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ner on the Frontier RAW novel - Chapter 257
258. 사람의 자격 (23)
***
드래곤들의 축제는 계속되었다.
시간이 흐르며 먼 별에서 전달되는 영상의 해상도가 개선되고, 별이 터진 여파로 각종 파장이 폭주하던 혼란도 수그러졌다.
행성 붕괴 감지 후 한참의 시간이 지나서야 인공지능은 선고했다.
– 별이 폭발한 좌표 인근에서 우주 모함의 반응은 없습니다.
용족들은 다시 한번 축하주를 들어 올리며 환호했다. 놈들은 폭발에 휩쓸려 파괴된 것이 분명했다. 그래도 신중을 기하기 위해 현장에 탐색선을 보낸 뒤 그들은 각자의 레어로 돌아갔다.
환희와 열광에 물든 밤이 끝나가고 있었다. 어서 위원회에게 성공을 알리고 대가를 입금받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지만, 그들이 먼저 연락을 넣을 수는 없었다. 이번 거래는 엄중한 비밀로 취급되었기 때문이다.
이 차원에서 용들이 결성한 광업조합의 조합장이자 드래곤 로드 직을 맡은 지룡(地龍), 라흐강퀴아는 생각한다.
‘다른 차원의 드래곤들이 이 사실을 알 필요는 없다.’
사실 드래곤들은 차원을 넘어 하나의 암묵적 공감대를 이룬 상태였다.
– 저 탈옥범의 함대를 괜히 건드리지 말고 그냥 지나가게 두자.
그들이 위원회와 충돌하여 서로 힘을 갉아먹게 두는 것이 곧, 범차원적 종족의 이익으로 이어지기에.
‘그렇게 되면 분명 종족 차원에서는 좋은 일이지만.’
라흐강퀴아는 그 대의를 위해 개인의 이익을 포기할 수 없었다.
‘그것 때문에 내가 손해를 볼 필요는 없잖은가?’
그는 손익계산에 철저하며, 이런 문제에 대해 확고한 신념을 지닌 드래곤이었다. 그렇기에 위원회의 제안을 받았을 때 고민하지 않았다.
금액으로 환산하기 힘든 공동의 이익보다는 당장 손에 움켜쥘 내 수입이 더 중요했기 때문이다.
‘전부 멍청하기 짝이 없단 말이야. 아시프-666과 싸움을 붙여서 세력이 좀 약해진다 한들, 용들이 진정 위원회를 전복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가?’
민준의 추측과는 달리 라흐강퀴아는 전쟁을 경험해 본 고룡이었다.
눈을 감으면 지금도 당시 참상이 선명하게 떠올랐다. 드래곤들을 경악하게 만든, 무시무시하고도 불가사의한 무기체계가.
고대 종족에게 참패한 뒤 대다수 드래곤은 자존심이 찢겨 나가는 아픔을 외면하고 잊어버림으로써 극복하려고 했지만, 라흐강퀴아는 그 상처에 다른 방식으로 접근했다
‘전쟁 때 이미 기술력 차이는 압도적이었다. 시간이 지난 지금은 격차가 더 벌어졌겠지. 이쯤 되면 고대 종족은 그냥 자연재해 비슷한 것으로 판단해야 한다. 우리는 이길 수 없어.’
굳이 대항하는 대신 협조하며 이익이나 챙겨 먹는 것이 최선이다.
‘수치스러워할 필요 없는 일이다. 난 내 욕망에 정직할 뿐이야.’
그렇게 생각함에도 불구하고, 어쨌든 용족 기준으로 떳떳한 일은 아니다. 다른 차원의 동족들이 알 필요는 없는 거래.
위원회도 신중을 기하는 것은 마찬가지라 용은 엔델리온의 특사에게 아무 때나 자유롭게 연락을 넣을 수 없었다.
그들이 먼저 메시지를 보내오기를 기다려야 한다.
