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ner on the Frontier RAW novel - Chapter 124
125. 드래곤이 새끼를 숨김 (2) >
‘간만에 좋은 구경 하겠군.’
그 심정은 비유하자면, 축사에 가득 자리 잡은 소를 바라보며 뿌듯해하는 농장주의 마음에 가까웠다.
민준이 흔쾌히 허락하자 젠킨슨은 의외라는 듯 말했다.
“고맙네. 사실 드래곤이 아닌 종족에게, 그렇게 많은 드래곤이 모인 자리에 초대하는 것은 도리가 아니라는 생각도 했네만···.”
민준은 고개를 저으며 능청을 떨었다.
“세상에 저처럼 용을 좋아하는 사람이 또 어디 있다고 그런 말씀을 하십니까?”
“······.”
“······.”
블레어와 젠킨슨은 서로 다른 이유 때문에 대답할 타이밍을 놓쳤다.
블레어는 ‘티 내는 걸 본 적 없는데 나랑 비슷한 취향이었나?’라는 생각을 하며 새삼 달라진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느라 대꾸를 못 했다.
한편 젠킨슨이 입을 다문 것은, 지구에 오기 전 민준의 과거를 떠올리고는 어이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의 친구는 젠킨슨이 아는 한, 용외종족 중 가장 많은 용을 살해한 경력이 있는 수형자다. 대부분 위원회와 갈등을 겪고 드래고닉 코드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처지로 전락한 범죄자들이었지만 말이다.
그런 민준이 용을 좋아한다고 말하는 건, 중국을 너무 사랑한 나머지 수십 개로 조각을 내 버렸다고 뽐내던 고룡들의 화법과 다를 바 없었다.
“이번에 회의가 개최되는 장소는 어디입니까?”
“홍콩.”
한때 영국의 식민지였지만 기나긴 중국 내전을 겪고 현재는 광동연방(广东联邦, Cantonese Federation)의 수도가 된 그곳은 한국에서 비행기를 타고 서너 시간 거리다.
하지만 드래곤은 현대 문명의 이기를 누릴 생각이 없는 것 같았다.
“자네는 나와 같이 텔레포트로 움직이면 될 것 같네.”
1분 1초가 급한 상황도 아닐 텐데, 왜 굳이 마력 낭비를 하려는 거지?
그 의문을 짐작한 드래곤이 설명해 주었다.
“비행기로 이송하기에는 지나치게 민감한 승객을 동반할 거거든.”
이어진 말을 들은 민준은 납득했다.
“그 거미 괴물 말씀이군요.”
젠킨슨 컴퍼니 내부적으로는 스파이더라는 코드로 불리는 실험체. 민준의 머릿속에서 아직 용거미와 거미용 중 무엇으로 불러야 할지 단정을 내리지 못한 괴물을 말하는 것이었다.
‘하긴, 이번 회의의 굵직한 안건 중 하나이니 안 데리고 가는 게 이상하겠지.’
블레어가 덧붙였다.
“거기에다가, 그 괴물이 낳은 아이들도 데려가실 계획입니다.”
괴물이 하프 엘프인 에드워드 미첨의 씨를 훔쳐서 낳은 네 명을 말하는 것이었다.
생김새는 금발의 하프 엘프와 똑같지만, 그 유전자는 복잡하기 짝이 없을 혼종들을.
‘그러고 보니 결과적으로 네 종족의 유전 정보가 섞인 거잖아? 용, 오베르 거미, 인간에 엘프까지···. 창세 이래 처음일지도 모르겠군.’
“그럼, 로드의 비서실 쪽에는 요원님도 참석하신다고 전달하겠습니다. 출국일이 확정되면 연락드리겠습니다.”
“그럼 오늘 용건은 끝난 겁니까?”
“아니, 한 가지가 더 있네. 민준··· 자네에게 도움을 청할 일이 있어.”
레드 드래곤은 괴물에 대한 젠킨슨 컴퍼니 자체적인 연구에 난항이 이어졌음을 설명했다.
어떻게 용과 거미 사이 혼종이 탄생할 수 있는지, 거기에 개입된 기술은 어떤 것인지를 밝혀내는 것은 고룡 입장에서는 매우 중요한 일이었다. 하물며, 그 생물이 자신의 영지에서 발견되었으니 두말할 것 없다.
