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ne Station RAW novel - chapter 412
석방이 크게 외치며 검을 휘둘렀다.
동시에 이 순간을 놓쳐서는 안 된다는 것을 직감한 여송의는 가장 가까이 있는 요금과 쪽으로 번개처럼 몸을 날렸다.
쉬익!
구리거울의 빛이 회색 기운을 속박하듯 덮었은 순간, 석방의 검이 달려들었다. 그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대나검종은 검을 이용한 공격이 강맹해, 검광이 회색 기운에 닿기도 전에 강렬한 기세가 먼저 느껴졌다.
그러나…
꽝!
회색 기운이 돌연 움직이더니 천군만마와 같이 돌진했고 그 기운에서 피어오른 엄청난 힘이 산골짜기를 가득 채웠다. 회색 기운을 뒤덮었던 구리거울의 푸른 빛은 곧장 무너져 내려 사방으로 흩어졌고 검광도 어느새 사라졌다.
이어 그 회색 기운 안에서 냉랭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고작 반딧불의 불빛으로 어찌 밝은 달빛을 이길 수 있겠는가!”
너무나도 냉랭하고 서늘한 그 목소리를 듣는 순간, 산골짜기 안에 있던 사람들은 심장이 덜컥했다.
허공의 구리거울에 균열이 일어났다.
석방이 내리친 검 역시 바닥으로 떨어져 내렸다.
“우웩!”
대나검종의 두 장로는 거의 동시에 피를 한 움큼 토해내면서 뒤로 미친 듯이 밀려났다. 지면에는 그들의 발을 따라 깊은 고랑이 생겨났다.
회색 기운은 확산되면서 검광처럼 날아들었다. 허나 그 목표는 대나검종의 두 노인이 아니라 요금과를 따려던 여송의였다.
“헛!”
여송의는 놀라서 헛숨을 들이켰다. 허나 뒤로 물러나기에는 이미 늦었기에 그는 즉시 순간이동을 했다. 지마북계 안에서의 순간이동은 매우 위험했지만 지금 그에게 다른 선택지는 없었다.
그는 사방에 일어난 파문과 함께 그 자리에서 사라지려 했다.
“어딜 가려는 게냐?”
그때, 회색 기운 안에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그러더니 그 회색 기운은 어느새 여송의가 일으킨 파문을 따라 그 안으로 들어갔고 눈 깜짝할 사이 순간이동을 통해 도망치려고 했던 여송의의 체내로 들어갔다.
“이런!”
여송의는 잔뜩 구겨진 얼굴로 뭔가 말을 하려 했으나, 바로 그때 그의 몸이 크게 휘청거리더니 마치 공처럼 부풀어 오르기 시작했다. 기이한 광경이었다.
펑!
부풀 대로 부푼 여송의의 몸은 이내 터져 나갔다.
펑! 펑! 펑!
산골짜기 안에서 몇 번이나 터져 나가는 소리가 울렸다. 하늘에서는 여송의의 피와 살점이 비처럼 떨어졌고 옅은 피냄새가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이 피 안개 속에서 보라색 옷을 입은 누군가가 산골짜기 밖으로부터 천천히 걸어 들어왔다.
긴 머리를 뒤쪽으로 아무렇지 않게 올려 묶은 그의 용모는 준수하다 할 수 없었지만 탈속적인 느낌이었다. 그의 오른손에서는 두 갈래의 회색 기운이 마치 두 마리의 작은 용처럼 맴돌며 피어오르고 있었다.
또한 허리춤에는 보라색 영패가 하나 매여 있었는데 그 영패에는 칠(七)자가 새겨져 있었다.
한제의 출현에 산골짜기 안은 적막에 휩싸였다.
곽형일의 얼굴은 핏기 하나 없이 창백해진 상태였다. 그는 더는 못 참겠다는 듯 입술을 깨물었다가 쪼그려 앉아 토악질을 하기 시작했고 안 그래도 창백했던 얼굴은 더욱 하얗게 질려갔다.
한편 남색 옷의 청년은 더욱 도취된 듯한 눈빛으로 산골짜기를 채운 피 비린내를 깊게 들이마셨다.
한편 천령의 표정은 불안정했고 무언가를 망설이는 듯한 모습이었다.
한편 대나검종의 두 장로는 기겁한 상태였지만 겉으로는 최대한 티를 내지 않으려 애쓰고 있었다.
한제는 덤덤한 얼굴로 눈앞의 사람들을 하나하나 훑어보았다. 그리고는 오른손으로 심드렁하게 허공을 가리켰다. 그러자 산골짜기 안에 흩어진 살점들로부터 회색 기운들이 줄기줄기 피어올라 빠른 속도로 한데 응집하더니 한제의 오른손에 모여들었다.
