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ing as native American RAW novel - chapter (82)
082화
‘세찬 눈보라가 말하는 순간 누군가가 나타났다.
콜록콜록!
“신의 아들이라는 것을 증명하는 방법은 간단합니다. 주술사도 못 고치는 내 병을 치료하면 됩니다.”
내가 고개를 돌려 병색이 완연한 늙은 남자를 쳐다보자 ‘세찬 눈보라’가 조금 당황한 표정으로 말했다.
“서스쿼해녹 부족의 대추장 휘황찬란한 눈빛입니다.”
“······”
콜록콜록!
또다시 기침하며 ‘휘황찬란한 눈빛’이 힘겨운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명성은 익히 들어 알고 있습니다. 이름이 신의 아들이자 전사인 아주 큰 이천일.”
그의 눈에서 비꼬는 게 느껴졌다.
“······”
솔직히 지금 이 상황이 웃겼다.
우리보다 약한 부족인 서스쿼해녹 부족이 오히려 동맹에 참여하게 해달라고 사정해야 하는 게 아닌가?
그리고 내가 마음만 먹으면 전사들을 이끌고 무력으로 서스쿼해녹 부족을 단숨에 정복할 수 있다는 걸 이들도 모르는 것도 아니고.
피식!
나한테 막무가내로 동맹 조건을 거는 이 남자의 행동이 그저 가소로울 뿐이었다.
만일, ‘세찬 눈보라’의 간절한 부탁이 아니었다면 서스쿼해녹 부족이 알아서 기어들어 오게끔 좀 더 기다렸을 거다.
그때, 내 눈치를 보고 있던 ‘세찬 눈보라’가 무척이나 죄송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대추장님! 아직 아무것도 모르는 자들입니다. 무례를 범한 이들을 용서해주십시오.”
앞으로 ‘세찬 눈보라’가 서스쿼해녹 부족을 이끌어야 간다.
서스쿼해녹 부족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그의 위신을 세워 줄 필요가 있었다.
나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그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가끔은 두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 싶어 하는 자들이 있지. 내가 저자의 병을 치료하면 되는 건가?”
“···네, 대추장님!”
난 철저하게 ‘휘황찬란한 눈빛’을 무시하며 ‘세찬 눈보라’와만 대화를 나누었다.
“바로 시작하지.”
“알겠습니다.”
잠시 후, 이 마을에 있던 서스쿼해녹 부족 사람들이 광장에 다 모여 있었다.
단상 위에선 ‘휘황찬란한 눈빛’이 설교하듯 서스쿼해녹 부족 사람들에게 말하고 있었다.
“······진실과 거짓은 손등과 손바닥을 뒤집는 것과 같다. 다들 이 자리에서 진실과 거짓을 가리는 것을 배웠으면 한다.”
난 ‘휘황찬란한 눈빛’이 마음대로 지껄이도록 내버려 두며 생각에 잠겨 있었다.
‘이 상황을 예견하고 치료 특성이 개화된 건가?’
치료 특성과 지금 이 상황이 절묘하게 맞아들어가고 있었다.
그래서일까?
나는 여유롭게 앉아 있었다.
그때, ‘휘황찬란한 눈빛’이 연설을 끝내고 바닥에 드러누웠다.
“신의 아들이자 전사인 아주 큰 이천일 대추장님! 치료받을 준비가 끝났습니다.”
“······”
저벅저벅!
내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단상에 올라가자 서스쿼해녹 부족 사람들이 단상 쪽으로 더 가까이 다가왔다.
웅성웅성!
‘휘황찬란한 눈빛’이 두 눈을 부릅뜬 채 입가에 비웃음을 지으며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솔직히 한 대 쥐어박고 싶을 정도로 화가 치밀어 올라왔지만, 꾹 참았다.
‘좋아. 너희들이 원하는 대로 신의 아들이 되어주지.’
