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ut of Count's Family RAW novel - Chapter 646
645화.
파아앗-
한차례의 검은 연기가 피어오른 자리. 그곳에 케일과 라온이 모습을 드러냈다.
“인간아, 다들 잘 해내겠지?”
“어. 당연히.”
지략은 론과 버드, 가샨. 무력은 도도리와 라쉴.
그 사이에서 보조를 행할 비크로스와 온, 홍. 그 외의 수많은 병력들.
넥스 산에서 사자족과 묘족을 처리하는 것은 이들에게는 조금도 어렵지 않은 일이리라.
‘나라고 해서, 끝까지 마무리를 하지 않고 온 게 찝찝하지 않은 건 아냐.’
마지막 싸움이라는 생각으로 이번 일을 시작한 케일이기에, 그는 모든 마무리를 완벽하게 하고 싶었다.
하지만 때로는 동료에게 뒤를 맡겨야 할 때가 있는 법이었다.
“…조용하군.”
그리고 그때는 더 위험하고 긴박한 일이 벌어졌을 때였다.
케일의 시선이 동대륙 3대 금지 중 하나이자 엔더블 왕국이 존재하는 싱크홀. 마계의 문으로 향했다.
현재 그가 텔레포트 해온 곳은 엔더블 왕국 바로 바깥으로, 일전에 알베르가 케일을 가둔 검은 구를 구하러 가기 위해 텔레포트 해온 그 장소였다.
사아아아-
바람이 나부끼며, 풀잎들이 흔들렸다.
그만큼 고요했다.
“인간아, 바로 안으로 잠입하나?”
흔한 경비병조차 보이지 않았다.
라온은 그것이 더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불길함에 저도 모르게 조급한 목소리가 튀어나오는 라온이었다.
“어. 바로 가자.”
그리고 이는 케일도 마찬가지였다.
엔더블 왕국.
그곳은 어둠 속성을 지닌 종족들과 더불어 여러 사람들이 존재하는 곳이었다. 그곳이 지금 한낮임에도 기묘할 정도로 아무 소리가 없다.
곧 무언가 벌어질 것만 같았다.
휘이이이-
바람이 빠르게 라온과 케일을 감싸며 싱크홀로 들어서는 입구인 절벽 위로 이동시켰다.
“인간아! 저 왕궁 이상하다! 분명 지붕을 부순 것 같은데?”
하얀 별이 기거했던 왕궁. 늑대족 아이들을 구출하며 부쉈던 지붕이 대충 하얀 천으로 감싸인 채 그 안이 가려져 있었다.
“아무래도 수상하다, 인간아!”
케일도 같은 생각인지라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라온, 투명화 마법도 좀-”
그때였다.
케일은 하던 말을 멈추고 소리가 들린 곳으로 시선을 움직였다.
삐이이이-
날카로운 경고음이 제 존재감을 뽐내며 울음을 맹렬히 토해내고 있었다.
“왕세자다!”
“연결해.”
로운에서 온 연락을 케일은 거절할 수 없었다.
넥스 산에서 이곳으로 텔레포트를 시행하기 전, 라온은 중요 인물들에게 영상통신구를 통해 메시지를 남겼다. 그 메시지를 받은 알베르가 황급히 연락을 해온 것일 터.
‘다른 이는 몰라도, 왕세자와 최한에게는 상황을 설명해두면 좋겠지.’
한시가 급했지만, 5분 정도라도, 아니 1, 2분이라도 상황을 전달해야 할 필요가 있는 곳에서 온 연락이었다.
-케일.
통신이 연결되자마자 회의실로 추정되는 곳의 풍경이 케일의 눈에 들어왔다. 기다란 탁자. 그 상석에 자리한 알베르가 입을 열었다.
-또 다른 소환식이 엔더블 왕국에서 벌어졌을지도 모른다고?
“네.”
-괴물은 네 마리일- 아니다. 다 아는 내용을 쓸데없이 반복할 필요는 없지.
알베르는 굳은 얼굴로 입을 열었다.
-네 마리가 퍼슬시로 텔레포트 되면, 퍼슬시는 얼마나 버틸 수 있지?
