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ut of Count's Family RAW novel - Chapter 103
102화.
“메리, 이렇게 모르는 인간들 앞에서 드러내면! 하아.”
타샤가 한숨을 내쉬며 메리의 팔을 잡았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로브를 내려 팔을 가렸다. 그러면서도 그녀는 연신 케일과 최한의 눈치를 살폈다. 타샤는 메리의 손을 꼭 잡고 있었다.
“그, 이게 말이죠.”
타샤는 보기 드물게 케일을 보며 당황을 숨기지 못했다. 아니, 라온이 등장한 뒤로 그녀는 계속 놀란 상태였지만 지금은 놀람보다 절박함에 가까웠다.
“타샤.”
케일은 그녀의 눈동자를 보며 확실히 인지시켜 주었다.
“어디 말할 생각 없으니, 신경 쓰지 말도록. 난 이미 한배를 탄 사이니.”
타샤는 몇 번이나 열었다 닫았다를 반복했던 입을 꾹 다물었다. 왕세자가 말한 케일이 떠올랐다.
‘이모, 건방져도 말하는 건 지키는 녀석이야. 믿을 수는 없어도 신뢰하는 놈이지.’
결국 믿는다는 소리였다. 그리고 타샤도 케일을 지켜보며 그 말에 점점 동의하게 되었다.
그때, 메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저도 드래곤 님에 대해서 말하지 않습니다. 정령의 맹세를 못하니, 제 정체로 맹세를 합니다.”
케일의 입가에 살짝 미소가 나타났다가 사라졌다. 제 목숨을 걸었으니, 라온에 대한 비밀은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그때, 그녀의 귓가로 시장이자 할아버지 오반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케일 공자, 네크로맨서에 대해서 아십니까?”
“남들 아는 만큼 압니다.”
물론 거기에, ‘영웅의 탄생’에 나온 내용만큼 더 알았다.
네크로맨서는 죽은 마나를 사용해 죽은 생명체를 조종하며 싸우는 이를 가리켰다. 그들은 변장 마법이 먹히지 않는 흉터를 지녔다.
바로 방금 전 검은 로브 메리의 팔처럼, 온몸에 흉측한 핏줄이 불거진 듯한 검은 거미줄이 그려져 있었다.
검은 거미줄 인간.
살아 있는 인간이 사용해서는 안 되는 죽은 마나를 사용한 부작용이었다. 어쩌면 시체를 사용한 전투 방식뿐만 아니라, 그런 외양 때문에 네크로맨서는 더 몰살을 당했는지 모른다.
‘유용한 면은 외면했지.’
세상에 필요 없는 직업은 없다.
어딘가 꼭 도움이 되기에 존재하는 법이었다.
“제 이름은 메리입니다.”
검은 로브 메리가 다시 입을 열었다.
“저는 올해로 스물다섯입니다.”
꼭 라온처럼 자기소개를 했다. 케일은 이를 가만히 들었다. 라온이 상당히 흥미진진한 눈빛으로 검은 로브를 바라보고 있었다.
“15년 동안 이 생명의 도시에서 살았습니다. 10살 때 가족들과 사막으로 도망쳤던 기억이 있습니다.”
네크로맨서 메리도 역시나 마을에서 도망친 사람들 중 하나였다.
“그 기억만 있습니다.”
음?
케일은 그 말의 의미를 바로 알아채기 힘들었다.
“메리는 15년 전, 사막에 죽은 마나가 피어오른 날 발견되었습니다.”
케일은 고개를 돌렸다. 다크엘프 숀이 굳은 얼굴로 말을 이었다.
“제가 발견했죠.”
숀은 15년 전을 떠올렸다.
“앞에 말씀드렸듯 죽음의 땅에서 죽은 마나는 소량으로 피어오릅니다. 그 시기가 가까워지면 저희는 밤마다 지상 위로 올라가 도망쳐 오는 인간들을 최대한 빨리 도시로 데리고 옵니다. 왜냐면 그들은 영양실조 상태가 대부분이라 소량만 접해도 치명적일 확률이 높거
든요.”
“하지만 모두 그럴 수 없지.”
타샤가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낮게 읊조렸다. 숀과 함께 메리를 발견한 타샤였다.
