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ne Station RAW novel - chapter 425
“성가신 자로군. 특히 그 굽은 칼이 문제야. 아까도 위험했지. 천운자가 준 구명 법보만 아니었다면 저자를 죽이고 요령의 결정을 빼앗았을 텐데…”
그는 아쉬운 듯 혀를 차더니 두 손으로 결인을 그렸다. 두 손의 움직임에 따라 주위를 메운 요령의 기운은 가까이 다가오지 못하고 흩어졌다. 이어 두 손에서 검은 연기가 나타나 손 주변을 맴돌았다.
사내는 깊은 숨을 들이마시며 오른손으로 가슴팍을 눌렀다. 그 순간, 오른손 주위를 맴돌던 검은 연기가 그의 가슴팍으로 스며들었다.
“크윽!”
사내는 극심한 고통으로 얼굴이 일그러졌고 두 눈에는 핏발이 섰다.
검은 연기가 끊임없이 체내로 스며들었고 이를 악물고 고통을 참아내던 그는 어느 순간 포효를 내질렀다.
“크아아!”
하늘과 땅을 뒤흔드는 소리에 주변을 메운 요령의 기운은 수천 척 밖으로 밀려났다. 그를 중심으로 반경 1천 척 안에는 요령의 기운이 조금도 남아 있지 않은 공백 상태가 됐다.
한제는 그 공백 가장 자리에서 냉랭한 눈빛으로 상대를 바라보았다.
검은 옷의 사내는 그 공백의 중앙에서 고개를 번쩍 들더니 한제를 노려보며 입을 열었다.
“죽음을 자초하는구나!”
이어 그는 왼손을 들어 한제를 가리켰다. 그러자 수많은 검은 기운이 마치 촉수처럼 손 주위를 맴돌았다.
“마금(魔禁), 네 번째 천귀여, 나타나라!”
그 순간, 사내의 얼굴은 다시 고통으로 일그러졌고 두 눈에 더욱 많은 핏발이 섰다. 심지어 푸른 정맥이 곳곳에서 울툭불툭 솟아 고동쳤다. 마치 기이한 힘이 가슴팍에서 솟아올라 오른팔을 타고 왼팔로 흘러 들어가는 듯한 모습이었다.
왼손에서 촉수처럼 피어오른 검은 연기는 기이하게 꿈틀거리며 빠른 속도로 하나의 형상을 이루었다.
그 천귀는 하늘을 향해 포효하듯 고개를 쳐들었지만 어떤 소리도 흘러나오지는 않았다. 허나 그 소리 없는 포효에 요령의 기운들은 다시 수백 척 뒤로 물러났다.
한제도 얼른 몸을 뒤로 물렸다. 천귀의 포효는 귀에는 들리지 않았지만 원신에는 생생히 전달된 것이다.
“가라!”
검은 옷의 사내가 여전히 고통을 참아내며 떨리는 목소리로 낮게 외쳤다. 그러자 천귀는 곧장 그의 손바닥에서 떠올라 어스름한 두 눈으로 한제를 노려보더니 상상을 초월하는 속도로 달려들었다.
‘빠르다!’
한제는 재빨리 선검을 소환해 휘둘렀다. 검광이 곧장 튀어나갔지만 천귀는 입을 쩍 벌려 검광을 꿀꺽 집어삼켰다.
그 순간, 굽은 칼이 천귀의 몸을 관통했지만 어떤 효력도 일으키지는 못했다. 이에 굽은 칼은 곧장 검은 옷의 사내를 공격하려 했지만 상대의 몸 밖으로 방출된 검은 연기에 막혀버렸다.
다가오는 천귀를 보며 한제는 굳은 얼굴로 입을 벌려 한 줄기 검은 빛을 토해냈다. 그 빛은 한 번 번득이더니 30척 길이의 거대한 깃발이 됐다.
‘어쩔 수 없군.’
한제는 한숨을 삼키며 혼번을 휘둘렀다. 순간 그 안에서 기린 마수의 잔혼을 포함한 주요 혼백들이 튀어나왔다.
달려들던 천귀는 흠칫 놀라더니 두 눈에 어스름한 빛을 번득이며 방향을 틀어 영변기 수준의 주요 혼백에게로 달려들었다.
한제는 몸을 천귀를 피해 빙 둘러 이동하면서 저물대를 문질러 구수권을 꺼냈다.
사내는 약간 어두워진 얼굴로 손을 들어 천귀를 가리키며 외쳤다.
“돌아와!”
천귀는 내키지 않는다는 듯 소리 없이 포효했다.