하지만 도무지 진척이 없자 레드 드래곤은 연구진에게만 맡겨 놓는 대신 그도 직접 나서기로 했다. 고룡만 할 수 있는 고도의 마법 실험을 병행키로 한 것.
“연구를 계속하던 중 기이한 현상이 발견되었네.”
그는 그것을 도무지 해석할 수 없었다. 그래서 민준이 봐줬으면 하는 것이다.
따지고 보면 정치적 이유로 망명한 젠킨슨보다 민준 쪽이 더 다양한 차원에 거주해 보았다. 블레어 때문에 그 사실까지는 언급하지 않고, 용은 에둘러서 말한다.
“고룡이라고 세상 모든 지식을 알지는 못하니 말일세.”
민준은 별생각 없이 가 보자고 답했다. 그러자 드래곤은 허공에 손을 휘저었고, 빛이 두 사람을 삼키며 드래곤의 개인 연구실로 이동시켰다.
***
젠킨슨의 레어와 멀지 않은 서울의 모처. 감시 카메라가 가득한 방에 네 명의 소년이 모여 있었다.
그들은 눈대중으로 가늠하면 17세 정도의 연령으로 보였다. 누가 봐도 쌍둥이로 단정 지을 똑같은 외모였다.
그러나 그들은 그보다 훨씬 어리며, 쌍둥이도 아니다. 그들이 겨우 몇 개월 전에, 각자 하루 이틀 차이로 태어났다는 사실을 아는 이들은 극히 소수다.
방에는 틀어 놓고 아무도 보지 않는 TV 소리만 울려 퍼진다. 소년들의 말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그렇기에 기괴하게 보였다. 서로 마주 보고 앉아서 수시로 표정을 바꾸며 눈빛을 주고받지만 정작 입을 떼는 아이는 아무도 없었으니까.
하지만 실상을 보면, 그들은 지금 이 순간 왁자지껄하게 정신파로 떠드는 중이었다.
그중 한 명이 머릿속으로 외쳤다.
=아, 좀! 조용히 좀 해 봐!=
명확하게 언어화된 의념. 평범한 인간이나 엘프였다면, 생후 몇 개월 만에 이룰 수 없는 발달 속도였다. 하지만 이들 네 명에게는 당연한 일이었다.
다른 형제들의 수다를 가까스로 억누른 셋째는 형제들 사이에만 통하는 정신파로 말을 이었다.
=있지, 내가 오늘 정령사 선생님한테 또 배워 온 게 있거든?=
형제들은 태어날 때부터 정신의 일부를 공유하고 있다.
그들이 의사소통하는 방식은 드래곤 고유의 정신파와는 조금 달랐다. 메시지를 주고받는 과정에서 일체의 마력도 소모되지 않았으며, 오로지 네 형제들만 그 통신망에 닿을 수 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그들은 언어화된 개념뿐만 아니라 감정도 공유했다. 평범한 드래곤이라면 할 수도 없고, 절대 하려고 들지도 않을 영역이었다.
젠킨슨은 그것이 용보다 병정 거미의 특성에 가깝다고 판단했다.
=너, 아까도 그 말 했잖아!=
=아니, 그것보다도 내 이야기를 들어봐. 지난주에 외출할 때 봤던 게임기 있잖아? 나 그거 사 달라고 보육 선생님한테 졸랐더니, 드디어 젠킨슨 아저씨가 허락을 했대! 오늘 안에 배송될 거니까 같이 하자고.=
=TV 좀 딴 거 틀어봐. 뉴스 말고 다른 거.=
=아, 배고프다. 뭐 먹을 거 없나?=
=야, 야, 다들 내 말 좀 들어 보라니까!=
셋째가 조금 전보다 강하게 정신파를 울렸고, 그러자 다른 형제들은 일제히 얼굴을 찌푸렸다.
=그 정령이라는 거 우리 눈에는 보이지도 않잖아! 재미없어.=
=아니, 이번에는 다를 거야.=
=음?=
셋째는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씩, 웃었다.
=이전에는 다른 사람들도 볼 수 있게 소환하는 방법을 배워 왔다니까!=
=정말? 거짓말 아니지?=
=그래! 자, 보라고.=
으쓱거리던 셋째는 눈을 감고 정신을 집중한다. 그 순간, 다른 형제들은 그가 내면의 문을 잠시 걸어 잠갔음을 느꼈다. 더 이상 그에게는 목소리를 전달할 수도 없었고, 반대로 새어 나오는 목소리도 없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자.
