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ing as native American RAW novel - chapter (10)
010화
한동안 미친 듯이 웃고 난 후, 문득 인벤토리에 몰래 넣어 두었던 음식이 생각났다.
속으로 인벤토리를 외치며 그 음식을 상상하자 어느새 내 손에 옥수수빵이 쥐어져 있었다.
옥수수빵을 이리저리 살펴보고, 또다시 환희의 웃음이 터져 나왔다.
“하하하! 며칠을 보관했는데, 상하지 않았어.”
내가 한 말을 해석하자면 식량을 마음껏 비축할 수 있다는 의미.
“미치겠네. 도대체 내게 무슨 일이 일어난 거야? 하하하! 진정하자. 진정해.”
잠시 흥분된 마음을 가라앉고, 차분하게 상태 창을 계속 분석했다.
소속이 왜 없어? 엄연히 대한민국 국민인데.
소속이 없다는 게 마음에 걸렸지만, 다음으로 건너갔다.
능력치야, 게임에서 내가 알고 있는 내용일 가능성이 컸다.
체력은 맷집과 생명력, 근력은 힘과 공격력, 민첩은 속도와 회피, 지혜는 지능과 지식에 관련되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추측하고 있었다.
다만, 지금 수치로 어느 정도 힘을 발휘할지 감을 못 잡겠다.
“음! 레벨업하면서 차차 알게 되겠지.”
특성은 고유 능력이라고 해야 하나, 여덟 개의 제한 중 고작 하나를 개화했을 뿐이다.
맵.
반대로 개화할 고유 능력이 아직 일곱 개나 남았다는 뜻이기도 하고.
과연 다음에 어떤 능력이 개화될지 기대가 됐다.
스킬은 하나, 초급 격투술(7/20.)
“7이라는 숫자가 20이 되면 격투술이 중급으로 올라간다는 의미겠지.”
수련을 통해 숫자가 올라갈 것이고.
아마 내 추측이 맞을 것이다.
고개를 한 번 끄덕이며 마지막으로 사용하지 않은 능력 포인트를 확인했다.
메시지가 설명한 대로 레벨업 할 때마다 무작위로 능력 +1과 능력 포인트 +2를 준다.
그래서 사용하지 않은 포인트인 잔여 포인트가 4가 있는 것이고.
“보상치고는 너무 짜단 말이야.”
쓸까 말까 고민하며 잠시 머뭇거렸다.
“고작 레벨2야. 급할 때 써먹게 일단, 아껴두자.”
대충 게임 시스템의 파악이 끝나자 때마침 바깥에서 인기척이 들려왔다.
가죽 문이 열리며 내가 유일하게 알고 있는 소녀가 조심스럽게 들어왔다.
그녀가 음식이 들어있는 바구니를 살며시 내밀었다.
이제는 서로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고마워. 잘 먹을게.”
“아따!”
소녀가 내 휴식을 방해하지 않으려는 듯 아무 말 없이 움막을 나섰다.
그녀가 나가자 난 바로 바구니 안에 든 음식을 확인했다.
옥수수빵, 정체를 알 수 없는 새고기와 새알, 물 등등.
큼직한 새고기를 인벤토리에 보관해놓고, 나머지 음식들을 의심도 하지 않고 단번에 먹어치웠다.
잠시 후, 멍하니 앉아있던 나는 서서히 포만감이 몰려왔다.
“자면 안 되는데···”
소녀가 잠깐 들릴 것만 빼고, 지금까진 마을 사람들은 이 움막에 얼씬도 거리지 않았다.
“나에 대해 아예 터치도 안 하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잠을 자지 않고 대기하고 있던 나는 시간이 갈수록 긴장감이 풀리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아무 일도 없는 걸 보면··· 딱히 나한테 해코지하지 않을 것 같고.”
온몸에 활기가 돌지만, 정신적인 피로감 때문인지 자꾸 입에서 하품이 나오고, 눈꺼풀이 무거워졌다.
“잠깐 눈 좀 붙일까.”
