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ut of Count's Family RAW novel - Chapter 527
526화.
와아아아–
환호성이 이어지고 있을 때, 케일은 슬쩍 옆을 쳐다봤다.
‘…허이구.’
알베르가 인자한 미소를 지은 채 왕국민들을 따스히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 왕세자를 업고 있는 최한도 마찬가지로 그들을 바라보는 눈빛이 따뜻했다.
“쿨럭!”
그때, 알베르가 얕은 기침을 하였고 그의 입에서 다시 한 움큼의 검은 피가 흘러내렸다.
순간, 환호성이 사라지고 정적이 내려앉았다.
“저하! 어서 성으로 돌아가셔야 합니다!”
잠자코 뒤에 있던 기사 단장이 빠르게 알베르의 곁으로 다가왔다.
“괜찮네.”
“…저하!”
기사 단장이 울컥한 얼굴로 알베르를 바라보고 있을 때, 힐끗 알베르의 얼굴을 쳐다본 케일은 눈치챘다.
‘진짜 괜찮나 보네.’
그전까진 꽤 많이 속이 안 좋아 보이더니 검은 피를 내뱉고 나서는 조금 속이 가라앉은 듯한 안색이었다.
그러나 다른 이들에게는 괜찮다는 말이 진짜 괜찮다는 말로 들리지 않았다.
알베르는 희미한 미소를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여기 왕국민들이 갇혀 있는데, 내가 어찌 성안으로 들어가겠나?”
“…저하.”
“왕국민들이 모두 풀려나는 것을 보아야, 마음이 편할 것 같네.”
기사 단장은 왕세자의 뜻을 알아챘다.
그는 기사들에게 명령했다.
“뭣들 하는 거냐? 저하의 말씀을 못 들었나? 어서 감옥 문을 열어라!”
“네!”
“알겠습니다!”
기사들이 재빠르게 마차에 달려있는 감옥으로 향했다.
기사 단장도 그 행동을 함께하고 싶었지만, 아픈 왕세자를 두고 갈 수가 없었다.
“제가 여기 있겠습니다.”
나직한 목소리에 시선을 돌리니 알베르를 업은 최한 옆에 케일이 담담한 얼굴로 서 있었다.
그는 기사 단장에게 얼른 가보라는 듯 눈짓했다.
“…고맙습니다. 공자님.”
기사 단장은 불굴 연합과의 전쟁 후 사령관직을 내려둔 케일에게 절로 존댓말이 나왔다.
‘저렇게 지친 상태로도 왕세자 저하의 곁에 굳건히 서 계시다니…….’
그는 케일과 최한에게도 인사를 하고는 감옥 마차로 흩어진 기사들에게로 향했다.
케일은 이를 가만히 쳐다봤다.
“너도 하지?”
“피곤합니다.”
왕세자의 말은 가볍게 무시했다.
먼저 감옥 마차로 다가간 기사들은 자물쇠로 입구가 잠긴 감옥 마차 주변을 살폈다.
“열쇠가 모두 있습니다!”
“마부석에 열쇠가 있습니다!”
열쇠는 일부러 감옥문을 열기 쉽도록 눈에 띄는 자리에 있었다.
적들의 속내는 알 수 없었지만, 기사들은 마부석에 있는 열쇠를 집어 들어 감옥을 열었다.
달칵! 달칵!
가벼운 소리와 함께 스텐 영지 인근 왕국민들을 가두고 있던 감옥의 문이 열렸다.
왕국민들은 조심스럽게 기사의 안내를 받으며 하나둘 밖으로 나왔다.
땅에 발을 디딘 그들의 표정에는 다시 한번 안도와 벅참이 서렸다.
끼이이익-
그때 성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왕국민들의 시선이 열린 성문으로 향했다.
선두에 선 테일러의 뒤를 따라 관리와 치료사, 신관들이 빠르게 다가오고 있었다.
테일러는 제 뒤에 선 이들을 향해 지시했다.
“어서 가서 부상자들은 들것에 실어라!”
그의 지시에 따라온 이들은 신속하게 왕국민들에게로 향했다. 테일러는 그 모습을 잠시 확인하고는 알베르에게 다가갔다.
