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ne Station RAW novel - chapter 413
거대한 소리와 함께 금선력의 회오리는 미친 듯이 앞으로 쏘아져 나가 검광과 충돌했다.
콰르릉!
그 순간, 엄청난 기세가 퍼져 나가며 바닥이 갈라졌고 절벽들에서는 돌들이 굴러 떨어졌다. 심지어 곳곳은 아예 무너져 내리기까지 했다.
검광 뒤쪽에서는 석방의 원신이 응집시킨 비검이 마치 번개처럼 빠르게 한제의 미간을 향해 놀라운 속도로 달려들었다.
한제는 비록 자신의 수준이 더 높다 하더라도 목숨을 걸고 법보와 원신을 합친 자의 공격에는 어지간하면 정면으로 맞서지는 않았을 것이다. 허나 그에게는 곤극 채찍이 있었다.
한제는 몸을 뒤로 물린 후 저물대에서 곤극 채찍을 꺼냈고 석방의 원신이 달려드는 순간 손을 움직였다. 그러자 한 줄기의 검은 그림자가 허공을 가르며 날아들었다.
짝!
맑은 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 순간, 비검은 움찔하더니 갑자기 느려졌다.
짝!
다시 한 번 같은 소리가 울려 퍼졌다.
“크아악!”
석방의 비검에서는 분노와 고통이 뒤섞인 고함이 들려왔다. 동시에 한 덩어리의 푸른 화염이 비검에 응집되더니 허공을 가르며 날아들어 한제의 미간으로부터 3촌 정도 떨어진 곳에 이르렀다.
“목숨을 걸겠다는 건가?”
한제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몸을 뒤로 물리면서 가볍게 손짓을 했다.
짝! 짝! 짝!
“끄아악!”
연이은 채찍질 소리와 함께 비검에서는 참혹한 비명이 흘러나왔다. 그러더니 힘을 잃은 듯 상당히 어두워진 비검은 결국 방향을 틀어 달아나기 시작했다.
허나 한제가 내버려둘 리 없었다.
한제는 가볍게 오른손을 앞으로 뻗었다. 그의 손에서 나타난 푸른빛 한 줄기가 석방의 원신이 아닌 육신을 노리고 날아들었다.
석방의 원신은 한제의 손에서 뻗어 나온 푸른 빛이 거대하고 흉측한 마수의 형태로 변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특히 그 거대하고 예리한 주둥이가 눈길을 끌었다.
“안 돼!”
삭방의 원신이 외치는 동안 흡혈 마수는 예리한 주둥이를 단숨에 석방의 육신 정수리 부분에 깊이 꽂아 넣었다. 그러더니 그대로 석방의 피와 살, 정수는 물론 심지어 선력까지도 남김없이 빨아들였다. 이제 남은 것은 빼빼 마른 유해뿐이었다.
석방의 원신은 멍하니 그 상황을 바라보았다가 고개를 홱 돌려 증오와 분노가 가득한 눈으로 한제를 노려보았다. 그러더니 곧장 다른 사람들이 있는 쪽으로 도주했다.
그곳에는 남자와 여자가 각각 둘씩 있었는데 석방이 달려든 대상은 곽형일이었다.
곽형일은 종파의 장로가 자신에게 왜 달려드는지 의아했다. 허나 그가 반응을 하기도 전에 눈앞이 캄캄해졌고 미간에는 긴 상처 하나가 남아 있었다. 버들잎 같은 비검이 뚫고 들어가면서 남긴 자국이었다.
“크으…”
곽형일의 몸이 부르르 떨렸고 두 눈은 어두워졌다가 다시 밝아졌다. 하지만 그 눈빛은 한없이 약해보였다.
한제는 이 광경을 흥미롭다는 듯 바라보았다. 다른 이의 육신을 빼앗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사도환조차 며칠의 시일이 필요했을 정도였다. 한데 석방은 순식간에 정신을 차렸다. 이미 반 정도는 탈취를 마친 듯했다.
“재미있군.”
한제는 턱을 쓰다듬으며, 어느덧 곽형일의 육신을 빼앗은 채 창백한 얼굴로 자신을 노려보는 석방을 살폈다.
곽형일, 아니 석방은 이를 갈았지만 상황이 불리함을 알았는지 재빨리 태도를 바꾸었다.
