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ne Station RAW novel - chapter 162
또한 그는 한제가 반년도 안 되는 시간에 응기 3단계에서 축기에 이르기 직전이 됐으리라고는 전혀 생각지도 못하고 있을 터였다.
한제는 처소에서 한참을 고민하다가 오른손을 휘둘러 정현에게서 받은 소리 전달 옥패를 꺼냈다. 지난 몇 달 동안 정현은 여러 차례 그를 방문했고 그때마다 장황한 이야기들을 쏟아냈다.
그의 말대로라면 그날 라월의 안내로 그는 마침내 이동희를 보았고 굉장히 즐거운 만남을 가졌다고 했다.
한제는 진지한 표정으로 자신의 소리를 주입한 옥패를 내던졌다. 옥패는 곧장 하늘을 가르며 날아갔다. 한제는 조급하게 굴지 않고 가만히 가부좌를 틀고 앉아서 정현을 기다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멀리서 포효 소리가 몇 번 들려오는가 싶더니 원숭이 한 마리가 펄쩍펄쩍 뛰어왔다.
곧장 한제의 처소 안으로 뛰어 들어온 그 원숭이의 등에 타고 있던 정현이 한제를 보고 웃으며 말했다.
“사형, 어쩐 일이야?”
한제는 고개를 들고 느릿하게 입을 열었다.
“혹시 축기단의 제조 방법을 알아?”
정현은 흠칫 놀라더니 물었다.
“축기단은 1품 단약이잖아. 내가 만들 수 있는 게 아니지. 물론 제조 방법도 몰라.”
한제는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다시 이모완을 찾아가야 하나 싶었다.
“허나 사형이 원하는 것이라면 돕지 않을 수 없지. 우리 사부님이라면 제조법을 알고 계실 거야. 사흘 안에 꼭 가져다주지!”
정현이 득의양양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리고 한제에게 또 한참 동안 떠들어대다가 하늘의 색을 살피며 말했다.
“오늘은 이동희 사형과 만나기로 한 날이라서 말이야. 못 다한 이야기는 나중에 하지. 그럼 이만! 축기단에 대해서는 걱정 말라고! 꼭 알려 줄 테니.”
말을 마친 그는 잔뜩 흥분된 얼굴로 그다지 달가워 보이지 않는 표정의 원숭이에 올라탄 뒤 얼른 자리를 떠났다.
그리고 불과 이틀째 되던 날 오후, 정현이 아니라 큰 원숭이 한 마리가 한제의 처소에 와서 몇 번 포효를 내지르더니 옥패 하나를 내려놓고 곧장 떠나갔다.
한제가 밖으로 나왔을 때는 원숭이의 뒷모습만을 볼 수 있었을 뿐이었다. 순간 한제의 눈이 빠르게 사라지고 있는 원숭이의 뒷모습에 꽂혔다. 뭔가 이상했다. 원숭이는 오른발에 상처라도 입은 듯 움직임이 자연스럽지 못했다.
한제는 고개를 숙여 옥패를 집어든 뒤 잠시 고민하다가 방으로 돌아갔다.
★ ★ ★
열흘이 지났다. 한제는 그동안 대부분의 시간을 단약 제조에 쏟았다. 축기단은 1품 단약으로 현재 한제의 실력으로는 실패율이 상당히 높았다. 심지어 영기 액체를 넣어도 일반 단약과 달리 축기단은 열 번 중 대여섯 번밖에 성공하지 못했다.
석주 자체도 오행이 완벽한 상태가 아니었다. 지난 몇 백 년 동안 한제는 계속해서 석주에 모자란 속성들을 채우려고 노력했지만 상당히 어려운 일이었다. 당시 불 속성을 가득 채운 것도 한 마리의 황수(荒獸)를 통째로 꿀꺽 삼켰기에 가능했던 일이었다.
때문에 아직 채우지 못한 금속, 나무, 흙 속성을 채우는 것도 분명 쉽지 않을 터였다. 최소한 지금까지 한제는 이런 속성들을 찾는 효과적인 방법을 알아내지 못했다.