화앗!
무언가 다가오는 중이라는 사실을 느낀 건 정령 친화력을 지닌 셋째뿐이었다. 본래 드래곤에게는 거의 발현되지 않는 이능력.
유연한 파동이 공기를 조용히 울린다.
휘잉!
상공에 이능력이 없어도 누구나 볼 수 있는 형태가 맺혔다.
=······!=
=자! 어때, 봤지?!=
의기양양한 셋째.
하지만 나머지 형제들의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모두 얼이 빠진 얼굴로 셋째의 머리 위를 바라본다.
뿌연 빛이 빚어 낸 다리 여덟 개 중 멀쩡한 것은 다섯뿐이다. 나머지 세 개는 뭉개진 지렁이처럼 흐느적댔다. 등에는 파충류와 같은 비늘이 덮여 있었지만, 마디로 나뉜 다리는 절지류의 특징을 보였다.
그 중심에 박힌 머리는 압도적이었다. 자연스레 목과 연결되었다기보다, 누군가 망치질을 해서 목 위에 그것을 박아 놓은 듯한 형상이었다. 살점을 종이처럼 구기고 찢은 듯한 얼굴. 살덩이가 곳곳에 덜렁거리고, 이빨과 잇몸은 고스란히 밖에 드러나 있었다.
정령이 정령사의 정신과 공감하며 흉내 낸 형태는, 거미와 용을 섞은 생물처럼 보였다. 그러나, 제대로 잘 섞은 것 같지는 않았다.
평범한 어린아이라면 기겁을 하며 도망치기에 충분한 외모. 기괴하기 짝이 없었다.
그런데.
=······!=
그것을 바라보던 나머지 세 형제의 표정이 환해진다. 꽃이 피어나듯이.
=엄마!=
=엄마다!=
=와, 완전 똑같애!=
정령의 형태를 빚어 낸 셋째는 어깨를 으쓱하며 웃는다.
=어때, 똑같지?=
=대박··· 진짜 최고다!=
=움직여 봐! 더 움직여 봐!=
하지만 다른 형제들의 희망과는 달리 정령은 금방 영계로 돌아갔다. 아직 제대로 컨트롤을 하지 못해 마력 소모가 극심했기 때문이다.
정령이 역소환되자 셋째는 조금 핼쑥해진 얼굴로 주저앉았다. 그런 그에게 다른 아이들의 정신파가 쏟아졌다.
=어떻게 한 거야? 정령한테 명령했어? 저런 모습으로 나타나라고?=
=아니, 내가 저번에도 말했잖아. 제발 말을 하면 좀 들어라! 처음 불렀을 때부터 저런 모습이었다니까? 그런데 여태는 내 눈에만 보였던 거야.=
=왜 하필 엄마지? 우연이야?=
=나도 정령술 배울 수 있어? 어떻게 해야 돼?=
질문이 쏟아지고 그것을 셋째가 하나하나 쳐내기 바쁘던 그때.
=······!=
소년들이 말을 멈추고 고개를 돌려 한 곳을 보았다.
그 시선의 끝에는 막내가 있었다.
셋째와 며칠 차이로 태어난 넷째는 처음에는 다른 형제들과 성장 상태가 많이 차이 나 보였지만, 시간이 흐르며 키나 생김새가 똑같아졌다. 모르는 사람이 보면 얼굴만으로는 구분이 절대 불가능할 정도로. 그런데, 그런 넷째가 지금 지은 표정에는 나머지 셋과 다른 딱딱한 기색이 서렸다.
굳이 얼굴을 보지 않아도 그의 심리 상태를 나머지 형제들은 느꼈다. 방금 말을 멈춘 이유도 그것이었다. 갑자기 막내의 정신 속에 외면할 수 없는 감정이 차오른 것이다.
슬픔. 서러움. 답답함.
그것이 모친에 대한 그리움 때문은 아니라는 걸 형제들은 알았다. 방금 그 정령의 형태 때문에 슬픈 것이 아니다. 문제는 정령 그 자체였다.
다들 애써 넷째를 위로했다.
