드는 선강 대륙의 기운을 흡수해갔다. 대문은 아직 틈만 보일 정도로 살짝 열린 상태라 그 사이로 기운이 흘러드는 속도도 그리 빠르지는 않았다.
그 봉인의 힘이 느껴진 순간, 전가 노인의 두 눈동자는 급속도로 졸아들었다. 심신에 느껴지던 위기감의 근원은 바로 한제 체내의 그 봉인이 선강 대륙의 기운과 융합한 뒤 발산할 힘이었던 것이다.
전가 노인은 곧장 한제에게 달려들었다. 그는 지금 물러나거나 도망칠 수 없음을 잘 알고 있었다. 아무리 큰 위기감이 느껴지더라도 맞서서 상대를 막아야만 했다. 그러지 않는다면 감당하지 못할 결과를 맞게 될 것이었다.
엄청난 속도로 내달린 끝에 눈 깜짝할 사이 한제로부터 1백 척 앞에 이른 전가 노인은 오른손을 들어 올리며 금색 전(戰)자를 소환했다. 이 글자가 쏘아져 나감과 동시에 전가 노인으로부터 중첩되듯 나타난 칠채도인의 허상도 일곱 색채의 빛을 번득이며 한제에게로 돌진했다.
뒤이어 칠채선존의 또 다른 주혼도 양팔을 쫙 펼쳤다. 그러자 그가 두르고 있던 외투가 온 세상을 뒤덮을 듯 넓게 펼쳐지면서 한제를 뒤덮으려는 듯 달려들었다.
그 순간, 한제는 자신에게 달려드는 전가 노인과 칠채선존의 두 혼을 덤덤하게 바라보다가 갑작스레 왼손을 뻗어 전방을 후려쳤다. 그러자 사방에서 인간 형태를 갖춘 여덟 본원이 나타나 한제와 똑같이 전방을 후려쳤다.
콰쾅! 거대한 소리와 함께 다섯 번째 꽃의 세상은 더욱 빠르게 흩어졌다. 이제 그 너머의 우주를 그곳에 남아 있던 남몽도존 등을 볼 수 있게 됐다.
인간의 형태를 갖춘 본원들을 본 전가 노인의 표정이 급변했다. 세 번째 주혼의 기억을 갖지 못한 그로서는 인간 형태의 본원을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반면 오행성 마씨 노인은 믿을 수 없다는 듯 눈을 부릅떴다.
‘본원의 화신! 저건 본원의 화신이야! 신경(神境)에 이르지는 못한다 해도 대천존이 될 가능성을 가져야만 본원의 화신을 얻어낼 수 있다고 했다. 그 정도로 얻기 힘든 본원의 화신을 여덟 개나…?’
그때, 한제의 여덟 본원과 그의 왼손이 전가 노인과 충돌했다. 그리고 그 순간, 칠채도인의 혼과 외투를 두른 칠채선존의 혼, 그리고 전가 노인은 모두 몸을 바르르 떨면서 일제히 뒤로 물러났다. 한제가 정면으로 맞닥뜨린 전가 노인을 물러나게 한 것이다!
한제 역시 충격이 컸는지 몸을 바르르 떨었다. 왼손을 따라 어마어마한 힘이 들이닥쳤고 여덟 본원에도 미친 것 같았다.
그때, 한제는 이 반동의 위력을 이용해 왼손으로 호를 그리며 뒤로 물러나더니 그 손을 대문에 얹었다. 동시에 여덟 본원 역시 물러나 그 대문을 때렸다.
콰르릉!
거대한 소리와 함께 문은 다시 열리기 시작하더니 순식간에 3할 정도가 열렸다. 그리고 그때부터는 문을 밀어서 열 필요도 없었다. 그 안에서 들이닥치는 선강 대륙의 기운 때문으로 문이 저절로 열리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자 더 많은 선강 대륙의 기운이 달려들어 한제 오른손의 두 봉인과 융합했다.
한제가 오른손을 들어 올리자 전가 노인은 두려움이 가득한 얼굴로 곧장 몸을 뒤로 물렸다.
한제는 손에 쥔 봉인을 바라보았다. 언뜻 슬픈 표정의 사청이 보이는 듯했다.
“사청. 너는 내 제자다.”
작게 한숨을 내쉰 한제는 오른손을 크게 휘둘렀다. 그러자 두 개의 봉인은 어스름한 빛을 번득이면서 저 멀리 물러난 전가 노인에게로 돌진했다.
전가 노인는 매우 빨랐지만 그 봉인을 피할 수는 없었다.
두 개의 봉인은 순식간에 전가 노인에게 이르더니 첫 번째 봉인이 그의 미간을 노리고 달려들었다.
“아, 안 돼!”
전가 노인은 포효하며 두 손으로 결인을 그렸다. 동시에 그를 감싸고 있던 칠채선존의 혼은 두려움이 가득한 눈빛으로 손을 휘둘러 봉인을 향해 어스름한 빛을 쏘아 보냈다.
그러나 어떤 신통술도 그 어떤 빛도 봉인을 저지하지 못했다. 이 봉인은 모든 장애물을 그대로 통과해 전가 노인의 몸을 감싸고 있는, 외투를 두른 칠채선존의 혼의 미간에 떨어졌다.
“끄아아아!”
외투를 두른 혼은 찢어질 듯한 비명을 내지르며 중첩된 허상을 드러냈다. 일곱 색채의 빛이 번득이는 가운데 그것은 칠채도인의 혼이 됐다. 결국 봉인은 칠채도인 혼의 미간에 박혀버렸다.
쾅!
짧은 굉음과 함께 갈라진 봉인은 어스름한 빛으로 칠채도인의 혼을 가두었다. 마치 넓게 펼쳐진 그물 같은 봉인에 갇힌 채 수축된 칠채도인의 혼은 주먹만 하게 줄어들었고 번득이던 빛 역시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그 무렵, 전가 노인의 발아래에서는 파문이 일어나고 있었다. 엄청난 위기를 겨우 피한 외투 차림의 혼은 두려움에 떨며 코앞으로 달려드는 두 번째 봉인을 바라보았다. 그 봉인은 이내 혼의 미간에 박혀 그물처럼 그 몸을 칭칭 감쌌다.
멀리 떨어져 있던 남몽도존 등은 이 광경에 심신이 진동했다. 한제에게 이런 수단이 있을 줄은 상상도 하지 못한 것이다.
마씨 노인과 운일봉의 눈에는 복잡한 빛이 어렸다. 그들은 동부계 중심에서 한제가 현라의 도움을 받게 될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놀랍게도 한제는 스스로 모든 위기를 헤쳐 나가고 있었다.
전가 노인의 몸에 깃들어 있던 외투 차림의 혼은 칠채선존의 다른 혼들과 마찬가지로 어스름한 빛의 그물에 사로잡혀 주먹만 한 빛 덩어리로 줄어들었다. 그리고 이내 전가 노인과의 연계가 끊어졌다.
“쿨럭!”
전가 노인의 표정이 어둡게 변하더니 검은 피를 몇 사발이나 토해냈다. 반면 탁해졌던 눈빛은 또렷해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