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ut of Count's Family RAW novel - Chapter 43
42화.
그 서늘함과 떨림을 감추며 케일은 툭 던지듯 물었다.
“그래서?”
론은 평소와 다름없는, 퉁명스럽고 싸가지 없는 우리 강아지 도련님의 말투에 저도 모르게 인자한 척 미소를 지을 뻔하였다. 하지만 이를 억누르며 말했다.
“그래서 사람 죽이러 떠납니다.”
“네 아들은 두고?”
“네.”
“여우가 사람인가?”
케일은 암살자 론의 미소가 어떤지 알 수 있었다. 입꼬리만 기이하게 올라간 미소. 보고 있으면 웃지 않는 게 낫다 싶은 얼굴이었다. 론은 꽤 즐거운 투로 답했다.
“그렇습니다. 여우 떼를 죽이러 가야지요.”
하지만 목소리는 나직했다.
“갈기갈기.”
론 제 몸이 갈기갈기 찢어지거나, 혹은 그자들이 갈기갈기 찢어지거나. 둘 중에 하나였다.
케일은 갈기갈기라는 단어에서 소름이 돋았다. 그리고 고민했다.
론은 한참 동안 말이 없는 케일을 볼 수 있었다. 몇 번이나 한숨을 내쉬며 얼굴을 쓸어내리던 우리 강아지 도련님은 결국 말했다.
“…갔다 와.”
론의 입가에 미소가 사라졌다. 케일은 자려고 준비했던 옷차림 그대로 침대에 누우며 말을 이었다.
“한스에게 말해서 휴직 처리해 놓을 테니까, 중간중간 보고해. 돈은 플린 상단에서 론 네 신분패로 받으면 될 거야. 그리고 비크로스를 망나니인 나한테 왜 부탁해? 성인이니 제 인생은 제가 알아서 살겠지.”
케일은 쉽게 생각하기로 했다. 지금 최한 일행에게 론은 없어도 된다. 라크가 광폭화를 할 수 있게 된 이상, 비크로스나 론의 무력은 없어도 무방했다.
하지만 최한에게, 무엇보다도 평온한 로운 왕국 동북부를 위해 론이 1년 뒤에 필요했다.
“대신 휴직 기간은 1년이야.”
케일은 머리를 베개에 기대며 말했다.
“잘 갔다 와.”
1년 뒤에 할 일이 있으니.
“어디 다쳐서 오지 말고.”
1년간 꿀 같은 잠은 예약했다는 생각에 케일은 편히 두 다리를 쭉 뻗었다. 그리고 론을 쳐다봤다. 그리고 흠칫 몸을 떨었다.
소리 없이 어깨를 들썩이며 이 노인네가 웃고 있었다. 그 살벌한 모습에 이불 속 케일의 몸이 쪼그라들었다.
‘왜 이래.’
케일의 표정이 굳어버렸다.
그런 그를 보지 않은 채 론은 터져 나오는 웃음을 소리 없이 흘려보냈다.
‘저 어린놈이 개새끼인 줄 알았더니, 이 론 몰란이 개새끼가 되어 있구나.’
개새끼처럼, 제 주인을 보는 그런 개새끼처럼. 론은 개 같은 상황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답했다.
“도련님, 보고는 한 달에 한 번 하면 되겠습니까?”
“어. 마음대로 해.”
론은 암살자답게 발자국 소리 하나 없이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문을 다시 닫기 전 그는 케일에게 말했다.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케일의 대답을 듣지 않고 론은 문을 닫았다. 그 모습에 안도하며 케일은 이른 저녁잠에 빠져들었다.
***
그리고 찾아온 새벽. 케일의 앞에는 총 6명의 존재들이 서 있었다. 그가 직접 말해서 부른 이들과 최한을 통해 모은 이들이었다.
케일은 로잘린을 보며 말했다.
“로잘린 씨, 갈색 머리칼도 어울리시네요.”
로잘린은 오늘 일을 정확히 모른다. 다만 마법 폭탄이라는 말에 그 심각성을 알고 도와주기로 한 상태였다. 또한 한 가지 보상도 약속했다.
“그렇죠? 마음껏 날뛰기 편할 것 같아요.”
갈색으로 머리칼과 눈동자를 염색한 로잘린. 그리고 그 옆의 온과 홍.
