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ne Station RAW novel - chapter 491
황천은 마치 한 마리 용처럼 민첩하게 움직이면서 포효를 내지르며 풍우뇌전(風雨雷電)을 삼키려 들었다.
동시에 13만 갈래의 살육의 기운이 한제의 미간에서 튀어나와 그 황룡에 녹아들었다. 순간, 황천에는 살기가 가득 깃들었다.
이제 황천에는 13만 갈래의 살육의 기운과 1억 개에 상당하는 대량의 혼백, 그리고 한제의 도가 깃들었다.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한제의 황천이었다.
결투는 절정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요란한 소리를 내는 검은 우레, 번개가 깃든 빗방울, 회오리의 위력, 이 모든 것과 황천이 정면으로 충돌한 순간, 하늘과 땅의 기세가 변했다.
콰르릉!
하늘이 갈라지고 대지가 진동하며 갈라졌다. 원고 시대의 전쟁은 마치 보이지 않는 손에 찢긴 듯했고 하늘도 금방 부서져 내릴 듯했다.
땅이 솟아오르면서 대량의 혼백이 그 안에서 튀어나갔다. 이 혼백들은 후포가 제련한 것들이 아니라 원고 시대의 전장에 존재하던 것들로 하나하나가 막강한 힘을 가지고 있었다.
그것들이 튀어나온 순간, 한제는 눈을 번득이며 존혼번을 휘둘렀다. 그러자 혼번은 하늘을 뒤덮을 듯 거대한 막이 되어 펄럭거렸고 셀 수 없이 많은 혼백이 그 안으로 흡수되더니 갈래갈래 검은 기운이 되어 황천으로 달려들었다.
하늘과 땅이 진동하던 그때, 검은 갑옷의 노인은 어두워진 얼굴로 한제를 한참 바라보다가 고개를 저었다.
“이 풍우뇌전은 나의 신통술 중 가장 약한 것이다. 앞으로 네가 보게 될 것은 내 갑옷에 어린 도다.”
마도(魔道)!
노인이 흉갑을 문지르자 갑옷이 기이하게 꿈틀거리기 시작했고 검은 마기를 줄기줄기 피워 올렸다.
마기들은 노인의 앞에서 한데 응집되더니, 그 속에서 낫이 하나 나타났다. 허상과 실체 사이를 오가는 그 낫에서는 하늘을 뒤덮을 듯한 마염이 이글거렸다. 낫에서 피어오른 마기에는 세상의 규칙에서 벗어난 듯한 기운도 느껴졌다.
낫이 나타나자 공간 여기저기 균열이 일어나더니 빠르게 퍼져나갔고 노인의 얼굴 또한 고통으로 일그러졌다. 동시에 노인의 미간에서는 일전에 그의 몸으로 침투했던 뿔 달린 검은 그림자가 천천히 빠져나왔다. 이 그림자는 노인과 상반되는, 유쾌하고 편안한 표정이었다.
노인의 미간에서 완전히 빠져나온 그림자는 검은 연기가 되어 낫으로 스며들었다. 그 순간, 낫은 마치 살아 있는 것처럼 스스로 한제를 향해 달려들었다.
하늘에서는 풍우뇌전이 끊임없이 충돌하면서 거대한 소리를 퍼뜨렸고 지면에서는 마염을 이글거리는 낫이 달려들었다.
절체절명의 순간, 한제는 굳은 눈빛으로 오른손을 들었다. 그의 손가락 끝에는 검존 능천후의 검기가 응집되어 있었다.
검을 특히나 좋아하여 네 갈래의 검신을 제련한 능천후, 천운성에서 천운자와 이름을 나란히 할 만큼 높은 수준의 소유자인 그의 검기가 펼쳐졌다.
