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ing as native American RAW novel - chapter (150)
150화
이로쿼이 연맹 부족 사람들을 대표하는 자가 진심이 담긴 표정으로 대답하자 ‘씻겨내려 가는 모래알’이 조금은 어이가 없는지 의심 가득한 눈빛으로 콧방귀를 켰다.
“지금 그 말을 진심으로 하는 건가? 우리도 듣는 얘기가 있어. 이로쿼이 연맹이 ‘하늘의 태양’ 황제의 암살을 시도했다고 하던데, 바보가 아닌 이상 상식적으로 우리 아브나키 연맹이 그 전쟁에 참전할 이유가 없는 것 같은데.”
“그건 순전히 오해입니다. 그리고 하늘의 태양 측의 일방적인 주장이죠.”
“음!”
페나쿡 부족 대추장의 반박을 이미 예상했다는 듯 이로쿼이 연맹 부족 사람들이 차분하게 설명하기 시작했다.
“대추장님도 ‘하늘의 태양’의 지금 어떤 상황인지 잘 아시지 않습니까? 레나페 부족을 중심으로 한 ‘하늘의 태양’이 주변 부족들을 통합하거나 복속해 빠르게 영토를 확장하고 있습니다.”
“이것만 봐도 대추장님께서 ‘하늘의 태양’의 야욕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을 거라 생각됩니다. 게다가 모호크 부족이 그들의 황제의 암살을 시도했다고 하는데, ‘하늘의 태양’ 측에서 그 어떤 증거도 제시하지 않고 무작정 우리 이로쿼이 연맹을 범인으로 지목하며 보상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우리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떻게든 평화적으로 협상하려고 노력하는데도 ‘하늘의 태양’ 측에서 마치 전쟁이 목적인 듯 일부러 시간을 질질 끌고 있습니다.”
이로쿼이 연맹 사람들이 사실적인 근거를 바탕으로 한 얘기에 ‘씻겨내려 가는 모래알’을 비롯해 대형 움막에 있던 모든 페나쿡 부족 원로들이 고개를 연신 끄덕였다.
“아브나키 연맹이 우리 도움 요청을 거절해도 됩니다. 하지만 만일 ‘하늘의 태양’이 우리 이로쿼이 연맹을 정복한다면 다음은 어디일 것 같습니까? 개인적인 견해로는 ‘하늘의 태양’의 야욕이 이것으로 끝나지 않을 것 같은데.”
“…….”
순간 대형 움막 안에 무거운 정적이 흘렀다.
아브나키 연맹에 속해 있는 부족들도, 페나쿡 부족 대추장인 ‘씻겨내려 가는 모래알’도 ‘하늘의 태양’의 영토 확장에 무척이나 경계하고 있었다.
아니, 처음부터 아브나키 연맹이 결성된 이유가 ‘하늘의 태양’과 이로쿼이 연맹 때문이었다.
‘씻겨내려 가는 모래알’은 깊은 생각에 잠기며 허벅지에 댄 손을 연신 까딱거렸다.
‘나름대로 일리가 있긴 해.’
요즘 ‘하늘의 태양’이 무서울 정도로 너무 부강해지고 있긴 했다.
그렇다고 해도 이번 전쟁이 참전할 이유는 딱히 없었다.
생각을 어느 정도 정리한 페나쿡 부족 대추장이 대형 움막 안의 침묵을 깨고 어렵게 입을 열었다.
“우리 페나쿡 부족이 독단적으로 결정한 일은 아닌 것 같군. 이틀 뒤, 연맹의 소속된 부족들의 회의가 있으니 그때까지 답변을 기다려줬으면 좋겠군.”
선전포고의 시한이 얼마 남지 않았기에 급한 건 이로쿼이 연맹이었다.
“물론입니다. 참고로 초원의 부족들의 연맹인 일리노이 연맹도 ‘하늘의 태양’의 야욕을 보고 몹시 심각하다고 생각했는지 우리 이로쿼이 연맹과 함께 싸우기로 했습니다.”
이로쿼이 연맹을 대표하는 자가 아직 확정도 되지 않은 얘기를 꺼내 들었다.
물론, 초원의 부족 연합체인 일리노이 연맹과 협상하기 위해 모호크 부족 대추장을 중심으로 사람들이 가긴 했다.
“일리노이 연맹?”
페나쿡 부족 대추장이 그 연맹을 처음 들어봤는지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묻자 이로쿼이 연맹을 대표하는 자가 간단히 일리노이 연맹에 관해 간단히 설명했다.
“동쪽 끝자락에 있어 ‘대지를 가르는 산’ 너머 중앙 초원의 부족을 잘 모르실 겁니다. 일리노이 연맹은 카호키아 부족, 카스카스키아 부족, 미치가메아 부족, 피오리아 부족, 타마로아 부족을 포함해 13개의 부족의 연합체입니다.”
그중에 자신이 아는 부족이 나오자 ‘씻겨내려 가는 모래알’이 고개를 끄덕였다.
“카호키아 부족은 들어본 적이 있는 것 같군.”
