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ut of Count's Family RAW novel - Chapter 598
597화.
-폭파.
무전기 너머 김록수의 목소리가 들린 순간.
배푸름은 목소리를 높였다.
“공격이 시작되었습니다!”
쿵! 쿵!
동시에 땅을 울리는 소리들이 곳곳에서 들려왔다.
배푸름이 있는 곳은 광안역과 서면역 사이에 위치한 대연역 위의 지상으로. 이곳의 사람들은 대연역이 있는 지하로 향하는 모든 1~4번 출구를 지키고 있었다.
“크아아아!”
“끼이!”
짙은 안개 사이로, 괴물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마치 광기에, 아니, 공포에 사로잡힌 듯 날뛰는 괴물들이었다.
‘역시 우리 록수 형, 아니, 사령관님 말씀대로다!’
그 광경을 보며 배푸름은 김록수가 했던 말을 떠올렸다.
‘등급 외 괴물이 나타나면 다른 등급의 괴물들도 날뛸 겁니다. 초기 쉘터 때 괴물의 습격과는 다른 양상이지만, 부산 전역 곳곳에서 괴물들이 난동을 부릴 것이고.’
김록수는 단호하게 말했다.
‘그 난동에 휘둘리지 말고, 등급 외 괴물을 먼저 죽여야 합니다.’
배푸름은 한 사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시작하면 되겠지?”
5조를 맡은 충북 대표 기희란이었다.
“네!”
배푸름은 힘차게 답하며 김록수가 했던 말을 그대로 읊었다.
‘그러니 난동에 휘말리지 않기 위해, 신속하고 빠르게 지상의 괴물들을 정리하십시오.’
“신속하고 빠르게 괴물들을 정리하시면 됩니다!”
“나도 알아.”
그 말과 함께 기희란은 안개 사이로 나타난 괴물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그리고 동시에 외쳤다.
“가자!”
“네!”
충북의 능력자들이 각기 공격 능력을 펼치며 대연역 입구 근처를 벗어나 괴물들에게로 향했다.
기희란의 눈동자에는 금빛 안광이 맺혀 있었다.
“3시 방향 건물 뒤 하나! 7시 방향 500m 상가 건물 옆 하나!”
“네!”
“네!”
그녀의 눈동자가 지나간 곳마다, 그녀가 외치는 곳마다 충북 능력자들이 인원을 나눈 채 빠른 속도로 전진했다.
그녀의 눈동자가 본 것은 모두 괴물일 테니까.
“하나씩 다 조져버려!”
안개 따위는 전혀 시야를 가려주지 못했다.
그렇기에 케일은 기희란에게 2호선 루트의 지상전 공격 조장을 맡겼다.
“이야. 장난 아니네.”
배푸름은 그런 기희란의 신속하고 정확한 지시를 보며 감탄을 흘리다 흠칫 어깨를 떨었다.
-여기는 2조.
방금 전 수영역에서 폭발물을 터트렸던 2조였다.
-첫 번째 머리가 가둬진 것을 확인하였습니다.
음!
배푸름은 주먹을 저도 모르게 꽉 쥐었다.
1단계가 성공했다.
두 마리 중 한 마리는 일단 연산역과 수영역 사이에 가둬버렸다.
‘이제 그 시간에 두 번째 머리를 먼저 없애면 된다!’
그리고 그러기 위해서는 김록수에게서 연락이 와야 했다.
그런 배푸름의 생각을 알아서였을까.
-잘했다.
김록수의 짧은 칭찬과 함께 다음 지시 사항이 들려왔다.
-현재 남천역 부근.
흠칫.
배푸름의 어깨가 다시 들썩였다.
곧이다.
남천역에서 한 정거장만 지나면 대연역이다.
그의 시선이 천천히 자신의 등 뒤. 1번 출구로 향했다.
다른 2, 3, 4번 출구는 모두 일부러 무너뜨려 그 입구가 불명확했다.
오로지 1번 출구만이 복구를 통해 멀쩡한 통로 역할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대연역. 그 지하로 내려가는 1번 출구의 입구 계단에는 3조 인원이 자리하고 있었다.
-곧 두 번째 머리의 꼬리를 밟을 예정.
김록수의 무심한 목소리가 이어졌다.
배푸름은 입구 계단에 자리한 사람들을 하나하나 눈에 담았다.
“슬슬 가야겠네.”
김민아가 자신과 눈이 마주치자 자리에서 일어섰고, 그 뒤에는.
“역시 믿었습니다.”
주호식이 두 손을 맞대며 입구 기둥에서 등을 뗐다.
“…대장.”
그리고 이철민이 일어서는 박진태를 따라 허겁지겁 일어섰고, 박진태는 상처투성이 얼굴로 가만히 한쪽을 바라봤다.
배푸름도, 다른 이들도 박진태와 같은 방향을 바라봤다.