‘이상하게 늦는군. 지금쯤이면 놈들도 몸이 달아올랐을 텐데.’
의아함은 잠시 제쳐두고, 앞으로의 일을 고민했다.
‘어차피 놈들이 400만 달란트를 다 지불하려고 들지는 않을 거다.’
고대 종족과 비슷한 거래를 이미 몇 번 해 본 적이 있는 라흐강퀴아는 그들의 패턴을 훤히 예측 가능했다. 위원회는 온갖 트집을 잡으며 보수를 깎으려 할 테고, 서로 드잡이질을 벌여 봤자 결국 드래곤이 밀리게 될 터.
라흐강퀴아는 신념을 다시 되새겼다.
괜히 모두의 이익을 대변하겠다고 나서서 협상을 난항으로 몰고 갈 필요는 없다.
‘난 내 몫만 충분히 빼먹으면 그만이다.’
라흐강퀴아는 위원회에 뒷거래를 제안할 생각이었다.
총 보수 400만 달란트를 깎는 대신, 자신에게는 은밀한 경로로 뒷돈을 더 챙겨 달라고 말이다. 그 결과 드래곤들이 얻을 파이 전체는 줄어들지만 라흐강퀴아의 수익은 늘어난다.
물론 개연성 충만한 연기가 필요하다. 위원회는 처음부터 터무니없는 값으로 후려치며 접근해야 하고, 라흐강퀴아는 자신이 협상을 벌인 끝에 이 정도라도 건졌다며 공로를 과시할 것이다.
전쟁 여파로 전 우주에는 젊은 용들이 넘쳐났고, 이 차원에도 그를 제외한 다수는 전쟁을 겪어 본 적 없는 세대였다. 그들을 구워삶는 것은 라흐강퀴아에게는 너무도 쉬운 일이다.
‘어느 정도를 요구해야 할까? 위원회 입장에서도 협상 기간을 대폭 줄일 수 있으니 이득이라는 점을 강조하려면···.’
그렇게 생각에 골몰히 잠겨 있던 그의 감각에.
‘······음?’
이질적인 기운이 스며들었다.
‘뭐야!?’
그의 레어는 이 행성에서 가장 강력한 결계로 보호된 요새다.
따라서 고룡은 침입자라는 가능성조차 떠올리지 못했다.
아마도 결계의 문제일 터다. 행성 자체적인 마력의 흐름과 파장이 어긋나거나, 정기적인 유지 보수 시간이 임박했을 때 이런 반응이 튀어나오곤 한다.
‘귀찮군. 오늘은 좀 쉬려고 했더니.’
그래도 신경에 거슬리니 그냥 둘 수는 없었다.
지룡이 육중한 몸을 일으키려고 하던 찰나.
그의 뇌리에 날카로운 정신파가 파고들었다.
=“복종하라.”=
그 즉시 라흐강퀴아의 오감이 둔탁하게 변했다.
동시에 동공이 흐릿한 빛으로 물든다.
‘잠깐만, 내가 지금 뭘 하려고 했지?’
귀찮지만 꼭 해야 하는 무언가를 하려고 했던 것 같은데.
말 그대로 방금 떠올렸던 생각이라 기억의 잔향이 남아있었음에도, 그 사념이 어디로 도망갔는지 발자국을 쫓을 수 없었다.
곧 드래곤은 그 노력조차 멈추게 되었다.
=“복종하라.”=
라흐강퀴아는 몸이 더욱 무거워진 것을 느꼈다. 육신의 답답함과 상반되게도 정신은 더욱 가벼워졌다. 이제 그 무엇도 그의 의식을 붙잡지 못했다.
지금 다른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저 목소리.
=“복종하라.”=
세 번째 명령이 들린 순간.
용은 이제 모든 생각을 멈추기로 한다. 그저 저것에 따르면 될 것 같다. 그리고 목소리는 나에게 복종하라고 했다.
따르자.
