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ing as native American RAW novel - chapter (348)
345화
틀린 말은 아니었기에 난 앞으로 투명하고, 튼튼한 정치 체계를 어떻게 만들지 깊은 생각에 잠길 수밖에 없었다.
편협하고 이기적으로 생각한다면 게임 시스템과 연계된 다양한 지식, 미래의 역사까지 알고 있는 내가 계속해서 ‘하늘의 태양’을 이끌고 다스리는 게 맞다.
‘그러나 내가 죽고 나면….’
최악의 상황을 생각했을 때, ‘하늘의 태양’은 구심점을 잃고, 더딘 발전 속에 쇠퇴의 길을 걸을 가능성이 컸다.
‘…그렇게 되면 내가 죽어서도 눈을 감지 못하지.’
머릿속은 벌써 7년 임기인 황제를 몇 번까지 해야 할까 부터 고민이 됐다.
최대 3번.
적어도 20년 정도 장기 집권해야 ‘하늘의 태양’이 내가 원하는 체계가 잡힐 듯했다.
그 후에 대의원 정기회의에서 절대권력을 방지하기 위해 황제에 관련된 법을 바꿀 계획이다.
‘……차기 황제를 키우는 것도 무엇보다 중요해.’
그래서 교육에 더 집중해야 하고, 투자해야 한다.
생각도 잠시, 간간이 들려오던 ‘붉은 머리카락’의 고통스러운 비명도 더는 들려오지 않았다.
고개를 들어 화형 장을 쳐다봤다.
검은 연기와 활활 타오르는 불길 속에 새까맣게 타버린 ‘붉은 머리카락’이 보였다.
이제는 형제도 알아볼 수 없는 처참한 모습이었다.
파사헤만 경기장에 가득 차 있던 관중들은 오히려 ‘붉은 머리카락’의 죽음에 환호를 보내며 저주를 퍼부었다.
“감히 황제 폐하를 독살하려고 해?”
“잘 뒈졌어!”
“흔적도 남기지 않고, 타 태워버려라!”
그렇게 한동안 화형식을 지켜보던 난 자리에서 일어나 각 행정기구 수장들과 함께 관청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찬란한 노을! 카토바 부족에서 연락 온 거는 없나?”
“아쉽게도 아직 없어요. 다만, 우리 ‘하늘의 태양’ 전사들의 포위에 카토바 부족 사람들이 극도로 불안에 떨고 있는 만큼 조만간 좋은 소식이 들려올 거예요.”
‘찬란한 노을’은 확신에 찬 표정으로 얘기했다.
나 또한 같은 생각이지만, 만에 하나 카토바 부족이 전쟁을 선택하는 걸 대비해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한다.
“카토바 부족을 주제로 긴급회의를 한다.”
“네, 황제 폐하!”
* * *
카토바 강 중류, ‘하늘이 태양’ 주둔지.
날이 밝자, 며칠 전에 한 약속대로 카토바 부족 측에서 협상단을 보내왔다.
인원은 대략 백 명 정도.
주둔지 입구에서 카토바 부족 전사들이 협상단 대표로 온 대추장과 추장들, 원로들을 보호하며 잔뜩 긴장한 모습으로 서 있었다.
“잠시 검열이 있겠습니다. 순순히 우리 지시를 따라주십시오.”
“그대들의 지시를 따를 테니 빨리 끝내주시오.”
완전무장한 ‘하늘의 태양’ 전사들이 그들을 에워싸며 무기나 복장을 검사했다.
삼십 분 정도 흘렀을까?
‘하늘의 태양’ 전사들은 카토바 부족 협상단한테서 딱히 이상한 점을 발견하지 못했다.
“안으로 들여보내!”
“네, 중대장님!”
임시 막사가 들어선 주둔지 한가운데를 걸으며 카토바 부족 협상단이 다양한 감정이 뒤섞인 눈빛으로 주위를 힐끔힐끔 쳐다봤다.
긴장, 신기함, 두려움, 경계 등등.
그때, 그들을 안내한 ‘하늘의 태양’ 대령 직급을 가진 전사가 중간에 멈춰 서서 뒤돌아봤다.
“카토바 부족 전사들은 협상장에 들어갈 수 없으니 여기서 대기해주시오.”
“그건 너무 무리한 요구요. 우리도 대추장과 원로들을 보호할 임무가 있소.”
카토바 부족 대전사가 불만 가득한 표정으로 대답하자, 다른 추장들과 원로들하고 눈을 마주친 ‘검붉은 눈동자’가 앞으로 나섰다.
“됐네. 아무 일도 없을 테니 걱정하지 말게.”
“그래도?”
“여기서 대기하고 있게.”
“무슨 일이 생기면 크게 소리치십시오. 바로 가겠습니다.”
“알겠네.”
‘검붉은 눈동자’가 단호하게 예기하자, 카토바 부족 대전사도 어쩔 수 없이 물러섰다.