“라크, 광폭화하지 않아도 늑대의 신체 능력은 사용 가능하지?”
“네. 할 수 있습니다.”
긴장한 듯 서 있는 라크. 그리고 검은 용과 최한. 케일은 이들을 두 팀으로 나눴다. 검은 구슬은 이미 최한에게 시켜 광장에 묻어두고 온 상황이었기에 폭탄 네 개를 각 팀이 두 개씩 처리하면 될 것이다.
“로잘린 씨, 라크. 이렇게 한 팀. 그리고 최한과 용, 온과 홍이 한 팀.”
가만히 듣고 로잘린이 의문을 표했다. 라크 역시 같은 의문을 얼굴에 드러냈다.
“케일 공자는요?”
그 말에 최한과 검은 용, 온과 홍이 차례로 답했다.
“케일 님은, 조금. 신체적 능력이.”
“약하다.”
“필요 없어요.”
“쓸데가 없어요.”
아. 로잘린이 탄식을 흘리며 케일을 바라봤다. 라크는 상당히 놀란 표정이었다. 하지만 케일은 최한에게 빌로스로부터 빌린 물건들을 넘기며 당당히 말했다.
“저는 약해서 짐입니다. 그리고 해가 뜨면 바로 행사 참석 준비를 해야 하는지라. 함께하기가 어려울 것 같군요.”
이들은 밤과 새벽 사이, 수도 경비대에서 왕실 기사단으로 야간 순찰이 바뀌기 바로 그 전 틈을 이용해 폭탄 장소에 숨어들어 해제 작업에 들어갈 것이다. 그 뒤 검은 구슬이 작동되며 마나 교란이 일어나는 시간까지, 그들은 각자의 정해진 장소에서 대기하며 비밀 단체 일원과 광장 상황을 파악해야 했다.
탄신일 기념 축사. 그 시작은 오전 9시였다.
케일은 시계를 확인하며 여섯 존재에게 말했다.
“자, 일하러 가세요.”
그리고 덧붙였다.
“해제된 마법 폭탄은 들고 오고.”
그 말에 로잘린이 씩 웃으며 케일에게 말했다.
“저 하나 주는 것 기억하시죠?”
“당연하죠.”
“일당은 되겠네요.”
충분히 일당은 되었다. 케일은 이제 테라스보다는 밖으로 나가는 입구가 된 제 방 테라스 창을 열어젖혔다. 서늘한 밤바람이 방 안을 채웠고 그와 동시에 여섯 존재들이 재빠르게 케일의 방에서 테라스를 통해 밖으로 떠나갔다.
투명화를 해서, 혹은 아주 빠른 속도로. 그렇게 사라지는 이들을 보던 케일은 테라스 창을 닫으며 새삼 그들이 강하다는 것을 느꼈다.
홀로 남은 방.
우우우웅-
케일은 제 눈앞에 나타난 거대한 방패와 은빛 날개를 천천히 쓰다듬었다. 변수가 발생해도 이것만 있으면 죽을 일은 없을 것이다.
“…쓸 일 있으면 약하게 써야지.”
케일은 심장 무늬까지 새겨져 한층 성스러워진 방패를 툭툭 두드리며, 쓸 일이 생겨도 최대한 남들에게 들키지 않게 써야겠다 마음먹었다.
케일은 소파에 앉아 방패를 연하게 사용하는 연습을 하다가 문득 거울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보았다.
‘괜찮겠지.’
피에 미친 마법사. 그 놈은 붉은 색에 환장한다고 했다. 그래서 ‘영웅의 탄생’ 때 로잘린을 보고 난 후, 로잘린의 머리를 잘라 붉은 머리카락과 붉은 눈동자를 소장하고 싶다고 말하던 자였다
케일은 로잘린보다 더 화려하게 붉은 자신의 머리카락을 쓸어 넘기며 생각했다.
‘가까이에서 마주칠 일이 있겠어?’
있어도 최한에게 죽이라고 하면 될 일이었다. 케일 자신의 머리가 잘릴 일은 없을 것이다.
케일은 편히 생각하며 론이 깨우러 올 때까지 기다렸고, 그가 시간이 되어 찾아왔을 때 케일은 그에게 말했다.
“오늘이 마지막 시중이겠어.”
