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ne Station RAW novel - chapter 748
이어서 망월은 우주의 붕괴로 형성된 수많은 회오리 중 하나를 향해 돌진했다.
회오리 안으로 들어간 망월은 우주가 붕괴하면서 생긴 허공으로 진입하게 됐다.
이 갑작스러운 변고에 청수마저 놀란 모습이었다. 당시 선계에서 발생했던 일을 알아내기 위해 현보 상인의 원신을 노리고 있던 그는 망월이 금룡과 현보 상인의 원신을 모두 삼켜버리는 모습을 보고는 곧장 망월의 흡인력을 빌려 그 입안으로 달려들었다.
이는 무동선도 마찬가지였다. 지현전(地玄殿) 사람으로 현보 상인과 꽤나 가까운 관계인 그 또한 이를 악물고 몸을 날려 망월의 입으로 향했다.
한제 또한 그토록 기다려온 기회를 놓칠 수 없었다. 그는 곧장 천둥번개의 힘을 빌려 엄청난 속도로 망월을 뒤쫓았다.
염뇌자가 잠시 망설이던 그때 일목자가 밝은 눈빛을 번득이며 무슨 생각인지 곧장 망월의 입 안으로 달려들었다.
이때 망월의 거대한 몸은 이미 허공으로 반 이상 녹아든 상태였고 커다란 입도 자연스럽게 맞물려 닫히고 있었다. 곧 허공 속으로 완전히 사라질 것 같았다.
그 곁에 이른 한제는 망월의 거대한 몸 위에 착지한 뒤 발을 굴러 그대로 녀석의 체내로 뚫고 들어가기 시작했다.
그런 한제를 본 염뇌자는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더는 시간을 낭비할 수 없었던 그는 허공을 움켜쥐어 손바닥만 한 선계의 조각을 하나 쥐더니 곧장 한제에게 던졌다.
“큰 공을 세운 너에게 주는 것이다! 그것을 가지고 있으면 안전할 게다! 그것을 통해 네 위치도 파악할 수 있으니 너와 청수를 구하러 오마!”
염뇌자는 망월의 체내로 들어가는 것은 포기했다. 연맹성역과 나천성역 사이의 전투를 주관해야 할 의무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한제가 왜 망월의 체내로 들어가려 하는지는 알 수는 없었다. 그저 청수에게 입은 은혜 때문이겠거니 생각할 뿐이었다.
‘혹시 모르지. 다른 생각이 있을지도…’
한편, 축소된 선계의 조각을 받아 든 한제는 그 안에서는 뇌수의 기운을 느꼈다. 이를 통해 한제는 이 조각 안에 조각의 강대한 주요 혼백 외에 뇌수도 봉인되어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감사합니다, 선배님!”
감사 인사를 끝으로 한제의 모습은 망월의 체내로 사라졌다.
그 찰나의 순간, 망월의 거대한 몸은 우주의 회오리 속으로 완전히 가라앉았다. 다만 녀석의 몸은 너무나 거대해 회오리가 적지 않게 벌어지면서 더욱 넓은 범위의 붕괴가 발생했다.
콰르릉!
요란한 소리와 함께 붕괴가 일어난 그때, 염뇌자는 속으로 한숨을 내쉬며 몸을 돌려 흩어진 나천성역 수련자들을 찾으러 갔다.
★ ★ ★
연맹성역 북쪽 구역의 전장은 한 차례 전투가 끝난 뒤 거의 파괴되고 갈라져 수만 리 반경이 금지 구역이 됐다.
중간 위치의 거대한 회오리가 끊임없이 회전하는 도중 대량의 먼지가 응집됐다가 그 안으로 흡수되어 사라지곤 했다.
이 전투에서는 승부가 결정되지 않았다. 나천성역에게도 연맹성역에게도 한 차례 탐색전에 불과했다. 다만 그 대가는 너무도 컸다.
수만 명의 수련자가 사망하자 두 성역은 일시적인 휴전을 하게 됐다. 그러는 동안 그들은 다음 대전을 위해 더욱 완벽하게 준비하기 시작했다.
나천성역 수련자 대부분은 뒤로 물러나 연맹성역 서쪽 구역과 북쪽 구역에 집결한 뒤 휴식을 취했다.
★ ★ ★
북쪽 구역의 회오리 안에서 한 사람이 걸어 나왔다. 백발이 성성하고 선인의 기운이 풍기는 이 사람은 황의(黃衣)를 입고 있었는데 만약 한제가 그를 봤다면 황룡이라는 것을 단박에 알아봤을 터였다.
