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ing as native American RAW novel - chapter (36)
036화
당연히 긴장될 수밖에 없었다.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기다리는 순간 축하 메시지가 떴다.
[띠링!] [축하합니다. 특성 ‘심안’이 개화되었습니다.]“심안?”
난 궁금증이 가득한 눈빛으로 상태 창을 켜 새로 생긴 특성을 확인했다.
[특성 (3/8) : 맵, 지도 제작, 심안]‘심안 – 상대방의 능력치와 성향, 잠재력을 알 수 있다.’
드디어 대박이 터졌다.
‘맵’과 ‘지도 제작’도 나쁘지 않은 특성이지만, 심안은 지금 상황에서 매우 특별한 능력이었다.
나는 그 자리에서 바로 심안을 발동시켰다.
[띠링!] [상대가 없어서 심안이 취소되었습니다.]나도 모르게 너무 흥분되어 있었다.
“진짜 바보 같네. 상대도 없는데.”
이따가 심안을 제대로 실험하기로 하고, 이번에는 천상의 도서관을 개방했다.
“예스.”
스르르르륵!
주변의 환경이 빠르게 변하며 눈앞에 커다란 책장이 보였다.
책장 안에는 저번보다 비치된 책이 늘어나 있었다.
대략 백 권 정도.
“레벨이 오를 때마다 배울 수 있는 스킬도 늘어난다는 얘기네.”
이번에도 배울 수 있는 스킬은 셋.
책장에 비치된 책들을 빠르게 훑어봤다.
그중에 내 눈길을 끄는 스킬을 총 다섯.
초급/ 건축술
초급/ 병법
초급/ 약초술
초급/ 농경 기술
초급/ 검술
철로 된 검도 없는데, 검술은 지금 배워봤자 딱히 필요가 없을 것 같았다.
게다가 다른 무기술을 수련하는 시간도 부족했다.
검술 스킬은 이번에도 제외.
“병법과 약초술, 둘 중에 고민이 되네.”
아무래도 추장 퀘스트가 떴기 때문에 앞으로 부족 사람들을 이끌 가능성이 컸다.
아니, 기정사실로 봐야 한다.
“약초도 중요하지만, 적대적인 부족을 상대하려면 내가 아는 전략과 전술로는 부족하겠지.”
결정을 내린 나는 차례대로 세 권의 책에 손을 갖다 댔다.
초급/ 건축술, 초급/ 병법, 초급/ 농경 기술.
순간 내 몸에 환하게 빛나며 머릿속에 책들의 지식이 빠르게 스며들었다.
화아아아악!
어느새 움막으로 돌아온 나는 제일 먼저 변화된 상태 창을 확인했다.
[Lv 15. 이천일] [소속 : 무] [특성 (3/8) : 맵, 지도 제작, 심안] [능력치]근력 : 28 민첩 : 22
체력 : 25 지혜 : 27
통솔 : 10
[잔여 포인트 : 15] [초급 전투 스킬]– 격투술(14/20), 창술(7/20), 궁술(6/20), 둔기 무기술(3/20), 투척술(1/20)
[초급 비전투 스킬]– 레나페어(17/20), 무기 제작(0/20), 건축술(0/20), 병법(0/20), 농경 기술(0/20)
무작위 능력으로 민첩이 22로 변했고, 스킬은 어느새 열 개로 늘어났다.
“수련 강도에 따라 확실히 숙련도가 달라지네.”
다른 격투술이나 무기술에 비해 수련을 게을리 한 투척술이 숙련도가 확실히 많이 떨어졌다.
“뭐, 틈틈이 수련할 수밖에.”
이번에 능력치 쪽을 살펴봤다.
“음! 통솔과 민첩이 다른 능력치에 비해 많이 떨어지네.”
통솔은 어떤 효과가 있는지 아직까진 확인된 거는 없었다.
물론, 카리스마나 병사들을 통솔하는 데 관련되어 있다는 거.
그래도 투자하기가 조심스러웠다.
사용하지 않은 잔여 포인트 세 개를 사용해 민첩에 투자했다.
“통솔은 제외하더라도 나머지는 균형적으로 능력치를 맞출 필요가 있겠지.”
민첩 25로 변했다.
“됐어. 이번에도 비축.”
그때, 바깥에서 소란스러운 소리가 연달아 들려왔다.
“손님이다!”
“노란 나무 사람들이다!”
난 놀란 눈으로 움막을 나섰다.
“설마 싸우러 온 거 아니겠지?”
* * *
공동 움막.
움막 안에 담배 연기가 가득 채워질수록 회의도 길어지고 있었다.
나비 효과라고 할까?
‘강한 영혼의 전사’가 죽고 난 후, 차기 추장을 두고 ‘노란 나무’에서 분란이 일어났다.
결국, ‘노란 나무’ 마을 해체되어 이웃 마을로 뿔뿔이 흩어졌다.
‘큰 거북’ 마을에 온 ‘노란 나무’ 사람들은 가족 단위로 대략 서른 명 정도.