“망할! 말을 들으란 말이다!”
검은 옷의 사내는 욕을 내뱉었으나, 더는 그럴 틈이 없었다. 어느덧 한제가 지척까지 다가왔기 때문이다.
그때, 한제가 오른손 검지로 사내를 가리켰다. 그 순간, 한제 체내의 선력은 곧장 그 손가락 끝에 응집됐다.
화마지, 세 개의 필살기 중 두 번째 술법이었다.
휘유웅!
손가락질 한 번에 바람의 기운이 바뀌었다. 이어 무궁무진한 마기가 한제의 체내에서 용솟음쳐 손가락 끝에 응집되더니 주변으로 미친 듯이 확산됐다.
“화마지!”
소문으로 익히 들었기에 사내는 단번에 한제의 술법을 알아차렸다.
허나 지금 오른손을 가슴에서 떼면 천귀는 곧장 흩어져 버릴 것이기에 그는 어쩔 수 없이 몸을 뒤로 물리며 입을 벌려 검은 안개를 뿜어냈다.
비린내를 풍기는 바람에 독성을 품은 검은 안개가 섞여 뻗어왔고 한제는 더 이상 다가갈 수 없었다.
“이 정도로 나를 막을 생각이었단 말인가?”
한제는 차게 비웃었다. 그 순간, 미간에서 두 개의 회색 문양이 번득이더니 그의 전신으로 뻗어나갔다. 생의 낙인이 다시 활성화된 것이다.
전신이 생의 낙인으로 뒤덮인 순간, 한제는 번개처럼 독성을 품은 안개 속으로 진입하더니 마치 헤엄을 치듯 앞으로 나아갔다. 안개는 그의 몸에 닿자마자 흩어져 사라졌다.
이를 눈치채지 못한 검은 옷의 사내는 계속해서 뒤로 물러나면서 검은 안개를 끝없이 내뿜었고 그 틈을 타 천귀가 있는 쪽으로 순간이동을 했다.
하지만 그는 독을 품은 이 안개가 한제에게 아무런 효력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 그가 순간이동을 한 순간, 한제는 곧장 짙은 검은 안개를 뚫고 나와 그의 뒤를 쫓으면서 오른손 검지를 뻗었다.
“이런!”
검은 옷의 사내는 순간 안색이 변해 피할 틈도 없이 왼손을 들어 올려 빠르게 결인을 그렸다.
쾅!
두 사람의 손가락이 3촌 거리에 이르렀을 때, 엄청난 힘이 맞부딪쳤다. 동시에 두 사람의 손가락 사이에서 짙은 검은색의 구체가 생겨났다. 한제의 마기와 검은 옷의 사내가 발산한 검은 기운이 합쳐진 것으로 수많은 번개와 같은 빛이 그 겉면을 따라 흘렀다.
순간 세상의 모든 것이 멈춘 듯했고 세상의 모든 빛은 두 사람의 몸에 응집된 듯했다.
허공에 뜬 한제와 바닥을 딛고 선 사내의 옷과 머리가 펄럭이며 휘날렸다. 허나 검은 옷의 사내는 표정이 어두웠고 눈은 번개처럼 번득였다.
콰르릉!
그 구체에서 거대한 소리가 울려 퍼지기 시작했고 그 소리는 점점 격렬해졌다. 동시에 한제 체내의 선력이 미친 듯이 마기로 전환되어 끊임없이 그 작은 구체로 유입됐다.
검은 옷의 사내는 속으로 비명이라도 지르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는 지금 그간 수련으로 쌓아온 모든 기력을 손가락을 통해 작은 구체로 쏟아붓는 중이었다. 원해서라기보다는 그러지 않으면 상대의 압박에 자신이 당하게 될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이자가 정녕 영변기 중기 수준이란 말인가? 믿을 수 없다. 나는 영변기 후기, 그것도 이미 절정에 이르렀단 말이다!’
사내의 얼굴이 일그러진 것을 본 한제는 피식 웃더니 신식을 통해 전했다.
“천귀는 네 선력을 흡수해 움직이는 존재가 아니던가? 그런 천귀도 발이 묶여 있는 지금, 어떻게 나를 당해낼 생각이지?”
그 말에 검은 옷의 사내는 차게 코웃음을 치더니 이를 악물고 오른손을 가슴팍으로부터 떼어냈다. 그 순간, 주요 혼백을 삼키려 그 주위를 맴돌던 천귀는 포효하더니 맹렬히 몸을 돌려 검은 옷의 사내를 노려보았다.
