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ut of Count's Family RAW novel - Chapter 653
652화.
황색 머리의 벌린 입. 그 안으로 흑룡은 머리를 들이밀었다.
그 순간, 최한은 전투가 시작된 후로 처음 검을 아래로 늘어뜨렸다.
“—-!”
황색 머리가 소리도 지르지 못하고 굳어버린 그때, 머리를 들이민 흑룡은 그 아귀를 벌리며 적의 몸속으로 파고들었다.
“—! —-!”
콰아아아—콰아아—
황색 머리의 소리 없는 비명과 그의 몸 안에서 검은 폭발이 동시에 일어났다.
소리를 지를 혀. 독이 가득한 송곳니. 모든 것들이 부서지는 것은 물론이었거니와 그 내부까지 흑룡은 물어뜯을 수 있는 만큼 최대한 물어뜯었다.
“—!”
그 결과 황색 머리는 신음조차 내지 못한 채, 그 고개가 아래로 푹 떨어졌다.
주르륵.
단단한 비늘은 멀쩡했지만, 그 입에서는 검은 피가 끊임없이 흘러나왔다.
“쌔액, 쌕-”
거친 숨만을 몰아쉬는 황색 머리.
“츠츳, 크아, 크아아–!”
그리고 괴성을 내지르며 격렬하게 몸을 뒤트는 청색 머리.
몸의 절반은 떨어져 있었지만 나머지 절반은 한 몸인 전기 장어. 황색 머리의 내부가 산산이 부서지는 동안 당연히 청색 머리에게도 그 영향이 미쳤다.
“크아아아–!”
청색 머리의 비명이 사방을 진동했다.
성벽 밖 3차 방어선으로 물러났던 이들이 화들짝 놀랄 정도의 괴성이었다.
최한은 검을 늘어뜨린 채 그런 청색 머리를 응시하며 입꼬리를 올렸다.
“이건 좋네.”
한 번으로 두 마리를 공격할 수 있는 것.
만족의 미소가 최한의 입가에 맺힌 순간, 청색 머리는 제 반쪽과 자신을 괴롭힌 적을 눈에 담았다.
“츠츳! 츳!”
청색 머리가 정신을 못 차리는 황색 머리를 단 채로 최한에게로 달려들었다.
저를 아프게 한 저놈을 반드시 죽이고 말겠다고. 청색 머리의 청안에는 분노가 가득 담겨 있었다. 굳이 대화가 통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촤아아아아-
그런 청색 머리의 몸에서 물이 거세게 회오리치듯 피어올랐다.
이를 정면으로 마주한 최한.
“…후우.”
주륵. 그의 입에서 검은 피가 한 줄기 흘러내렸다.
“형!”
라크는 그 모습에 놀라 눈을 크게 떴다. 최한이 외상을 입은 모습은 많이 봤었다. 하지만 내상을 입은 경우는 본 적이 없었다.
이는 최한이 끊임없이 오러를 극한까지 끌어올려 흑룡을 소환하느라 그만큼 무리했다는 소리였다.
“음.”
짧은 침음과 함께 최한은 입가의 피를 대충 닦아내고는 다시 검을 들어 올렸다.
“이 형이!”
그 모습에 라크는 미간을 찌푸리며 곧바로 청색 머리를 향해 방패를 들고 달려들었다.
쿵. 쿵. 쿵.
라크가 땅을 박차고 달리는 소리는 전기 장어의 거대한 몸체가 움직이는 소리에 묻힐 정도로 미미했다.
그래서 몰랐다. 자신의 뒤에서 달려오는 아군을.
“물러서 있어요.”
라크는 등 뒤로 마치 부드러운 백사장에 작게 밀려오는 파도처럼, 시원하면서도 부드러운 목소리를 들었다.
그 소리에 멈칫한 그는 저를 스쳐지나 앞으로 나아가는 이를 볼 수 있었다.
촤르르르-
물채찍을 팔에 휘감은 채 달려가는 고래족 위티라.