일단, 같은 레나페 부족인 그들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하지만, 갑작스럽게 백오십 명으로 늘어난 ‘큰 거북’ 마을은 식량 수급 문제로 골치를 앓고 있었다.
원로들은 마을의 분가 시기를 두고 심사숙고하며 대화를 나누었다.
“내년 봄은 너무 늦어. 하루라도 빨리 새 정착지를 알아보는 게 좋겠어.”
“새 마을에 정착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힘들더라도 분가시켜야 해.”
“분가는 빠르면 빠를수록 서로에게 이익이야.”
원로들의 의견은 입을 맞춘 듯 거의 하나로 통일되어 있었다.
대전사 자격으로 회의에 참석했던 나는 조용히 있으면서 특수 능력인 심안을 은밀히 발동하며 실험을 하고 있었다.
‘늙어서 그런가? 능력치는 다들 평범하네.’
대부분의 능력치가 10 내외였다.
그나마 추장인 ‘숲의 사냥꾼’은 지혜가 16, 움막에 있는 사람 중에 단연 돋보였다.
성향도 지혜롭고 현명하다로 적혀져 있었다.
게다가 사냥 실력도 괜찮고.
그때, 원로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던 ‘숲의 사냥꾼’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럼, 누구를 추장으로 추대할지 말씀해 주십시오.”
추장이라는 말에 나는 자세를 고쳐잡았다.
원로 한 명이 담배를 피우며 기다렸다는 듯이 말했다.
“마침, 자네의 딸이 가정을 꾸릴 나이가 되지 않았나? 그녀의 남편을 추장으로 추대하는 게 좋을 것 같군.”
“그래. 나중에 혈통 때문에 문제가 생기지도 않고.”
“나도 찬성이네.”
마을의 분가가 결정되자 그다음부터는 일사천리로 일이 진행됐다.
‘숲의 사냥꾼’이 딸의 결혼이 달린 문제로 신중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럼, 제 딸과 결혼할 남자를 말해주십시오.”
“난 용감한 늑대가 괜찮은 것 같아. 성격도 우직하고 남을 배려할 줄 알고.”
“추장으로선 용감한 늑대도 나쁘지 않지. 난 불굴의 주먹을 추천하겠네.”
“꺾이지 않은 산도 추장으로서 사람들을 잘 이끌 것 같아.”
잠깐 사이에 ‘달이 뜨다’의 남편이 될 후보들이 나왔다.
구석에서 잠자코 있던 나는 내 이름이 나오지 않자 긴장이 됐다.
그리고 왠지 기분이 나빴다.
마침, 원로들의 얘기를 듣고 있던 ‘나무 위에 꽃’이 나를 한 번 쳐다보더니 손을 들고 말했다.
“저는 아주 큰 이천일이 내 딸의 남편감으로 추대하고 싶습니다.”
“······.”
순간 움막 안의 정적이 흐르며 원로들이 일제히 나를 쳐다봤다.
그리고 새로운 퀘스트가 떴다.
[띠링!] [퀘스트가 발동됐습니다.] [퀘스트: 결혼해서 가정을 꾸려라.] [보상: 많은 경험치.]“하하하! 대전사인 자네를 깜빡 잊어버렸군. 난 적극 찬성이네.”
“내 손녀가 안타깝지만, 추장으로 자네만큼 어울리는 사람이 없지.”
“나 역시도 좋네.”
막상 추장의 후보로 내가 나오니 당혹스럽긴 했지만, 은근히 기분이 좋았다.
그때, 지금까지 한 번도 말하지 않던 ‘입이 크다’가 의미심장한 말을 꺼냈다.
“···신과 정령들이 늘 그와 함께할 것이다.”
“······.”
분위기가 잠시 묘하게 흘러가며 ‘숲의 사냥꾼’이 결론을 내렸다.
“우선 달이 뜨다의 선택을 존중하되 그의 남편을 추장으로 추대하는 거로 하겠습니다.”
“동의하네.”
“찬성이네.”
“알겠네.”
잠시 후, 회의가 끝이 났다.
움막으로 돌아온 나는 괜히 긴장됐다.
“과연 달이 뜨다가 나를 선택할까?:
그녀가 나를 좋아하는 걸 알지만, 추장이 될 남편을 고르는 일이라 쉽게 장담을 할 수가 없었다.
* * *
추장의 움막.
공동 움막에서 돌아온 ‘숲의 사냥꾼’과 ‘나무 위에 꽃’은 조용히 딸을 불렀다.
회의 내용을 간단히 설명하자 ‘달이 뜨다’가 고민도 없이 말했다.
“그럼, 아주 큰 이천일랑 결혼할게요.”
“······.”
딸의 신속한 결정에 ‘숲의 사냥꾼’과 ‘나무 위에 꽃’은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며 어이가 없는 표정을 지었다.
“실망인데. 그래도 고민 좀 할 줄 알았는데?”
“아주 큰 이천일이 그렇게 좋아해도 이런 식으로 좋다는 티를 내면 안 되지? 엄마는 진짜 진짜 서운한데.”
