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ut of Count's Family RAW novel - Chapter 568
567화.
“민아야, 내려가?”
배푸름의 목소리를 들은 김민아는 케일을 뚫어지게 쳐다보다가 입을 열었다.
“그럼 내려가야지, 안 내려가냐?”
그녀의 말에 배푸름은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걱정스러운 눈동자로 남쪽을 바라봤다.
“아오. 난 뱀 싫은데.”
“…문제는 뱀 머리 인간이라는 점이지.”
“그러니까.”
머리는 뱀이었지만, 몸은 신화 속 거인과 같은 괴물이 다가오고 있었다.
김민아는 그 옆에 함께 오는 괴물을 보며 담담하게 말했다.
“…그리고 또 하나는 머리는 샌데 몸은 뱀이네.”
두 괴물은 천천히 다가오고 있었다. 마치 여유를 즐기는 듯한 태도였다.
배푸름이 머리칼을 쥐어뜯으며 입을 열었다.
“…도대체 뭐 하자는 거지? 왜 저런 괴물들이 나타나는 거야?”
“그냥 총체적 난국이란 소리지.”
“그러니까! 난 파충류 무섭단 말이야.”
“그래도 반반이니까 해볼 만하지 않아?”
“…민아야.”
김민아는 울먹거리는 듯한 배푸름의 얼굴을 외면했다.
일부러 저런 척을 하는 놈이 배푸름이었으니까.
“어쨌든 내려-”
내려가자고 말하려던 김민아의 어깨가 흠칫 떨렸다.
“뭘 꾸물거려?”
케일이 가볍게 난간에 발을 디디며 옥상에 내려서고 있었다.
휘이이-
그의 주변에는 바람이 회오리처럼 얕게 머물러 있었다.
“안 내려와?”
케일은 어디 집 앞에 편의점 가자는 듯 평온한 어조였다.
그때, 박진태가 앞으로 다가왔다.
“야, 김록수!”
케일의 시선이 박진태에게로 향했다.
“다음은 내가 하고 싶은데.”
“…근질근질하나 봅니다?”
“어.”
박진태는 총을 손에 쥔 채, 어서 싸우고 싶다는 듯 온몸 가득 열기를 뿜어내고 있었다.
“안 돼요.”
“뭐?”
하지만 케일은 단호하게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번 괴물은 저 김민아, 배푸름 조와 상성이 맞습니다.”
“…쟤네들?”
박진태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아직 성인도 안 된 어린 애들이 무슨 쓸모가 있다고. 차라리 내가 먼저 나서는 게 낫지.”
케일은 박진태의 말을 다시 재해석했다.
“어린애들은 위험하니 후방으로 빼두고, 싸우는 건 박진태 당신과 같은 어른들이 하는 게 옳다는 말입니까?”
“…뭔 소리야?”
박진태의 얼굴이 순식간에 일그러지며 케일의 시선을 피했다.
그때, 김민아의 목소리가 박진태에게 들려왔다.
“내가 아저씨보다 강한데요?”
“뭐?”
박진태의 시선이 김민아에게로 향했다.
김민아는 고무줄을 꺼내 긴 생머리를 하나로 묶으며 말을 이었다.
“아저씨 싸우는 거 봤는데요. 제가 더 낫던데요?”
배푸름이 머리칼을 긁적이며 박진태와 김민아 사이로 끼어들었다.
“크흠. 저기, 형님? 저랑 민아랑 민준 형님이랑 셋이서 살아왔거든요. 그럼 설명 다 되겠죠?”
어수룩하게, 그러면서도 자신만만하게 말하는 배푸름을 본 순간, 박진태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맹한 척했구만.”
배푸름은 그 말에 어색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김민아는 그런 배푸름의 등을 쳤다.
“내려가자.”
“같이 내려갑니다.”
김민아의 시선이 한쪽으로 움직였다.
최한이 어느 정도 치료가 된 김민준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급한 부분은 다 처리했네. 천천히 시간을 두고 차후를 보면 될 거야.”
김씨 할머니가 지친 얼굴로 김민준 상처에서 손을 뗐다.
김민아의 눈동자가 커졌다.
곪아 터져 고름과 피가 뒤섞였던 상처는 베인 자국은 남았지만 꽤나 아물어 있었다.
놀라운 치유 능력이었다.
그렇기에 박진태를 비롯한 사람들이 중심 쉘터 안에서 자신의 영향력을 확대해 가면서도 김씨 할머니의 말만은 들었다.
“고생하셨습니다.”
“아니다.”
김씨 할머니는 케일의 말에 아니라는 듯 고개를 저으며 그를 향해 손을 뻗었다.
“전 괜찮습니다.”
케일은 한 발짝 뒤로 물러섰다.
“…너도-”
“그냥 타박상입니다.”
“네 입가에-”
“이건 내상입니다.”
“…그래.”
입가에 마른 핏자국을 케일은 아무렇지도 않게 대충 닦아내었다.
김씨 할머니는 그 모습에 안쓰러운 표정으로 뒤로 물러섰다.