“네. 그 부족이 소속된 일리노이 연맹이 우리 이로쿼이 연맹과 협력해 ‘하늘의 태양’과 맞서 싸우기로 했습니다.”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다시 한 번 거짓말을 하는 이로쿼이 연맹 대표를 보며 ‘씻겨내려 가는 모래알’이 알 수 없는 묘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일리노이 연맹이라… 그렇군.”
“우리 셋 연맹이 힘을 합친다면 ‘하늘의 태양’을 충분히 이길 수 있을 겁니다.”
“음! 무슨 말인지 잘 알겠네.”
‘씻겨내려 가는 모래알’이 복잡한 속내를 정리하며 다시금 입을 열었다.
“그나저나 내가 다른 부족의 대추장들을 설득하려면 뭔가 적당한 선물이 있어야 할 텐데… 내 입으로 직접 말하기도 그렇고.”
“하하하! 저희가 그냥 온 것은 아닙니다.”
이로쿼이 연맹 대표가 어색하게 웃으며 함께 온 일행들에게 눈짓을 보내자 몇몇 사람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뭔가를 가지고 왔다.
“아브나키 연맹 대추장들을 위해 우리가 가지고 온 소소한 선물입니다.”
선물을 받은 ‘씻겨내려 가는 모래알’의 눈이 탐욕으로 반짝거렸다.
“이건 회색곰 가죽?”
“네, 맞습니다.”
“이 귀한 가죽을 어떻게 구한 건가?”
“운 좋게 북쪽에 얼어붙은 땅에 사는 부족들과 거래할 수 있습니다.”
회색곰 가죽은 총 스무 장.
이로쿼이 연맹이 보낸 선물이 무척 마음이 드는지 ‘씻겨내려 가는 모래알’의 얼굴에 웃음꽃이 피었다.
“그리고 바깥에 옥수수 이백 포대를 가지고 왔습니다.”
“하하하! 회색곰 가죽도 괜찮은데, 뭘 또 그런 것까지. 어쨌든 최대한 좋은 방향으로 우리 연맹의 대추장들을 설득해 보겠네.”
“그저 하늘의 태양이라는 공동의 적을 두고 함께 싸우길 바랄 뿐입니다.”
대형 움막의 은밀한 만남은 좋은 분위기 속에 끝이 났다.
* * *
이로쿼이 연맹 사람들이 페나쿡 부족 마을에서 대기한 지 사흘이 훌쩍 지나갔다.
“회의가 왜 이렇게 길게 느꼈는지 모르겠군.”
“우리가 정성을 쏟은 만큼 좋은 결과가 있었으면 좋겠는데.”
“그나저나 일리노이 연맹은 어떻게 됐을까? 모호크 부족 대추장이 잘 설득해야 할 텐데.”
페나쿡 부족이 제공한 움막에서 이로쿼이 연맹 사람들이 초조한 심정으로 아브나키 연맹 회의 결과를 기다리고 있었다.
한편, 대형 움막에서 아브나키 연맹에 속해 부족들이 이틀 동안 열띤 논쟁을 벌이고 있었다.
“괜히 이 전쟁에 끼어들었다가 오히려 우리 연맹이 큰 피해를 볼 수 있습니다.”
“오히려 황제 암살이라는 명분이 있는 ‘하늘의 태양’ 쪽으로 전쟁을 참전하는 게 어떻겠습니까?”
“우리 연맹한테 도움을 청하지 않았는데, 하늘의 태양 쪽으로 참전하자고요? 생각 좀 하고 얘기합시다.”
여러 가지 얘기가 오고 가며 이번 전쟁을 참전하지 방향으로 조금씩 의견이 모이고 있었다.
그때, 아브나키 연맹의 결성을 주도한 페나쿡 부족 대추장인 ‘씻겨내려 가는 모래알’이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의견을 냈다.
“자! 이러면 어떻겠습니까?”
“…….”
아브나키 연맹의 여러 추장과 대의원들이 그의 말에 귀를 쫑긋 세웠다.
“좋은 방안이 있으신 것 같은데, 궁금합니다.”
“경청하겠습니다.”
‘씻겨내려 가는 모래알’이 머릿속에 정리한 내용을 하나둘 얘기하기 시작했다.
“우선, 이로쿼이 연맹을 돕는 거로 하죠. 다만….”
잠시 후, 대형 움막 안이 화기애애해졌다.
“하하하! 아주 좋은 방법입니다.”
“저는 그 의견에 적극적으로 찬성합니다.”
“명분도 괜찮고, 우리 연맹에 많은 이익을 가져다줄 겁니다.”
‘씻겨내려 가는 모래알’이 고개를 끄덕이며 바로 회의 내용을 정리했다.
“그럼, 만장일치로 통과시키겠습니다.”
* * *
아브나키 연맹의 회의가 끝난 대형 움막에 이로쿼이 연맹 사람들이 잔뜩 긴장한 모습으로 서 있었다.