“지금으로부터 15년 전. 죽은 마나가 근 몇백 년 만에 가장 많은 양이 피어올랐습니다. 거의 20배였죠.”
음. 케일은 어떤 상황인지 예상이 되었다. 그리고 동시에 왜 메리가 네크로맨서가 된 것인지 알 수 있었다. 그의 입이 열렸다.
“메리 씨가 거기서 발견되었나 보군.”
소량도 인간에게 해로운 죽은 마나가 평소보다 20배 많이 피어오르는 사막에서 발견된 그녀.
“네. 죽은 마나를 상당량, 솔직히 말해서 아주 많이 흡수한 상태로 발견되었습니다.”
“그리고 살아남았고?”
케일의 물음에 숀이 답하려 했지만 먼저 답한 이가 있었다. 메리였다.
“네. 그때 살아남았습니다. 정말 아팠습니다.”
아프다고 말하는 어조는 무미건조했다. 감정이 느껴지지 않았다.
“온몸에 핏줄이 터지는 것 같았습니다. 그렇게 아픈 와중에 살려면 죽은 마나를 다룰 줄 알아야 했습니다. 그래서 흑마법사와 네크로맨서 중 네크로맨서를 택했습니다.”
10살의 메리는 살기 위해 네크로맨서가 되어야 했다.
“그래서 아프지 않아서 좋습니다. 지금은 덜 아픕니다.”
타샤는 더 이상 듣기 힘든지 고개를 숙였다.
덜 아프다.
네크로맨서는 신이 인간에게는 허락하지 않은 죽은 마나를 섭취한 죄로 평생 자잘한 통증을 달고 살아야 했다.
“그런데 기억이 없습니다.”
케일은 그제야 도망쳤던 기억만 있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 이해했다.
“저는 사막을 달리고 있었습니다. 뒤에 가족들이 쓰러지는데 계속 사막을 달렸습니다. 그것만 기억납니다. 가족 얼굴도, 그리고 그 전에 살았다는 인간 세상도 기억이 안 납니다.”
메리는 단 하나만 기억했다.
‘메리, 계속 뛰어! 뒤돌아보지 말고 뛰렴!’
엄마의 목소리만이 기억났다. 그 목소리와 달리면서 푹푹 꺼지는 모래의 감촉만이 기억났다. 그러나 그 목소리 덕에 이름은 기억할 수 있었다.
“저는 15년 동안 아팠지만 행복했고 행복합니다. 그리고 감사합니다.”
무미건조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메리는 이 죽음의 도시, 아니, 생명의 도시에서 행복했고 감사했다. 지금도 자신의 고집을 어떻게든 꺾으려는 시장 오반테의 마음과 자신을 구하고 어릴 적부터 자신을 돌봐주었던 이들인 숀과 타샤도 고마웠다.
하지만 매일 밤 엄마의 목소리가 들렸다.
“네크로맨서를 인간들이 싫어하는 걸 압니다. 그래도 인간 세상이 궁금합니다.”
도시 안의 사람들은 인간 세상은 지옥이라고 했다.
그리고 대부분이 네크로맨서를 증오한다고 들었다. 그럼에도 궁금했다.
아니, 허전했다.
“아무도 피해 주기 싫습니다. 그래서 혼자 갈 겁니다.”
10년이라는 시간이 늘 그녀를 따라붙었고 없던 통증을 만들었다. 그래서 그 10년을 알고 싶었다.
기억을 되찾고 싶었다. 그러려면 인간 세상을 봐야 한다고 마음이 외쳤다.
그녀는 타샤가 잡지 않은 팔을 들어 올렸다. 다시금 흉측한 흉터가 나타났다.
“이 흉터를 타인은 징그러워한다고 들었습니다. 그러니 이 흉터만 들키지 않게, 신전을 피해서 조용히 다니면 됩니다. 많은 준비를 하였습니다.”
검은 로브. 메리의 고개는 케일과 라온 쪽을 향해 있었지만, 그 목소리는 다크엘프 세 명을 향해 있었다.