그녀의 어깨 위에는 반투명한 망토가 길게 늘어뜨려져 있었다.
광폭화 준비만을 한 채 아직 광폭화를 하지 못한 위티라.
“츠츠츳! 츠츳!”
그러나 정면에 달려오는 괴물을 바라보는 그녀의 입가에는 미소가 맺혔다.
“몇 명의 마법으로 만든 물은 광폭화를 하기에 부족하지.”
그저 언제라도 광폭화를 할 수 있도록 준비하는 정도만 가능할 뿐.
고래족의 광폭화에는 물이 필요했다.
그것도 상당히 꽤 많은 양의 물이어야 했다.
내륙에서 그런 물을 기대하기는 보통 어려웠다.
하지만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위티라의 시선이 마주 오는 괴물이 아닌 로잘린에게로 향했다.
브렉 왕국 죽음의 협곡에서 펼쳐졌던 전투.
로잘린은 브렉 왕국 전 왕족으로서, 그리고 마법사로서 그 전투에서 활약했다.
그때 고래족은 광폭화를 해야 할 상황이었지만, 대량의 물이 없었다.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대규모 마법진과 다량의 마나. 이를 다룰 마법사들이 해일과도 같은 물을 만들면 됐었다. 그러나 이를 할 여력이 로잘린을 비롯한 마법사들에게 없었다.
이를 해결한 것은 케일이 가진 ‘지배하는 물’이었다. 거대한 파도처럼 일어나던 물의 장벽이 위티라와 아치가 광폭화를 할 수 있는 기반이 되어 주었다.
그 당시, 위티라와 로잘린은 케일이 얼마나 무리하는지를 보았다.
전투에서는 이겼지만, 그 과정이 썩 마음에 들지 않았다.
더욱이 로잘린은 마법으로 가능한 일을 해내지 못했던 그때를 머릿속에 새겨두었고, 당연히 다시는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늘 준비를 해두었다.
위티라는 로잘린의 또렷한 눈빛을 보며 입을 열었다.
“대마법사가 있는데, 그깟 물 하나 못 구할까.”
대마법사.
그 칭호를 위티라는 망설임 없이 로잘린에게 붙였다.
로잘린은 그녀의 목소리를 듣지 못했지만, 올라간 입꼬리를 눈에 담은 순간.
“마법진 준비 끝났습니다!”
“마정석도 준비되었습니다!”
수하들의 보고가 연이어 로잘린의 귓가에 닿았다.
그리고 마지막 보고.
“수로를 모두 찾았습니다!”
지도를 들고 있던 마법사가 대표로 외치는 목소리가 들린 순간. 그녀는 다시 한번 새로이 그려진 마법진의 중심에 섰다.
그녀는 눈을 감으며 나직이 말했다.
“시작하세요.”
지도를 든 마법사가 곧바로 외쳤다.
“수로를 파괴해라!”
퍼슬시 중앙 광장.
이곳 지하에는 시 곳곳에 공급될 총 다섯 개의 수로가 지나가고 있었다.
쾅!
첫 번째 수로를 날카로운 마나 창이 꿰뚫는 순간, 나머지 네 곳의 수로에도 구멍이 뚫렸다.
퍼슬시 시민들은 아무도 없었지만, 물은 여전히 가득 흐르고 있었다.
촤아아아-
수로 밖으로 물이 솟구쳤다.
곧 마법사 한 명이 새로운 대형 마법진의 테두리에 마정석을 붙이며 외쳤다.
“마나를 부어!”
우우우—
마정석에서 빠져나온 마나가 마법진으로 스며들었다.
마법진은 마치 터질 것 같은 폭탄처럼 순식간에 마나들이 모여들었다.
그 중심에 선 로잘린.
그녀는 천천히 눈을 떴다.
다시 한번 붉은 마나에 휩싸인 그녀는 위티라를 향해 말했다.
“해일을 보내드리죠.”