다섯 가지 속성 중 물 속성이 가장 채우기 수월했다. 나무 속성 역시 군데군데에서 찾을 수 있어, 석주에는 일곱 개의 나뭇잎이 그려져 있었다. 그러나 금속과 흙 속성은 아직 아무런 기척도 보이지 않았다.
한제 역시 몇몇 방법을 시도해보긴 했으나 결국 아무런 소용도 없었다. 한제는 석주에서 만들어내는 영기 액체에 대해 매우 잘 알고 있었다.
물 속성이 가득 채워지기 전에 만들어낸 영기 액체와 물 속성이 가득 찬 후의 영기 액체 사이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었다. 게다가 불 속성이 가득 찬 후 영기 액체의 품질은 한층 더 높아졌다. 처음에 비하면 엄청난 성장이었다.
그렇다면 다섯 가지 속성을 다 채웠을 때 석주에 어떤 변화가 일어날지는 몰라도 적어도 이 구슬에서 나오는 영기 액체가 단약을 만드는 데 엄청난 도움을 주리라는 것 만큼은 분명했다.
축기단은 하나의 단로에서 두 개밖에 만들어내지 못했다. 게다가 단약을 만드는 데에도 하루 종일 걸렸다.
열흘 뒤, 한제는 약초밭에 있는 축기단 재료를 거의 다 쓴 끝에 총 13개의 축기단을 만들어냈다.
이 분신은 타고난 자질이 한제의 본체에 비해서도 떨어져 평범한 사람 수준에 가까웠다. 게다가 특출 난 데도 없어서 겨우 하나의 축기단으로 축기에 이르는 데 성공할 수 있으리라는 확신이 없었다. 때문에 많은 축기단을 만들고 나서야 마음이 좀 놓였다.
모든 준비를 마친 한제는 깊은 숨을 들이마신 뒤 석주 공간에 들어갔다.
한데 그가 그 공간에 들어간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원숭이 한 마리가 다급히 그의 처소에 도착했다. 온몸이 피범벅이 된 원숭이는 칼에 당한 듯한 상처가 여기저기 나 있었고 연거푸 몇 번이나 비명을 내지르더니 실망한 듯 다급히 달아났다.
한제는 석주 공간으로 들어가기 전 정원에 다른 사람의 방해를 막는 금제를 은밀하게 걸어놓은 상태였다. 게다가 일단 석주 공간 안에 들어가면 그의 몸은 완전히 사라져버리기 때문에 누군가가 와서 그의 존재를 살핀다 해도 실마리조차 찾을 수가 없었다.
당시 화신기였던 팔급마군 단목극도 석주 공간의 존재에 대해서는 전혀 눈치채지 못했으니 운천종의 원영기 후기에 달하는 수련자라고 해도 절대로 찾아내지 못할 것이다.
석주 공간에서 부모님의 영혼과 사도환을 찾아가 살핀 한제는 자리에 앉아 심호흡을 했다. 그리고 품에서 백옥병 하나를 꺼내 축기단을 한 알 꺼낸 뒤 입에 집어넣었다.
축기단은 입에 들어가자 녹으면서 진한 영력으로 변해 순식간에 체내로 퍼져 나갔다. 한제는 냉정함을 유지한 채 묵묵히 고신결을 운용했다. 그의 통제 아래 고신결은 영력을 흡수했고 그 흡수한 영력을 육신으로 옮기지 않고 복부에 응결시켜 하나의 소용돌이를 형성했다.
축기단이 생성한 마지막 영력까지 흡수하자 순간 그 소용돌이는 급속도로 불어나면서 미친 듯이 위쪽으로 몰아치기 시작했다.
한제는 더 이상 입문자가 아니었다. 그는 그 소용돌이가 온몸을 훑는 것이 축기에 이르는 데 성공했다는 뜻임을 잘 알고 있었다. 만약 체내의 천부적인 자질이 충분하다면 소용돌이는 자연스레 온몸을 돌아다니지만 천부적인 자질이 부족하면 그 소용돌이는 이동이 그다지 순탄치 못하다.
소용돌이의 회전이 점점 빨라지더니 곧 온몸을 돌아다녔다. 마치 광풍에 휘날리는 큰 나무 같았다. 그 나무가 뿌리내린 토양이라고 할 수 있는 한제의 몸은 사방으로 확산됐다.