=걱정하지 마. 너도 곧 뭐든 각성을 하겠지! 젠킨슨 아저씨도 그랬잖아.=
=맞아. 세 명 다 각기 다른 능력을 각성한 건 절대 평범한 일이 아니라고 했어.=
=그래, 애초에 우리는 평범하지 않게 태어난 거야. 그러니 너도 평범한 사람일 리 없잖아? 당연히 이능력자겠지!=
=기억나지? 나도 정령을 처음 부르기 전까지는 두 형들 엄청 부러워했어. 그러다 결국 이렇게 능력이 생긴 거잖아? 너도 시간 문제야.=
그때였다.
=···어?=
그것을 가장 먼저 눈치챈 것은 첫째였다. 다른 형제보다 주의력이 뛰어나다기 보다, 그가 앉은 각도에서 TV가 제일 잘 보였기 때문이다.
=야, 전부 저기 좀 봐!=
첫째가 손가락을 들어 TV를 가리켰다. 틀어 놓기만 하고 아무도 관심을 기울이지 않던 그곳으로.
모두의 고개가 동시에 돌아갔다. 울적해하던 막내도 순간 그것을 잊고 머릿속 목소리에 반사적으로 복종했고, 그것을 본 순간 그 우울함을 순식간에 잊어버렸다.
잠깐의 침묵이 이어지고.
=···어떻게 저럴 수가 있지?=
뉴스가 나오고 있었다. 자료 화면이 깔리고 기자가 어려운 말을 늘어놓는다. 그 모든 것을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중요한 키워드는 아이들의 머릿속에 선명하게 박히고 있었다. 누구 하나가 전부 기억할 필요는 없었다. 다른 형제들이 이어진 정신을 통해 보완해 줄 테니까.
그들의 시선을 사로잡은 것은 화면에 나오는 어떤 남자였다.
-···국내 재계 5위 미첨 그룹의 로버트 미첨 회장이 어제 5조 원에 달하는 지주 회사 지분을 장외 거래로 장남 에드워드 미첨 씨에게 증여한 사실이 알려졌습니다. 순혈 인간 기준으로는 고령인 로버트 미첨 씨 대신 후계 수업 중이던 장남이 본격적으로 경영에 관여할 것으로 예상되며···.
화면에는 금발 하프 엘프 남성의 얼굴이 비쳤다. 아이들은 몰랐지만, 그것이 그룹 홍보실에서 작정하고 처음 언론에 뿌린 에드워드 미첨의 사진이었다.
아이들은 멍하니 그 얼굴을 바라보다가, 약속이라도 한 듯 동시에 고개를 돌려 서로의 얼굴을 응시했다.
TV 속에서 본 것과 똑같은 얼굴이 서로의 눈동자 속에 맺혀 있었다.
***
‘피 냄새?’
레어의 연구실로 이동하자마자 민준이 읊조린 단어였다. 자극적인 냄새가 코끝을 찔렀다.
하지만 그의 트라우마를 건드리지는 않았다. 지구로 오기 전 겪었던 사건 때와는 달랐다. 이것은 전혀 다른 종족의 피 냄새다.
민준의 시선이 연구실 벽에 닿았다. 그곳에는 적갈색 액체가 가득 담긴 거대한 탱크가 있었다.
드래곤이 설명했다.
“용혈이라네. 다른 연구원들이 이곳에 들어올 수 없는 이유지.”
누구의 것인지 되물을 필요는 없었다.
“내가 본체 상태로 돌아간 다음 조금씩 뽑아서 저리 보관해 두었네.”
민준은 장태준 사건이 이 고룡에게 끼친 영향이 얼마나 컸는지를 새삼 되새겼다.
정상적인 드래곤이라면 이런 실험을 착안하지도 못한다. 그 나르시시스트들이 자기 몸에 상처를 내고 일부러 피를 뽑아내다니.
그럼에도 불구하고 젠킨슨은 장태준과 비슷한 일을 흉내 내고 있었다. 상상력을 한계 짓던 벽이 무너져 내린 것이다.
물론 그 행동을 통해 취하고자 하는 목표는 그 미치광이 드래곤과 전혀 다르지만.
“그 괴물 피에도 용의 유전자가 섞여 있으니 내 피에 마법적 반응을 보일까 싶어서.”
하지만 결과는 신통치 않았다. 반응이 너무 미약해 의미 있는 정보를 읽어 내지 못한 것이다.
“······.”
