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ner on the Frontier RAW novel - Chapter 314
315. 업(業) (20)
***
예언자는 오늘도 셀 수 없는 가능성의 갈림길을 헤엄친다.
그녀는 결을 따라 부유하다, 현실이 될 확률이 제일 높은 문을 열었다. 본능적인 선택이었다.
예전에 양부(養父)가 물어본 적 있다. 어떻게 알고 고르는 것이냐고. 최선아는 그때나 지금이나 대답할 수 없다. 그 질문은 눈을 어떻게 깜박이냐고 묻는 것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방법 같은 것은 생각할 필요 없이 그녀는 언제나 하고 싶을 때 그렇게 할 수 있었다.
최선아는 눈을 깜박였다.
촤아아아악!
눈꺼풀이 움직이는 속도로 미래가 펼쳐진다.
‘또 여기야··· 어지러워.’
정신병에 걸린 화가가 붓칠한 듯한 세상.
거칠고 굵은 선에 담긴 색채가 끓어오른다. 형태는 뭉개지며, 꿈틀대고, 불안정하게 달려나갔다. 예언자는 그 난장판 속에서 패턴을 읽으려 노력한다.
‘변하지 않았어.’
땅과 하늘을 덮은 다채로운 형체는 한곳으로 몰리는 중이다. 각각의 획은 응집되었다가 다시 터지기를 반복했다. 관찰자인 최선아가 아찔함을 느낄 정도였다. 화려하고도 폭력적인 색의 범람.
저 한 획 한 획이 무엇을 표현하는지 최선아는 안다.
‘드래곤.’
최초로 본 예언은 그나마 지금보다는 친절했다. 당시는 용의 생김새를 모두 구별할 수 있을 정도였으니.
하지만 지금 그들은 추상화되고 도식화되어 다양한 색의 점이나 선, 얼룩, 혹은 흐름처럼 보인다.
확신할 수 있는 건 그들이 실로 엄청난 수라는 사실뿐.
시선을 돌린다.
‘그리고 그들이 몰려가는 곳에는···.’
어둠.
조금의 불순물도 섞이지 않은 선명한 검은색. 마치 모든 별이 사라지고 빛과 열의 개념이 희박해진 우주를 보는 것 같았다.
‘그’는 하늘과 땅을 잇는 존재가 되어 드래곤의 행렬을 내려다보는 중이다.
‘이상한 일이야. 예언을 반복해서 볼수록, 오히려 이해하기 힘들어지다니.’
저 칠흑의 어둠, 혹은 그림자는 새세상의 주인을 상징한다. 최선아는 그의 이름도 알았다.
처음 미래시를 보았을 때 예민준은 드래곤의 골을 깨고 그 뇌를 탐욕스럽게 먹어치웠다. 이지를 잃은 용들은 말 못하는 짐승처럼 침묵했다.
그 후, 미래가 한 번 바뀌었다. 드래곤의 행렬은 여전했지만 예민준은 그들을 잡아먹는 대신 그들로부터 숭배받았다. 또한 용들은 ‘사람’처럼 멀쩡하게 말도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최근 들어, 예언의 내용은 또 한 번 바뀌게 된다.
— !
예언자는 색채의 끝이 갈라지는 것을 보았다. 이전 꿈으로 유추해 볼 때, 용들이 입을 벌리고 어둠을 향해 말하는 장면일 터.
그것은 짐승의 울부짖음 같기도 했고 사람의 탄원 같기도 했다. 최선아는 그 내용이 무엇인지 도무지 알아들을 수 없었다. 이 역시 예전의 미래시와 다른 점이다.
‘대체 뭐라고 하는 거지?’
어둠이 각양각색의 얼룩을 받아들인다. 급류에 밀린 부표처럼, 방울진 색채들이 검은 회오리에 섞여 흔들렸다.
그녀가 볼 수 있는 것은 거기까지였다.
예언자는 현실로 튕겨나갔다.
***
팟!