“저하, 먼저 들어가십시오. 이쪽은 제가 정리하도록 하겠습니다.”
케일은 테일러의 얼굴을 보고 흠칫 어깨를 떨었다.
안색이 좋지 못했다. 마음고생을 심하게 한 티가 났다.
그리고 테일러는 알베르를 보며 구겨지려는 얼굴을 펴야 했다.
‘…엉망이시구나.’
가까이서 본 알베르의 상태는 훨씬 더 심각했다.
그러나 테일러는 지금 이 왕세자의 모습이 그가 로운 왕궁에서 보았던 멋들어진 모습보다 훨씬 더 왕에 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순간, 테일러는 알베르와 눈이 마주쳤다.
“자네는 정말 자네가 할 일이 무엇인지 제대로 아는 사람 같아.”
테일러는 순간 말문이 막혔다.
그는 성벽을 떠났던 잠깐 동안 치료사와 영지 관리들을 불러들여 뒤처리를 위한 인원을 꾸렸다.
그는 잠시 마음을 다스리고는 입을 열었다.
“…감사합니다. 저하.”
그리고는 뒤쪽을 향해 눈짓했다.
그러자 들것을 들고서 치료사들이 다가왔다.
“필요 없네.”
하지만 테일러는 알베르의 말에 다가오는 치료사들을 멈춰 세워야 했다.
알베르는 최한의 어깨를 살짝 두드리고는 그 등에서 내려섰다.
“이제 괜찮다. 내 발로 걸어서 가야지.”
“…저하.”
누가 보아도 괜찮지 않은데 괜찮다고 말하는 알베르를 테일러는 뭐라 대답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바라봤다.
그리고 케일은 미간을 찌푸렸다.
‘딱 보기에도 아직 안 괜찮구만. 그냥 업혀 가지?’
꼭 걸어가야 하나?
케일은 썩 못 미덥다는 눈빛으로 알베르를 바라봤다.
“어휴.”
그때, 케일은 한숨 쉬는 최한을 볼 수 있었다.
‘왜?’
그가 입을 벙긋거리며 물었고, 최한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최한은 차마 케일에게 하지 못한 말을 속으로 삼켰다.
‘진짜 핏줄도 아닌데, 형 아우라고 참 닮았네.’
알베르나 케일이나 하는 행동이 비슷했다.
최한은 이를 말하면 케일이 콧방귀 뀔 걸 알기에 그냥 속으로 삼켰다.
케일은 그런 최한을 의아한 얼굴로 바라보다 알베르의 목소리에 고개를 돌려야 했다.
“케일 헤니투스.”
알베르가 부드러이 웃어 보였다.
“같이 가겠나?”
케일은 그 말을 듣자마자 눈빛으로 답했다.
‘싫은데요?’
그는 눈빛에 제 속마음을 담았다.
‘저하, 혼자 가지요? 지금 이렇게 왕세자 저하랑 내가 함께 들어가면 아주 시선이 집중되다 못해 그 열렬한 시선에 타버릴 것 같은데요?’
왕세자는 인자한 미소를 그렸다.
“그래. 난 자네의 눈빛만 봐도 알지.”
그는 케일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함께 갑세.”
케일은 무시당했다.
알베르는 케일의 속내를 알면서 무시했다.
이를 단박에 알아챈 케일의 얼굴이 일그러지려는 찰나.
“우리가 이렇게 두 발로, 당당하게 성으로 돌아가는 모습이 왕국민들에게 힘이 될 걸세.”
이어진 알베르의 말에 케일은 그냥 한숨을 삼키며 고개를 숙였다.
거절하기는 글러 먹었다.
저렇게 말하는데 거절하면 왕세자 체면이 떨어진다.
케일은 체념했다.
“우리 스승님도 함께 가도록 하지.”
최한은 그런 케일과 알베르를 재밌다는 듯이 바라보다가, 알베르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겠습니다. 저하.”
허이구.
케일은 최한과 알베르가 주거니 받거니 나누는 말에 기가 차다는 듯 쳐다보다가 이내 그 둘을 따라 걸음을 옮겼다.
쏴아아아-
서늘한 가을바람이 불었다.
성벽에 있던 이들도, 성문 근처에 있던 이들도.