나는 가죽 위로 편하게 누웠다.
그 순간, 머릿속에 알림음이 들려왔다.
[띠링!] [퀘스트가 발동됐습니다.] [퀘스트: ‘큰 거북’ 씨족 마을 사람들과 인사하기(1). 0/10 ] [보상: 소정의 경험치.]“참나! 별 희한한 퀘스트도 다 있네.”
그리고 얼마 가지 않아 곯아떨어졌다.
* * *
이 마을에서 지낸 지 나흘이 흘렀다.
여전히 마을 사람들은 전혀 나를 터치하지 않고 방관한 채 멀리서 지켜보기만 했다.
감시라기보단 내 모습이 무척 신기하다는 듯 쳐다보기만 했다.
이제는 이런 시선들이 익숙한지 나 또한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가끔 마을 사람들과 어색하게 눈이 마주칠 때면 지금처럼 양손을 들고 인사를 건네왔다.
“마쿠아 와니쉬!”
처음에는 ‘마쿠아 와니쉬’ 라는 말이 마을 사람들의 인사인 줄 알았다.
하지만, 나와 함께 나란히 걸어가는 소녀를 통해 ‘마쿠아 와니쉬’가 우리를 구해 줘서 고맙다는 감사의 의미란 걸 알았다.
지금도 젊은 여자와 눈이 마주치자 나에게 감사의 표시를 해 왔다.
“우리를 구해 줘서 고맙습니다!”
“아, 네.”
나는 그저 미소를 지으며 민망한 듯 가볍게 고개를 숙이며 계속해서 마을을 둘러봤다.
“저 울타리를 뭐라고 해? 코는? 네가 입고 있는 옷은?”
“모쿠! 사카라!”
나는 그녀를 통해 손짓과 몸짓을 사용하며 이 부족의 언어를 조금씩 배우고 있었다.
그리고 며칠 사이에 내가 놀랄 정도로 많은 단어를 습득했고.
“네가 입고 있는 옷은?”
“마리타!”
소녀는 여전히 내 질문에 친절하게 대답해 주고 있었다.
사실 하루 전까지 소녀에게 이것저것 물어봤다.
미국, 뉴욕, 대한민국, 대사관 전화번호, 비행기, 도시와 건물 등등.
심지어 공중전화나 스마트폰도 물어봤다.
하지만, 그녀는 엉뚱한 대답만 할 뿐, 내 질문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
‘확실한 건 게임 속 세상은 아니야.’
며칠간 마을을 구경하며 사람들을 관찰해 봤지만, 단 한 번도 ‘NPC’라는 글자를 찾아볼 수 없었다.
즉, 여기 있는 모든 사람이 게임 속의 캐릭터가 아닌 실제 사람이라는 의미.
휴우!
또다시 절망과 함께 답답함이 밀려왔지만, 이대로 포기할 수 없었다.
작은 단서라도 찾기 위해서 일단 이들의 언어를 배우기로 마음먹었다.
언제까지 이 마을에 머무를지는 모르겠지만···
[퀘스트: ‘큰 거북’ 씨족 마을 사람들과 인사하기(3). 23/30 ]‘새로 갱신된 퀘스트의 목표치가 얼마 남지 않았네.’
* * *
다음 날.
[퀘스트: 매일 10킬로 이상 달리기를 한다(1). 0/10 ]난 새벽부터 일어나 그동안 못했던 아침 운동부터 했다.
우선 달리기부터.
마을을 크게 돌아 울타리 안쪽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한 바퀴, 두 바퀴, 세 바퀴···
잠시나마 나에게 일어난 풀리지 않은 수수께끼 같은 일들을 까맣게 잊을 수 있었다.
땀이 흠뻑 젖을 정도로 달리다 보니 무거웠던 몸과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그때, 동쪽 하늘에서 찬란하게 해가 뜨기 시작했다.
잠시 멈춰 서서 그 해를 바라봤다.
그리고 입술을 꽉 다문 채 다시 한 번 각오를 다졌다.