“1년 뒤에 다시 시중들면 되겠지요.”
끔찍한 소릴. 1년 뒤에는 바로 최한에게 보내 버릴 것이다. 케일은 어찌 되었든 오늘 짐덩이 두 개를 치운다는 생각에 가벼운 마음으로 말했다.
“준비하자고.”
케일은 모든 준비를 마치고 왕궁으로 향했다. 참가하는 귀족 자제들이 모두 함께 모여 이동할 예정이었다. 그리고 왕궁으로 검은 용이 중간보고를 하러 올 것이기도 했다.
모든 준비를 마치고 저택 정문 앞에서 케일은 마차에 올라탔다. 오늘은 헤니투스 백작가의 마차가 아니었다. 다른 이의 마차를 함께 타게 되었다.
“왜 같이 가자고 했습니까?”
마차에 올라타며 케일이 건넨 물음에 아미르는 특유의 차분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오늘 케일과 함께 가자고 먼저 연락한 이가 아미르였다.
그녀는 마차에 타자마자 인사도 없이 본론부터 치고 들어오는 케일에게 마주 본론부터 물었다.
“공자, 우리 영지에 해군 기지가 들어서면 어떨까요?”
케일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안 그래도 에릭으로부터 왕세자와 관광 투자 건에 대해선 좋은 결과를 얻지 못했다는 편지를 받았다. 그래서 길버트와 아미르가 많이 실망했다고 들었는데. 생각보다 아미르는 실망한 것 같지 않았다. 오히려 큰 결심을 내린 듯했다.
그는 아미르를 보며 말했다.
“답은 영애가 이미 내리지 않았습니까?”
아미르는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네. 홀로 결정할 수 없을 것 같아 가주인 어머니께 연락을 드렸죠. 길버트 공자와도 오늘 이야기를 나누고자 합니다.”
하나의 새로운 군사 기지가 들어서는 것. 그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비용보다도 그 지역 간의 이해관계 때문에 더 어려운 경우가 많았다. 특히 평화로운 시대에는.
그래서 왕실은 동북부에 눈을 두었을 것이다. 유일하게 바다가 있는 동쪽이기도 했고, 무엇보다도 그 힘의 관계가 비슷비슷했기 때문이었다. 다른 지역의 귀족가에서 힘을 쓰기에도 애매했고.
“그러면 아미르 영애의 고민은 왕가의 힘이 영지에서 강해질까 걱정인 것입니까?”
“네.”
단호히 답하며 아미르는 케일에게 말했다.
“그래서 오늘 이 자리를 부탁드렸지요.”
할 말이 있다는 소리였다. 케일은 의자 등받이에 몸을 기대며 마치 제 마차처럼 편안한 자세로 아미르에게 물었다.
“아미르 영애의 말씀이 무엇일지 궁금하지만. 제가 한 가지는 말씀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그는 아미르가 왜 왔는지 알 것 같았다.
“헤니투스 백작가의 돈은 오로지 백작님, 우리 아버지를 통해서만 결정됩니다. 망나니인 저에게는 아무런 결정권이 없습니다.”
왕실은 해군 기지를 건설하게 허가를 내리고 막대한 돈을 투자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자연스레 그 해군 기지에 대한 주도권은 왕실의 것으로 넘어간다.
왕실 직영지가 아닌 영지에 왕실과 귀족 간의 공동으로 군사를 양성할 때는 그 주도권과 실질적 장악력을 놓고 많은 세부적인 계약이 오고 간다.
단순히 해안 절벽과 바다를 이용한 관광 투자 건과는 그 들어가는 인력과 자원에 차이가 엄청 컸다.
아미르와 길버트의 영지는 솔직히 말해 그저 그런 영지로, 그런 차이를 막을 만한 자원도 인력도 부족할 것이다.
이를 아미르는 막고 싶을 것이다. 그렇다면 방법은 단 하나였다.
돈이 많은 자에게 돈을 빌리는 것.
“과연 그럴까요?”
아미르가 짓는 미소는 지적으로 보였다. 그녀는 케일이 가고 난 후, 와인 파티에서 따로 왕세자의 방으로 에릭, 길버트와 함께 들어갔다.
그때 그가 관광에는 난색을 표하면서도 그 동북부 해안에는 관심이 있음을 알 수 있었고, 그 날 아미르는 저택으로 돌아와 케일의 말을 생각하며 그 의미를 파악할 수 있었다.