눈을 뜬다.
잠시, 최선아는 자신이 현실이 아니라 여전히 미래의 추상화를 보고 있는 게 아닌지 의심했다. 그렇게 착각할 만한 풍경이었다.
“······!”
눈길이 닿는 곳마다 황금빛이 흘러넘쳤다. 빛가루는 끊임없이 군집을 이뤄 다가왔다가, 다시 먼 곳으로 나아갔다. 바람 한 점 없음에도 그녀는 자신의 긴 머리가 출렁거리는 착각을 느꼈다. 작은 알갱이는 각기 무작위에 가까운 궤도로 흩날린다. 형언하기 힘든 광경 앞에 최선아는 감탄했다.
모래 대신 고운 금싸라기가 쌓인 사막에 폭풍이 불면 이럴까?
멍하니 눈꺼풀을 몇 번 더 깜박인다. 미래로 던졌던 정신을 현실에 완전히 고정시키자, 꿈과 현실이 안정적으로 뒤집혔다.
“······아.”
목이 잠겨 있었다. 가까스로 그녀는 놀란 마음을 진정시켰다. 눈앞의 기적이 이미 칠일째 이어지고 있음을 뒤늦게 기억해냈기 때문이다.
‘날이 갈수록 장관이네···.’
최선아는 지금 실내에 있다. 하지만 물리적인 제약을 무시하듯, 황금 눈꽃은 단단한 벽을 허상처럼 뚫고 미풍에 휘날리듯 춤을 추다 피부 위에 내려앉았다.
사르륵!
다른 장애물은 저항 없이 뚫고 지나가버리는 저 빛은 사람에게는 다르게 반응한다. 지난 이레간 지구인들에게 정설로 받아들여진 지식처럼, 부스러기는 예언자의 살갗에 닿자 흡수되었다.
그녀는 지금 1초에도 수십여 개의 빛가루를 받아들이고 있다. 기적이 처음 시작된 크리스마스이브 때만 해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
‘지금은 시야에 방해가 될 정도이니.’
지구촌 사람들은 저 반짝임을 눈(雪)으로 비유하기로 잠정적인 합의를 본 것 같았다. 하필 처음 등장한 시점이 12월 24일이었다는 이유가 컸다.
사람에 따라 어지러움을 느끼기도 하는 황금 눈보라는 대다수의 사람이 운전을 포기할 정도로 큰 영향을 끼쳤지만, 그에 대응하는 확실한 선물도 남겼다.
최선아는 집중하여 예언을 보고 왔음에도 불구하고 탈진감이나 두통, 현기증이 느껴지 않았다. 예전 같으면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이런 장면은 예언에 나오지 않았어. 대체 이 눈꽃은 누가, 무슨 목적으로 만든 것일까?’
생각은 거기에서 끊겼다.
“···봤느냐?”
음산한 목소리.
그녀는 혼자가 아니었다. 방 안 조명은 어둡게 조절한 상태. 그림자가 드리운 곳에 누군가 웅크리고 앉아 있었다.
어둠의 일부가 다시 묻는다.
“뭔가, 달라진 게 있더냐?”
그녀는 길게 설명하는 대신 고개를 옅게 가로저었다. 대답은 그걸로 충분했다.
애타게 기다리던 노인은 비명을 질렀다.
“이런!”
그의 두 눈은 퀭하게 푹 패였다. 최선아는 자연스레 흡수하는 빛가루를, 오크는 받아들이지 못하고 통과시키는 장면이 보였다. 그녀로서는 이유를 알 수 없었다.
“안 돼! 오늘이 바로 그 날인데··· 아직도 우린 확실하게 아는 것이 없어···!”
으득!
오크는 극도의 긴장에 사로잡혀 이를 간다. 최선아는 양부의 어금니가 며칠 사이 눈에 띌 정도로 짧아지고 곳곳에 금이 간 것을 보았다.
변화는 거기에 그치지 않는다.