낫은 검은 갑옷의 노인이 자신의 마기로 응결시켜낸 것이었다. 하지만 그는 진정한 마인(魔人)이 아니었기 때문에 그 마기의 순도는 떨어졌고 그렇기에 낫 역시 완벽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의 미간에서 피어오른 그림자는 분명한 마혼의 분신이었다. 이 마혼이 섞여 들어가면 평범한 무기도 마기 어린 무기가 될 수 있다. 그러니 그 낫은 이제 마도를 품은 마력의 낫이 된 것이다.
능천후의 검기와 마력의 낫 중 어느 것이 우세할지는 누구도 확신할 수 없었다.
한제의 검지에서는 검광이 번득였고 능천후의 검기가 날카로운 소리를 내며 날아갔다. 그 검기가 나타난 순간, 세상이 우뚝 멈춘 듯했고 시간조차 멈춘 것만 같았다. 심지어 황천과 풍우뇌전의 신통력 역시 어두워졌다.
짙은 검기는 곧장 한제의 체내로 들어가더니 그 안에 존재하는 13만 갈래의 살육의 기운을 무너뜨린 뒤 황천의 1억 개 혼백을 다시 되돌렸다.
풍우뇌전의 신통력도 무너졌다. 검은 우레는 붕괴했고 수많은 빗방울과 번개도 모두 사라졌으며, 회오리 또한 예리한 검에 관통되듯 곧장 무너져 내렸다.
검광이 나타나자마자 그 전에 펼쳐졌던 모든 신통력이 자리를 내주었다. 이것이 바로 검광 안에 깃든 능천후의 도였다.
이 도는 사납고 포악했다.
능천후는 일생 동안 사나움과 포악함으로 도를 이룩하고 세상을 돌아다닌 사람이었다. 그의 검기에 깃든 이 사나움은 하늘의 위엄과도 같았다.
낫에 어린 검은 그림자의 표정 또한 신중하게 변했다. 낫은 번쩍 하더니 검은 빛이 되어 한제를 향해 곧장 달려들었다.
검기는 사나움과 포악함을 품은 채 돌진했다.
마력의 낫과 검기가 가까워진 순간, 검기 뒤쪽에서는 능천후의 모습이, 낫의 뒤에서는 뿔이 달린 거대한 그림자가 나타났다.
꽈릉!
그것들이 충돌하자 대지에는 깊은 고랑이 생기며 둘로 갈라졌다. 하늘에서는 모든 구름이 사라졌으나, 사위는 밤처럼 어두웠다.
이내 마력의 낫 뒤에 나타난 그림자는 분노한 듯 이를 드러내며 소리 없이 포효하더니 사라졌다. 그리고 그 순간, 마력의 낫이 무너져 내렸다.
능천후의 검기 또한 어두워져 한 줄기 금빛만 번득였다.
하지만 이 금빛 역시 능천후의 도를 품고 있었다. 그 기운은 마력의 낫이 무너져 내린 그 순간, 곧장 검은 탑 쪽으로 내달렸다.
한제는 능천후의 검기를 놓아줌과 동시에 곧장 뒤로 물러났다. 물러나야만 했다. 만약 광기를 억누르지 못해 그대로 탑까지 들어간다면 자신은 틀림없이 죽고 말 것이다. 상황이 혼란스러운 지금이야말로 도망치기에 적합한 때였다.
그 무렵, 검은 갑옷의 노인은 마력의 낫이 무너져 내릴 때의 충격으로 피를 토해낸 채 몸의 기력도 쇠해져 있었다. 그는 한제가 달아나는 것을 보고 이를 악물며 쫓아가려 하다가 우뚝 멈추었다.
노인은 표정이 급변해서는 방향을 바꾸어 탑 쪽으로 향했다. 검기가 지금 검은 탑을 향해 돌진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노인은 그 검은 탑의 중요성에 대해 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사람이었다.
노인도 빨랐지만 능천후의 검기가 더 빨랐다. 검기는 어느새 검은 탑 앞에 이르러 있었다.
바로 그때, 차가운 코웃음 소리가 탑 안에서 흘러나왔다. 그러자 검기는 우뚝 멈춰 섰지만 흩어지지 않고 검은 탑으로 돌진했다. 그 안에 깃든 사나움과 포악함 때문이었다.