어둠이 드리운 1번 출구.
어둠과 어둠이 아닌 부분의 그 경계선에 서서 가만히 지하를 내려다보던 한 사람이 검을 챙겨 들었다.
-3조 출발.
김록수의 말이 들린 순간, 그 사람은 입을 열었다.
“내려가자.”
그 사람은 이수혁이었다.
그 순간이었다.
“다녀오십시오!”
“대장님, 다녀오십시오!”
“여기서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1번 출구 인근. 아니, 대연역의 모든 출구에 대기하고 있던 구조대원들이 목소리를 높이며 지하로 향하는 이들에게 인사를 건넸다.
그 수는 몇백 명에 달했다.
본래 이수혁 밑의 구조대원들뿐만이 아니라, 서면 쉘터의 전투 능력자들 일부까지 합세한 숫자였다.
그리고 이들은 오늘만큼은 구조가 아닌 전투를 목적으로 둔 상태였다.
또한 한 무리가 더 있었다.
전남 대표 조민예가 이끄는 능력자 집단이었다.
“…잘되어야 할 건데.”
조민예는 지하로 향하는 이들을 보며 걱정을 감추지 못했다.
괴물들의 난폭한 기류도, 부산 전역을 뒤덮은 안개도.
그리고 미지의 적도.
걱정을 금치 않을 수가 없었다.
조민예는 1번 출구 앞에 서며 입을 열었다.
“모두 경계를 풀지 않도록!”
지하로 맨 마지막에 내려가고 있던 배푸름은 조민예의 목소리를 들었고 이내 앞으로 치고 나갔다.
그리곤 무전기를 내밀며 입을 열었다.
“저, 대장님?”
구조대원이 부르듯 이수혁을 불렀다.
천천히 이수혁의 시선이 배푸름에게로 향했다가 그의 손으로 향했다.
“네가 들고 있어.”
그 말을 남기고선 이수혁은 빠른 속도로 지하로 내려갔다.
배푸름은 그런 이수혁을 보며 작게 숨을 내뱉었다.
“어우야.”
자신에게 날카롭게 말한 것도 아닌데. 이수혁의 분위기가 장난이 아니었다.
‘저 사람뿐만이 아니지.’
박진태도 심상치 않았다.
그리고 그 두 사람이 나란히 가장 선두에 있었다.
“야, 뒤로 와.”
“응. 알았어.”
배푸름은 김민아의 말에 냉큼 뒤로 향하며 무전기를 입 가까이로 가져다 대었다.
“여기는 3조. 현재 지하로 향하고 있습니다. 곧 도착 예정.”
김록수의 대답은 들려오지 않았다.
그 말은 현재 김록수 쪽 세 명이 두 번째 머리의 꼬리를 발견했고, 은밀히 그 뒤를 따른다는 소리였다.
이를 이곳에 있는 이들이 모두 알아챘고, 한 가지 결론에 도달했다.
‘곧 괴물이 온다!’
지금껏 이기기 위해 준비해왔던 그 적을 드디어 마주한다.
지하철 통로로 향하는 이수혁의 눈동자가 살짝 가라앉았다.
그때였다.
“…긴장 안 되냐?”
그의 등 뒤에서 박진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글쎄. 긴장이라…….”
이수혁은 짧게 답했다.
“모르겠는데.”
정말로 모르겠다.
지금 자신이 긴장되는지, 아니면 설레는지.
아니면-
‘무언가를 기대하는지.’
괴물과 싸우는 일은 결코 설레거나 기대감을 불러일으키지 못했다.
그러나 오늘만큼은 이상하게도 이수혁은 여러 가지 감정들로 뒤덮였다.
이수혁은 검집을 쥔 손에 힘을 살짝 풀었다.
‘어쩌면 지금이라서 그럴지도.’
스스로 지친 것을 느끼고 있었다.
끝이 보이지 않는 싸움과 끊임없이 구해야 할 사람들.
그리고 수없이 마주해야 했던, 먼저 떠나거나 쓰러지는 동료들의 모습.
그 모든 것들을 1년이 거의 다 되어갈 정도로 겪고 또 겪다 보니, 이수혁은 점점 알 수 없는 피로감에 잠겨졌다.
그러다가 김록수를 다시 만난 이후, 이수혁의 처지가 조금씩 달라졌다.
책임감과 부담감의 무게가 다른 사람에게로 향했다.
‘김록수.’
본질은 그대로이나, 못 본 새에 너무나도 달라진 녀석.
“…제대로 자극이 되었어.”
이수혁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불을 켜겠습니다!”
배푸름의 외침과 함께 하나둘 불이 켜지기 시작했다.
미리 준비한 횃불에서는 불빛이 피어올랐다.
마침내 대연역의 모습이 제대로 드러났다.
이수혁은 플랫폼 앞에 섰다.