그리 생각한 순간, 역설적으로 그는 무한한 정신적 자유를 느꼈다. 더 이상 어떤 고민과 염려도 그의 의식을 구속할 수 없었다. 걱정과 불안도 존재하지 않았다. 오직 복종함으로써, 드래곤은 논리적 고민과 감정적인 격랑으로부터 자유로웠다.
그것은 존재의 현기증을 수반하지 않는, 평화롭고도 행복한 감정이었다.
“됐습니다.”
그리 말한 자는 장발을 허리 아래까지 늘어뜨린 남자였다.
공간이 일렁이고, 그는 레어의 그림자로부터 몸을 빼냈다.
스윽!
그러자 출렁이는 허공의 결 너머 또 한 명의 남자가 걸어 나왔다.
그까지 나타나자 비로소 드래곤은 복잡한 마력의 뒤엉킴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다. 이 결계를 부수지 않고도 잠입한 것은 그의 능력 같았다.
나중에 나온 남자가 드래곤을 지배하는 이에게 눈짓한다.
“다음은, 알지?”
드래곤을 복종시킨 남자는, 그에게 복종하듯 머리를 숙였다.
“네.”
질문이 몇 개 이어졌다. 라흐강퀴아가 잘 아는 내용이었다. 지룡은 순종하며 답했다.
“이 차원에 거주하는 57명의 드래곤은 모두 광산 조합원입니다. 어제 큰 ‘행사’가 있었기 때문에 때문에 전부 이 행성에 모여 있습니다. 그들의 이름과 거처는···.”
증언이 끝난 뒤 남자는 명령을 내렸다.
라흐강퀴아는 즉시 행성의 도약 터미널 담당자에게 지시를 전했다. 오밤중에 뜬금없는 명령이었지만, 숙직실에서 졸던 드워프가 화들짝 놀라 깬 뒤 전력을 다해 통제실로 달리는 영상이 보였다.
필사적일 수밖에 없다. 위대한 드래곤의 명령을 수행하는 데 실수나 지체가 있다면 그도 고블린 신세로 전락하기 때문이다. 드워프는 아내와 부모의 손목을 지키기 위해 뛰었다.
거기까지 준비가 끝난 뒤 남자가 명했다.
“그럼, 변신해라.”
주인은 자신을 어디론가 데려갈 생각인 것 같다.
지금 같은 드래곤의 거체로는 눈에도 잘 띌 뿐만 아니라 여타 현실적 제약이 많을 것이다. 고룡은 납득하여 몸을 빛으로 감쌌다.
그를 다스리는 자는 ‘수납이 쉽도록 가능한 작게 변신해라’라고 했지만 벌레만큼 작아지는 것은 원하지 않았다. 그 정도로 작으면 나중에 관리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였지만, 드래곤은 그것이 배려라고 생각했다. 폴리모프에 의한 부피 변화폭이 커질수록 마력 소모 역시 지수적 성장 곡선을 그리기 때문이다.
‘감사한 분이다.’
남자의 따스한 마음씀씀이에 감동하며, 라흐강퀴아는 그가 아는 지성체 중 가장 작고도 익숙한 종족을 골랐다.
팟!
빛이 번뜩임과 동시에 드래곤이 사라졌다.
대신 그 자리에 나타난 변신체는 신장이 장발 남자의 허리춤에 올 정도로 왜소했다.
그걸 본 남자는 묘한 미소를 지었다.
“···으음, 왜 하필?”
라흐강퀴아는 혹시 그가 주인을 만족시키지 못했을까 걱정했다.
하지만 그 웃음은 불만족의 표현이라기보다 흥미 표출에 가까워 보였다.
“아니지. 매일 같이 봤던 종족이니 당연한 일인가?
그는 뺨을 긁적이더니 곁의 남자에게 말했다.
“이거, 안 섞이게 조심해야겠습니다.”
히죽거리며.
“하필이면 고블린이라니.”