“미안해! 엄마! 아빠!”
말을 그렇게 했지만 ‘달이 뜨다’는 진심으로 기뻐하는 표정에 ‘숲의 사냥꾼’과 ‘나무 위에 꽃’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한마디씩 말했다.
“기뻐하긴 일러. 아주 큰 이천일이 이 결혼을 안 할 수도 있으니까.”
“아빠!”
“엄마는 걱정부터 앞서네. 남편인 추장을 잘 내조할 수 있을지, 또 부족의 여자들을 잘 이끌 수 있을지 여러모로 걱정되네.”
‘달이 뜨다’는 결혼이 성사되지 않을까 봐 불안했는지 자신감이 가득 찬 모습으로 말했다.
“아니야. 엄마! 난 잘 할 수 있어. 진짜야.”
* * *
다음날.
아침 수련이 끝나고, ‘달이 뜨다’가 아닌 ‘숲의 사냥꾼’이 음식을 가지고 왔다.
“앉게.”
“네.”
모든 나라가 그렇듯 잠시 장인과 사위 둘 사이에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숲의 사냥꾼’이 짧게 한숨을 내쉬며 먼저 입을 열었다.
“식사하면서 얘기하지.”
“네.”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했지만, 음식이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모를 정도로 긴장됐다.
잠시 후, 식사가 끝나자 ‘숲의 사냥꾼’이 속에 있는 말을 솔직하게 꺼냈다.
“내 딸이 자네와 가정을 꾸리고 싶다는군. 자네는 내 딸과 결혼할 의향이 있는가?”
“······.”
순간 생각이 정지된 듯 멈칫했다.
퀘스트를 떠나서 ‘달이 뜨다’와 살면은 잘 살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왠지 그녀가 다른 남자의 여자가 되는 게 싫었다.
“네. 가정. 꾸리고. 싶습니다.”
‘숲의 사냥꾼’이 농을 걸며 웃었다.
“대답이 조금 늦어서 기분 나쁘군. 하하하!”
“죄송합니다.”
“굳이 사과할 것까지 없는데. 어쨌든 많이 부족한 아이니 잘 부탁하네.”
“네. 달이 뜨다! 매일. 웃게. 만들겠습니다.”
진심이었다.
이왕 여기서 가정을 꾸렸으니 행복하게 살고 싶었다.
내 표현이 투박하면서 좀 색다르게 다가왔는지 ‘숲의 사냥꾼’이 환한 미소로 말했다.
“그렇게 해 준다면 더할 나위 없지. 자네를 믿겠네.”
* * *
“키가 크니까 잘생겼네.”
“아주 큰 이천일! 정말 멋있다!”
“이제는 추장님이라고 불러야 하나?”
나와 ‘달이 뜨다’의 결혼식을 축하하기 위해 마을 사람들이 다 모여 있었다.
레나페 부족의 전통에 따라 나는 전사 복장으로 신부를 맞이하기 위해 당당하게 걸어갔다.
화려한 복장과 문신으로 치장한 ‘달이 뜨다’가 나를 맞이하기 위해 다소곳이 서 있었다.
“아이! 예뻐라!”
“아주 큰 이천일이 그리 좋나? 입이 큼지막하게 올라갔네.”
주술사인 ‘입이 크다’가 신과 정령의 이름으로 축복을 내렸다.
“······창조주인 케 타누 투윗 신과 세상의 모든 정령이 이들의 앞날을 밝혀 줄 것이다.”
나와 그녀는 마을 사람들의 축하와 축복 속에 춤을 추며 우리 둘만의 결혼식은 끝이 났다.
[띠링!] [퀘스트가 완료되었습니다.] [보상으로 200의 경험치가 주어집니다.]잠시 후, 날이 지며 밤이 되었다.
한두 번도 아닌데, 오늘만큼은 움막 안에 있는 그녀와 나는 무척이나 어색한 자세로 마주 보고 앉아있었다.
“······.”
장작불 빛에 ‘달이 뜨다’가 더욱 예쁘게 보였다.
“잘까?”
“···응.”
잠자리에 그녀와 나란히 눕자, ‘달이 뜨다’가 내 가슴에 살며시 안겼다.
쿵쾅쿵쾅!
그녀의 심장 소리처럼 내 심장도 두근거렸다.
그날 밤···
나는 ‘달이 뜨다’와 새벽까지 뜨거운 사랑을 나눴다.
* * *
며칠이 빠르게 지나갔다.
새 마을이 들어설 자리는 내가 직접 움직이며 찾았다.
드넓은 땅에 강에서도 가까웠다.
지도 창으로 주변을 수십 번 확인하면 고른 자리다.
“우리 마을과 가깝기도 하고, 난 여기가 마음에 드는군.”
“······.”
‘숲의 사냥꾼’이 자신의 의견을 밝히며 말하는데도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가만히 서 있었다.
이미 내 머릿속은 마을을 어떤 식으로 발전시킬지 심시티로 가득 차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