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ne Station RAW novel - chapter 764
그의 어깨에는 얼굴이 하얗게 질린, 머리는 크지만 몸은 왜소한 소년 하나가 타고 있었다.
소년의 등 복판에는 검은 손자국이 찍혀 있었는데 그곳으로부터 지독한 악취가 풍겼고 줄기줄기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면서 치직 타들어 가는 소리가 나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이 소년의 등 부분은 살점이 움푹 파인 채 급속도로 썩어 들어갔다. 원력으로 저항하고 있지 않았다면 진즉 지독한 고통에 혼절해버렸을 것이다.
“뇌길, 날 두고 혼자 가.”
머리 큰 소년은 검은 피를 토해내며 거의 빛을 잃은 두 눈으로 뇌길을 바라보았다.
뇌길은 말없이 더욱 빠르게 나아가다가 한참 뒤에야 답했다.
“대두(大頭), 넌 내 목숨을 구해줬다. 거마족은 절대 은혜를 저버리지 않아! 게다가 저들의 목표는 나다! 그러니 더는 쓸데없는 말 말고 치료나 해!”
대두라 불리게 된 소년은 쓰게 웃으며 저 멀리 우주로 시선을 돌렸다. 시야가 자꾸만 흐려져 갔다.
문득 어머니의 모습이 보이는 듯했다. 어머니는 그를 질책하거나 꾸짖는 대신 부드러운 눈길로 자신을 부르고 있었다.
“어머니⋯⋯.”
대두는 작게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죽음의 기운이 다가오면서 정신이 혼미해진 소년은 자신의 가족과 지난 수백 년간 자신이 죽인 사람들을 보았다. 그들은 모두 냉랭한 눈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대두는 몸을 바르르 떨었다. 추웠다. 몸이 아니라 외로움에서 기인하는 추위였다.
어렸을 때의 기억이 계속해서 떠올랐다.
“떠나야 하나? 1천 년 동안 수련을 해오고도 결국 떠나야 하는 건가⋯⋯.”
대두의 등에 찍힌 검은 손자국에서 피어오르는 악취가 더욱 심해졌다. 소년의 등은 대부분이 검게 물든 상태였다.
두 눈이 서서히 감기면서 뼈에 사무치는 추위 속에 소년은 점차 의식을 잃어갔다.
“대두, 버텨! 주인님께서 반드시 우리를 찾아오실 거다!”
대두가 눈을 감은 순간, 뇌길이 천둥처럼 소리쳤다.
대두는 몸을 바르르 떨며 힘겹게 두 눈을 뜨더니 쓰게 웃었다.
“그럴까?”
뇌길의 뒤에서는 거인 둘이 추격해오고 있었다.
이들의 미간에는 도끼 모양의 문양이 번득였고 냉랭한 두 눈에는 살기가 어려 있었다.
그중 한 거인의 머리 위에는 청년이 앉아 있었다. 청의의 청년은 상당히 준수했지만 어딘가 사악한 기운이 풍겼다.
그는 붉은 앵두가 열린 나뭇가지를 손에 쥔 채 약간 뒤로 기대어 앉아 이따금씩 열매를 입안으로 던져 넣었다. 도망치는 뇌길을 바라보는 그의 눈에는 조롱의 빛이 가득했다.
‘내게서 도망치는 데 성공한 자는 없다. 유람 중에 거마족 황족의 육신을 맞닥뜨리게 될 줄이야. 좋아, 아주 좋아! 집안 늙은이들은 전쟁으로 세상이 어지러우니 밖으로 돌아다니지 말라고 했지만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면 어떻게 저런 육신을 발견할 수 있었겠는가?’
청년은 앵두를 입에 하나 넣고 우물거리더니 이내 퉤 하고 씨를 뱉어냈다. 순간 그 앵두 씨는 한 줄기 긴 빛을 그리며 엄청난 속도로 뇌길을 따라잡더니 펑 하고 터지면서 초록색 해골이 됐다.
“크아아!”
해골은 포효하며 뇌길의 여덟 번째 척추 뼈로 손을 뻗었고 이를 보며 청년은 잔인하게 웃었다.
한데 그때, 허공에서 손 하나가 쑥 빠져나와 그 해골을 잡아챘다.
펑!
폭발음과 함께 해골은 순식간에 부서졌다. 뒤이어 뇌길의 등 뒤에서 파문이 일었고 그 파문에서 냉랭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감히 내 시종과 탈것에 손을 대다니, 간이 부었구나!”