한편, 민준은 그의 설명을 한 귀로 흘리고 있었다.
그의 눈은 용의 피가 담긴 탱크에 고정되었다. 몇 겹의 마법으로 봉인한 것이 느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코는 선명한 피 냄새를 맡았다. 고룡의 실력이니 막 뽑아낸 상태의 신선도를 그대로 유지했을 것이다. 최고의 저장 마법이 동원되었겠지. 그 결과물이 저 앞에 있었다. 참··· 신선하고··· 맛있어 보이는···.
꿀꺽.
장소에 어울리지 않는 소리 때문에 드래곤의 고개가 돌아갔다.
그제서야 민준은 자신의 실수를 깨달았다. 드래곤을 가축으로 보는 자신과 고룡을 친구로 둔 자신이 아직 완전히 맞물리지 않은 상태다. 그는 친우의 혈액을 탐한 자신을 자책했다.
민준은 무덤덤한 목소리로 능청을 떨었다.
“···목이 좀 건조해서.”
젠킨슨은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설명을 이었다.
“아무튼, 내 피를 쓴 실험이 신통치 않아 방법을 바꿨네. 마력파로 괴물의 피를 자극하는 것이었지. 저런 괴물을 만들려면 분명 생명과 유전 계열 마법이 동원되었을 터이고 그 발자취가 남아있을 거라 생각했거든.”
마법적 흔적은 마력에 반응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 틈을 정확하게 메우는 열쇠를 깎아 내는 건 매우 어려운 일이다. 위원회급 장비를 갖추지 않은 이상 기계가 대신해 줄 수 있는 일도 아니고 3차원 패턴을 무한대에 가깝게 생성하며 매칭을 진행해야 한다.
여섯 개의 뇌 중 하나를 통째로 마법에 할당하는 용 같은 생물이 아니면 불가능한 일.
그리고 젠킨슨은 기어코 그 일을 해냈다.
“특정한 마력파 패턴에 피가 반응하는 걸 밝혀 냈다네. 인위적 흔적이 남아 있었어.”
그의 예측은 맞았다.
그런데 그 내용을 해석할 수가 없었다.
“나는 저런 것을 처음 보네. 자네는 알아보겠나?”
그가 손짓을 하자 마력파가 용기 안에 집중된다. 피가 그것과 반응하며 변형된 마력파를 반사해 냈다. 컴퓨터는 반사된 것을 읽어 모니터에 띄운다.
“그림 같기도 하고, 기호 같기도 한데···. 난 저런 상징을 사용하는 종족을 본 적 없네. 유전자 조작 과정에서 남긴 설계도의 파편으로 추측할 뿐이지. 어떤가? 자네 눈에는 좀 보이는가?”
“······.”
모니터를 바라보는 민준은 잠시 말을 잃었다.
컴퓨터는 혈액이 반사하여 쏟아 내는 마력파를 도식화해서 그려 내고 있었다. 그 의미를 이해하지 못한 채 단순 복사한 것이다.
젠킨슨이 보유한 데이터베이스를 몽땅 뒤져도 매칭되는 것이 없다는 패턴.
하지만 민준은 저것을 읽을 수 있었다.
그리고 속으로 생각했다.
‘이걸··· 젠킨슨에게 말해 줄 수는 없겠군.’
민준은 잠시 침묵을 지키다가 말했다.
“혹시 저걸 자극하는 데 쓴 것과 동일한 마력파를 자네의 피에도 쏴 보았나?”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실험 도중 내 피도 저 마력파에 노출이 되긴 했지. 하지만 아무 반응이 없었어. 당연한 일이지. 뭐 그런 걸 물어보나?”
젠킨슨은 저것이 괴물을 만든 이들의 흔적이라고 믿고 있다.
하지만 민준의 생각은 다르다. 저건 그보다 훨씬 오래전 남겨진 발자취다. 아마도··· 괴물을 만들 때 사용된 드래곤의 유전자에 포함된 정보.
민준은 모니터가 비춘 그것을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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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산물 이력 관리 시스템 정보 열람
-개체 식별 번호: 미상
-원산지: 미상
-도축장: 미상
-도축 종료일: 미상
-가공장: 미상
-유전 정보
품종 1: 화룡-241형 (품종 개량사: 라투마, 등록연도: 6,210년)
품종 2: 절지류 (상세 정보 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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