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ne Station RAW novel - chapter 847
천운자는 곧장 몸을 날리며 오른손으로 미간을 두드렸다.
순간 그의 미간에서 일곱 갈래의 빛이 뿜어져 나와 일곱 빛깔의 장막을 형성하더니 검은 안개로 이루어진 뱀을 막아섰다.
쾅!
거대한 소리와 함께 그 검은 뱀과 일곱 빛깔 장막은 동시에 무너져 내렸고 천운자는 그 충격을 이용해 곧장 달아났다.
이 갑작스러운 상황에도 허공자는 더욱 속도를 높여 한제를 뒤쫓았다.
호리병 위의 노인은 천운자까지 밀려나오는 모습에 깜짝 놀라 곧장 뒤로 물러나려 했다.
그 순간, 검은 안개가 절정에 이를 정도로 솟구쳐 오르더니 콰르릉 하는 거대한 소리가 끊임없이 울렸다.
그리고 그때, 배이라가 검은 안개에서 튀어나왔다.
“쿨럭!”
선혈을 한 움큼 토해낸 배이라는 요기가 거의 흩어져 사라지기 직전이었다. 그는 얼른 요기를 응집시켰지만 눈에는 짙은 원한이 어려 있었다.
이내 그의 뒤쪽에 자리한 검은 안개가 빠르게 수축되더니 눈 깜짝할 사이 고마의 체내로 응집되었다.
고마는 오른손에 길이가 약 30척 정도 되는, 등이 굽은 칼을 든 채 걸음을 옮겼다. 그 걸음은 빠르지 않아 보였는데도 단 세 걸음 만에 호리병 위의 노인에게 이르렀다.
노인은 경악하며 곧장 물러나려 했지만 그가 몸을 물리기도 전에 고마가 다가와 등이 굽은 칼을 가볍게 휘둘렀다.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예리한 빛에 노인은 표정이 급변해 곧장 호리병으로 앞을 막았다.
하지만 그 호리병의 입구에서 신통력이 분출되는 순간, 등이 굽은 칼에서 빛이 번득였다. 그리고 그 순간, 호리병이 쫙 하고 갈라져 버렸다.
“헉!”
노인은 몸을 바들바들 떨면서 고개를 숙였고 그제야 자신의 몸이 이미 반으로 나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심지어 원신조차 도망칠 틈이 없었다. 이미 체내에서 그 칼의 날카로운 빛에 무너져 내렸기 때문이다.
말 그대로 눈 깜짝할 사이에 끝나버린 일이었다.
이 광경에 모든 이들의 표정이 급변했다. 흑의의 사내 역시 속도를 높였다.
등이 굽은 검은 칼끝에서 핏방울이 맺혔다가 똑똑 떨어져 내렸다.
고마는 잔인하게 웃으며 배이라를 쫓았다.
“배이라, 먼 옛날 너와 나는 선조가 같았다. 하여 내게는 널 죽일 생각이 없었다. 허나 지금 넌 스스로 죽을 길을 찾아 들어왔다. 그러니 그 소망을 들어주마!”
“헛소리! 당시 난 육신을 가지고 넌 기억을 가지기로 약속하지 않았느냐! 네가 변심하지 않았다면 청림의 육신은 응당 이 배이라가 차지했을 것이다!”
배이라는 빠르게 도망치면서도 날카롭게 외쳤다.
고마는 피식 웃더니 배이라를 뒤쫓으며 가볍게 칼을 들어 올렸다가 내렸다.
“요령의 모습을 드러내라!”
순간 한 줄기 날카로운 빛이 번쩍이며 드러났다. 하늘과 땅마저 가를 법한 빛이었다. 이어서 콰콰쾅 하는 거대한 소리도 울려 퍼졌다.
수십만 척에 달하는 한 줄기 빛이 허공에 나타나더니 배이라를 향해 거칠게 달려들었다. 그 빛의 속도가 어찌나 빠른지 배이라로서는 도망칠 수가 없었다.
곧 칼에서 뿜어져 나온 그 빛은 배이라의 몸을 관통하더니 대지에 떨어졌다. 이에 지면에는 길이가 수십만 척에 달하고 그 깊이를 측량할 수 없는 거대한 고랑이 생겨났다.
배이라의 몸은 둘로 나뉘어 살덩이로 변해버렸다. 하지만 무너져 내린 육체 속에서 녹색의 요기가 튀어나오더니 허공에서 응집해 키가 약 1천 척에 달하는 거대한 형상을 이루었다.
이것이 바로 배이라의 본모습이었다.
요령의 모습을 드러낸 그는 곧장 몸을 날려 뒤로 물러났는데 그 속도는 충격적일 정도로 빨랐다.
허나 고마는 차게 웃으며 칼을 든 채 그를 쫓았다. 배이라 이외의 다른 이들은 눈에 들어오지도 않는 모양이었다. 지금 그가 신경 쓰는 것은 고요, 그리고 그의 입장에서는 악취처럼 느껴지는 고신의 기운뿐이었다.