그 순간, 뇌길이 바르르 떨며 맹렬히 고개를 돌렸고 대두 또한 흐리멍덩해졌던 두 눈이 밝은 빛을 되찾았다. 그리고 둘은 동시에 외쳤다.
“주인님!”
파문 안에서 침착한 얼굴로 걸어 나온 한제는 청의의 청년을 거들떠도 보지 않은 채 거의 죽음의 문척에 이른 대두에게 다가갔다.
한제는 소년의 등 복판에 새겨진 검은 손자국을 본 순간 눈을 가늘게 뜨더니 허공을 움켜쥐어 대두의 몸을 끌어왔다. 이어 오른손을 대두의 등에 올린 채 체내의 원력을 가동해 소년의 체내로 불어넣었다. 그러자 대두의 얼굴은 혈색을 되찾았고 이내 한 덩어리의 검은 피를 토해냈다. 토해낸 피에서도 지독한 악취가 풍겼다.
그때까지도 청의의 청년은 여전히 비스듬하게 뒤로 기댄 채 앵두를 한 알 입에 넣었다. 그리고는 한제를 가리키며 심드렁하게 말했다.
“손구자 넌 그 거마족의 육신을 차지한 지 좀 됐으니 충분한 힘을 발휘할 수 있겠지. 가서 날 모욕한 저자를 죽여.”
청년의 곁에 있던 거마족이 공손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명 받들겠습니다!”
말을 마친 그는 맹렬하게 몸을 돌리더니 살기 어린 눈빛을 번득이며 달려들었다. 그리고 한제에게 가까워진 순간, 손구자는 오른손으로 결인을 그렸다. 그러자 푸른 바다가 그의 발아래에 허상으로 나타났고 높이가 족히 1천 척은 될 법한 파도가 일었다. 손구자는 그 파도를 타며 빠르게 돌진해왔다.
“죽어라!”
손구자는 결인을 그린 오른손을 앞으로 뻗었다. 그 순간, 주위에 나타났던 바다가 모두 그의 오른손에 응집되어 한 마리 해룡(海龍)이 되더니 포효하며 한제에게 달려들었다.
“귀여운 뱀이로군.”
짙은 바다의 향이 훅 끼쳐왔으나 한제는 피식 웃더니 다시 고개를 돌렸다.
저 거마족의 수준은 규열기 초기에 불과했다. 굳이 5성급 왕족 고신의 힘이 아니더라도 상대가 그에게 어떤 상해를 입히기란 거의 불가능했다. 비록 저 거마족의 육신은 매우 강력했지만 고신에 비할 바는 못 되는 것이다.
한제는 가볍게 소매를 휘둘렀다. 그러자 공간에 균열이라도 일어난 듯 쩍 하는 소리가 났다.
이 광경에 청년은 눈빛이 굳어졌고 모든 동작도 순간 우뚝 멎어버렸다.
한편, 손구자가 신통력으로 만들어낸 해룡은 상상을 초월하는 힘에 부딪혀 바르르 경련하며 비명을 내질렀고 그 엄청난 충격에 그대로 나가떨어졌다.
심지어 비늘도 하나둘 떨어지며 바닷물로 돌아갔고 이내 완전히 흩어져 사라져버렸다.
“엇!”
당황한 손구자는 뒤로 물러나려 했으나 이미 너무 늦은 때였다. 해룡이 뒤로 밀려난 순간, 손구자의 가슴팍이 움푹 파이더니 대량의 피를 토해내며 끈 끊어진 연처럼 훌훌 날아갔다.
펑! 펑!
요란한 소리가 손구자의 체내에서 울려 퍼졌고 그때마다 몸 곳곳에서는 피 안개가 터져 나왔다.
삽시간에 피를 잔뜩 뒤집어쓴 혈인(血人)이 된 손구자는 두려움과 경악이 뒤섞인 눈으로 한제를 바라보았다.
“대체 무슨…?”
그 순간, 한제의 왼손이 자신을 향해 뻗어오자 그는 혼비백산했다.
“도 도련님! 구해주십시오!”
청의의 청년은 어두운 얼굴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오른손에 쥔 앵두나무 가지를 휘둘렀다. 그러자 연이은 폭발음과 함께 가지에 달려 있던 열매가 모두 터져나가면서 붉은 과즙이 묻은 씨앗들이 한제에게 달려들었다.