노예로 부리는 종족으로 변신했음에도 드래곤은 수치를 느끼지 않았다. 기왕이면 인간이나 엘프로 변신할 걸 그랬나 하는 생각도 하지 않았다.
어차피 그의 입장에서는 엘프나 인간, 드워프이나 고블린 전부 크게 다를 바가 없었으므로.
하물며, 그가 향후 수납될 지휘선에 이미 수백 명의 고블린 난민들이 타고 있는 걸 예측했을 리가 없었다.
“······.”
짧은 머리의 남자는 별 관심이 없어 보였다. 그는 무미건조한 목소리로 말했다.
“부지런히 움직이자. 오늘 안에 남은 56마리를 다 해치우려면.”
그 후, 두 남자가 행성 곳곳을 누비고 다니는 사이에도 행성의 고요는 깨지지 않았다.
라흐강퀴아의 머릿속을 헤집은 덕에 민준은 용족의 죄를 확신할 수 있었다. 짐작한 대로 그들은 위원회와 손을 잡은 상태였다.
그걸 확신했음에도 민준은 징벌을 거창한 형태로 치를 의도가 없다.
‘놈들은 내가 물증이 없기에 함부로 굴지 못하리라 예상했지.’
그 생각의 논리를, 민준은 다른 차원의 드래곤들에게 그대로 돌려주기로 했다.
‘나 역시, 이곳에서 증거를 남기지 않는다.’
400만 달란트의 보수를 꿈꾸며 각자의 레어에 늘어져 있던 드래곤들이 한 명씩 차례로 납치당하기 시작했다. 그 과정에서 저항이나 전투의 흔적은 일절 없었다. 나중에 다른 차원의 드래곤들은 전례 없는 용족 집단 실종 사건을 알고 경악할 것이다.
용의자에 대한 심증은 뚜렷할 터다. 그들이 실종되기 직전 아시프-666의 함대가 여기서 목격된 사실이 결국은 흘러나갈 테니.
연결고리는 파악했으나 다른 차원의 동족을 대신해 복수에 나설 정도로 충분한 증거는 없다.
하물며 함부로 건드렸다간 이 행성의 드래곤들처럼 하루 아침에 증발해버릴지도 모른다.
‘머리가 복잡해지겠지.’
그들이 머뭇거리는 사이 민준의 함대는 차원 중심부까지 나아간다.
“자, 다음.”
두 남자는 거침없이 행성을 가로지르며 포획을 계속했다.
아무런 조짐도 없이 조합원들이 한 명씩 납치당하던 그때.
행성 내 모든 드래곤들이 그 사실을 까마득히 모르고 무방비하게 있던 것은 아니었다.
***
“젠장, 어쩐지 느낌이 영 안 좋더라니!”
밤을 틈타 한 명의 드래곤이 재빠르게 레어를 빠져나가고 있었다.
그는 다른 조합원들이 다 환호를 지르고 기뻐할 때 마지막까지 인공지능에게 함대 상태를 확인하던 그 드래곤이었다.
남들보다 불안이 많은 탓에 그는 오늘도 잠에 드는 대신 경계를 기울이고 있었다. 그런 그가 이변을 눈치챈 것은 어디까지나 우연이었다.
“조합원들이 갑자기 연락이 닿지 않는다!”
그 사실을 깨닫자마자 드래곤의 머릿속 생존 본능이 맹렬하게 경고음을 터뜨렸다.
“젠장, 젠장, 젠장!”
이 와중에 다른 차원으로 피신할 여유는 없었다
그는 폴리모프 한 뒤, 개인용 우주선에 몸을 싣고 급히 이륙했다.
– 3···2··· 1··· 발사!
드래곤이었으면 미미하게 느꼈을 압박이 몸을 짓눌렀다. 조종실 밖의 풍경이 빠르게 변한다. 잠시 후, 안정 궤도에 올랐다는 인공지능의 안내 음성이 흘렀다. 그는 마법 영상을 확인한다. 그가 거주하던 푸른 행성이 점점 작아지고 있었다.