“할머니.”
“고맙다, 진주야. 성원아.”
이진주와 이성원이 김씨 할머니를 부축했다.
케일은 남매에게 다가갔다.
“성원아.”
“어?”
“너도 내려가자.”
“나도?”
“어.”
케일의 시선이 김민준에게도 향했다.
“김민준 씨?”
“…네.”
그는 배푸름에게 업혀 오며 대충의 상황을 들었다. 그리고 치료를 하는 와중에 삼십 분도 안 걸려 1등급 괴물 두 마리를 처치하는 김록수를 보았다.
“능력 사용 가능하시죠?”
케일의 말에 배푸름이 앞으로 나섰다.
“저기. 아직 형님은, 안정을-”
하지만 그의 팔을 김민아가 잡았다. 배푸름은 냉정한 김민아의 얼굴을 볼 수 있었다.
그녀는 담담하게 말했다.
“오빠 능력은 상처와 무관하게 사용 가능해. 그리고.”
그녀는 옥상 주위를 둘러보았다.
다가오는 괴물 두 마리와 그들을 바라보는 시선들.
“그리고 이런 상황에서 안정을 취하려고 하는 건,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해.”
김민아와 김민준의 시선이 부딪쳤다.
김민준의 입이 열렸다.
“그렇지. 위급 상황이니까.”
박진태의 눈동자가 김민준의 모습을 눈에 담았다.
‘군복.’
여기저기 해지고 엉망이 된 옷은 분명 군복이었다. 신발부터도 군화였다.
김민준은 최한에게 손을 내밀었다.
김민준은 3등급 괴물들을 몰살시키던 최한의 검술을 건너편 건물에서 김민아, 배푸름과 보았다.
“부축을 부탁드립니다.”
“그러죠.”
최한이 김민준을 업었다.
케일은 김민준, 이성원을 보며 말했다.
“이번 전투에서 김민준 씨와 이성원 씨는 함께 움직입니다.”
김민준이 이성원에게 시선을 둔 순간, 케일이 말을 이었다.
“이성원의 능력은 녹음입니다.”
순간, 김민준의 눈빛에 이채가 감돌았다.
“그리고 김민준 씨의 능력은 ‘전달’이죠.”
케일은 제 목을 가리켰다.
“목소리 전달.”
이성원, 이진주의 눈동자가 김민준에게로 향했다.
케일은 세 사람이 서로를 바라보는 것을 가만히 응시하다 몸을 돌렸다.
쿠웅!
뱀 머리 거인의 손에 들린 몽둥이가 땅을 내리쳤다.
느리게 다가오던 두 괴물이 가까워져 왔다.
두 괴물은 조금 전 타서 죽어버린 괴물들의 시신을 밟았다.
콰직.
조금 전까지 두렵던 괴물의 시체가 부서지며 재가 되어갔다.
사람들은 그 모습에 침을 삼키며 케일을 바라봤다.
케일은 다시 난간으로 걸어가며 한 사람의 어깨를 툭 건드렸다.
“이철민과 함께 내려와서 기다리세요. 다음은 당신이니까.”
휘이이-
그는 다시 바람과 함께 아래로 내려갔다.
그 곁에는 배푸름이 김민아를 업은 채 뒤따랐다.
“…이철민!”
“네, 대장님!”
“따라와!”
이철민이 박진태의 말에 망설이면서도 어쩔 수 없다는 듯 그 뒤를 따랐다.
물론 이미 최한과 김민준, 이성원은 계단을 통해 아래로 내려가고 있었다.
그사이에 케일과 배푸름, 김민아는 땅에 내려섰다.
꿀꺽.
배푸름은 다가오는 뱀 머리 괴물과 뱀 몸통 괴물을 보자 절로 몸에 긴장감이 감돌았다.
‘역시 달라.’
다른 괴물들과 달리 이 괴물들은 마주하는 것만으로도 두려움이 밀려왔다.
‘이길 수 있을까?’
배푸름의 머리가 빠르게 돌아갔다. 그의 시선이 케일 쪽으로 향했다.
‘음!’
그는 저를 바라보는 케일과 눈이 마주쳤다.
피식. 케일은 그런 배푸름을 보며 바람 빠지는 웃음을 흘렸다.
케일은 배푸름을 보며 생각했다.
‘이런 어리숙한 모습도 꽤 볼만하네.’
배푸름.
그는 새로이 재건된 한국의 서울시 중심 쉘터 ‘가’ 구역에서 공무원으로 일했다.
케일은 언젠가 김민아가 했던 말을 떠올렸다.
‘배푸름요? 지금, 육아휴직 중이에요.’
기존에 행정상 시장과 구청장 등을 선출했던 과거와는 달리, 대격변 후에는 중심 쉘터를 중심으로 공무원 편제가 새로이 구성되었다.
따라서 각 구역별로 장을 선출하였고 관리에 들어갔다.
각 중심 쉘터 구역장을 ‘구역장’이라고 하였다.
“그, 전 뭘 할까요?”