최판석은 종족 평균수명을 훌쩍 넘긴 고령자이면서도 건강하기로 유명했다. 오죽하면, 오크의 짧은 수명은 타고난 게 아니라 위험한 생활 습관 때문이므로 연금을 빨리 줄 필요가 없다는 주장의 근거로 지목될 정도였다.
하지만 지금, 5선 의원의 몰골에서는 과거의 건강하고 당당한 풍채를 찾아볼 수 없다.
그 사이 몰라보게 야윈 오크는 넋이 나간 듯 중얼거린다.
“벌··· 벌을 받을 거야··· 틀림없어··· 난··· 벌을 받을 거야.”
노인은 초조해하며 손톱을 물어뜯었다. 이미 닳을 대로 닳아서 더 씹을 부분도 없는 것처럼 보인다.
“억울해··· 난 분명 공을 세웠는데··· 왜 그 부분이 참작되지 않는 거지?!”
젠킨슨의 레어에 머물 때까지만 해도 멀쩡했던 그가 신경쇠약 증상을 보인 것은, 민준이 돌아온 날부터였다.
세상의 주인은 젠킨슨 회장과 박정팔 의원을 비롯한 옛 인연들과 면담을 가진 것 같다. 직후에 그는 젠킨슨에게 부녀의 신변 양도를 요구했고 용은 받아들였다.
그렇게 예민준이 두 사람과 재회한 것이다.
부르르!
그날을 떠올린 최선아는 자신도 모르게 몸을 떨었다. 이미 시간이 좀 지났고, 그 후로 다시는 예민준을 본 적이 없음에도. 생각할 때마다 피가 싸늘하게 식고 온몸의 신경을 칼날로 쑤셔 대는 느낌이었다. 두개골 안쪽과 눈 뒤가 간질거리며, 당장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은 기분을 느낀다.
그때 그는 마치···.
‘예언 속 장면이 재현되는 느낌이었어!’
세상을 전부 집어삼킬 듯 넘실거리던 어둠.
불가사의한 일이었다. 예민준은 어떤 이능도 가시적으로 꺼내 보이지 않았다. 그저 차디찬 눈으로 최판석을 노려볼 뿐이었다. 하지만 부녀는 예언 속의 드래곤들처럼 압도당했다.
그는 말 한마디 없었다. 면담자로부터 무슨 말을 들은 것인지, 그 늙은 오크를 당장에 산 채로 토막 내서 씹어 삼켜도 성이 차지 않을 것 같은 기세였다.
공포 속에서 그들은 실감했다. 손가락 하나로 자신들을 으깨 버릴 수 있는 존재가 부녀 앞에 있었다. 심지어 무심해도 공포스러울 절대자가, 명백한 적의를 내보이기까지 했다.
두 사람이 아직 살아있는 것이 기적으로 느껴질 정도였다. 그 살기로 미루어 볼 때 상대에게는 이미 그럴 동기와 능력이 모두 갖추어져 있었다.
‘하물며··· 아버지는 그 눈빛을 정면으로 받으셨으니.’
잊고 싶지만, 머릿속의 화상 같은 기억이 재생된다. 그날 민준과 눈이 마주친 양부는 즉시 바닥에 주저앉으며 구토를 시작했다. 동시에 그의 하의가 천천히 짙은 색으로 변해가는 것을 최선아는 보았다.
그 후 오늘까지 최판석은 거의 잠을 자지 못했다. 눈을 감으면 민준이 귀신 같이 자신을 노려보는 장면이 떠오른다고 했다.
“아아···!”
그녀만큼 그날을 선명하게 기억하는 오크는 두 손으로 머리를 감쌌다. 정신 나간 사람처럼 중얼거린다.
“벌을 받을 거야··· 틀림없어··· 공과(功過)를 재는 저울이··· 그쪽으로 기운 거야!”
어떤 결말도 받아들이겠노라 선언한 오크는 더 이상 찾아볼 수 없었다. 종족을 위해 모든 걸 바치겠다고 공언한 남자가 처참하게 무너지고 있다.