황룡은 조용히 허공에 서서 발아래의 거대한 회오리를 바라보았다. 엄청난 흡인력이 그 안에서 뿜어져 나오고 있었지만 황룡의 근처에서는 곧장 무너져 내려 그에게는 어떤 영향도 미치지 못했다.
“양측의 탐색전에서 승부는 나지 않은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수련자 연맹이 패배한 셈이지!”
황룡은 생각에 잠긴 눈으로 전장을 훑어보았다. 당시의 전투가 얼마나 격렬했는지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다.
“수련자 연맹은 언제나 방자하고 오만해. 이 전투는 당시 염뇌자의 일 때문에 벌어진 것이니 흥미롭군. 그 당시 별생각 없이 염뇌자를 도운 것이 오늘에 이르러 우리 사성종(四聖宗)에게 좋은 기회가 될 줄이야.”
황룡은 전장을 다시 한 번 자세히 살피더니 몸을 돌려 허공으로 걸어 들어갔다.
“이 일은 다른 세 사람과 자세히 고민해봐야겠군. 우리 사성종은 이날을 아주 오랫동안 기다려왔지. 수련자 연맹의 배후에 있는 그 9급 수련성이⋯⋯ 이 일에 관여할지 어떨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수련자 연맹은 그들이 인가한 유일한 단체니까.”
황룡은 고민에 잠긴 채 점점 멀어져 갔다.
“시음종 역이 고민하고 있겠지. 나천성역 녀석들의 진격이 연맹성역의 평형을 깨뜨렸어! 그리고 이한제 그 녀석, 훌륭하더군. 그자를 이 전쟁에 참여하게 한 것은 그를 우리 사성종의 선봉으로 만든 것이기도 해. 염뇌자의 수준으로는 녀석의 몸에 새겨진 낙인을 알아채지 못했겠지. 우리 사성종이 나천성역에 보인 암시이기도 한데 말이야.”
황룡은 짙은 미소를 지으며 우주 너머로 사라져갔다.
“이 정도 전쟁으로는 부족해. 좀 더 격렬해져서 수련자 연맹의 세력을 소진시켜야 해! 우리 사성종은 이미 너무 오랫동안 참아왔고 이제 그동안 축적된 힘을 폭발시킬 때가 됐지!”
★ ★ ★
회오리 안에는 또다른 세상이 있었다. 이곳은 한도 끝도 없는 어둠의 세계였다. 이곳에서는 어떤 빛도 어떤 소리도 없었으며, 심지어는 연혼의 기운도 세상에 자연히 존재하는 원력도 없었다.
생명 역시 이곳에서는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이곳은 우주의 균열 속, 허무의 세상이었다. 누구도 이곳이 왜 존재하는지는 알지 못했다. 만약 끝없는 우주를 한 층의 면사에 비유한다면 이곳은 그 면사 아래에 존재하는 끝없는 어둠이었다.
일찍이 수준 높은 수련자 중에는 이 허무의 근원을 탐색하고 싶어 하는 이들도 있었다. 허나 수천수만 년이 흐르는 동안 그 비밀을 알아낸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이곳에서 수련자의 신체는 끝없이 허약해졌다. 마치 무형의 힘이 끊임없이 그들의 힘을 봉인하고 제한하는 것만 같았다.
게다가 일체의 원력과도 단절되기 때문에 체내의 원력도 언젠가 바닥나고야 말것이다.
또한 이 기이한 봉인 아래에서 발휘할 수 있는 힘과 위력도 작고 약해졌다. 마치 이곳은 수련자들에게 금지된 공간 같았다.
더구나 이 허무의 끝이 있는지 역시 누구도 알지 못했다. 마치 이 허무의 공간은 천연적으로 형성된, 원력과 단절된 진이라도 되는 것처럼 어떤 수련자도 더 깊은 곳으로 가지 못하게 만드는 것 같기도 했다.
몇몇 사람들은 이 허무의 공간이 저절로 생성된 것이 아니라 누군가가 만든 것일지도 모른다는 추측을 했다.
그런 어두운 허무 속에서는 망월의 거대한 몸도 보잘것없어 보였다.
녀석은 이곳에 들어온 뒤 곧장 몸을 웅크리고는 모든 신통력을 체내에 응집하여 대량의 위압감과 흡인력을 형성했다.