서스쿼해녹 부족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난 마치 신성한 의식을 치르듯 양손을 하늘에 대고 한국말로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창주주여! 하나님! 부처님! 하느님! 알라신이여! 단군 할아버지! 이자의 어리숙함을 용서하십시오. 제가 넓은 마음으로 이자를 죽이지 않겠습니다.”
“······”
서스쿼해녹 부족 사람들뿐만 아니라 나를 호위하는 친위대 전사들까지 눈이 동그랗게 커졌다.
그 순간, 속으로 내가 외쳤다.
‘치료!’
‘휘황찬란한 눈빛’의 가슴에 댄 내 손이 투명한 빛으로 물들었다.
그리고 어느새 그 빛이 ‘휘황찬란한 눈빛’의 온몸을 감싸며 순간 환하게 밝아졌다가 사라졌다.
“······”
여기저기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
우와아아아아!
내 치료 모습을 처음부터 지켜본 서스쿼해녹 부족 사람들이 하나같이 놀란 눈빛과 경악으로 표정으로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었다.
[띠링!] [모든 병을 치료했습니다.]내 머릿속에 반가운 알림음이 들려오며 난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자 서스쿼해녹 부족 사람들이 일제히 바닥에 엎드렸다.
그리고 그들의 창조주와 정령들을 찾으며 기도하기 시작했다.
“창조주여!”
“신의 아들을 우리에게 보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정령들의 가호가 있기를.”
난 신의 아들이 아니었지만, 그냥 모른 척 행동했다.
그때, 생기가 감도는 얼굴로 나를 멍하니 쳐다보고 있던 ‘휘황찬란한 눈빛’이 바닥에 바짝 엎드렸다.
“···감히 인간이 제가 신의 아들을 시험하게 했습니다.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용서해주십시오.”
자신의 몸에 변화를 느낀 ‘휘황찬란한 눈빛’이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단 한 번, 신의 자비로 용서해줄 테니 약속을 지켜라.”
“네, 반드시 약속을 지키겠습니다. 그리고 제 병을 고쳐주셔서 감사합니다.”
* * *
서스쿼해녹 부족 마을에서 휴식을 취하며 사흘을 더 머물렀다.
기적의 치료 현장을 보여준 후로 서스쿼해녹 부족 사람들이 나를 대하는 태도는 완전히 달라졌다.
뭐랄까?
나를 신성시하고 극진하게 대접한다고 할까?
지금도 내 앞에 신선한 과일과 음식이 놓여 있었다.
“신의 아들이자 전사인 아주 큰 이천일님! 제발 이 아이를 치료해주십시오.”
“······”
온몸에 화상을 입은 아이를 데려온 부모가 무릎을 꿇고 울면서 간곡하게 부탁하고 있었다.
지금까지 ‘휘황찬란한 눈빛’을 포함해 세 명의 서스쿼해녹 부족 사람을 치료했다.
그리고 그 모습을 서스쿼해녹 부족 사람들 모두가 지켜봤다.
곰이 물린 흉터 자국이 내 치료로 깔끔히 사라지자 이제는 서스쿼해녹 부족 사람들이 나를 거의 신처럼 대하고 있었다.
‘만일을 대비해서 치료 특성은 아껴둬야 하는데···’
고민 끝에 결정을 내렸다.
“이리 와라.”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신의 아들이자 전사님!”
잠시 후, 화상 자국이 깔끔하게 치료된 아이를 부둥켜안은 부모들이 연신 감사를 표하며 물러났다.
그때, ‘세찬 눈보라’가 긴 집 안으로 들어왔다.
“떠날 준비를 끝마쳤습니다.”
“바로 출발하지.”
“알겠습니다.”
* * *
서스쿼해녹 부족 사람들이 떠나는 나를 배웅하기 위해 한 명도 빠짐없이 나와 있었다.
“신의 아들이자 전사인 아주 큰 이천일님이다!”
“우리에게 축복을 내려주소서.”
“정말 감사합니다.”
이 마을에 머물면서 휴식만 취한 것은 아니었다.