최선아는 알 수 없었다. 본래 사람의 의지란 이처럼 덧없는 것일까? 아니면, 이것은 예민준이 사람의 마음 정도는 쉽게 무너뜨릴 수 있는 초월자라는 방증일까?
그 후 예민준은 부녀를 다시 찾아오지 않았다. 하루에 한 번 외계인 사제를 보내서 예언 내용의 변경을 확인할 뿐이었다. 그 사실이 최판석을 더 미치게 만드는 것 같았다.
“억울해. 억울하다. 난 드래곤 로드를 구했는데···! 박정팔의 가족 몇 명이 죽는 걸 방치한 게··· 그 엄청난 공까지 가릴 정도의 과실이라고는···.”
“아버지!”
최선아는 기겁을 하며 오크의 입을 막는다. 그들이 갇힌 방에 민준의 귀가 없으리라고는 장담 못 할 일이었다. 손가락에 미끌거리는 침과 콧물이 묻었다.
“오크를 위한 일이었어··· 우리를 위해 한 일이라고. 그런데 박정팔··· 박정팔은 대체 뭐라고 말한 거지? 무슨 말을 했기에 그가 나를··· 당장 찢어 죽이고 싶다는 듯이 노려본 거지? 그리고 오크는··· 지구의 오크들은 앞으로 어떻게 되는 거지? 알고 싶다. 선아야··· 난 알고 싶어!”
딸은 그의 입을 막았다. 평소 같으면 엄두도 못 낼 일이지만, 그는 잠깐이나마 실랑이가 가능할 정도로 쇠약해진 상태였다.
하지만 오래가지 못했다.
“제발!”
젖은 눈동자가 휙휙 사방으로 흔들린다. 손가락 사이로 양부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그래··· 실패할 리가 없어. 그 가족들을 죽인 건 내가 아니야. 인간이다. 인권연대야. 난 그저 모른척했을 뿐이고. 이제 박정팔은 복수를 원해. 애초에 그런 말랑한 사고방식으로는 세상을 바꿀 수 없었어. 그래서··· 그가 모두를 증오하게 만들어야 했어. 그 마음을 미움으로 채워야 했어.”
“아버지, 그만!”
“그래서 세상의 주인에게··· 원통한 심정으로 복수를 간청할 수 있도록··· 그런데··· 왜 아직 세상은 그대로지? 인간들이 건재하잖아. 박정팔은 대체 그에게 무슨 말을 했지?”
그의 입을 막는 방법은, 자신의 말에 귀 기울이게 만드는 것밖에 없어 보였다.
그녀는 필사적으로 말했다.
“아버지, 오늘이 그날이에요. 12월 31일이라구요. 우리에게 정보가 부족한 건, 한동안 한 가지 장면만 보였던 탓이 커요.”
“···아아?”
“오늘만 넘기면 다른 미래가 보일 거예요. 그때부터 12월 31일은 과거의 영역이 될 테니까! 과거를 보는 건 예언이 아니니까요! 그러니···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알 수 있을 거예요. 지구의 오크들 운명도 알 수 있을 테니 걱정하지 말아요. 그러니까···.”
저도 모르게 소리를 지른다.
“그러니까, 제발 그 입 좀 다물어요!”
“31일? 오늘이?”
데구르르. 오크가 눈동자를 굴린다. 살이 푹 패여 광대뼈가 두드러졌다.
“···예언 속 그들은, 여전히 많더냐?”
뜬금없는 말이었지만, 최선아는 알아들었다.
“네, 드래곤이··· 너무도 많았어요. 하늘을 덮고, 땅을 덮고, 바다를 가득 덮었어요. 셀 수 없을 정도였어요.”
지구 여권을 지닌 드래곤은 천 명이 채 되지 않는다. 하지만 그녀가 예언에서 본 용족은 거기에 영(0)을 하나 더 붙여도 될 만한 수였다.