알베르는 등급 외 괴물을 한 마리만 상대해보았다. 그것도 케일과 다른 지구인들이 어느 정도 처리를 해놓은 상태에서 옆에서 거드는 정도였을 뿐이었다.
그는 케일과 그의 어깨 너머 엔더블 왕국 싱크홀 입구를 보며 초조하게 케일의 대답을 기다렸다.
케일은 곧 입을 열었다.
“한 시간입니다.”
네 마리 모두 퍼슬시로 온다면 한 시간 버틸 수 있다.
그 말에 순식간에 회의실은 아수라장이 되었다. 케일은 여러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저하! 그것은 말도 안 됩니다!
-전 사령관이 허튼 말을 하는 걸 보았소?! 세상에, 한 시간이라니! 그 무슨-
-…허. 얼마나 강한 괴물이면… 신화 속의 그런 것들인가? 이, 이런 일이 왜……?
동시에 케일의 입이 열렸다.
“모두 도망간다면 말입니다.”
알베르의 입꼬리가 올라갔고, 회의실에 정적이 내렸다.
“로운 왕국 내외로 끌어들일 수 있는 모든 자원을 끌어들인다면, 괴물 네 마리라도. 세 시간. 세 시간은 퍼슬시 안에 묶어둘 수 있을 겁니다.”
다시 침묵이 내려앉았다.
시간이 세 배나 늘어났지만, 그럼에도 겨우 세 시간 동안 괴물 네 마리를 퍼슬시에 묶어둘 수 있다는 말에 다들 할 말을 잃었다.
그 시간이 지나서 괴물들이 퍼슬시를 벗어난다면?
로운 왕국 전역이 폐허가 될지도 모를 일이었다. 수뇌부들의 등골에 서늘한 식은땀이 절로 맺혔다.
그때, 다시 케일의 입이 열렸다.
“최악의 경우죠.”
모두의 시선이 케일에게로 향했다.
“지금 남은 네 조각상을 파괴하려고 왔습니다. 그러니 최악을 대비해야겠지만, 미리 겁을 먹을 필요는 없습니다.”
그제야 수뇌부들은 얕은 숨을 내쉬었다.
‘그래. 케일 공자가 움직였으니 분명 어느 정도의 성과는 낼 거야.’
‘최악은 일어날 일이 거의 없을 거다. 미리 겁먹을 필요 없어.’
공포에 압도되었다는 생각이 스며들자, 사람들은 두려움이라는 감정을 지워내며 조금씩 정신을 차렸다.
헤니투스 영지전을 시작으로 그래도 몇 번의 전쟁을 겪어보았고 이를 이겨낸 로운 사람들이기에 가능한 마음가짐이기도 했다.
그 순간, 침묵을 깨는 목소리가 있었다.
-혼자 가신 겁니까?
신하들은 알베르가 앉아있는 의자 뒤로 시선이 향했다.
그곳엔 최한이 서 있었다.
케일은 저를 응시하며 건네는 말에 씨익 미소를 지었다.
“가장 든든하고 위대한 마법사와 함께 왔지.”
-인간아! 내가 든든하나? 진짜냐?
투명화를 한 채 케일 맞은편에서 영상통신구를 들고 있던 라온이 다급한 와중에도 신이 난 목소리로 말을 걸어왔다.
케일은 그 말에 답하는 대신 최한에게 지시했다.
“넌 퍼슬시로 가라.”
또 다른 의미에서 침묵이 회의실에 내려앉았다.
‘겨우 둘?’
‘퍼슬시를 세 시간이면 무너뜨린다는 괴물의 소환 현장에 가면서… 둘이서 간다고?’
‘…아무리 조각상을 부수는 것이지만, 괜찮을까?’
겨우 둘이서 조각상을 부술 수 있을까?
염려가 드는 것과 동시에 항상 불리할 것이라 생각되는 상황을 이겨온 케일을 떠올렸다. 그간 케일이 보여준 것이 있으니, 그는 어떤 성과라도 낼 것이다.
다만.