“이 도우, 오늘 일은 이 석방의 잘못이오. 만약 나를 살려준다면 방금 보여준 육신 탈취 방법을 알려주겠소. 또한 오늘 일의 비밀은 철저히 지키겠다고 목숨을 걸고 맹세하겠소!”
말을 마친 석방은 갑자기 오른손으로 뒤쪽을 쳤다. 그러자 주위에 있던 사람 중 천령을 제외한 두 사람은 몸을 부르르 떨다가 숨을 거두었다.
“이 천령이라는 여인은 아직 처녀요. 나는 처녀를 통해 상처를 치유하는 신통력도 알고 있소. 나를 풀어준다면 그것 역시 알려드리리다.”
석방은 두방망이질 치는 심장을 진정시키려 애쓰며 말했다. 이렇게 비굴하게 목숨을 구걸하고 싶지는 않았으나, 다른 방법이 없었다.
석방의 말에 천령의 눈빛이 표독스럽게 변하더니 이내 이를 악물고 자리에 꿇어앉았다.
“이자와 또 다른 대나검종의 장로를 죽여주신다면 어떻게든 보답하겠습니다.”
석방이 살기어린 눈으로 천령을 노려보며 뭔가 말하려 했다. 허나 그때 한제가 불쑥 입을 열었다.
“2백 년 전, 검존 능천후가 우(雨)의 선계에서 돌아왔을 때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알고 있느냐?”
“2백 년 전이라⋯⋯.”
한제의 질문에 석방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그 검혼 말씀인가?”
한제는 표정의 변화 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아는 대로 말해보아라.”
석방은 잠시 생각을 정리하는 듯하더니 씁쓸하게 입을 열었다.
“저 역시 소문으로만 들어서 자세히는 모르오. 허나 2백 년 전 시조님이 돌아오셨을 당시 상태가 상당히 좋지 못했소. 또한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대나검종에 일련의 살육이 벌어졌다고 들었소. 그 일로 인해 어디에서 왔는지 모를 검혼과 검존 어르신이 맞붙었는데 결국 검혼은 실종되어 여태 어디로 갔는지 그 생사조차도 알지 못한다고 하오.”
한제는 석방을 힐긋 바라보았다. 그 말은 거짓이 아니었다.
“육신 탈취 방법을 옥패에 탁본하여 내게 넘겨라!”
한제의 덤덤한 목소리에 석방은 재빨리 고개를 들었다.
“나를 살려주는 거요?”
“네가 내놓은 옥패가 진짜인지 가짜인지 보고 나서 결정할 생각이다.”
석방은 한숨을 내쉰 뒤 옥패를 꺼내 상처를 치료하는 방법과 육신 탈취법을 함께 탁본한 뒤 그것을 한제 쪽으로 내던졌다.
한제는 그것을 받아들고 신식으로 한 번 훑었다. 처녀를 이용한 상처 치료 방법과 육신 탈취법이 기록되어 있었다.
그러는 동안 석방은 재빨리 몸을 날렸다. 산골짜기를 벗어나 먼 곳으로 달아날 생각이었다.
이에 한제는 고개조차 돌리지 않은 채 왼손을 대충 휘둘렀다. 그러자 그의 손가락에 회색 고리 하나가 나타나 석방에게 돌진했다.
쉬익!
바람을 가르는 소리에 고개를 돌린 석방은 이를 갈았다.
“이한제, 이게 무슨 짓이냐?”
그는 몸을 훌쩍 날려 순간이동을 하려 했다. 허나 아직 곽형일의 몸에 완전히 적응하지 못해 상당히 허약해진 상태라 성공하지는 못했다. 그는 방법을 바꿔 선력을 이용해 피해보려 했다.
한데 그 순간, 회색 기운이 달려들었다.
“크으…”
두 갈래의 회색 기운은 석방의 체내로 뚫고 들어가 경맥을 따라 휘젓고 돌아다녔고 석방은 두 눈을 홉뜬 채로 벌벌 떨었다. 그리고 한 호흡을 하기도 전에 펑 하고 터져나갔다.
다시 한 번 살점과 피가 산골짜기 안에 뿌려졌고 회색 기운은 흩어진 살점 안에서 피어올라 공 모양을 이루어 한제에게로 돌아갔다.
고개를 든 한제가 옥패로부터 신식을 거두었다.
‘이 육신 탈취 방법은 꽤나 훌륭하군!
한제는 옥패를 품에 넣은 후 고개를 돌렸다.