배이라를 뒤쫓는 와중에도 고마는 차가운 눈으로 저 멀리 떨어진 한제를 한 번 훑었다.
그 무렵, 한제는 최대한의 속도로 자신을 뒤쫓는 허공자로부터 멀어지려 했다. 그의 속도는 허공자에 비하면 터무니없이 느렸지만 한제는 문양 부족의 속도 부적을 꺼냈다. 그러자 그의 속도는 최고 수준으로 치달았다.
“궁전이 있던 곳으로 가라. 내 아내가 거기에 있다. 그녀는 스승님이 흡수되기 전에 깨어 있었으니 분명 무슨 전언을 들었을 거다.”
한제의 귀에 이오의 목소리가 또렷하게 들려왔다. 단약을 복용해 완벽하게 상처를 회복한 그는 말을 마치자마자 곧장 몸을 날려 허공자에게 달려들었다.
한제는 곧장 방향을 틀어 무너져 내린 궁전이 있던 곳으로 향하며 신식으로 그곳을 훑었고 그 폐허 속에서 혼수상태에 빠진 호연을 감지해냈다.
호연에게 다가간 한제는 곧장 화염의 힘이 깃든 손으로 그녀의 미간을 두드렸다. 화염의 힘이 체내로 녹아들어가자 혼수상태에 빠졌던 호연은 퍼뜩 정신을 차렸다.
“선배님, 빨리 이곳에서 빠져나갈 통로를 뚫어주십시오!”
한제는 상황을 설명할 틈도 없이 호연을 깨우자마자 외쳤다.
잠시 멍한 빛을 띠었던 호연의 눈은 곧 빠르게 원래의 빛을 되찾았다.
자리에서 일어난 그녀는 두 손으로 결인을 그린 뒤 손가락으로 하늘을 가리켰다.
순간 하늘에서 콰쾅 하는 소리가 들려오는가 싶더니 여섯 갈래의 빛기둥이 나타나 호연을 중심으로 반경 1백 척에 원을 그리듯 떨어졌다.
그 무렵, 이오는 오른손으로 결인을 그려 소환해낸 한 줄기 물의 장막으로 허공자를 가두고는 살기 어린 눈으로 노려보았다. 하지만 지금 허공자를 죽일 시간까지는 없었기에 그는 차게 코웃음을 쳤다. 그러자 물의 장막은 수없이 많은 화살이 되어 빠르게 수축했다.
그 결과도 제대로 살피지 않은 채 몸을 돌린 이오는 호연과 한제가 있는 빛기둥 안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그들이 번쩍이는 빛에 휩싸여 사라진 순간 흑의의 사내가 다급하게 빛기둥으로 들어섰고 그 역시 이내 사라졌다.
한편, 허공자는 수많은 물화살에 관통 당하고는 낮게 신음하다가 황토색의 폭풍을 소환해내 가까스로 저항했다. 그러나 이내 한 움큼 피를 토해냈고 추위에 몸을 덜덜 떨었다.
그는 자신이 감정을 이기지 못해 일을 그르친 것을 후회했다. 스스로에 대한 통제를 잃고 이오를 공격하는 우를 저지르지만 않았더라면 조금만 더 신중했더라면 이런 위기는 겪지 않았을 터였다.
허공자의 눈에 두려움과 씁쓸함이 맴돌았다.
몸을 훌쩍 날린 그는 전방의 빛기둥을 향해 달려들었다. 천운자는 이미 어디 갔는지 알 수가 없었다.
‘방금 전, 나는 스스로에 대한 통제력을 잃었음을 깨달았다. 이제 알겠어. 첫 번째 천쇠가 이렇게 빨리 찾아올 줄이야⋯⋯.’
빠르게 빛기둥으로 들어선 허공자도 곧 사라졌다.
한편, 고마에게 추격당하고 있던 배이라는 분노의 포효를 내뱉다가 전송진이 열린 것을 보고 망설임 없이 그쪽으로 향했다.
하지만 그가 전송진에 이른 순간, 그를 뒤쫓던 고마가 손에 쥐고 있던 칼을 놓고 두 팔을 벌렸다.
“마서만령(魔噬萬靈)!”
그 낮은 외침에 타지아가 입고 있던 갑옷에서 검은 기운이 끝도 없이 발산되더니 순식간에 이 공간을 뒤덮었고 이어 하나의 거대한 입이 배이라를 삼키려 들었다. 그리고 순식간에 그 절반을 집어삼켰다.
“크흐흐. 언제고 이 빚을 갚아주겠다, 타지아.”
배이라는 비참한 웃음을 남긴 채 나머지 절반만 전송진 안으로 사라졌다.
그 순간, 검은 안개는 연기를 삼키듯 배이라의 반쪽 영체를 빠르게 흡수한 뒤 타지아의 몸을 감싸 한 마리 검은 용이 되어 전송진으로 달려들었다. 그러자 하늘에는 펑 하는 소리와 함께 구멍이 뚫렸고 검은 용이 그 위로 뚫고 올라갔다.
“누구도 도망치지 못한다!”