“허!”
어이없다는 듯한 소리가 흘러나오더니 탑이 진동했다. 비록 무너지지는 않았지만 탑의 중간에 줄기줄기 균열이 나타났다.
“강하군! 이 검기의 주인은 전성기 당시의 나보다도 더 강할 정도야!”
검은 갑옷의 노인은 검은 탑이 무너지지 않은 것과 검기가 흩어지는 모습을 보며 한시름 놓은 듯 한숨을 내쉬었다. 한데 바로 이때, 아주 짙은 마기가 검은 탑 안에서 흘러나와 곧장 노인의 체내로 뚫고 들어갔다. 노인이 입고 있는 갑옷에서는 요사스러운 빛이 번득였다.
순간, 노인의 몸이 부풀어 오르기 시작하더니 순식간에 30척에 이르는 거인이 되었다. 갑옷 역시 그의 몸에 맞추어 커졌고 검은 뿔 한 쌍이 이마에서 튀어나와 서늘한 빛을 번득였다.
“크아아!”
이미 사람이라고 할 수 없는 노인은 고통에 찬 포효를 내지르더니 맹렬히 몸을 돌려 도망치고 있는 한제를 바라보았다. 그의 눈빛이 냉랭하게 빛났다.
“잡종 녀석아, 어디로 도망치나 보자!”
노인은 앞으로 몸을 날려 한제를 뒤쫓기 시작했다.
그냥 도망치기는 힘들다 생각한 한제는 속으로 한숨을 내쉬며 눈을 번득였다.
‘죽기 살기로 덤벼드는 수밖에 없겠군. ‘성공도 실패도 승선과에 달려 있다.’
그는 오른손으로 저물대를 두드려 납환을 하나 꺼냈다. 납환에 그려진 수많은 문양이 한제의 심장박동에 따라 기이하게 번득였다.
한제는 이를 악물고 신식 한 갈래를 분리해내어 저물대 안에 있는, 무수히 많은 금제로 이루어진 작은 구체 안으로 들어갔다.
그 구체 안에는 창백한 얼굴의 요석설이 있었다. 극도로 허약한 상태였다.
“요석설, 혈혼단의 사용 방법을 말해. 말하지 않는다면 난 죽기 전에 저물대를 부숴버릴 것이다. 너는 허무의 공간에 섞여 들어 지금과 같은 상태로 영겁을 살게 되겠지!”
신식을 통한 한제의 목소리에 요석설은 흠칫 놀랐지만 곧 발버둥을 치기 시작했다.
“그⋯⋯ 금제를⋯⋯ 풀어준다면⋯⋯ 마⋯⋯ 말해주지!”
요석설은 발버둥을 치며 힘겹게 말했다. 모든 것을 말해서라도 이 고통에서 벗어나고 싶었던 것이다.
한제가 신식으로 한 번 훑자 여인의 몸에 걸려 있던 금제가 사라졌다. 요석설은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한제가 이렇게 초조하게 구는 것은 처음 보는 모습이었기 때문에 그녀는 마음을 바꾸어 흥정을 해보기로 했다.
한편 검은 갑옷의 노인은 바로 뒤에서 한제를 쫓고 있었다.
한제는 서늘한 눈빛을 번득이고 저물대 안에서 거마족 선조의 도끼를 꺼내 내던지며 외쳤다.
“폭발!”
쾅!
순간, 도끼가 진동하더니 폭발하면서 거대한 폭풍을 일으켰다.
검은 갑옷의 노인은 미간을 찌푸리더니 작게 콧방귀를 뀌며 소매를 휘둘렀다. 그러자 폭발로 인한 폭풍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저물대 안의 신식을 통해 한제가 소리쳤다.
“말 안 해?”