“협조에 감사합니다.”
“마음이 급한 우리가 협조해야죠.”
현 카토바 부족 상황을 말해주듯 뼈 있는 ‘검붉은 눈동자’의 말에 ‘하늘의 태양’ 대령 직급을 가진 전사가 말없이 뒤돌아섰다.
그렇게 ‘하늘의 태양’ 주둔지 중앙을 한창 걸어가다가 카토바 부족 협상단은 커다란 중앙 막사 앞에 멈춰 섰다.
“수장님! 카토바 부족 협상단이 왔습니다.”
“들어오라고 해.”
“네.”
‘검붉은 눈동자’가 ‘하늘의 태양’과의 중요한 협상을 두고, 조금 긴장했는지 메마른 입술로 짧게 한숨을 내뱉었다.
“들어갑시다!”
“네, 대추장님!”
* * *
중앙 막사 안은 ‘검붉은 눈동자’를 중심으로 한 카토바 부족 진영과 ‘용감한 늑대’를 중심으로 한 ‘하늘의 태양’의 두 진영이 팽팽한 설전이 오고 갔다.
“……일방적으로 우리 카토바 부족에게 죄를 씌우면 어떻게 합니까?”
“……카토바 부족에서 독살 사건이 일어난 게 사실이지 않습니까?”
“……그래서 전사들을 물리지 않겠다고요? 지금 우리랑 끝까지 전쟁하겠다는 겁니까?”
“……저희 ‘하늘의 태양’은 황제 폐하께서 독살을 당한 죄를 묻고자 하는 것에 변함이 없습니다.”
또다시 카토바 부족 원로들과 ‘하늘의 태양’ 외교부 직원들이 기 싸움을 벌이며 충돌했다.
탁자를 가운데 두고 왼쪽 중앙에 앉아있는 ‘검붉은 눈동자’는 점점 굳은 표정으로 변해갔다.
‘결국, 전쟁인가.’
‘하늘의 태양’의 의도가 뻔히 보였다.
독살 문제를 빌미 삼아 ‘하늘의 태양’은 전쟁을 치러서라도 우리 카토바 부족을 정복할 계획인 듯했다.
‘검붉은 눈동자’는 분위기가 더 험악하기 전에 자신들이 가지고 온 패를 꺼내는 게 옳다고 생각했다.
“제가 한마디 하겠습니다.”
‘검붉은 눈동자’가 나서자 협상장에 앉아있는 다른 카토바 부족 추장들과 원로들이 자세를 고쳐 잡았다.
“수장님! ‘하늘의 태양’이 우리 카토바 부족에게 정확히 원하는 게 뭡니까?”
지금까지 말 한마디 없이 진중한 모습으로 외교부 직원들의 협상을 지켜보고 있던 ‘용감한 늑대’가 ‘검붉은 눈동자’를 뻔히 바라봤다.
“대추장님께서 뭔가 큰 오해를 하신 것 같은데, 그건 우리가 대답해야 할 게 아니라 카토바 부족이 말해야 하는 것 같습니다.”
“…그렇군요.”
잠시 뜸을 들이며 다른 추장들과 원로들에게 살며시 눈빛을 주고받은 ‘검붉은 눈동자’가 천천히 입을 뗐다.
“어쨌거나 손님으로 방문한 ‘하늘의 태양’ 황제께서 우리 카토바 부족에서 독살을 당한 것은 명백한 사실이긴 하죠. 다시 한 번 카토바 부족을 대표해 깊이 사죄를 드립니다.”
“……”
“저희 카토바 부족은 ‘하늘의 태양’과의 우호를 계속 유지하며 전쟁을 피하고 싶습니다. 그러나 그건 우리 바람만으로 해결되지 않을 것 같군요. 해서, 큰 사죄의 의미로 우리 카토바 부족은 예전에 했던 ‘하늘의 태양’의 제안을 받아들일 생각입니다.”
“저번에 했던 제안이라면?”
“네. 우리 카토바 부족은 상의 끝에 ‘하늘의 태양’에 들어가기로 했습니다.”
할 말을 끝낸 ‘검붉은 눈동자’는 초조한 심정으로 ‘용감한 늑대’의 대답을 기다렸다.
잠깐의 시간이 흐르며 ‘용감한 늑대’가 덤덤하게 미소를 지으며 자세를 고쳐 잡았다.
“대추장님! 그때와 지금은 다릅니다. 예전에 했던 달콤한 제안은 이미 끝났습니다.”
“거, 거절입니까?”
“네.”
‘용감한 늑대’의 단호한 대답에 ‘검붉은 눈동자’를 비롯해 협상장에 있던 카토바 부족 추장들과 원로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그들의 당황한 반응을 지켜보며 ‘용감한 늑대’가 다시금 입을 열었다.