“왕세자 저하께서는 위퍼 왕국과 북부의 왕국들을 경계하셨어요. 대화에서 충분히 느껴졌습니다. 그래서 정보 길드에 의뢰해 알아보았죠.”
역시. 케일은 아미르의 말에서 왕세자와 왕실은 곧 벌어질 위퍼 왕국 내전의 기미와, 북부의 기사들이 그 전력을 모으고 있음을 눈치챈 듯했다.
‘의외군.’
그리고 아미르의 행동력이 의외로 괜찮았다. 현재 에릭의 휠스만 가문에게 많이 의지하고 있을 만큼 아미르의 영지는 형편이 좋지 않은 편이라 들었다. 정보 길드에서 타국에 대한 정보는 거금일 터, 그 돈을 하나의 확신을 위해 투자하는 그 결단력이 꽤 좋았다.
아미르는 가만히 듣고 있는 케일을 보며 말을 이었다.
“헤니투스 백작가의 성벽은 보수 중이라 들었습니다. 늘 모든 위험으로부터 어떠한 침입도 용납하지 않은 영지이니만큼, 병력에 관심이 많을 것이라 생각이 듭니다.”
케일은 그녀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아버지께는 제가 한번 말씀드려 보겠습니다.”
“저희 쪽에서도 공식적인 연락을 따로 또 하겠습니다.”
케일과 아미르는 서로를 보며 미소를 그렸다.
만약 이 해군 기지가 들어선다면, 동북부의 주도권은 케일과 에릭 등의 네 가문이 가지게 된다. 그리고 그 군사 기지를 건설하는 데 헤니투스 백작가가 돈을 내며 어느 정도의 현실적인 장악력을 형성한다면, 헤니투스 백작가는 무력뿐만 아니라 해상의 여러 면에서 도움을 얻을 터.
아미르는 잠시 주저하다가 말을 이었다.
“사실 소용돌이 때문에 조금 걱정이지만, 오랫동안 형성된 뱃길이 있고 그 소용돌이가 타국의 침입에는 장점이 될 테니. 해보려고요.”
소용돌이. 그 말이 나오자 케일은 입가에 지어지는 미소를 꾹 참았다.
그 소용돌이는 조만간 케일의 손아귀에서 자유자재로 움직이게 될 것이다.
‘나중에 해안가 절벽에 집 짓고 노후를 즐겨도 좋지 않을까.’
바센에게 영지를 넘겨주면, 영지 안에서 지내기는 힘들 테니. 전쟁 때에는 어디 구석에 숨어 있다가 전쟁 끝나고 아미르나 길버트의 영지로 가서 저택 하나 짓고 바다를 보며 살아가면 참 좋을 것 같았다. 위치도 헤니투스 백작가와 가까우니 여러모로 편할 것이다.
“케일 공자, 잘 부탁드려요.”
“하하, 망나니에게 부탁이라니. 저는 아무런 힘도 없습니다. 그냥 말만 전하는 것뿐이지.”
케일이 손사래를 치며 웃어 보였다. 그 말을 아미르는 이제 전혀 믿지 않았다.
‘아미르, 힘이 없으면 조심스러워야 한다. 다만 힘을 얻고 싶으면 대담해야 하지.’
가주인 어머니는 그리 말씀하시며 해군 기지에 대해 찬성을 표하셨다. 아미르는 그런 어머니를 닮았다. 그래서 조심스러우면서도 대담하고자 노력했다. 그녀가 사람을 대하는 방식이기도 했다.
“그 말을 전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해요.”
아미르는 손을 내밀었고 케일은 그 손을 잡으며 악수했다. 그녀는 그 손을 가볍게 놓으며 덧붙였다.
“다음에 우바르 영지에 한번 놀러오세요. 은근히 구경할 곳도 많아요.”
“기회가 된다면 가보죠.”
바람의 소리.
케일의 빠른 발이 되어줄 것이고, 동시에 방어와 공격에 요긴한 소용돌이가 되어줄 힘. 케일은 그 힘이 있을 우바르 영지 앞바다를 떠올렸다.
“그 기회가 빨리 왔으면 하는군요.”