“그래. 인정하기 싫어도 지금 상황을 받아들여야 돼.”
그 자리에서 가볍게 스트레칭을 했다.
오늘 할 목표치를 달성했지만, 다시금 달리기 시작했다.
한참 달리다 보니 마을 사람들이 하나둘 움막에서 나와 울타리 안을 달리는 나를 신기하게 쳐다봤다.
특히 엄마 손을 붙잡고 나온 아이들은 재미있는 놀이를 발견했다는 듯 호기심 가득한 눈빛으로 쳐다봤다.
그때, 최근 나에게 부쩍 살갑게 다가오는 남자아이가 내 꽁무니를 따라 쫓아왔다.
그러자 다른 아이들도 그 남자아이를 따라 나를 뒤쫓기 시작했다.
뒤에서 아이들의 천진난만한 웃음이 들려왔다.
피식!
‘아이들은 어딜 가나 순수하네.’
그러고 보니 평소보다 마을 사람들이 일찍 일어났다.
“맞다. 오늘 새 정착지에 마을을 건설한 기념으로 축제가 열린다고 했지.”
축제라···
겉으로 내색하지 하지만, 어렸을 때 봄 소풍을 가는 것처럼 내심 기대가 됐다.
* * *
축제가 열리는 날, 마을의 공동 움막에서 부족 회의가 열렸다.
새 마을에 안전하게 정착한 상황이라 회의 분위기는 좋았다.
여러 안건이 빠르게 통과했다.
경작지, 주변 정리, 사냥 등등.
마지막으로 하얀 사람에 관해 긴히 대화를 나눴다.
‘숲의 사냥꾼’은 어색한 발음으로 하얀 사람의 이름을 천천히 말했다.
“이···처··천일!”
딸인 ‘달이 뜨다’를 통해 하얀 사람의 이름을 알게 되었지만, 정확한 의미는 모르고 있었다.
“그자를 어떻게 할지 이 자리에서 결정해 줬으면 좋겠소.”
“······.”
잠시 침묵이 흘렀다.
그때, 부족의 원로 하나가 손을 들자 ‘숲의 사냥꾼’이 눈을 맞추며 고개를 끄덕였다.
“말씀하십시오.”
“하얀 사람이 그가 속한 부족으로 가지 않고, 마을에 계속 머무르는 것은 분명 피치 못할 사정이 있을 거로 생각하오. 그리고 하얀 사람이 그 사정에 관해 얘기하지 않는 이상 우리가 물어보는 것도 예의가 아닌 것 같고.”
“······.”
부족 회의에 참석한 사람들이 원로의 말에 귀를 기울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하얀 사람이 쓰는 언어가 우리와 달라 대화가 통하지 않는 것도 있지만, 어쨌거나 변하지 않는 사실은 마을의 위기에서 그가 도와줬다는 거. 은혜를 받았다면 보답하는 게 당연한 거고.”
“······.”
원로가 잠시 뜸을 들이며 다시금 입을 열었다.
“음! 그가 언제 떠날지는 모르지만, 언제든 마을에 드나들며 거주할 수 있는 특권을 주면 좋겠군. 만약 갈 데가 없다면, 마을에 평생 거주하는 것도 나쁘지 않고.”
보상으론 과한 게 없지 않지만, ‘숲의 사냥꾼’은 하얀 사람이 곧 떠날 거로 생각했는지 원로의 의견에 딱히 반대하지 않았다.
“다른 의견이 있는 사람은 손을 들어 말해 보시오.”
‘숲의 사냥꾼’이 회의에 참석한 사람들을 쭉 둘러보며 말했다.
하지만, 원로의 의견에 반대하지 않는지 다들 잠자코 있었다.
한참을 기다려도 손을 든 사람이 없자 ‘숲의 사냥꾼’은 진중한 모습을 결정을 내렸다.
“그렇다면 원로의 의견대로 하얀 사람에게 보상하겠소.”
만장일치에 따라 ‘하얀 사람’의 안건이 처리되자 ‘숲의 사냥꾼’은 자리에서 일어나 축제의 시작을 알렸다.