‘…이것 참. 사령관이 저렇게까지 하는데, 나는 겁을 집어먹었다니-’
‘케일 공자는, 정말-’
그들은 가장 위험한 곳을 향해 잠입하려는 케일을 떠올리자 마음이 먹먹해져 왔다.
-왜 둘이지?
알베르의 물음에 케일은 천천히 등을 돌리며 답했다. 이제 통신을 끊고 엔더블로 진입해야 했다. 사방이 고요했기에 더 지체할 수 없었다.
“넥스 산 뒤처리 할 것이 많아, 아군에게는 그곳 후속 처리를 한 후 움직이라 지시해 두었습니다.”
알베르는 엔더블로 향하는 등을 보며 입을 열었다.
-그래. 한시가 급한데, 오랜 시간 붙들 수 없-, 왜 그러나?
그는 영상 통신을 끊으려는 순간, 케일의 모습을 보고는 행동을 멈췄다.
케일이 갑자기 모든 움직임을 멈췄다.
콰직.
기이한 소리가 케일의 귓가에 박혔다. 그는 소리가 들린 곳으로 시선을 돌렸다.
콰직. 콰직. 무언가가 부서지는 소리가 끊임없이 이어졌다.
-이, 인간아!
라온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어린 용의 눈동자는 케일처럼 하늘로 향했다. 동시에 저도 모르게 라온은 들고 있던 앞발을 움직였고 영상통신구에 그 하늘이 담겼다.
콰직. 꽈직, 콰직.
부서지는 소리가 아니었다.
하늘. 엔더블 왕국 바로 위를 드리운 허공에 아주 작은 회색 입이 생겨나고 있었다. 그 입은 조금씩 무언가를 씹었다.
콰직.
부서지는 소리가 아니라, 저 입이 허공의 무언가를 씹어 먹는 소리였다. 그리고 그 회색 입은 점점 커지고 있었다. 기이하고 징그러운 광경이었다.
그 순간, 케일은 깨달았다.
‘아.’
소환이 시작되었구나.
그때였다.
두웅- 둥- 두웅, 둥-
북소리가 싱크홀에서부터 흘러나오고 있었다. 한 명이 치는 북소리가 아니었다. 마치 수십 명이 두드리는 것 같은 북소리에, 귀가 웅웅거릴 정도였다.
“제길!”
휘이이이-
케일의 몸을 빠른 속도로 회오리바람이 감쌌다.
이미 케일과 라온의 몸은 싱크홀 안으로 향했다.
-인간아! 저, 저거! 지붕 천이-!
라온의 외침대로 하얀 천이 서서히 찢어지고 있었다. 그리고 케일과 라온이 이를 알아채자마자, 천이 급속도로 찢어졌다.
쫘아아악-!
그리고 그 사이로 하얀빛이 쏘아져 나왔다. 익숙한 하얀 빛이었다.
‘곰족 왕 사예르……!’
곰족 왕 사예르가 가진 고대의 힘은 빛 속성으로, 그 빛이 화살이나 창처럼 공격을 해오면 저런 형태였다.
“알아챘군.”
적은 우리의 침입을 알아챘다.
‘역시 도르프가 이미 전달했어.’
그러니 소환식도 이렇게 빨리 시작되는 것이고, 사예르가 미처 투명화를 하지 못한 케일을 발견하고 공격을 해온 것일 터.
그는 시선을 돌렸다.
여전히 투명화한 라온의 손에 들린 영상통신구가 보였다.
신하들은 벌떡 일어서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표정에는 하나같이 경악이 서려 있었다. 이 모든 광경을 모두 보았으리라.
케일은 그들과 더불어 유일하게 자리에 앉아있는 알베르와 저를 뚫어질 듯 응시하는 최한을 보며 입을 열었다.
“퍼슬에서 뵙죠.”
동시에 하얀 빛 창을 막아서는 은빛 방패가 영상통신구를 가득 채웠다. 그 광경을 끝으로 영상통신구는 꺼졌고, 라온은 영상통신구를 아공간에 대충 집어넣고서 마나를 일으켰다.
“인간아! 내가 막는다!”