한편 검은 옷의 사내가 손을 가슴팍에서 뗀 순간, 얇은 검은색 실들이 그의 오른손에서 나타나 풀처럼 길게 늘어났다. 동시에 천귀가 분노에 찬 포효를 내지르더니 점차 흐릿하게 변해갔다. 허나 완전히 사라지기 직전, 검은 옷의 사내를 노려보더니 갑자기 온몸에서 검은 빛을 번득였다.
“이… 이런!”
검은 옷의 사내는 헛숨을 들이켰다. 그때, 천귀는 체내에서 번득이던 검은빛으로 몸이 뒤덮이더니 다시 색상을 갖춰 갔다. 그러더니 곧장 어디론가 날아가 버렸다.
그 모습을 본 검은 옷의 사내는 이를 갈며 한제를 잡아먹을 듯이 노려보았다.
“다 네 탓이다! 네놈 때문에 천귀가 내게서 도망쳤단 말이다!”
한제는 말없이 웃었는데 누가 보더라도 완전한 비웃음이었다.
“이 버러지 같은 자식! 죽여 버리고 말겠다!”
검은 옷의 사내는 살기등등한 눈빛으로 거칠게 외쳤다. 그러더니 자신이 수련한 귀선력(鬼仙力)을 미친 듯이 구체로 밀어 넣었다. 순식간에 체내의 귀선력 중 9할이 구체로 밀려들었고 그 순간 작은 구체에서는 요란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이제 구체에는 전설속의 천벌에 비견할 만한 위력이 담겼다.
이 무렵, 한제는 자신의 선력이 역부족임을 느꼈다. 구체 안에 담긴 위력은 한제 쪽으로 천천히 이동했다.
수혼술(搜魂術)
검은 옷의 사내는 분노로 눈이 번득였다. 한제의 생기를 끊어놓고 윤회의 고리를 없애 일체의 흔적을 제거하는 것. 그것이 그가 원하는 바였다.
한데 그때, 검은 옷의 사내는 흠칫 멈출 수밖에 없었다. 한제의 두 눈에는 두려움도 냉담함도 아닌 비웃음만이 가득했기 때문이다.
‘뭐… 뭐지? 저 여유는…’
사내는 왠지 모르게 심장이 덜컥하는 기분을 느꼈다.
그때, 한제의 싸늘한 목소리가 울렸다.
“나와라, 사신차!”
그 순간, 멀지 않은 곳에서 하늘을 뒤흔들 듯한 거대한 포효 소리와 함께 불굴의 의지를 품은 무언가가 나타났다.
“크오오!”
혼수의 포효에 사내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죽여!”
한제가 짧게 명령했으나 혼수는 곱지 않은 눈으로 그를 바라보기만 할 뿐 움직일 생각은 하지 않았다.
“역시 그냥은 안 되는군.”
한제는 피식 웃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 그러자 그의 입을 타고 복잡한 말이 흘러나왔다. 사신차와 함께 얻은 선인의 옥패에 새겨진 주문, 구자진언(九字眞言)이었다.
구자진언은 혼수를 통제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으로 하나의 봉인을 풀 때마다 하나의 글자를 알 수 있었다. 한제는 지난 번 첫 번째 봉인을 풀면서 그 첫 글자의 의미를 이해하게 된 것이다.
주문을 외자 지금껏 불굴의 의지를 뿜어내던 혼수가 갑자기 풀이 꺾여 낮게 깍깍대더니 곧장 검은 옷의 사내에게 달려들었다.
검은 옷의 사내는 더욱 굳은 얼굴로 전력을 다해 귀선력을 방출했다. 만약 지금 섣불리 피하려 하다가는 파멸적인 기운으로 가득한 작은 구체가 곧장 그를 집어 삼킬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혼수와 마주하는 것도 위험하기는 매한가지였다.
‘이한제! 네놈이 기필코 끝을 보겠다는 것이냐?’
검은 옷의 사내는 진땀을 흘리면서 이를 악문 채 한제를 노려보더니 왼손을 들어 올려 자신의 미간을 두드렸다. 그 순간, 몸을 부르르 떨더니 곧장 원신이 빠져나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도망쳤고 통제를 잃은 육신은 시체처럼 바닥에 풀썩 쓰러졌다. 동시에 팽팽하던 힘의 균형이 무너졌다.
콰과광!
격렬한 소리가 울려 퍼졌고 작은 구체는 곧장 사내의 육신에 떨어졌다. 사내의 옷은 먼지처럼 부서졌고 이어서 피부와 근육이, 다음으로는 피와 뼈가 사라졌다.
“크오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