이제 회색 기운은 한 덩어리의 회색 구체가 됐으며, 그 안에서는 연기가 피어오르듯 안개가 맴돌았다. 그 신비로운 모습에 사람들은 눈을 떼지 못했다.
한제는 심드렁한 얼굴로 오른손을 살짝 휘둘렀다. 순간 그의 손에 응집되어 있던 회색 구체는 한 차례 진동하더니 곧장 줄어들어 손톱만 해졌다. 한제가 그것을 손에 쥐었다가 폈을 때, 그 구체는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천운종 자계의 일곱째, 이한제!”
석방은 한제의 허리춤에 달린 보라색 영패를 보더니 중얼거렸다.
한제는 뒷짐을 진 채 냉랭한 눈빛으로 석방을 바라보았다. 그러더니 누구에게랄 것도 없이 입을 열었다.
“질문에 답한다면 오늘 너희 중 한 명은 놓아주마.”
“뭐라고? 크하하하하! 아주 재미있구나.”
석방은 우스운 이야기라도 들었다는 듯 광기 어린 웃음을 터뜨렸다. 그가 결인을 한 오른손을 하늘로 뻗자 등에 멘 빈 칼집에서 푸른색의 강렬한 검기가 번득이더니 곧장 하늘로 솟아올랐다.
“이한제, 네가 영변기 중기라 해도 영변기 초기인 우리 둘과 대나검종의 보검까지 더한다면 결코 못 당할 상대가 아니다. 보름 뒤 동해에 있는 요령(妖靈)의 문에 과연 네가 갈 수 있을지 두고 보자!”
석방이 차게 웃었다.
그는 올해 요령의 문에 갈 인원을 일찍이 소문으로 들어 알고 있었다. 소문에 의하면 천운자가 새로이 받아들인 자계의 이한제도 그중 한 명이라고 했다.
그 이한제를 눈앞에 둔 그는 도박을 해보기로 했다. 그는 이한제가 무사히 동해에 가고자 한다면 공격에 집중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키 작은 노인은 한 마디도 하지 않았지만 형형한 눈으로 한제를 죽일 듯 노려보고 있었다.
석방의 말을 들은 지금 그는 상황이 좋지 않다는 것을 직감했다. 그가 보기에 상대는 절대 앞뒤 사정을 따지고 계산하는 이가 아니었다. 그러니 쓸데없는 말을 주절주절 늘어놓는 것보다는 곧장 선제공격을 하는 것이 나을 것이었다. 석방과 협공을 하더라도 영변기 중기 수준인 상대에게 승리를 거둘 가능성은 결코 크지 않았다.
이에 키 작은 노인은 이를 악문 채 두 말 않고 몸을 날리며 오른손으로 저물대를 두드렸다. 순간 그의 손에 피처럼 붉은 작은 깃발 하나가 나타났다. 노인이 그것을 흔들자 붉은 기운이 깃발로부터 용솟음치더니 순간적으로 한제의 전신을 뒤덮었다.
“죽어라!”
노인이 소리치며 두 손으로 결인을 그린 뒤 붉은 기운을 향해 내리쳤다. 그러자 여러 개의 거대한 붉은 손자국이 곧장 짙은 피비린내를 풍기며 한제를 향해 달려들었다.
콰오오!
동시에 그는 혀끝을 깨물어 금빛을 띤 원신의 정혈을 잔뜩 뿜어내고는 빠르게 알아들을 수 없는 저주를 뱉어냈다. 그러자 무형의 힘이 하늘에서 엄습했다.
“천귀(天鬼)의 공격!”
노인은 맹렬한 눈빛으로 크게 외쳤다. 그러자 그의 앞에 뿜어진 금빛의 정혈이 기이하게 요동치더니 눈 깜짝할 사이 허공으로 흩어졌다.
그 순간, 노인의 뒤쪽에 크기가 1백 척에 달하는 허상의 머리 하나가 나타났다. 짙은 청색의 그 머리에는 머리카락이 한 올도 없었고 허상인데도 불구하고 실제 같았으며, 눈에서는 음산한 빛이 번득였다.
그 머리는 모습을 드러내자마자 곧장 키 작은 노인의 뒤에서 날아올라 한제를 향해 달려들었다.
“공격해!”
노인이 소리쳤다.
그때, 석방은 이를 악문 채 두 말 않고 오른손으로 결인을 그려 아래로 휘둘렀다. 그러자 등의 검집 안에서 번득이던 푸른 검광이 놀랄 만큼 강력해져 곧장 튀어나가 마치 거친 청룡처럼 한제를 향해 돌진했다.