그리고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배푸름 손안의 무전기에서 소리가 흘러나왔다.
-경성대, 부경대역 통과.
이수혁은 플랫폼 아래로 내려섰다.
저벅 저벅.
그리고 걸음을 옮겼다.
그는 경성대 부경대역 방향으로 향했다.
빠르지 않게.
그렇다고 너무 느긋하지도 않게.
그는 걸었다.
그리고 발밑으로 느꼈다.
콰아아-
저 멀리.
역 플랫폼에 들어선 횃불이 닿지 않는 저 어둠 속.
무언가가 부서지며 다가오는 소리가 들려왔다.
온다.
두 번째 머리가 온다.
찰캉.
이수혁은 검 손잡이를 엄지로 두드렸다.
그때마다 검집 속 시퍼런 날이 드러났다.
그 순간.
-출발.
등 뒤 무전기를 통해 김록수의 목소리가 들린 순간.
“가자.”
이수혁은 철로를 박차며 앞으로 쏘아져 나갔다.
“…….”
“네!”
그리고 그 뒤를 박진태와 김민아가 곧장 따랐다.
이수혁은 그런 두 사람을 향해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그는 오로지 앞만 봤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깜깜한 어둠 속.
촤아악- 쾅! 쾅!
부서지고 파괴되는 소리가 커질 때마다 괴물이 가까이, 더 가까이 다가오는 것이 느껴졌다.
이수혁은 심장이 뛰었다.
왜냐고?
“…어쨌든 최전방이군.”
어쨌든 최전방에 배치를 받았으니까.
괴물의 얼굴을 가장 먼저 마주할 사람은.
“츠츠츠츳!”
나, 이수혁이니까.
챙!
검집에 감춰져 있던 검날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수혁의 눈동자에, 어둠 속에서 빛나는 청색의 기다란 눈동자가 담겼다.
드디어 만났다.
사냥감을.
그리고 또다시 만났다.
“록수야. 딱 맞춰오지 않았냐?”
거대한 청색 괴물 너머, 그 뒤편은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저 괴물 꼬리를 곧 밟을 녀석은 분명히 있었다.
그 순간.
파지직!
청색 괴물 뒤 작은 틈새의 어둠 사이로.
파직, 파지직!
붉은 전류가 치솟아 올랐다.
김록수의 대답은 필요 없었다.
“왔구나.”
저것이 대답이니까.
그리고 그때, 실제 목소리가 들려왔다.
“해제!”
케일의 외침과 동시에 김강훈은 은신 능력을 해제했다.
청색 머리가 멈칫했다.
은신이 깨지자 제 뒤를 밟은 적을 알아챈 것이다.
김강훈은 황급히 이성원을 업은 채 뒤로 물렀다. 그는 등에 업힌 이성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기록을 시작한다.”
김강훈은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파지직. 파직!
바람과 함께 휘몰아치는 저 붉은 전류.
케일의 전신을 타고 흐르다 못해 넘치는 그것에 청색 머리가 움직임을 멈춰 세웠다.
쩌저적!
고개를 돌리는 청색 머리 때문에 지하철 통로에 금이 갔다.
하지만 이 장어가 몸을 비튼 까닭일까.
케일은, 세 명은 청색 머리 너머 검을 뽑아 든 한 사람을 볼 수 있었다.
김강훈은 더욱더 뒤로 물러서며 이성원의 목소리를 들었다.
“김록수 사령관과 이수혁 구조대 대장.”
황금빛을 품은 붉은 전류가 바람을 품고서 앞으로 쏘아져 갔다.
“이번 전쟁의 첫 전투가 시작된다.”
그 순간, 김강훈은 케일의 입이 열리는 것을 보았다.
“이수혁!”
케일은 제 부름에 씨익 웃는 이수혁을 볼 수 있었다.
이수혁의 입이 열렸다.
“사령관이 되었다고 막 부르는 거냐?”
혼잣말을 내뱉은 그는 곧 케일을 보며 말했다.
“네, 사령관님.”
케일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이 순간을 기다렸다.
팀장과 함께 다시 적과 싸울 순간을.
수없이 복기하고 되새기던, 생존을 넘어 오로지 완벽한 승리만을 위한 수많은 시뮬레이션.
그 끝을 이번에 보리라.
그는 이수혁에게 명령했다.
“독니를 베어라.”
뱀을 닮은 청색 눈동자가 케일과 마주쳤다.
그는 괴물을 보며 말했다.
“내가 이놈을 잡아둘 테니.”
콰아앙!
적금빛의 벼락을 몸에 두른 이가 전설 속의 이무기를 닮은 청색 괴물과 부딪쳤다.
그리고 그 적금빛의 뒤를 이어 반대편에서 검의 본질, 베어내는 능력을 지닌 이가 그 사이로 파고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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