허나 한제 체내의 관문이 너무 많아 이 소용돌이는 암초에 부딪힌 큰 파도와 같은 신세가 됐다. 처음 시작할 때는 적지 않은 관문들을 제거해왔으나 결국 천천히 멈추기 시작하면서 확산을 그만두었을 뿐만 아니라 점점 축소하려는 기미를 보이기까지 했다.
한제는 깊은 숨을 들이마시고 다시 축기단 한 알을 먹었다. 순간 축소되려 했던 소용돌이는 새로운 힘을 주입받은 듯 다시 힘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시간은 천천히 흘러갔다. 한체는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알 수도 없었다. 여덟 번째 축기단을 복용한 뒤 그의 체내에 있는 소용돌이는 마침내 온몸으로 흘러갔다. 체내의 각 부분에서 끊임없이 밝은 빛이 번쩍거렸고 그와 동시에 시커먼 액체들이 그의 모공을 통해 천천히 배어나왔다.
한참 뒤, 한제는 두 눈을 번쩍 떴다. 번득이는 눈으로 자신의 체내를 한 번 살핀 그는 경맥이 아주 맑고 투명한 형태인 것과 그 굵기가 이전에 비해 수십 배는 늘어났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그의 본체가 탈기법으로 축기에 이르렀을 때에도 느끼지 못한 변화였다.
한제는 이 모든 것이 고신결과 관련이 있는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고신결은 영력을 흡수하는 공법으로 영력의 양에 따라 수련이 좌우됐다. 하지만 축기단은 강력한 단약으로 그 약효는 일반적인 단약의 수배에 달했다.
축기와 고신결은 과정에 차이가 있을지언정 목적과 결과는 같았다.
축기는 신체 내부에서부터 일어나는 변화로 강한 영력을 통해 온몸을 씻어냄으로써 신선이 되는 데 적합해지도록 몸을 개조하는 것이다. 반면 고신결은 외부로부터 일어나는 변화로 영력을 흡수하는 능력을 강화하여 몸을 강대하게 만드는 과정이다.
즉, 축기는 흡수한 영력을 통해 내부로부터 몸을 개조하는 것이 축기라면 고신은 영력을 흡수하는 능력을 강화함으로써 신체를 강대하게 재구성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한제의 본체는 체내의 금단에 있는 영력을 통해 몸을 강화했고 몸이 재구성되면서 미간에 보라색 반점이 생긴 후로는 고신결에 따라 신체를 단련하고 있었다.
허나 본체가 아닌 분신은 고신결을 통한 몸의 재구성이 진행되지 않았기에 정통적인 방식이라 할 수 있는 수련 노선, 즉 내부로부터의 변화 과정을 밟고 있는 셈이었다.
한제는 백옥병을 들었다. 그 안에는 다섯 개의 축기단이 남아 있었다. 잠시 고민하던 한제는 단숨에 그 축기단을 전부 입에 털어 넣고 다시 바른 자세로 앉아 호흡하기 시작했다.
충돌
시간은 천천히 흘러 다섯 개의 축기단 안에 함유된 영력이 폭발적으로 확산됐다. 만약 다른 사람이었다면 체내에 몰아친 감당하기 힘든 수준의 영력에 죽거나 체내 영력이 혼란스러워졌을 것이다.
하지만 고신결은 원고 시대의 공법으로 축기단이 만들어낸 영력은 한제의 몸에 아무런 위해도 끼치지 않고 깔끔하게 흡수되었다. 덕분에 한제의 수준은 단숨에 축기 초기의 절정으로 뛰어올랐다.
하지만 여전히 만족하지 못한 한제는 잠시 고민하다가 저물대에서 단로를 꺼냈다. 이 단로는 보기에는 일견 평범해 보였지만 그 입구가 노란 종이로 봉인되어 있었다.
운비에게서 얻은 그 단로였다. 한제는 당시 시간이 부족해 이 단로에 대해 깊이 연구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이제 가지고 있던 단약이 바닥났으니 다시 폐관 수련을 하려면 새로운 단약을 만들어야 했다.