어둠의 허공 속에서 망월은 느릿하게 부유하며 목적지가 없는 것처럼 끊임없이 앞으로만 나아갔다. 허무의 공간 속 기이한 힘은 그에게 아무런 영향도 미치지 않는 것 같았다.
망월의 체내에 들어선 한제는 염뇌자가 준 선계의 조각을 신식으로 훑은 뒤 자신의 표식을 남겼다.
그 순간, 한 차례의 포효가 그 조각에서 울려 퍼지더니 순간 한 줄기 빛이 그 안에서 튀어나왔다.
그 빛은 수많은 전광이 흐르는, 은색 뿔을 가진 뇌수(雷獸)로 변했다.
이 뇌수의 목에는 누군가가 채워놓은 사슬이 걸려 있었고 온몸에는 수많은 부적들이 붙어 있어 지저분해 보였다.
심지어 녀석의 은색 뿔에는 무엇으로 뚫었을지 모르나 작은 구멍이 하나 있었고 그 구멍에 쇠고리가 걸려 있었다.
이 선계의 조각에는 그 조각의 주요 혼백뿐만 아니라 이 뇌수도 봉인되어 있었다.
뇌수는 나타나자마자 눈물이 그렁거리는 눈으로 한제를 쳐다보았다. 지난 오랜 시간 동안의 고생으로 인해 서러움이 한순간 터져나온 것이다.
몇 년 만에 다시 보게 된 뇌수의 모습에 한제는 울 수도 웃을 수도 없었다. 그 모습이 너무도 이상해진 탓이었다.
몇 걸음 다가가 뇌수 앞에 이른 한제는 은색 뿔에 걸린 쇠고리를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한제가 다가와 쇠고리를 건드리자 뇌수는 더욱 슬픈 눈으로 울었다.
한제는 쓰게 웃으며 낮게 말했다.
“그동안 고생이 많았구나.”
“캬오오! 캬아아아!”
뇌수는 오랜 시간 동안 참아왔던 슬픔을 토로하듯 끊임없이 포효했다.
한제는 코를 만지작거리다가 녀석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그래도 지금 네 모습, 꽤 훌륭해. 멋져!”
위로해주려고 한 말이었으나 그 순간 뇌수는 포효를 멈추고 머리를 흔들었다. 녀석의 목에 매인 사슬이 절그럭거렸고 몸에 붙은 수많은 부적이 나풀거렸다.
한제를 향한 녀석의 눈에 의심의 빛이 드러났다. 그의 말을 의심하는 듯했다. 사실 염뇌자에게서도 같은 말을 몇 번이나 들었기 때문이다.
한제는 쓰게 웃었다. 사실 어떻게 위로해야 좋을지 알 수 없었다. 그동안 녀석이 겪었을 일을 생각하자 안쓰러웠다. 지난 몇 년 동안 녀석이 많은 고생을 해왔으리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허나 현재 뇌수의 힘은 한제를 놀라게 했다. 몇 년 전과 비교했을 때 상당히 강해진 상태였기 때문이다.
어부지리(漁父之利)
눈을 동그랗게 뜬 채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뇌수에게 한제는 고개를 끄덕여 자신의 말이 진심임을 확인시켜 주었다. 그럼에도 여전히 의심을 지우지 못하는 듯한 뇌수의 눈빛에 한제는 길게 한숨을 내쉬고는 저물대에서 선검을 꺼냈다. 순간 선검에서 검은 안개가 피어오르더니 허이국이 나타났다.
한제와 영혼으로 연계되어 있는 허이국은 따로 설명을 해주지 않아도 그간의 일을 다 파악하고 있었다.
허나 허이국은 뇌수의 뿔에 걸려 있는 고리를 만지작거리더니 더 이상 못 참겠다는 듯 낄낄대며 웃어 버렸다.
“캬오오오!”
뇌수는 곧장 분노의 포효를 내지르며 전광을 번득였다. 특히 녀석의 은색 뿔에 응집된 천둥번개는 곧장 허이국을 향해 쏘아져 나갔다.
“히이익!”
허이국은 화들짝 놀라며 다급하게 뒤로 물러났지만 미처 피하기도 전에 천둥번개가 곧장 그의 몸에 떨어졌다. 허이국은 몸을 바르르 떨며 얼른 입을 열었다.
“이러지 마. 난 그냥 그 쇠고리가 너무 마음에 들어서 만지고 싶은 충동이 든 것뿐이야!”
한제는 허이국을 내버려둔 채 신식을 펼쳐 사방을 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