그의 시선이 닿은 곳에는 굽은 칼과 선검이 대나검종의 키 작은 장로를 붙잡아두고 있었다.
한제는 곧장 그곳으로 향하지 않고 느긋하게 산골짜기 서쪽의 커다란 금색 꽃이 있는 곳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그 앞에 쪼그려 앉아 꽃을 한참 동안 살피다가 요금과 하나를 따 냄새를 맡아보았다.
그때 흡혈 마수가 허공에서 날개를 퍼덕거리며 다가왔다. 두 눈이 아첨꾼의 눈빛과 비슷해 한제는 피식 웃음이 났다.
그때, 천령은 한제의 손에 들린 요금과를 바라보며 내심 한숨을 내쉬었다. 자신의 동문들이 갖은 고생 끝에 찾아낸 요금과인데 결국 그것을 차지하는 것은 전혀 관련도 없는 낯선 이였다.
“급하게 굴지 마라.”
한제가 웃으며 조용히 말하자 흡혈 마수는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고개를 연신 끄덕였다.
한제는 요금과를 들어 올려 미간에 댔다. 석주의 금속 속성을 채울 수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만약 불가능하다면 곧장 흡혈 마수에게 먹일 생각이었다.
석주의 금속 속성은 아직도 반 정도를 더 채워야 했다.
요금과는 곧장 한제의 이마 속으로 흡수됐다. 허나 잠시 후 한제는 실망의 눈빛으로 고개를 저었다.
“아쉽군. 7백 년 동안 나머지 네 개의 속성을 채울 때도 항상 위험이 있었지. 아마도 마지막 금속 속성을 채우는 것도 쉽지는 않을 모양이야. 금영근(金靈根)이라면 쓸모가 있을까?”
한제는 입맛을 다시며 오른손으로 허공을 움켜쥐었다. 순간 금색 꽃에 달려 있던 3분의 1정도의 요금과가 하늘로 솟아올랐다.
흡혈 마수는 환호하듯 소리를 지르며 거대한 주둥이로 열매를 흡수했다. 그 순간 흡혈 마수의 몸은 금빛으로 번쩍번쩍 빛났는데 총 아홉 번 번쩍인 후에야 천천히 본래의 상태로 돌아왔다.
열매를 흡수한 흡혈 마수가 아직도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는 모습을 본 한제는 오른손으로 결인을 해 한 줄기 빛을 쏘아냈다. 그 빛은 지면 가득한 금색 꽃들에 떨어졌고 그러자 꽃들은 눈부실 정도로 강한 금빛을 뿜어냈다.
한제는 저물대에서 여러 개의 옥패를 꺼내더니 하나하나마다 그림을 그려넣어 그것들을 금색 꽃 옆에 내려놓았다.
천령은 이 모든 것을 눈도 떼지 않고 바라보았다. 그녀는 눈앞의 사내가 대체 뭘 하고 있는 것인지, 왜 요금과를 따지 않고 저런 행동을 하는 것인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일종의 진을 구축하는 것 같다고 짐작할 뿐이었다.
‘요금과로 진을 만들 수 있는 건가?’
천령은 더더욱 의아해하며 계속해서 한제를 지켜보았다.
한편, 한제는 마지막 옥패까지 바닥에 내려놓은 후 흡족한 표정이었다.
‘서사의 기억에 따르면 이 요금과는 자연히 시들어 떨어진 후에야 금영근을 형성할 수 있다. 허나 내게는 그때까지 기다릴 시간이 없다. 그러니 서사의 기억에 따라 절충법을 쓰는 수밖에… 다만 고대 신의 진은 마수의 뼈를 이용하는데 옥패로 흉내 내서 만든 이 진이 얼마나 효과를 낼지⋯⋯.’
그러나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고개를 절레절레 젓던 한제는 왼손을 들어 기이한 형태로 펼쳤다. 이것은 수련자의 결인법이 아니라 고대 신 서사의 기억 속에 존재하는 신통력을 일으키는 결인으로 방금 배치한 진을 활성화시키는 방법이기도 했다.
“쇠락(衰落)!”
한제가 외쳤다.
그의 한 마디에 왼손에서 한 줄기 노란색 빛이 피어올라 지면의 여러 옥패 중 하나에 떨어졌다. 옥패는 그 빛에 닿자마자 고막을 찢을 듯 격렬한 소리를 냈다.
“윽!”
천령은 재빨리 귀를 막았으나 두 눈만은 여전히 모든 것을 지켜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