한편, 한제와 운선 부부는 전송진에서 빠져나와 8층의 대전에 도착했다.
호연이 곧장 입을 열었다.
“스승님이 날 데려가시면서 말씀을 남겼어! 우계(雨界)의 존전(尊殿), 원신의 결정, 청상의 피!”
그 말에 이오의 눈빛이 굳어졌다. 허나 그가 무슨 말을 하기도 전에 이 8층의 전송진에서 흑의의 사내에 이어 허공자가 나타났고 잠시 후 참혹한 몰골의 배이라가 나타났다.
한데 바로 다음 순간, 대지가 콰르릉 하고 무너져 내리면서 검은 연기가 줄기줄기 솟구쳐 올랐다. 그리고 대지가 완전히 허물어진 순간, 검은 연기는 한 마리 용이 되어 거대한 입을 쩍 벌리며 이곳에 모인 이들을 집어삼키려 했다.
한편, 한제는 그 와중에도 호연이 방금 했던 말을 계속 떠올리고 있었다.
‘청상의 피⋯⋯ 청상의 피!’
검은 용이 나타난 순간, 한제는 저물대에서 선옥으로 만들어진 탑을 꺼내더니 곧장 내리쳤다. 순간 선옥 탑이 그대로 무너져 내리면서 청상의 시체가 한제의 눈앞에 떠올랐다.
‘주일 선배, 죄송합니다!’
마음속으로 주일에게 사죄를 올린 한제는 곧장 청상의 검지 끝을 찔러 선혈을 냈다. 그리고는 그 피를 달려들고 있는 용에게 뿌렸다.
눈에 보이지도 않을 만큼의 작은 피 한 방울은 그 거대한 용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검은 기운과 접촉했다. 그리고 말 그대로 찰나의 순간, 모든 사람은 치직 하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마치 달아오른 석탄에 물 한 방울이 떨어진 듯한 소리였다.
이 소리는 순식간에 사방으로 퍼져 나갔고 동시에 검은 기운이 곧장 흩어졌으며, 이어서 그 한 방울의 피는 검은 기운을 뚫고 용의 머리에 떨어졌다. 그리고 그 순간…
“쿠오오오!”
용은 우뚝 멈추더니 곧 온몸을 비틀며 극심한 고통과 분노에 찬 포효를 내질렀다. 그러더니 끊임없이 몸을 뒤틀었다.
한제는 재빨리 청상의 몸에서 또 한 번 피를 내 흩뿌린 후, 오른손으로 결인을 그려 체내의 원력을 뿜어냈다.
이번의 한 방울의 피는 펑 하고 피 안개가 되더니 앞으로 밀고 나갔다.
온몸을 뒤틀며 괴로워하던 용은 이 붉은 안개와 접촉한 순간 더욱 격렬하게 몸부림쳤고 급속도로 수축했다.
폭풍에 휘말리듯 검은 용을 이루고 있던 안개가 흩어지자 이내 고마의 모습이 나타났다. 칠흑처럼 검은 갑옷에는 몇 방울의 피가 묻어 있었는데 그 부분에서는 붉은 기운이 모락모락 피어올랐다. 이 기운은 고마의 곁을 맴돌며 오래도록 흩어지지 않았다.
고마가 아무리 몸을 흔들어도 그 피는 떨어지거나 없어지지 않았다. 이에 그는 어쩔 수 없이 손으로 닦아내려 했는데 기이하게도 이 피는 마치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손을 관통해버렸다.
‘청림, 그동안 이 고마에 저항하기 위해 이런 술수까지 준비해놓았단 말인가! 육신을 차지했지만 네 후손을 죽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그 피에 굴복해야 한다는 것이냐! 이는 단순히 변형한 규칙이 아니라 새로이 창조한 규칙일 터! 청림, 강하구나. 정말 강하구나!’
고마는 거친 눈빛으로 한 걸음 나서며 곧장 한제에게 달려들었다.
“고작 피 따위로 어찌 날 굴복시킬 수 있는지 보자!”
고마는 포효하며 오른손으로 허공을 움켜쥐었다. 순간 등이 굽은 검은색 칼이 그의 손에 쥐어졌다.
고마는 그 칼을 매섭게 내리쳤다.
“청림의 후손을 죽이지는 못하더라도 작은 고신인 네 녀석은 죽일 수 있다!”
한제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상대의 칼에서 뿜어져 나온 빛의 압박감에 심신이 뒤흔들렸다. 허나 그 와중에도 머릿속은 전에 없이 또렷해졌다.
검은색 옷을 입은 사내의 정체
한제는 고신의 솥을 움직여 멀리서 이 광경을 지켜보고 있는 흑의의 사내 쪽으로 보냈다. 허공자를 택하지 않은 것은 절대로 실패해서는 안 되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비록 중상을 입었다고는 하나 허공자는 쇄열기 수련자이니 성공 가능성을 확신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고마가 휘두른 칼의 빛이 쉭 하고 달려들면서 한제는 심지어 그 칼의 빛에서 흘러나오는 끔찍한 한기도 느낄 수 있었다.
“환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