케일은 저에게 조심스럽게 물어오는 배푸름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10년만 지나면 구역장 감이라고 했지.’
케일 기억 속 배푸름은 서울 중심 쉘터 ‘가’ 구역 지역방어과 과장 자리에 있었다.
“…바람을 몰고 온다라.”
“네?”
사람들은 배푸름이 바람을 몰고 다닌다고 말해왔다.
“배푸름.”
“네?”
“넌 바람을 이용해서 하늘을 날지?”
케일의 물음에 멈칫하던 배푸름이 어색하게 답했다.
“그렇죠?”
“바람을 다른 식으로 사용할 생각은 안 해봤나?”
“해보려고 했는데 잘 안 되어서요. 하하.”
툭. 툭.
케일은 배푸름의 어깨를 두드렸다.
“그럼 이번에 내가 하는 걸 보고 따라 해봐.”
“네?”
배푸름이 되물었지만, 케일은 시선 하나 두지 않았다.
대신 그는 김민아를 바라봤다.
김민아는 1등급 괴물 둘을 날카로운 눈초리로 응시하고 있었다. 탐색하는 듯한 눈빛이었다.
케일은 그녀의 옆에 서며 입을 열었다.
“네 힘의 최대를 사용해 봐.”
순간 김민아의 어깨가 떨렸다.
그녀는 여전히 괴물에 시선을 둔 채 입을 열었다.
“…주체가 안 되는데요?”
케일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이 당시 김민아는 자신의 힘을 주체하지 못했다.
그리고 제대로 사용하지 못했다.
그래서 괴물 하나와도 제대로 대적하지 못하였다.
김록수가 팀장으로 있는 회사에서 최전방 공격조를 맡으려면 한 가지 필요한 조건이 있었다.
공격 특화 1급 능력자.
김민아는 그 조건을 가뿐히 넘어서는 이였다.
케일은 그녀에게 나직이 말했다.
“조절은 내가 해.”
김민아의 시선이 케일에게로 향했다.
그녀의 흔들리는 눈동자를 마주하며 케일은 이어 말했다.
“넌 네가 가진 힘을 마음껏 사용하기만 하면 돼.”
흔들리던 눈동자가 차분하게 가라앉았다.
김민아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한번 해볼게요.”
그 순간이었다.
“뭐, 뭐야?”
2층 창문을 통해 건물 밖으로 나오려던 이철민의 눈동자가 커졌다.
그의 눈동자에 김민아의 모습이 담겼다.
쿵!
순간 땅이 진동했다.
괴물의 발걸음 때문이 아니었다.
반투명한 거대한 창이 땅을 내리찍었다.
그리고 그 창을 움켜쥔 이가 있었다.
김민아였다.
그녀는 자신의 키 세 배에 달하는 기다란 창을 가볍게 움켜쥐었다.
“쟤는 뭐야?”
이철민의 입에서 경악이 흘러나왔다.
하지만 이어진 모습에 그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저 입만 벌릴 뿐이었다.
“…미친 새끼.”
그리고 박진태는 욕을 내뱉을 수밖에 없었다.
김민아는 옆을 바라봤다.
그녀의 눈동자가 떨렸다.
“도대체-”
김민아는 결국 물었다.
“도대체 당신은 누구죠?”
그녀의 눈동자에 케일의 모습이 담겼다.
쿠웅!
또 다른 거대한 창이 시멘트 바닥과 부딪치며 작은 먼지를 일으켰다.
쏴아아-
물이 회전하며 하나의 거대한 창을 만들고 있었다.
창은 하늘을 꿰뚫을 듯이 그 날카로운 창날을 하늘을 향해 겨누고 있었다.
하늘을 잡아먹는 물의 힘 ‘일부’가 케일의 손에서 펼쳐졌다.
‘확실히 약해.’
케일은 다시 한번 자신의 영혼에 흡수한 고대의 힘이 일부분에 지나지 않았음을 느꼈다.
하지만 이전보다 작은 힘에 아쉬워하지는 않았다.
고대의 힘들이 강해질 방법이라고 알려준 것.
‘우리의 존재를 집어삼켜라. 우리의 목소리가 하나 하나 사라질 때마다. 네가 강해져.’
케일은 그 방법을 거부했다.
그 덕에 케일은 고대의 힘 주인들의 의지를 느꼈고, 늘 그들과 함께 모든 순간을 보냈다.
‘돌아가면 난리겠군.’
원래 세계로 돌아가면 짱돌을 비롯해 케일 몸에 남아있던 고대의 힘 주인들이 쏟아낼 걱정을 떠올렸다.
피식.
케일은 웃음을 흘리며 창을 움켜쥐었다.
촤르르르-
물살이 그의 손을 감쌌고, 창이 하늘이 아닌 적을 향해 겨눠졌다.
김민아는 그 모습을 넋을 잃고 바라봤다.
그때, 그녀는 케일의 눈빛을 마주했다.
“따라와.”
케일이 땅을 박차며 한마디를 남겼다.
“속성 과외니까 잘 보고 따라 하도록.”
두 번째 수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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