서스쿼해녹 부족과 대추장한테 ‘하늘의 태양’ 연맹 가입 절차를 자세하게 설명하며 지시를 내렸다.
식량, 전사들의 의무, 평의회와 대의회 등등.
그리고 만일을 대비해 나한테 훈련받은 서스쿼해녹 전사들을 이 마을에 남겨두어 문제가 생길 시 바로 연락을 주고받을 수 있게 했다.
“우직한 곰! 현명한 여우는 언제 합류하지?”
“이··틀 뒤에 합··류합니다.”
드디어 쇼니 부족으로 떠날 준비가 됐다.
“그래, 수고했어.”
지금까지 호위대장인 ‘우직한 곰’이 ‘세찬 눈보라’ 대신해 친위대를 이끌었다.
하지만, 이제 그럴 필요가 없었다.
“세찬 눈노라! 길을 안내하라!”
“알겠습니다. 대추장님!”
친위대장인 ‘세찬 눈보라’가 그 어느 때보다 힘찬 목소리로 대답했다.
* * *
이리 호수 남서쪽, 우거진 삼림.
삼백 명 가까이 되는 이로쿼이 연합 전사들이 주변을 경계하며 산 사이의 평탄한 곳을 조심스럽게 이동하고 있었다.
“지금부터는 이리 부족의 영역이다!”
“경계를 강화하라!”
“이상한 움직임을 발견하면 바로 보고하라!”
그때, 선두에 있던 카유가 부족의 대전사 ‘독수리의 발톱’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차갑게 눈을 빛냈다.
‘뭐지? 너무 조용한데.’
새소리가 들리지 않자, ‘독수리의 발톱’이 바로 손을 들어 전사들의 이동을 멈추게 했다.
“정지!”
“······”
“왜 그러십니까? 대전사님!”
“쉬잇!”
옆에 있던 전사 하나가 묻자 ‘독수리의 발톱’이 조용히 하라며 주위를 빠르게 둘러봤다.
그 순간, 양쪽 숲에 숨어 있던 이리 부족의 전사들이 괴성을 지르며 벌떼처럼 달려들어 공격을 퍼붓기 시작했다.
아다다다다다다! 아다다다다다다다!
‘독수리의 발톱’이 다급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전투 준비!”
“방패를 들어라!”
“이리 부족의 독화살을 조심하라!”
그 경고를 하기가 무섭게 이리 부족이 활을 쏘기 시작했다.
슉! 슉! 슉! 슉! 슉! 슉!
독화살을 맞은 이로쿼이 연합 전사들이 비명을 지르며 여기저기 쓰러졌다.
으악! 으아아악! 으악!
“은신할 곳을 찾아라!”
“저들이 가진 독화살이 완전히 없어질 때까지 기다려라.”
이로쿼이 연합 전사들이 사방으로 흩어져 나무나 바위 뒤에 숨기 시작했다.
잠시 후, 이리 부족 전사들은 이동 중인 이로쿼이 연합 전사들을 빠르게 습격한 뒤 뒤도 안 돌아보고 물러났다.
“···스물세 명이 전사하고, 열두 명이 독에 감염되었습니다.”
굳은 표정으로 보고를 받고 있던 ‘독수리의 발톱’은 의문이 가득한 눈빛으로 고개를 갸웃거렸다.
‘우리가 쳐들어가는 것을 모를 텐데··· 어디서 정보가 샌 걸까?’
* * *
‘아주 큰’ 마을, 훈련소.
훈련소 수장으로 임명된 ‘우렁찬 천둥’이 도끼눈을 뜨고 수습 전사들을 향해 고래고래 질렀다.
“발을 맞춰라!”
“너무 느려!”
“다시 한 바퀴 돈다!”
연신 거친 숨을 내쉬며 훈련장을 돌고 있던 수습 전사들은 죽을상을 하며 ‘우렁찬 천둥’을 욕하고 있었다.
“어제보다 훈··련 강도가 세잖아.”
“도··대체 왜 그러는지 모르겠네.”