우우우우-
웅후한 진동음과 함께 검은색 마나가 폭발적으로 라온에게서 뿜어져 나왔다. 곧 수십, 수백 개의 검은 화살이 만들어졌고 라온은 빛 창을 막아내며, 찢어진 천 아래에 자리한 사예르를 가리켰다.
“쏜다!”
검은 화살이 곧바로 사예르에게로, 그 근방의 적들에게로 향했다.
“인간아! 내가 길을 뚫는다!”
씨익. 케일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그는 조금 자랐다고, 말 안 해도 알아서 잘하는 라온이 정말로 든든했다.
그의 시선이 찢겨진 천 아래의 중앙으로 향했다.
회색 연기로 휩싸인 조각상 네 개가 눈에 들어왔다.
“가자.”
케일과 라온은 조각상을 향해 나아갔다.
***
그리고 로운 왕궁 회의실. 신하들은 일어선 채로 끊긴 영상통신구 화면을 멍하니 바라봤다.
쏟아지는 빛 창. 그것을 막아내는 방패. 동시에 소환 의식이 거행되는 장면.
말 그대로 숨이 턱 막혀왔다.
탁! 탁!
하지만 테이블을 두드리는 알베르의 손을 보고선 모두 참았던 숨을 내쉬었다.
유일하다시피 처음부터 끝까지 자리에 그저 고요히 앉아있던 왕세자. 그가 신하들을 보며 입을 열었다.
“기사단장.”
“네, 저하!”
“국왕 폐하를 비롯하여 왕족들을 지킬 최소 인원을 제외하고 모두 퍼슬시로 가시오.”
“충!”
“그리고 마법 단장.”
“네.”
“퍼슬시로. 그리고 외교부에서는 당장 동맹국에 연락을 하시오.”
알베르의 지시가 담담한 목소리로, 하지만 신속하게 이어졌다. 최한은 알베르의 등 뒤에서 그런 그를 가만히 바라봤다.
‘…다크엘프들이 제물로 잡힌 것을 분명 알고 있을 건데.’
최한은 알베르의 속내를 떠올리자, 절로 속이 쓰려왔다. 그가 보아온 알베르는 로운 왕국만큼이나 다크엘프에 대한 깊고 복잡한 감정을 지니고 있는 이였다.
그런 이의 눈앞에서 다크엘프를 제물로 바칠 소환이 시작되었다.
또한 이 사람의 어깨 위에 얼마나 많은 이들의 목숨이 얹어져 있는가.
최한은 케일과 라온이 있는 곳으로 가서 당장 싸우고 싶었지만, 차마 입을 열 수 없었다.
“최한.”
그때, 알베르가 돌연 최한에게로 시선을 두었다.
“우리 스승은 케일 공자에게 가도록 해.”
최한은 알베르 눈동자에 담긴 케일을 향한 걱정을 읽었다. 라온과 둘이서만 싸우러 간다는 말에 아무 말 안 했지만, 큰 걱정이 들었을 것이다.
최한은 이를 가만히 바라보다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저는 케일 님을 모시는 사람입니다.”
로운 왕국.
퍼슬시는 로운 왕국 동북부로 헤니투스 영지와 가까운 편이다.
최한이 아는 케일이라면. 최한을 여기 남겨두려는 이유는 싸우기를 원하는 마음이 아닌, 혹시 모를 사태에 사람들을 지켜줬으면 하는 마음이리라.
그도 케일처럼 헤니투스 영지에, 로운 왕국에, 서대륙에 소중한 이들이 많았으니까.
“저는 저하보다 케일 님의 명이 먼저입니다.”
알베르의 입꼬리가 기묘하게 뒤틀리듯 올라갔다.
왕세자인 자신의 명을 듣지 않는다는 소리였지만, 그는 최한 그리고 나아가 케일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는 자신의 지시를 유일하게 거부한 최한과 모든 지시가 끝나고 움직일 순간만을 기다리고 있는 신하들을 보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모두 서둘러라. 병력과 통신은 퍼슬시로, 그 외는 왕궁에 남는다! 그리고 나는 퍼슬시로 갈 터이니, 유사시에 외교부와 행정부는 국왕 전하나 2왕자를 통해 1차 조치를 취하도록!”