그는 신식을 이용해 다시 금제를 만들어냈다. 이미 저 금제로 인한 고통을 잘 알고 있는 요석설은 두려움에 떨며 곧장 혈혼단의 사용 방법을 말해주었다.
이때 검은 갑옷의 노인은 폭풍을 헤치고 달려들어 한제를 움켜쥐려는 듯 오른손을 뻗었다.
한제는 얼른 신식을 체내로 회수하더니 손에 든 혈혼단을 꾹 움켜쥐었다. 그러자 납환이 부서지면서 한 방울의 남색 피가 떠올랐다.
한제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손가락 끝을 깨물어 자신의 피로 허공에 복잡한 문양을 그렸다. 문양은 나타나자마자 남색 피와 한데 섞여들었다. 그러자 한제는 재빨리 그 문양을 쥐어 자신의 미간에 찍었다. 이때, 거대하게 변한 노인은 이미 한제를 잡기 직전이었다.
그 순간, 한제의 미간에 찍힌 문양이 곧장 솟아오르더니 1천 리 밖으로 날아가 사라졌다.
고요의 혈영(血影)
작업을 마친 한제는 맹렬히 몸을 돌렸다. 그의 눈에 깃들어 있던 맑은 빛이 사라지고 승선과의 효능으로 인한 광기 어린 전의와 살의가 들어찼다.
“늙은이, 할 수 있으면 어디 한번 죽여 봐라!”
한제는 새빨개진 눈으로 사납게 외치더니 노인을 향해 달려들었다. 그리고 그 순간, 한제의 체내에서 돌연 한 줄기 화염이 폭발하듯 튀어나와 그의 전신에서 이글거렸다.
검은 갑옷의 노인은 순간 안색이 변해 뒤로 주춤 물러났다가 다시 한 번 더 후퇴했다.
“자폭? 정신이 나갔구나!”
노인의 눈이 충격으로 어두워졌다.
문정기 수준 수련자가 자폭할 때의 위력은 아무리 노인이라 해도 맞닥뜨리고 싶지 않을 정도였다.
한제의 심신에는 승선과의 기이한 효능이 가득 차 있는 상태였다. 그는 이미 광기에 침잠되어 있었고 원신은 타오르고 있었다. 또한 이전에 마셨던 네 방울의 선액이 함께 타올랐다.
한제의 몸은 마치 유성처럼 빠르게 노인을 향해 달려들었다. 노인은 안색이 변한 채 계속해서 뒤로 물러났다.
“폭발!”
전신이 화염으로 뒤덮인 순간, 한제의 몸은 체내의 선력에 의해 분쇄되었고 원신과 하나가 된 그의 몸에서는 상상을 초월하는 힘이 폭발하며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네 방울 선액으로 인해 보통의 문정기 수련자가 행하는 자폭과는 차원이 다른 위력이 미친 듯이 사방으로 퍼져 나갔다. 노인은 그 폭발의 위력이 닿는 순간 한 움큼의 선혈을 토해냈다. 검은 갑옷이 그의 몸 앞에서 방패가 되어 폭발의 힘을 막아냈다.
허나 이는 아주 잠시에 불과했다. 계속된 폭발의 위력을 이겨내지 못한 갑옷은 그림자가 되어 검은 탑으로 도망쳤다.
갑옷으로 이루어진 방패마저 사라진 순간, 노인은 폭발의 힘에 휩싸였다.
한편, 자폭한 한제는 자신의 몸이 흩어져 사라지려는 찰나, 검은 탑을 향해 주먹을 날렸다. 그 주먹질에는 그의 도와 생명과 원신은 물론, 심지어 본체가 가진 고대 신의 기운까지 어려 있었다. 이 모든 것을 품은 주먹의 위력이 그가 소멸되는 그 순간에 탑을 향해 쏘아져 나갔다.
이 힘은 한 줄기 광풍이 되어 검은 탑을 직격했다. 탑이 진동했고 이에 능천후의 검기가 남긴 균열이 점점 커치더니 눈 깜짝할 사이에 탑은 완전히 무너져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