조종실에서 그는 옅은 한숨을 쉬었다.
“휴, 다행이다. 나라도 탈출했어.”
그가 차원 도약을 하는 대신에 일단 행성을 탈출하기로 한 또 하나의 이유가 있었다.
그는 이 사태의 원흉이 아시프-666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는 영상에서 우주 모함의 흔적이 전무한 것을 보았다. 혹여 한, 두 척 살아남아 빠져나왔더라도 용을 상대로 전쟁을 벌일 무모한 짓을 벌이는 대신 파손된 우주선 정비에 급급한 상황일 터.
그가 생각하는 용의자는 따로 있었다.
“위원회 놈들이··· 우릴 살인멸구하려는 거다!”
400만 달란트조차 아까웠을까?
이유야 어쨌건 이런 일을 꾸밀 자들은 고대 종족밖에 없다.
그리고 위원회가 자신들에게 칼날을 겨눈 것이라면, 이런 타이밍에 도약을 허가할 리가 없을 터.
용은 일단 이 행성에서 탈출하기로 한다. 근처 광업 행성까지 대피한 뒤, 다른 차원의 용들에게 이 사실을 알리고 도움을 청해야 한다.
그렇게 다짐하며 항로를 확인하던 그때.
“······어?”
개인 우주선에 내재된 레이더보다 더 빨리, 그의 감각은 어떤 뒤틀림을 감지했다.
“그럴 리가?”
그리고 잠시 후.
-삐이익! 삐이익! 삐이익!
광분하듯 굉음을 울리는 인공지능의 경고와 함께.
드래곤은 자신이 나아가는 항로 앞에, 거기 있어서는 안 될 거대한 물체를 보았다.
“어떻게··· 저게?”
삭월이 둥글게 차오르듯, 어둠만 가득했던 공간에서 희뿌옇고 환한 표면이 모습을 드러낸다. 공간 왜곡장의 회백색 테두리가 캄캄한 우주 공간을 스치고 지나갈 때마다 거대한 우주 모함의 형태가 완성되었다.
드래곤은 알지 못했지만, 저 함대는 먼 거리를 두고 나선 대열을 만든 채 행성의 도주로를 틀어막고 포위하고 있었다. 지금 그의 시야에 들어온 것은 그중 겨우 한 대였다.
지금까지 소형 우주선의 레이더는 물론이고, 행성의 방공체계마저 저것들을 발견하지 못한 까닭은 그들의 왜곡장 때문이었다.
그런데 하필 지금 모습을 드러낸 것은 그 결계 밖으로 무언가를 쏘아낼 필요가 있다는 뜻.
드래곤은 온몸에 소름이 돋는 것을 느꼈다.
‘소멸된 게 아니었어. 행성 붕괴의 여파가 남아있을 때, 모함을 왜곡장으로 숨기고 여기까지 전속력으로 날아온 거야!’
저 우주 모함은 고대 종족의 작품이다. 탈주한 드래곤은 그들 기술력이 조합장의 예측보다도 더 진일보했음을 몸소 체험하고 있었다. 실로 불쾌하고 공포스러운 형태의 경험이었다.
하물며, 지금 저 함대를 조종하는 이들은···.
지이익!
우주 모함의 날렵한 표면 위에 함포가 솟아났다. 그것은 행성에서 탈출하는 소형 우주선을 겨냥한다. 포신 끝에서 희뿌연 빛이 일렁이며 끓어올랐다. 주변의 중력이 왜곡되고 있음을 인공지능이 경고했다.
포신에 맺힌 빛무리가 극도로 응집된 그 순간.
파아아앗!
섬뜩한 일직선의 섬광이 어둠을 사르며, 용이 탄 우주선을 향해 쇄도해왔다.
***
“도망치는 놈들은 다 쏴서 격추해 버려. 좀 아깝긴 하지만, 괜히 놓쳤다가 더 골치아파질 수 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