타샤는 흉터를 드러낸 다른 팔을 붙잡지 못하고 가만히 바라봤다. 깊은 밤. 죽은 마나가 피어오르던 검은 모래알로 뒤덮인 사막. 그 위에서 쓰러진 채 숨을 헐떡이던 아이.
‘뛰어야 되는데, 으윽, 뛰어야!’
아이는 그렇게 중얼거렸고 온몸에는 검은 선들이 생겨나고 있었다.
얼마나 많이 죽은 마나 연기를 섭취하였는지 알 수 없는 아이를 모래에서 끌어 올려 품에 안았을 때. 타샤는 저 멀리, 아이의 부모가 죽어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아이는 아주 많이 달렸다.
그리고, 검은 마나를 이겨내고 살아남았다.
“세상이 궁금합니다.”
시장 오반테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세상이 궁금한 게 아니라, 자신의 잃어버린 10년을 찾고 싶어 하는 갈망이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그때 그의 시야에서 움직이는 존재가 보였다.
검은 용이었다.
용은 메리에게로 날아가 그 앞에 멈춰 섰다. 라온은 한참 동안 검은 로브를 주시하다가 외쳤다.
“살아남은 네가 대단하다! 물론 나만큼 위대하지 않지만, 대단하다!”
케일도 동의했다. 한껏 고조된 용의 목소리와 달리 담담했다.
“대단하네. 살아남았으면 된 거지.”
“맞다! 넌 좀 대단한 인간이다! 인정한다!”
그러나 라온의 말은 그게 끝이 아니었다.
“하지만 나는 만약 약한 인간이 내 앞발만큼 강해져서 안 다친다며 혼자 나갔다가 다쳐서 오면, 이 땅덩어리를 부숴 버릴 거다!”
…그건 좀 아니지 않나? 치료부터 먼저 해줘야 하지 않아?
케일은 묻고 싶은 말이 많았으나, 굳이 입 밖으로 내지 않았다. 라온의 말에 어느 정도 동의했기 때문이다.
메리 또한 가까운 사람이 다치지 않길 바라는 마음은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라온의 말도, 다크엘프의 마음도 이해하고 있었다. 때문에 스무 살 이후 5년을 참았지만, 그럼에도 지상이 궁금했다.
“그래서 허락받기 전까지는 안 나갈 겁니다. 그리고 1년 안으로 반드시, 누구에게도 들키지 않고 돌아올 겁니다.”
딱딱한 어조여서 그런지 신뢰감이 확 느껴지는 목소리였다. 시장 오반테는 손수건으로 손에 난 땀을 닦으며 힘없이 답했다.
“나중에, 나중에 얘기하자꾸나.”
이 도시에서, 아니, 이 서대륙에서 유일한 네크로맨서였다. 그리고 그녀에게 그 길을 열어준 이가 오반테였다. 차마 죽는 걸 볼 수가 없어, 살고 싶어하는 아이에게 과거로 남겨두었던 유산을 꺼내 든 그였다.
“네. 알겠습니다.”
오반테는 메리가 대답을 하자 그제야 케일과 라온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죽은 마나 시기가 지나면 그때 다시 연락드리겠습니다. 그동안 푹 쉴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시장님.”
케일은 짧게 오반테와 악수를 하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러자 숀과 검은 로브도 따라 일어섰다. 하지만 한 사람.
“타샤.”
“아, 네!”
타샤는 오반테의 부름에 깜짝 놀라며 일어섰다. 그녀의 얼굴 위엔 고민이 많아 보였다. 케일은 이를 모른 척하며 시장실을 나섰다. 물론 라온은 투명화했고 다크엘프들과 메리는 그 광경을 모른 척했다.
시장은 시장실에 남았고 타샤와 숀이 역시 앞장서며 길을 안내했다. 케일의 뒤는 당연히 최한이었고, 이전과 다르게 네크로맨서 메리가 최한의 옆에서 조용히 검은 로브를 바닥에 질질 끌며 따라오고 있었다.
“메리.”
검은 로브는 고개를 들었다. 그녀는 케일을 올려다봤다. 케일은 느긋하게 걸어가며 물었다.
“팔 하나 만들 수 있나?”
“인간의 신체 중 하나인 팔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딱딱한 어조에도 케일을 부드러이 답했다.
“그래. 왼팔.”