성안에 있던 이들도.
싸움이 끝났다는 말에 다들 고개를 내빼고 최대한 성 밖으로 시선을 두었다.
적들은 모두 사라졌다.
사실 그들에게 적들이 왜 사라졌냐는 크게 중요치 않았다.
내가 살아남았고, 내 터전이 아직 남아있다는 게 중요했다.
그들은 이 터전을 지켜준 이들을 보기 위해 최대한 몸을 움직였다.
찌그러지고 군데군데 검게 탄 갑옷을 입은 왕세자.
그리고 그 뒤를 따르는 검은 제복을 입은 케일 헤니투스와 그 옆의 최연소 소드마스터 최한.
끝까지 싸웠던 왕궁 기사단. 그리고 광폭화를 풀었지만 여전히 장대한 체격을 자랑하는 호랑이족과 거대한 방패를 썼던 늑대족 소년.
그들이 천천히 성문 안으로 들어섰다.
환호는 없었다.
환호를 하기에는 가까워질수록 보이는 저들의 모습이 심각했기 때문이었다.
왕세자는 당연히 상태가 좋지 못했고, 뒤늦게 나타나 적과 대치했던 케일은 이미 큰 전투를 치르고 온 듯 안색이 아주 나빴다.
적막 속, 적을 쫓아낸 이들이 성문 안으로 들어서는 발걸음 소리만이 울려 퍼졌다.
선두에 선 왕세자의 앞에 나타난 이들이 있었다.
왕세자의 신하들로, 가장 앞에 선 두 사람은 마법 단장과 성벽 위에서 지시를 내리던 장군이었다.
알베르는 일렁이는 눈동자로 그를 바라보는 그들에게 따스한 목소리로 말했다.
“수고했네. 그대들이 있어 내가 뒤돌아볼 필요가 없었어.”
마법 단장과 장군은 깊게 허리를 숙여 인사했다.
케일은 이 광경을 무심하게 바라봤다.
‘이걸로 왕세자는 정치, 행정뿐만 아니라 무력으로도 완전히 인정받겠군.’
그러다 고개를 드는 마법 단장, 장군과 눈이 마주쳤다.
그들은 케일을 보고는 움찔 놀라다가 공손하게 살짝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건네 왔다.
‘…아.’
케일은 탄식을 흘릴 뻔한 걸 겨우 참았다.
진짜 큰일 났다.
이건 사령관이나 공자를 대하는 게 아니다.
‘…성자 잭을 저렇게 대하던데.’
아니, 눈빛은 성자 잭을 쳐다보는 것보다 더 강렬한 것 같은데?
케일은 시선이 뒤로 향했다.
기사 단장이 다른 관료들과 긴밀하게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망했다.’
케일은 어딘가로 숨고만 싶었다.
그때, 알베르가 케일과 최한의 어깨에 손을 올리더니, 목소리를 높였다.
“이상하구나!”
모두의 시선이 왕세자에게로 향했다.
씨익.
왕세자의 핏자국이 가득한 입가에 시원한 미소가 그려졌다.
“적이 도망쳤다! 그런데 왜 이다지도 조용하단 말인가?”
그 순간, 누군가의 입이 열렸다.
그리고 그게 시작이었다.
와아아아아-
곧 커다란 함성이 스텐 영주성을 뒤흔들었다.
기쁨에 가득 찬 함성이었다. 그 환호 중심에서 케일은 눈을 감았다.
…아.
망했다.
그러나 케일은 아직 장래 희망을 포기하지 않았다.
***
알베르는 창밖에 잠시 시선을 두었다.
분주하게 움직이는 사람들이 보였다.
‘으음.’
잠시 창밖을 보려다 몸을 움직였던 알베르는 신음을 삼키며 등을 침대 머리에 기댔다.
“저하. 무리하시면 안 됩니다.”
“…그래.”
그는 마법 단장의 말에 답하며 갑갑함을 느꼈다.
현재 그는 스텐 영주성에 위치한 한 침실 침대 위에 자리해 있었다.
내부가 뒤집혀 어쩔 수가 없었다.
“…저하. 정말 치료사나 신관은 필요 없으신 겁니까?”