“다만, 카토바 부족이 아무 조건 없이 ‘하늘의 태양’에 들어오겠다면 제가 상부에 강력하게 설득할 수 있을 것 같군요.”
“아무 조건 없이요?”
“네.”
연이어서 충격을 받은 듯 카토바 부족 사람들이 큰 혼란에 빠졌다.
“수, 수장님! 우리끼리 상의할 시간을 줬으면 합니다.”
“그러죠. 하지만, 그리 긴 시간을 주지 못하는 점 양해 부탁드리겠습니다.”
“배려에 감사드립니다.”
‘용감한 늑대’는 중앙 막사를 카토바 부족 사람들에게 양보했다.
외교부 직원들과 함께 바깥으로 나온 ‘용감한 늑대’는 입가에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황제 폐하께서 예상한 대로 흘러가는군.’
급한 건 카토바 부족이었다.
더구나 그들은 황제 폐하 독살을 주도하고 계획한 진범이 잡힌 것도 모르고 있었다.
물론, 카토바 부족에게 알려줄 생각도 없었고.
카토바 부족이 차지한 영토를 포위한 것은 순전히 전쟁하기 위한 작전만은 아니었다.
부차적으로 ‘하늘의 태양’에서 흘러나온 정보를 완전히 차단하는 것도 포함되어 있었다.
“과연 카토바 부족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 기대되는군.”
* * *
‘하늘의 태양’ 수도, ‘아주 큰’ 도시.
‘붉은 머리카락’의 화형식이 끝나고서도 그 후속 처리로 바쁜 날을 보내고 있었다.
난 관청 집무실에서 ‘찬란한 노을’에게 계속해서 보고를 받았다.
“대의원들은 조사는 다 끝났나?”
‘붉은 머리카락’과 친했던 대의원들은 본의 아니게 불똥이 튀었다.
“정보감찰부에서 며칠간 조사했지만, 딱히 큰 비리가 있는 것은 아니었어요. 다만, 대의원 몇몇이 운영하는 개인 상단들이 탈세가 좀 있었어요. 조만간 대회의장에서 그들에게 대의원 자격을 박탈할 거예요.”
“우리 손으로 처벌하는 것보다 대의원들이 처리하는 게 더 나을 거야.”
“어쨌든 대의원들의 탈세 문제는 끊이지 않네요. 아무래도 감시를 더 강화해야겠어요.”
“권력을 쥐게 되면 사람이 변하거든. 각 행정기구 직원들도 알게 모르게 비리가 있을 거야. 대의원들에게 책 잡히지 않으려면 내부 단속을 철저히 해야 할 거야.”
“네. 그렇지 않아도 각 행정기구를 감시하고, 단속할 부서를 황제 폐하께 따로 건의할 생각이었어요.”
“허락하지.”
내 허락이 떨어지자, ‘찬란한 노을’이 환한 미소로 그 내용을 손에 쥔 종이에 적었다.
“독살 공범자들은 어떻게 됐지?”
“네. 대부분 무기한 강제 노역에, 몇몇 죄질이 나쁜 범죄자는 사형에 처할 거예요.”
“잘 처리했군.”
이로써 나의 독살 사건 뒤처리는 대략 끝이 났다.
그 후로도 ‘하늘의 태양’의 내정에 관련된 얘기를 나누었다.
잠시 후, 보고를 끝낸 ‘찬란한 노을’이 나가자, 혼자 남은 집무실에서 차를 마시며 생각에 잠겼다.
수도로 돌아오자마자, 정신없이 나날들을 보냈다.
“결혼식이 다음 주인가?”
독살 사건으로 ‘우렁찬 천둥’과 ‘맑은 영혼’의 결혼식은 뒤로 미뤄질 수밖에 없었다.
이젠 기쁜 마음으로 그들의 결혼식을 축하할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그나저나 지금쯤 카토바 부족에서 연락 올 때가 됐는데.”
이제 마지막 퍼즐만 남았다.
카토바 부족이 ‘하늘의 태양’이 들어온다면 몇 년간은 아무 문제 없이 내정에 집중할 수 있다.
그때, 집무실 바깥에서 다급한 인기척이 들려왔다.
“황제 폐하!”
“들어와.”
정보감찰부 수장인 ‘발 빠른 사슴’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
“국방부 수장한테 연락이 왔습니다.”
“협상 결과는?”
집무실로 들어올 때 ‘발 빠른 사슴’의 발걸음에 무척 가벼운 걸 보면 그리 나쁘지 않은 소식인 것 같았다.
“기대 이상의 결과를 가지고 왔습니다. 카토바 부족이 조건 없이 ‘하늘의 태양’에 들어오겠다고 합니다.”
“조건 없이?”
“네.”
‘발 빠른 사슴’의 말대로 기대 이상의 결과를 가지고 왔다.
난 ‘용감한 늑대’를 떠올리며 피식 웃었다.
‘제법 머리를 썼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