그의 말이 끝나자마자 반발이 이어졌다.
“저하! 퍼슬시로 가신다니요! 이번 전쟁은 이전과는 그 위험 정도가 다릅니다!”
“퍼슬시는 영지민들도 모두 인근 영지나 도시 몇 킬로미터 밖으로 대피한 텅 빈 도시입니다! 도시 밖으로 대피한 이들도 곧 인근 영지로 옮겨질 겁니다! 그런데 그런 곳에 어찌하여 저하께서!”
“저하께서도 피하시는 게 어떻겠습니까?”
“맞습니다! 도망치시라는 말씀이 아닙니다. 여기서 작전 명령을 지휘하셨으면 한다는 말씀입니다. 저하께서 큰일을 당하시면, 이 로운의 체계가 무너질 겁니다!”
괴물 4마리가 침략 시, 오래 버텨도 세 시간.
그 숫자가 주는 압박감에 신하들은 알베르를 만류했다. 최소한 퍼슬시가 무너지더라도, 알베르가 버티고 있어야 일어설 수 있다고 판단했으니까.
“그러면 내가 싸우러 가는 병사들을, 기사와 마법사들을 그냥 지켜보란 말이오?”
알베르의 차분한 음성에 회의실은 다시 적막이 내려앉았다.
“괴물들의 크기가 분명 상당할 것이며 그 전투는 굉장할 겁니다.”
엄청난 크기의 굉음과 진동, 폭발이 이어질지도 모른다. 퍼슬시가 얼마나 망가질지 장담할 수 없다.
그 흔적은 분명 로운 전역으로 퍼질 것이다.
알베르는 눈을 감았다.
그는 영상통신구 마지막 장면을 떠올렸다.
엔더블로 달려가던 케일의 뒷모습.
그 망설임 없는 모습이 떠오르자, 또 하나의 장면이 떠올랐다.
등급 외 괴물을 상대하던 김록수의 등.
그 등이 문득 생각났다.
피식.
그의 입에서 작은 웃음이 흘러나왔다. 그는 망설임 없이 걸음을 내디뎠다.
“나는.”
적어도 로운 왕국에서는.
“나는 피할 수 없소.”
그리고.
“피해선 안 되오.”
서면 쉘터 사람들이 김록수의 등을 보고 싸웠듯이.
“…내 등을 보고 싸워야겠지.”
이곳 사람들은 자신의 등을 보고 싸울 것이다. 양 절벽 사이로 떠오르는 태양처럼, 그 빛을 보며 사람들은 힘을 낼 것이다.
그는 기꺼이 로운의 태양으로 남길 원했다.
“저하! 안 됩니다!”
“…어쩔 수 없군요. 알겠습니다, 저하.”
“저하, 한 번만 생각을 재고해 주십시오!”
그때, 알베르는 제 옆에 서는 최한을 볼 수 있었다. 검집을 손에 든 채 말없이 함께하는 모습에 알베르는 생각했다.
‘만약 나 혼자라면. 두려움과 혼란을 느꼈을지도 모른다.’
세 시간.
그 숫자가 주는 공포를 여기서 알베르보다 크게 느끼는 이는 없었다. 죽어갈지도 모를 왕국민들을 떠올리면 숨이 턱턱 막혀왔으니까.
하지만 알베르는 한 사람을 떠올리며 마음을 가라앉혔다.
피할 수 없기에. 지켜내기 위해, 막아내기 위해 망설임 없이 걸어가는 사람을, 동료를 알고 있었다.
“외롭지는 않네.”
그는 입가에 미미한 미소를 지었다.
곧, 알베르 크로스만은 모든 병력을 이끌고서 퍼슬시로 향했다.
부디 피할 수 없고, 피하지 않으려고 한 발을 내디딘 케일이. 그리고 다른 소중한 동료들이 무사하기를 바라며.
***
두웅— 둥! 두둥–
북소리 사이로, 케일은 바닥에 내려섰다.
동료는 오로지 하나, 라온뿐인 곳에서 케일은 저를 향한 수백이 넘는 적들의 적의 가득한 시선을 마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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