촤아아아—-
수로에서 솟구쳐 오른 다섯 개의 물기둥.
그 물들이 모두 하늘을 가로질러 로잘린이 있는 마법진으로 향했다.
각기 다른 방향에서 오던 물들이 마법진 위에서 하나로 합쳐지려던 그 순간, 그녀는 손을 들어 올렸다.
“파도가 되어라.”
촤아아—!
마법진 위에서 거대한 물줄기가 솟구쳐 오르며 다섯 개의 물줄기를 그대로 삼켜버렸다.
그리고 그 물줄기는 거대한 하나의 파도가 되었으며.
“가라.”
로잘린이 손을 뻗은 곳을 향해 나아갔다.
그곳은 바로 위티라가 있는 곳이었다.
위티라는 저를 향해 오는 거대한 파도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
죽음의 협곡 때, 케일이 만든 물의 장벽은 지배하는 힘을 담고 있어, 바다가 가진 그 광폭한 힘을 느끼게 해주었다면.
‘파도가 타오르고 있군.’
지금 다가오는 저 파도는 불도 아니건만 하나의 불씨처럼 타오르고 있었다.
그 파도를 일으킨 마법사의 의지가 담긴 것일 터.
마나를 가득 품은 파도는 케일의 물 장벽에 비하면 작았지만, 충만한 마나를 품었기에 충분히 강인한 파도였다.
위티라는 그 파도의 의지를 이어받아 심장이 뛰기 시작했다.
물은 불과 다르다.
타오르지 않는다.
그저 휘몰아칠 뿐.
그러나 그 물에 이 전투에서 타오르기를 바라는 이의 의지가 담겼다면, 이를 못 담아낼 것도 없었다.
위티라는 손을 뻗었다.
파도가 일순간 고개를 숙이듯 수그러들었다. 위티라는 고개를 숙인 파도 위에 기꺼이 올라탔다.
“저도 갑니다.”
그 뒤를 아치도 올라탔다.
파도가 위티라와 아치의 몸을 감쌌다.
고래족의 광폭화.
그들의 몸집은 커지지 않았다. 그저 반투명한 물이 갑옷처럼 그들의 몸을 감쌀 뿐이었다. 하지만 이 갑옷이 고래족을 수인족 중 가장 강한 존재로 만들었다.
그 아름다운 모습에 시선이 절로 빼앗기려고 할 때.
“츠츠츳! 츠츳!”
청색 머리의 청안과 위티라의 하늘을 닮은 푸른 눈동자가 마주쳤다.
위티라는 혀를 내밀며 입맛을 다셨다.
퍼슬시 아래를 흐르는 수로의 물. 그리고 로잘린과 여러 마법사들이 만든 물.
파도가 되었지만, 해일이 되기에는 조금 부족했다.
그렇기에 마지막으로 이 괴물이 일으키는 많은 물.
“네놈이 내가 싸워야 할 적인 게 참으로 마음에 드는구나.”
이것을 자신이 가져야겠다.
“저도 마음에 듭니다! 크하하하하!”
이는 아치도 같은 생각이었다.
콰아아아앙!
갑옷과 망토를 두른 위티라, 갑옷의 아치가 청색 머리와 부딪쳤다.
다시 한번 커다란 굉음이 울려 퍼졌고, 그 결과를 지켜보던 이들은 청색 머리를 감싼 물이 채찍으로 변해가는 것을 보았다.
“츠츠? 츠츠, 츳!”
청색 머리는 제가 뿜어낸 물이 채찍처럼 변해가는 것을 보며 눈동자를 크게 떴다.
괴물은 저를 바라보는 위티라의 서늘한 눈빛을 마주했다.
“숨통을 조여주마.”
“크어어어–!”
괴물의 입에서 비명이 터져 나왔다. 물채찍은 마치 뱀처럼 청색 머리의 몸통을 비롯하여 전기 장어 몸 전체를 옥죄이기 시작했다.
콰직. 콰직!