“그럼, 창조자이자 위대한 신인 ‘케 타누 투윗’ 이름으로 사흘 동안 축제를 열겠습니다.”
* * *
추장이 머무는 움막에서 ‘달이 뜨다’가 바닥에 앉은 채 가죽옷을 만들고 있었다.
실로 연결된 뼈바늘이 잘 말린 사슴 가죽에 뚫고 들어갔다.
“잘 맞을지 모르겠네.”
중요한 부위와 두 다리에 입을 옷은 이미 만들었고, 이제는 가을과 겨울에 입을 상의를 만드느라 ‘달이 뜨다’가 눈을 부라리며 집중하고 있었다.
“다 됐다.”
마지막을 실로 깔끔하게 묶인 뒤 ‘달이 뜨다’가 이천일을 떠올리며 기쁜 표정을 지었다.
그때, 움막의 가죽 문이 열리며 ‘나무 위에 꽃’이 들어왔다.
“달이 뜨다! 다른 처녀들은 축제 때문에 치장하고 있는데, 너는 여기서 뭐 하고 있는 거니?”
“방금 나··나가려고 했어.”
자신이 만든 옷을 재빨리 허리 뒤로 숨긴 ‘달이 뜨다’가 자리에서 일어나 다급히 바깥으로 나가려고 하자 ‘나무 위에 꽃’이 뭔가 못마땅해하는 눈초리로 흘겨보며 그녀를 제지했다.
“그 옷은 누구 주려고? 아빠를 위해 만든 옷인 줄 알았는데···”
‘달이 뜨다’가 내심 당황했는지 대충 얼버무리며 화제를 돌렸다.
“헤헤! 아··아빠는 옷이 많잖아. 아! 맞다. 음식을 줘야 하는데, 깜빡했네. 엄마! 이천일에게 갔다 올게.”
“내 말이 끝나지 않았는데, 어디 가?”
쏜살같이 바깥으로 도망 가 버리는 딸을 보고 ‘나무 위에 꽃’이 몹시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요즘에 자꾸 실없이 웃고··· 설마?”
‘나무 위에 꽃’이 문 쪽을 한번 바라보더니 고개를 바로 저었다.
“아닐 거야.”
* * *
움막으로 돌아온 나는 온몸이 땀으로 젖어 있었다.
그래도 오랜만에 아침 운동을 하니 개운했다.
깨끗한 물로 씻고 싶지만, 여기는 샤워 시설 같은 것은 전혀 없었다.
“강이 있는 곳으로 나가야 하나?”
내 몸에서 나는 땀 냄새에 기겁하며 코를 부여잡았다.
“이건 사람한테 나는 냄새가 아니야. 지독해도 너무 지독해.”
그리고 자연스럽게 내 시선이 팬티에 멈춰 있었다.
“팬티에 땟국물도 장난 아니네.”
사각팬티를 안 갈아입은 지도 꽤 오래됐다.
깔끔한 성격인 나로선 무척이나 찜찜했다.
“갈아입을 팬티도 없고. 결국, 팬티를 빨아야 한다는 얘기네. 휴!”
길게 한숨을 내뱉은 나는 강이 있는 바깥으로 나가기로 마음먹은 순간 알릴 음이 들려왔다.
[띠링!] [퀘스트가 발동됐습니다.] [연계 퀘스트(1): 축제를 즐겨라. ‘달리기’ 경기에서 우승하라.] [보상: 연계 퀘스트를 완료하면 각각의 소정의 경험치와 ‘천상의 도서관’에서 스킬을 습득할 수 기회를 드립니다.]나는 처음 보는 연계 퀘스트와 보상에 눈이 번쩍 떴다.
“천상의 도서관? 스킬을 습득할 수 있다고?”
메시지의 내용은 이해했지만, 어떤 식으로 보상을 받는지 감이 안 왔다.
‘와니쉬’ – 실제 레나페 부족의 언어로써 ‘감사합니다.’ 뜻을 가진 단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