그와 동시에 석방 역시 혀끝을 물어 원신의 정혈을 뿜어낸 후 가부좌를 틀고 앉아 오른손을 뻗어 자신의 정혈을 손바닥에 묻힌 뒤 이마를 쳤다.
쾅!
거대한 소리와 함께 석방의 몸이 부르르 떨렸고 정수리로부터 원신이 튀어나왔다. 원신은 입을 쩍 벌려 푸른 빛을 쏘아 보냈고 그 빛은 버들잎 크기의 비검이 됐다. 원신은 그 비검에 올라 검광을 바짝 쫓으며 한제를 향해 달려들었다.
“죽어라!”
대나검종의 두 장로는 목숨을 건 상태였다.
허나 한제는 침착하게 가만히 서 있었다. 그러다가 순간 발을 살짝 구르더니 오른손을 들어 올렸다. 그러자 그의 엄지손가락에서 검은 빛이 피어올랐다.
바로 적멸지, 손가락질 한 번에 수만의 영혼을 좌지우지 하는 힘이었다.
쏴아아!
그의 손가락에서 피어오른 검은 빛은 산골짜기를 뒤덮었다. 그러자 모든 잡초와 풀들은 노랗게 말랐고 땅속 깊이 묻혀 있는 뿌리까지 말라 죽었다.
동시에 키 작은 노인이 쏘아 보낸 여러 개의 붉은 손자국이 곧장 무너져 내렸다. 동시에 그 붕괴로 인해 일어난 힘이 한제의 엄지에 응집됐다.
워낙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다른 사람이 보기에는 한제의 엄지가 그 붉은 손자국들을 곧장 흡수한 것처럼 보였다.
한제의 엄지 위쪽은 순식간에 짙은 붉은색을 띠었다.
한제는 싸늘한 눈빛으로 석방이 날린 검광이 도착하기도 전에 거대하고 음산한 머리의 미간을 엄지로 눌렀다.
요사스러운 눈빛을 번득이던 천귀의 머리는 입을 쩍 벌려 한제의 엄지를 삼켰다. 이에 한제는 피식 웃었다.
“배가 고픈 모양이군.”
말이 끝난 순간, 한제의 엄지에서 붉은 빛이 피어올랐다. 방금 전 흡수했던 붉은 손자국의 힘과 함께 적멸지가 원래 품고 있던 적멸의 기운 역시 거대한 머리 안에서 폭발했다.
“크아아!”
거대한 머리는 순간 부풀어 오르며 처량한 비명을 내지르더니 허공에서 비틀대다가 완전히 무너져 내려 버렸다. 동시에 키 작은 노인은 창백해진 얼굴로 휘청거리다가 선혈을 한 움큼 토해내고는 곧장 몸을 돌려 달아나려 했다.
‘아… 악귀다. 저자는 악귀야!’
일전에도 천귀를 소환하여 영변기 중기 수준의 수련자와 맞붙은 적이 있는데 당시 상대는 천귀의 위력에 무척 놀란 모습이었다. 허나 같은 영변기 중기인 한제는 너무도 쉽게 천귀를 없애버렸다. 그 압도적인 힘 앞에 노인은 도망칠 수밖에 없었다.
전투 (2)
키 작은 노인을 바라보던 한제는 여유롭게 저물대에서 선검을 꺼냈다. 그러자 그 안에서 허이국의 오만방자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린 놈이 어딜 도망치느냐! 이 어르신이 놀아주마!”
허이국이 낄낄대는 순간, 저물대 안에서는 그의 그림자와도 같은 굽은 칼 역시 빠져나와 대나검종의 키 작은 장로를 향해 달려들었다.
한제가 붉은 손자국을 부수고 적멸지로 천귀의 머리를 파괴하고 키 작은 노인이 도망칠 때까지의 모든 것은 거의 눈 깜짝할 사이에 벌어진 일이었다.
이 무렵, 석방의 검광이 한제를 향해 미친 들이 돌진해오고 있었다.
한제는 몸을 돌려 그 검광을 바라보았다. 버들잎 같은 비검 위에 석방의 원신이 올라타 있었다.
한제는 표정의 변화조차 없이 그저 왼손만 들어올렸다. 그러자 순식간에 금선력이 터져 나와 사방으로 퍼져나가 산골짜기를 가득 채웠다. 그와 동시에 그의 손바닥에서는 태양과 같은 금색 회오리 하나가 나타났다. 바로 네 번의 회전을 거친 금선력이었다.
한제는 왼손을 가볍게 앞으로 뻗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