“그러게. 저 미친놈 때문에 내가 죽을 것 같다.”
“그걸 몰라? 차가운 나무 천인장님이 자신보다 직급이 높다고 저 미친놈이 이 지랄을 한다고 하던데.”
“진짜?”
“응. 그래서 우리를 강도 높게 훈련하면서 화풀이하는 거라고.”
그때, 수습 전사들이 누군가를 봤는지 하나같이 똥 씹은 표정으로 일그러졌다.
“젠장! 하필 차가운 나무 천인장님이 올 게 뭐야?”
“우리 죽었다.”
“오늘 안으로 훈련이 끝날까?”
수습 전사들이 고개를 돌려 단상 쪽을 힐끔힐끔 쳐다봤다.
‘우렁찬 천둥’이 불성실한 자세로 오른손 주먹을 가슴에 댔다.
“대추장님께 경의를 담아! 충!”
‘우렁찬 천둥’의 경례가 마음에 안 든다는 듯 ‘차가운 나무’가 차갑게 말했다.
“다시!”
“···대추장님께 경의를 담아! 충!”
“다시!”
“······”
얼굴이 붉게 달아오른 ‘우렁찬 천둥’이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입술을 꽉 깨물었다.
“수습 전사들이 보고 있다. 훈련소 수장으로 모범을 보여야 하지 않을까?”
“······”
마지 못해 ‘우렁찬 천둥’이 수습 전사들을 보는 앞에서 큰 소리로 소리쳤다.
“대추장님께 경의를 담아! 충!”
“충!”
그제야 ‘차가운 나무’가 흡족한 표정으로 그의 경례를 받아줬다.
“우렁찬 천둥! 수습 전사들의 훈련은 잘되어가고 있는가?”
“네.”
“내가 봤을 땐 아닌 것 같은데.”
잠시 후, 훈련에 대해서 ‘차가운 나무’에게 몇 가지 지적을 받은 ‘우렁찬 천둥’은 화가 잔뜩 난 얼굴로 씩씩거렸다.
“하루빨리 대추장님께 인정을 받아서 직급을 올리든가 해야지. 더러워서 참나!”
그 순간, 눈빛이 매섭게 돌변한 ‘우렁찬 천둥’이 짜증이 묻어나는 목소리로 수습 전사들에게 소리쳤다.
“이 정도론 초급 전사 될 수 없다! 너희들은 훈련소 3기로써 자질이 없어. 팔굽혀펴기 십 회! 아니, 이십 회다! 실시!”
“실시!”
수습 전사들은 그 어느 기수보다 빨리 눈에 독기로 가득 차기 시작했다.
* * *
난티콕 강 상류.
난티코크 부족 사람들이 ‘드넓은 대지’와 그를 호위하는 전사들을 멀리까지 마중 나왔다.
“오랜만에 큰아버지 부족을 만나게 되어 반갑습니다.”
거리가 좀 있는 난티코크 부족 사람들을 보면서 ‘드넓은 대지’가 앞으로 나섰다.
“이렇게 멀리까지 마중 나오지 않아도 되는데··· 반갑습니다.”
그 순간, 레나페 부족의 백인장이 크게 소리쳤다.
“전투 준비!”
레나페 부족 전사들이 신속하게 움직이며 ‘드넓은 대지’와 원로들을 중심으로 방어 진형을 구축했다.
‘드넓은 대지’가 주변을 둘러보더니 놀란 표정을 지었다.
어느새 이 백 명 정도 되는 난티코크 전사들이 자신들을 포위한 채 활을 겨누고 있었다.
“외교부 수장님! 적의 인원에 겁먹을 필요 없습니다. 명령만 내리시면 저들을 단숨에 쓰러트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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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네카(Seneca) 부족 – 역사적으로 온타리오 호수 남쪽에 살며 이로쿼이 연맹을 구성했던 부족 중의 하나. 그들 스스로 ‘산의 사람들’이라는 뜻인 오논도와가(Onondowahgah)로 불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