그때, 상석에 앉아 다른 아브나키 연맹 대추장들과 눈빛을 교환한 ‘씻겨내려 가는 모래알’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한 가지 묻지. 우리가 이로쿼이 연맹과 함께 이번 전쟁에 참전해서 승리한다면 ‘하늘의 태양’이 가진 영토는 어떻게 나누게 되지?”
그 질문에 이로쿼이 연맹을 대표하는 자가 앞으로 나섰다.
“일리노이 연맹을 포함한 셋 연맹이 ‘하늘의 태양’의 영토를 공평하게 나눠 가지게 될 것입니다.”
“음!”
‘씻겨내려 가는 모래알’의 좌우에 나란히 앉아있던 아브나키 연맹의 대추장들이 그 대답이 마음이 들지 않는지 수군거렸다.
대형 움막 안의 분위기가 안 좋아지자 이로쿼이 연맹의 대표가 다급히 진화에 나섰다.
“물론, 그 부분은 나중에 세 연맹이 따로 만나 협의를 봐 조정할 수도 있습니다.”
이마를 연신 매만지던 ‘씻겨내러 가는 모래알’이 혀를 차며 말했다.
“왠지 우리 연맹이 손해 보는 것 같은데… 영토 절반?
“네?”
이로쿼이 연맹 사람들을 대표하는 자가 자신의 귀를 의심하듯 몹시 당황한 표정으로 되물었다.
“이번 전쟁에서 승리하면 ‘하늘의 태양’의 영토 절반을 원하네. 그게 아니라면 우리 연맹은 이번 전쟁에 참전할 생각이 없네.”
“그, 그게….”
‘제 선에서 결정할 문제도 아니고.’
순간 그 말이 튀어나올 뻔했다.
하지만, 다행히도 이로쿼이 연맹의 대표가 그 말을 입 바깥으로 꺼내지 않았다.
‘더러운 놈들! 욕심이 끝도 없군.’
속으로 아브나키 연맹을 욕하던 이로쿼이 연맹 대표가 다시금 냉정함을 찾더니 웃는 낯으로 어떻게든 이번 협상을 성공으로 이끌려고 노력했다.
“하하하! 무슨 말인지 잘 알겠습니다. 좋습니다. 이번 전쟁에 승리한다면 ‘하늘의 태양’의 영토 절반을 드리도록 하죠.”
‘씻겨내러 가는 모래알’이 의심이 가득 눈빛으로 씰룩거리더니 제대로 된 협정을 맺길 원했다.
“자네가 이 결정을 할 수 힘이 있는지 의문이 드는군. 우리는 이로쿼이 연맹의 증표로 명확한 확답을 받고 싶네. 가게. 가서 이로쿼이 연맹을 상징하는 목걸이를 가져오게. 그럼, 우리 아브나키 연맹은 이로쿼이 연맹과 함께 ‘하늘의 태양’과 맞서 싸울 것이네.”
이로쿼이 연맹 사람들이 잠시 의견을 나누더니 그들을 대표하는 자가 아쉬운 표정으로 말했다.
“여기서 바로 결정했으면 좋겠지만… 알겠습니다. 아브나키 연맹의 뜻을 돌아가서 대추장님들께 전달하겠습니다.”
“아무쪼록 좋은 소식이 있길 바라네. 그리고 그대들의 대추장들께 선물을 잘 받았다고 전하고.”
“…네.”
“바쁜 거 같으니 멀리까지 배웅은 안 하겠네. 조심히 가게.”
* * *
우거진 숲.
페나쿡 부족 마을 근처에서 ‘하늘의 태양’ 정보감찰부 소속 십조 전사들이 몸을 숨긴 채 대기하고 있었다.
그때, 십조 조장이 뭔가를 발견하고 다급히 신호를 보냈다.
-이로쿼이 연맹 사람들이 나온다.
잠시 후, 페나쿡 부족 사람들에게 배웅도 받지 못한 채 마을에서 멀어지는 이로쿼이 부족 사람들을 보면서 정보감찰부 전사들이 의견을 나눴다.
-다들 표정을 좋지 않은데?“
-그러게. 아브나키 연맹과 협상이 잘되지 않았나?
-마을에서 두 연맹이 어떤 대화를 나눴는지 모르니까 답답해 죽겠네.
-어쨌든 이로쿼이 연맹이 아브나키 연맹을 방문한 것은 사실이니까 서둘러 상부에 보고하자고.
정보감찰부 십조 전사들이 신속한 동작으로 그 자리에서 흔적을 치우며 빠르게 물러났다.
* * *
‘하늘의 태양’ 수도, ‘아주 큰’ 도시.
지도 창 상단에 선명하게 날짜.
1405년 여름.
훈련소 연병장에 완전무장한 전사들이 내 연설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너희들은 ‘하늘의 태양’의 전사들이다! 너와 옆에 전사들을 믿어라. 신의 아들이자 전사인 내가 선봉에 서서 이로쿼이 연맹을 정복하겠다!”
와아아아아아아!
오와 열을 맞춘 전사들 사이에 또다시 함성이 터져 나왔다.
전쟁 준비는 모두 끝났다.
난 위엄이 깃든 목소리로 소리쳤다.
“전군 출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