단로를 주시하던 한제의 눈이 번득였다. 그는 이전에 이 단로에 붙은 노란색 종이가 결코 흔한 물건이 아니라는 사실을 파악한 상태였다. 노란 종이에 붙은 몇 개의 붉은 글자만 봐도 어째서인지 서늘한 기운이 느껴졌다.
한제는 단로를 가볍게 흔들어 보았다. 그러자 단로 안에서 음울한 소리가 들려왔다. 분명 안에 뭔가 있는 모양이었다.
우선 소리로 봤을 때 안에 들어있는 것은 하나인 것 같았고 단로에 넣었다면 단약일 가능성이 가장 높았다. 한데 대체 어떤 단약이기에 단로에 부적을 붙여야만 했던 것일까? 또 이 부적의 작용은 뭘까?
한제가 경거망동하지 않은 것도 이 노란 종이의 작용이 무엇인지 모르기 때문이었다. 만약 봉인용이라면 강제로 열었을 때 변고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었다.
잠시 고민하던 한제가 오른손을 흔들자 그의 손가락 끝에서 빛 한 점이 피어올랐다. 그는 정신을 집중한 채 오른손을 튕겼다. 순간 손가락 끝에서 피어오른 빛이 빠르게 노란 종이 위로 날아들더니 순간 자취를 감춰버렸다.
한제는 단로를 땅에 내려놓고 가슴에 몇 개의 결인을 그려낸 다음 외쳤다.
“해산!”
그러자 점점의 빛들이 그의 양손에서 퍼져나갔다. 이 빛들은 사방으로 확산됐다가 천천히 단로를 향해 접근했다. 빛들은 단로에 가까워질수록 폭발적으로 빨라지더니 노란 종이에 닿은 순간 사라졌다.
한제는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눈앞에 있는 이상한 부적은 마치 빛들을 흡수하는 것 같았다.
한제는 퍼뜩 떠오른 어떤 생각에 오른손으로 부적을 살짝 눌렀다. 하지만 아무 일도 발생하지 않자 한제는 그 부적을 살짝 떼었다. 그러나 바로 그때, 부적에서 거대한 흡인력이 발생하더니 한제의 영력은 저항할 틈도 없이 노란 종이에 빨려 들어갔다. 다행히 미리 방비를 해둔 한제는 그 순간 손을 거두었다.
잠시 고민하던 그는 단로를 조심스레 들어 저물대에 넣었다. 이 이상한 단로는 본래 저물대에 집어넣을 수가 없었으나, 한제가 분신을 만들어낸 뒤부터는 어떤 이유인지 저물대에 넣을 수 있게 됐다. 그 외 이 단로의 이상한 부분들에 대해서는 도통 이해할 수가 없었다.
단로를 챙긴 뒤 자리에서 일어난 한제는 석주 공간을 빠져나갔다.
처소로 돌아온 한제는 뭔가 이상한 점을 느꼈다. 사방의 공기에서 옅은 피비린내가 풍겼다. 한제는 사방을 훑어보다가 마지막으로 대문 쪽을 주시했다. 피비린내는 그곳으로부터 시작되고 있었다.
한제는 침착한 눈빛으로 천천히 걸어 나갔다. 대문 구석에는 원숭이의 시체 하나가 놓여 있었다. 커다란 두 눈에는 생기가 없었다. 온몸에는 칼에 의한 상처가 가득했고 복부에는 사발 크기만 한 상처도 하나 나 있었다. 그 상처에서는 더 이상 피가 흐르지 않았지만 진한 피비린내는 그 상처에서 풍겨 나왔다.
한제는 쪼그려 앉아 기이한 방향으로 꺾인 원숭이의 오른발을 쓰다듬었다. 그 오른쪽 다리는 조각조각 부러져 있었다. 동원에 갈 때 자신을 등에 태웠고 며칠 전 자신에게 옥패를 건네주었던 그 원숭이였다.
한제의 눈이 번득였다. 원숭이의 복부에 난 상처는 누군가가 손으로 찢어놓은 것이었다. 원숭이의 체내에 있는 단(丹)을 노린 것이 분명했다. 여러 번 봐왔던 일이라 한제는 단박에 그 사실을 알아볼 수 있었다. 그리고 상황을 분석해 명확한 답을 알아낼 수 있었다.