“그래. 겉에 타박상은 치료사들이 치료해주지 않았나?”
“하지만 내부가-”
“괜찮네.”
단호한 알베르의 대답에 마법 단장과 함께 침실을 방문했던 장군은 입을 다물었다.
알베르는 저를 걱정하는 두 신하의 눈빛을 이해했지만, 그들의 청을 들어줄 수 없었다.
‘다크엘프나 죽은 마나에 대해 들킬 수 없으니까.’
그래서 신관이 아닌 치료사를 불러들여 타박상만 치료받고, 몸 안 상태는 진찰하지 못하게 하였다.
그로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으나, 주변 신하들에게는 걱정거리가 되었다.
그 상황에 알베르는 문득 떠오른 생각이 있었고 이를 내뱉었다.
“그간 케일은 참으로 고생이 많았겠어.”
첫 전투.
그 뒤에 찾아온 부상의 고통은 생각보다 컸다.
‘나는 한 번인데. 케일 헤니투스는 몇 번이나 겪었지.’
속이 쓰렸다.
“저하.”
그때, 마법 단장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알베르는 그를 바라봤고, 시선이 마주친 마법 단장은 몇 번 입술을 달싹이더니 이내 뭔가 결정을 내린 듯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저하. 그런데 하얀 별이 케일 공자님에 대해서 했던 말은-”
“단장.”
알베르는 단장의 말을 끊었다.
“난. 우리 아우가 한 말을 믿네. 하얀 별의 말보다.”
“그렇긴 한데. 그게-”
알베르가 고개를 가로저어 보였다.
“그는 욕심이 없는 사람이야. 하얀 별과 관련된 일이 끝나면 조용한 곳으로 가 소소한 삶을 살기를 원하네. 아우가 아니라면 아닌 것이야.”
“…….”
“그가 신과 관련이 없다고 말하면 그게 사실일 걸세.”
침묵하는 마법 단장과 장군은 알베르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하얀 별의 말을 떨쳐낼 수가 없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하얀 별의 말이 진짜일 것 같았다.
‘그런 위대한 일들을 한 이가 그냥 조용히 살고 싶다고? 정말 믿을 수가 없어.’
‘…그리 욕심 없는 사람이니 신의 뜻을 받아 이런 대단한 일들을 할 수 있는 게 아니었을까?’
자꾸만 하얀 별이 한 말이 귓가에 맴돌았다.
그리고 두 사람이 그런 상태인 걸 알베르는 알아챌 수 있었다.
‘이거 내가 어떻게 못 돕겠는데?’
알베르가 케일에 대해 사실대로 말했지만, 조금도 먹히지 않는 분위기였다.
케일을 돕지 못할 것 같다.
“저. 그런데 저하.”
“왜 그러지?”
장군이 낭패라는 듯 살짝 찡그린 얼굴로 입을 열었다.
그는 망설이며 말했다.
“그, 입단속을 시켰습니다만. 아까 하얀 별이 케일 공자님에 대해 했던 말들이 빠르게 퍼지고 있다고 합니다.”
음?
그 사이에?
“전장에 있던 기사 몇 명과 인질로 잡혔던 영지민 중 귀 밝은 이 몇 명한테서 시작된 것 같습니다. 소문이 폭발적으로 퍼지고 있다고 합니다.”
하얀 별이 말한 ‘신의 뜻을 이어받은 케일 헤니투스.’
그 내용이 하나둘 많은 곳으로 퍼지고 있다고 한다.
전후 뒤처리에 집중하느라, 입단속을 시켰지만 작은 틈새가 있었고 그에 따라 소문이 빠르게 퍼지고 있었다.
마법 단장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이거 괜찮을까요?”
아니. 전혀.
케일 헤니투스가 난리 치겠는데?
백수 꿈 날아갔다고 술 퍼먹고 있는 거 아냐?
알베르가 그 생각을 한 순간이었다.
또옥. 또옥. 똑.
힘없는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침실 문을 두드리는 소리는 힘이 하나도 없었다.
“형님. 접니다.”
문 너머. 힘없이 가라앉은 케일 헤니투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불쌍한 놈.
알베르는 안쓰러운 눈빛으로 입을 열었다.
“들어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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