그 말을 끝으로 마차는 왕궁 앞에 도착했다. 케일은 마차에서 내리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현재 시각 8시.
현재 수도 영광의 광장에는 이번 축사 행사를 위한 인원들이 1시간 전부터 모여 있을 것이다. 그리고 8시 30분. 왕실 기사단은 출입을 통제할 것이고 광장 안에는 사람들로 가득 찰 것이다.
더 이상 누구도 쉬이 빠져나갈 수 없고 쉬이 들어올 수 없는 시간. 그 시간으로부터 30분 뒤 축사가 시작되며, 케일은 그 시간보다 빠른 8시 30분부터 숨은 그림 찾기에 들어간다.
목걸이, 가방, 펜던트.
다양한 모양으로 숨겨져 있을 마법 폭탄. 그 폭탄을 하고 있을 사람들. 그 사람들을 케일의 일행들이 찾을 것이다. 뭐, 찾지 못해도 상관없긴 했다. 어차피 정답은 드러날 테니까.
“오, 왔어?”
케일은 에릭과 길버트의 인사를 받으며 그들 옆에 아미르와 함께 섰다.
“다들 일찍 왔군요.”
“그렇지. 8시 5분부터 이동이니까.”
에릭은 그리 말하며 케일에게 눈빛으로 말했다.
가만히, 오늘도 가만히.
그 눈빛을 보며 케일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속으로 되새겼다.
나는 아무것도 모른다.
그가 그렇게 되새긴 순간 케일의 눈앞에 왕세자가 나타났다. 오늘 귀족 자제들은 왕세자의 뒤를 따라 이동한다.
그리고 그런 왕세자의 옆에 나타난 이를 보며 케일은 손으로 살짝 입을 가렸다. 입꼬리가 올라갔기 때문이었다.
“세상에.”
“어떻게 저런 일이.”
에릭의 감탄과 곳곳에서 터져 나오는 귀족 자제들의 탄성이 들려왔다. 하지만 케일은 그 말에 신경 쓰지 않은 채 앞을 보며 손을 내렸다. 다시 여유로운 표정이 된 케일은 왕세자 옆의 사람과 눈이 마주쳤다.
버려진 장남, 테일러 스텐.
그가 두 발로 서서 왕세자 알베르의 옆에 있었다. 테일러가 눈이 마주친 케일에게 살짝 눈짓을 해왔다.
그리고 동시에 케일은 머릿속 검은 용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중간보고를 하러 검은 용이 왕궁 안에 온 것이다.
검은 용은 보고만 하고 바로 돌아간다.
-나 왔다.
케일이 살짝 고개를 끄덕였고 목소리가 이어 들려왔다.
-장소에 심어진 마법 폭탄은 모두 해제 중이다. 8시 55분에 맞춰서 해제시킨다.
모든 게 술술 넘어가는 것 같았다.
-그럼 바빠서 간다, 약한 인간. 아플 것 같으면 방패 써라.
그 뒤로 검은 용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다시 바삐 돌아간 듯싶었다. 은근히 시킨 일은 열심히 하는 검은 용이었다. 계속 부려먹고 싶게.
‘방패는 무슨. 쓸 일도 없을 것 같은데.’
이대로만 흘러가면 방패를 쓸 일은 없을 것이라 케일은 생각했다.
“모든 출발 준비가 끝났습니다.”
한 기사가 외쳤고 왕세자는 퍼레이드 용 마차에 올라타며 왕실용 민무늬 마차에 올라타는 귀족 자제들에게 말했다.
“출발하지.”
케일도 왕실용 마차에 올라탔다. 마차는 곧 출발했고, 케일은 팔짱을 낀 채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반갑습니다. 저번 만찬 이후로 또다시 다들 뵙는군요.”
휠체어를 타지 않는 테일러가 인사를 했다.
“반갑습니다. 아미르 우바르입니다.”
“…반갑습니다.”
아미르 우바르 영애. 그리고 베니온의 딸랑이 네오 톨스가 한 마차에 타게 되었다. 이 멤버 구성도 왕세자의 농간일까.
케일은 자신의 인사 차례였지만 입을 꾹 다문 채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망나니에게 이 정도 싸가지는 용납되는 법. 그는 팔짱을 낀 채 가까워지는 영광의 광장을 응시했다.
난장판이 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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