다만 정현이 이 일과 관련이 있는지는 확신할 수가 없었다. 지난 반 년간 정현은 그에게 꽤나 친절했고 이 원숭이와의 친분도 두터워 보였다.
정현이 자신을 위해 필요한 단약 제조 방법을 주었다는 사실만으로도 한제는 가만히 있을 수는 없었다. 한제는 속으로 한숨을 내쉬며 방으로 돌아갔다. 그는 이제 영기 액체를 마시지 않아도 잔영의 원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잔영의 원은 땅에 내려앉자마자 하나의 파문을 만들어냈다. 그 잔잔한 물결 속에서 백발에 냉정한 얼굴을 한 남자 하나가 나타났다. 그가 모습을 드러내자마자 사방은 마치 한겨울처럼 서늘해졌다.
본체의 몸을 따라 잔영의 원에서 천천히 피어오르는 서늘한 기운은 극에 달할 정도로 짙어져갔다. 심지어 옥으로 만들어진 건물에도 한 층의 서리가 낄 정도였다.
본체가 나타난 뒤 한제의 분신은 깊은 한숨을 내쉬며 본체 쪽으로 다가갔다. 순간 중첩된 두 몸은 하나로 합쳐졌다. 뒤이어 한제의 본체가 서늘한 기운이 가득한 두 눈을 번쩍 떴다. 그 눈에서는 하늘을 뒤덮을 듯한 살기가 풍겼다.
그가 입술을 핥았다. 초나라에서 숨죽여 살아온 지 오래였지만 그의 살기(煞氣)는 조금도 줄어들지 않았다. 그저 안으로 축적되고 있을 뿐이었다.
한제는 얼굴에 가면을 뒤집어쓰고 분신이 입고 있던 운천종 제자 의복을 입었다. 그리고 몸을 훌쩍 날려 처소에서 빠져나갔다. 그러는 동안 그는 자신의 수준이 한층 더 성장했음을 명확하게 느꼈다.
이전에도 이미 결단기 후기의 절정에 달해 있었지만 더 이상의 성장은 할 수 없었던 그였다. 지금도 원영기에 이르지는 못한 상태였지만 자신의 체내에 있는 금단에 옅은 보라색 선이 하나 생겼음을 알 수 있었다.
한제는 원영이 맺히는 순간 금단에서 보라색 기운이 피어오른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이 보라색 기운은 초기 원영의 기운이라고도 불리는 것으로 금단이 깨지면서 원영을 맺게 하는 데 중요한 작용을 하는 물질이었다. 금단이 보라색 기운으로 뒤덮인다면 그것은 원영을 맺을 시기가 가까워졌다는 뜻이었다.
이전에는 몇 번을 시도해도 초기 원영의 기운은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던 한제였다. 원영을 삼킨 뒤에도 보라색 기운은 보지 못했고 그러다가 그 보라색 기운이 나타나려 한 순간 극의 신식에 의해 파괴되고 말았다.
하지만 지금, 그 보라색 기운이 마침내 나타났다. 또한 극의 신식은 공격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었다. 이는 한제가 생각해낸 방안이 옳았음을 뜻했다. 이런 식의 수련을 계속해서 이어나간다면 분신이 원영기에 이른 뒤 본체와 결합을 할 때 반드시 결단기를 돌파에 원영기에 이를 수 있을 터였다.
그렇게 되면 화신기 이하 수준에서 그에게 대적할 만한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게다가 그가 파악하고 있는 여러 신통술과 고대 신의 능력, 법보 등을 사용한다면 지금 그가 원영기 초기 수준의 수련자와 맞붙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처럼 화신기 수준의 수련자라 해도 한 번 붙어볼 만했다.
깊은 숨을 들이마신 한제는 마치 유령처럼 원숭이의 시체 옆에 둥둥 떠 있었다. 막 시체를 처리하려던 그때, 그는 시체를 응시하며 중얼거렸다.
“하급 마수로군. 분신 수준으로는 이곳에 마수의 영혼이 있음을 알아차리지 못했는데…”
한제는 오른손을 휘둘러 원숭이의 이마를 눌렀다. 그리고 냉정한 표정으로 담담하게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