그 말은 즉···.
“그렇게 많은 드래곤이··· 지구로 올 거예요. 바로 오늘.”
최선아가 말한 찰나.
쾅!
고막이 터질 것 같은 강렬한 소음이 부녀의 뇌를 뒤흔들었다.
***
– 도약 1분 전! 전 부대원은 제자리에서 대기 바랍니다.
외계의 드래곤 로드, 카이레디악은 차원 도약을 기다리고 있었다. 주변엔 마찬가지로 전투 준비를 마친 동료들이 가득했다.
“대단하군.”
이처럼 많은 드래곤이 한자리에 모인 적은 여태까지 없었다.
“고대 종족과의 전쟁 때보다 많은 용이 지원한 것 같은데.”
“어쩌면 이번 전쟁이 그때보다 더 중요할 수도 있지 않은가?”
곁의 드래곤이 그의 말을 받았다. 카이레디악처럼 한 차원의 드래곤 로드를 맡고 있는 자였다.
“동의해. 아시프-666은 이번 기회에 반드시 없애야 하네.”
위잉! 지지지직!
대기하는 장소에 거대한 마법진이 떠오르며 마력을 증폭시킨다.
드래곤들은 오랫동안 실전되었던 도약 마법을 복원하는 데 성공했다. 방해하던 위원회가 사라졌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들은 이번엔 도약선에 위장하여 숨어드는 대신, 약해진 방벽을 넘어 어떤 차원으로 침입할 생각이다.
그 행성은 지구라는 이름으로 불렸다.
얼마 전 25개 차원이 연합하는 데 걸린 것보다도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때보다 많은 드래곤들이 합류하게 된 이유가 있다.
카이레디악은 아직 어색하게 느껴지는 단어를 입에 담는다.
“식룡족···.”
곧 정정한다.
“아니, 태초의 종족이라고 했던가?”
25개 차원의 연합 부대가 처참하게 궤멸한 뒤, 전차원계 로드들은 지구로부터 예상치 못한 통신문을 입수했다.
발신자는 그 행성의 드래곤 로드였다.
서신에는 드래곤이라면 일단 부인하고픈 충격적인 내용이 담겨 있었다.
“하지만, 믿을 수밖에 없었지. 증거가 너무 뚜렷했으니까.”
젠킨슨이 예상했듯 차원계 반응은 둘로 나뉘었다.
지금 카이레디악을 비롯하여 지구로 도약하려는 드래곤들은 그를 그냥 둘 수 없다고 판단을 내린 자들이었다.
“이 이야기가 누설되어서는 안 돼. 드래곤들조차 모두 알 필요는 없어.”
진실은 중요하지 않다.
용이 한때 가축이었다는 이야기가 전 우주에 퍼지게 방치해서는 안 된다. 그것은 용족의 정체성을 뒤흔들 수 있는 사건이었다.
“다행히, 그들 중 아직 깬 자는 아시프-666밖에 없다고 했지.”
그는 다른 이들까지 깨울 기회를 영영 얻지 못할 것이다. 오늘 지구에서, 더 이상 재생하지 못하도록 분자 단위로 분쇄될 테니까.
카이레디악은 결연한 심정으로 되새긴다.
“이건, 용의 존엄과 명예를 지키기 위한 싸움이야!”
이 세상에 진실을 부인하는 사람들만 남게 된다면, 그것은 더 이상 진실이 아니게 된다.
‘일단 아시프-666부터 처리한 뒤, 지구의 드래곤 로드를 확보한다. 스스로 사람이기를 포기하고, 놈의 노예로 전락한 그 용이 계속 온 세계를 향해 지껄이게 방치하면 곤란해. 그리고 여차하면 그 별의 다른 모든 드래곤들도···.’
거기까지 생각한 순간.
파앗!
섬광이 눈을 덮고.
그를 비롯한 선발대는 낯선 행성의 바다 위에 도달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