“필요합니까?”
“그래. 필요해.”
“알겠습니다. 만들겠습니다.”
케일은 보상이나 대가에 대해서 묻지 않는 메리에게 시선을 두었다. 그는 물었다.
“인간 세상의 무엇이 보고 싶지?”
그 물음에 앞서 걸어가던 숀과 타샤가 살짝 멈칫했다. 메리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답했다.
“모르겠습니다.”
메리는 정말로 몰랐다.
“기억도 없고 책과 이야기로만 들어 인간 세상에 대한 상상이 안 됩니다. 그래서 보고 나면 보고 싶은 게 생길 것 같습니다.”
“맞는 말이네.”
케일은 그 말에 수긍했다. 맞는 말이었다. 아무것도 보지 못했으니 보고 싶은 게 없을 수도 있었다. 보고 나면 나중에 보고 싶은 게 생길지도 몰랐다.
그때 케일의 머릿속으로 라온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저 마음 안다.
동굴에서 나오기 전 4년. 그 시간 동안 라온은 보고 싶은 게 없었다. 본 것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저 막연하게 자유로워지고 싶었을 뿐이었다. 구체적인 것은 없었다.
-대단한 인간이다.
아까부터 라온은 계속해서 케일에게 네크로맨서 메리에 대한 칭찬을 해댔다.
-착해 보인다.
인간 세상을 구경하고 싶다는 메리. 그녀와 같이 가고 싶다는 라온 나름의 어필이었다.
-물론 약한 인간 너만큼은 아니지만. 기본적으로 우리 쪽이다. 착하다. 그리고 대단하게 살아왔다.
케일은 늘 그랬듯 그 목소리들을 모른 척했다.
***
그리고 이틀 뒤, 케일은 여관 1층 식당 겸 홀에 자리한 소파에 누워서 천장을 바라봤다.
“장난 아니네.”
쿠구궁. 커다란 소리와 함께 지하 공동이 진동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심한 정도는 아니었다.
“도련님, 죽은 마나가 피어오르나 보군요.”
“그러게.”
케일은 론이 건네는 레모네이드를 한껏 들이켰다. 지하 도시 안에서는 레몬도 키웠다. 없는 과일이 없었다.
비크로스는 아이스크림을 만들어 케일과 투명화한 라온이 있는 테이블에 놓았다. 여관 주인은 그런 비크로스를 굉장히 채용하고 싶어 하는 눈빛으로 바라봤다.
그때 케일 옆에 있던 라온이 머릿속으로 외쳤다.
-근질근질하다!
그 말을 가볍게 무시하며 케일은 여관 문을 쳐다봤다.
“비크로스, 가서 레모네이드 한 잔 더 타 와.”
“네?”
“도련님, 제가 갔다 오겠습니다.”
되묻는 비크로스와 자신이 한다고 나서는 론. 그들 사이로 딸랑, 작은 종소리가 울렸다. 여관으로 들어서는 이가 있었다.
“론, 자네는 앉아 있어.”
검은 로브로 가려져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사람.
메리가 여관을 방문했다. 검은 물체는 정확히 케일이 있는 방향으로 다가왔다.
“비크로스, 저분 드릴 레모네이드 한 잔 준비해 와.”
얼굴 하나 보이지 않는 검은 물체를 비크로스는 뭔가 하는 얼굴로 보고 있었다. 그런 그에게 케일은 말했다.
“네 아버지 왼팔을 새로이 만들어 드릴 분이야.”
비크로스의 얼굴이 굳었다. 인자한 척 미소를 짓고 있던 론의 입꼬리가 내려갔다.
케일은 자신의 앞에 선 검은 로브를 보며 바로 본론을 건넸다.
“메리.”
케일은 공짜와 돈, 뒤통수 때리는 것을 좋아하지만 사기꾼이 아니다. 그는, 김록수는 자신에게 중요하고 대단한 일을 해준 이에게 그에 상응하는 보답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양손 단도를 사용하는 암살자, 론. 케일은 제 사람의 팔을 만들어주는 이에게 충분한 보답을 할 생각이다.
“6개월, 잘 곳을 내어주마.”
-아싸! 잘한다, 약한 인간!
라온이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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