이 씨앗들은 한제에게 날아드는 동안 하나하나가 짙은 녹색 빛을 번득이는 해골이 되었고 붉은 액체에 둘러싸인 채 날카로운 소리를 내질렀다.
그러나 이미 손구자가 두려움에 몸부림치며 한제에게로 끌려가고 있었다. 더구나 그 끌려가는 속도가 어찌나 빠른지 눈 깜짝할 사이에 한제 앞까지 끌려간 상태였다.
한제는 왼손으로 그 사내의 몸을 가볍게 두드렸다. 그러자 손구자의 두 눈은 빛을 잃었고 상상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난 힘이 체내로 밀려들면서 원신을 뽑아내는 것이 느껴졌다.
시음종의 내종 제자
사내의 원신은 칠공을 통해 빠져나온 순간 한제의 손에 떨어졌다. 동시에 한제는 손구자의 육신을 걷어찼고 그 순간 그 거마족의 육신은 훌훌 날아가 다가오던 녹색 해골들과 충돌했다.
쾅! 콰쾅!
거대한 소리가 사방에 울려 퍼지면서 거마족의 육신은 그대로 피와 살점으로 터져나갔다. 한데 그것들은 기이하게도 그 녹색 해골들에게 빠르게 흡수됐고 순식간에 말끔히 사라졌다.
설명은 장황했지만 실제로는 전광석화와 같은 순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그때까지도 한제의 오른손은 여전히 대두의 등에 올라가 있었다. 대두의 몸에 드리웠던 죽음의 기운이 점차 사라져가면서 생기가 감돌기 시작했다.
“선배님은 대체 누구십니까?”
청의의 청년은 심신이 떨려왔다. 규열기 초기 수준의 수련자를 그것도 거마족 육신을 차지한 수련자를 이토록 간단하게 처리하는 것은 최소한 정열기 수준은 되어야 가능한 일이었다.
하지만 상대는 아무리 살펴도 규열기 초기 수준에 불과해 보였다.
한제는 청년의 질문에는 답하지 않고 그저 오른손을 살짝 들었다가 다시 대두의 등을 누르기만 했다. 대두의 등으로 향하는 한제의 손에서는 물안개가 허상처럼 피어올랐다.
그의 손이 대두의 등에 닿은 순간, 등에 찍힌 검은 손자국은 기이하게 꿈틀거리기 시작하더니 이내 다섯 개의 검은 잔혼이 되어 한제의 손으로 흡수됐다. 신식을 통해 그 잔혼들이 그대로 무너져 내리면서 내지르는 비명을 들을 수 있었다.
한제는 덤덤한 얼굴로 대두의 등에서 손을 뗐다.
대두의 등에서는 끝없는 검은 기운이 피어올랐다. 대두는 격렬하게 경련했고 온몸의 피가 거꾸로 흐르는 것을 느끼면서 또 한 번 검게 굳은 피를 토해냈다.
“우웩!”
굳은 피는 밖으로 나오자마자 냉랭한 검은 안개로 흩어져 이내 사라졌다.
눈 깜짝할 사이에 일어난 일이었다.
손을 거둔 한제는 냉랭한 눈으로 청의의 청년을 힐끗 쳐다보고는 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
청년의 표정은 순간 급변했고 명을 내리기도 전에 그를 태우고 있던 거마족 사내가 뒤로 물러났다.
그때, 청의의 청년이 가라앉은 목소리로 호통치듯 외쳤다.
“전 시음종의 내종 제자입니다. 이번 일은 오해로 빚어진 것이니 더 이상 추궁하지 마십시오!”
말을 마친 그는 오른손으로 빠르게 결인을 그려 녹색 기운을 줄기줄기 분출했다. 이 기운은 그의 오른손으로 녹아들었고 눈 깜짝할 사이 청년의 오른손은 녹색 빛에 완전히 뒤덮였다.
“시음종이라…”
한제의 표정이 약간 변하면서 생각에 잠긴 듯 눈을 감았다.
그 순간, 청의의 청년은 악독하게 변한 눈으로 손을 앞으로 뻗으며 외쳤다.
“오귀음신전륜공(五鬼陰神轉輪空)!”
청년의 오른손에서 다섯 갈래의 녹색 빛이 쏘아져 나와 귀신이 됐다.
울부짖음과 함께 이 다섯 귀신은 한데 모여들더니 초록색의 손이 되어 곧장 한제에게 달려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