로잘린이 만들어낸 나무뿌리들도 그 채찍의 악력에 허물없이 부서졌다.
“하하, 하하-”
하지만 로잘린은 웃었다. 위티라의 저 힘을 사용 가능하게 만든 기반도 자신의 마법이었으니까.
“끄어억!”
쿠웅-!
곧추세우고 있던 청색 머리가 땅으로 떨어졌다.
“크윽, 츠츳.”
청색 머리는 제가 일으킨 물을 없애려고 하였지만, 불가능했다.
이미 괴물이 만든 물의 주인은 위티라가 되었으니까.
괴물은 채찍을 벗어날 방도를 찾아야 했다. 하지만 그럴 틈이 없었다.
“크하하하하! 이제 패면 되네!”
반짝이는 물 갑옷을 두른 아치의 주먹이 청색 괴물의 코앞에 나타났다.
퍼어억!
청색 괴물의 이마와 아치의 주먹이 부딪쳤고, 콰지직 소리와 함께 청색 머리의 이마에 있던 뿔이 삽시간에 산산조각이 났다.
아치의 눈이 번뜩거렸다.
“크흐흐. 괴물 새끼야, 그거 아냐?”
건들건들거리는 말투에 후방으로 빠져있던 파세톤이 고개를 절레절레 가로저었으나, 아치는 진지했다.
그는 숨통이 조여 고통스러워하는 청색 머리에게 한 가지를 알려주었다.
“비늘이 아무리 단단해도, 계속 그, 패잖아? 그러면 그 안에 내장이 다 터져. 응? 진짜냐고? 그런 눈빛인데? 궁금해? 알려줄까?”
아치는 주먹을 들어 올렸다.
“기꺼이 알려주마. 크하하하!”
그 주먹이 채찍 틈새에 드러난 단단한 비늘을, 청색 머리의 얼굴을 내리쳤다.
퍼억, 퍽!
비늘은 부서지지도 찢어지지도 않았다. 하지만 그 충격은 비늘 안의 내부를 뒤흔들었다.
그때, 아치는 제 위를 뒤덮은 그림자를 느끼고 고개를 돌렸다.
“같이하는 건 어떤가?”
“오.”
“이러면 쉽지!”
품이 넓은 옷자락을 펄럭이며 다가온 호랑이족. 그리고 어색하게 말을 거는 늑대족이었다.
물론 광폭화 상태라 그 덩치가 얼마나 큰지, 아치는 순간 그림자가 진 것이 아니라 밤이 온 줄 알았을 정도였다.
씨익.
아치는 웃으며 답했다.
“같이 패죠.”
그렇게 청색 머리의 비명이 시작되었다.
퍼억! 퍽! 퍼억! 퍽, 퍽!
“끄아아, 끄아아!”
하지만 그 비명은 오래가지 못했다. 청색 머리의 내부가 충격에 혈관이 터지고 그 장기가 엉망이 되어갔을 때.
“질질 끌 틈 없습니다.”
최한의 목소리가 들린 순간, 그들은 상상할 수 없는 굉음을 들어야 했다.
콰아아앙- 콰아앙!
고개를 들어 올리니, 골드 드래곤과 괴물 사자용이 부딪치며 거센 바람이 일어나는 것이 보였다.
검은 본 드래곤만이 그 폭풍우 속에서 버티며 골드 드래곤을 보조하고 있었다.
금빛 가루가 휘날리며 만들어내는 치열한 싸움.
진짜 적은 저곳에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었다.
아치는 최한에게 고개를 끄덕여 보이고는 청색 머리에게로 다가갔다.
“끄으으… 끄억…….”
쩌어억.
아치는 별다른 힘도 들이지 않고 청색 머리 괴물의 입을 벌렸다.
“커헉. 컥.”
괴물은 입을 벌린 채 피를 쏟아내었다. 최한은 이를 무심히 바라보다가 오러를 살짝 품은 검을 그대로 벌려진 입 안을 향해 꽂았다.
푸욱.
검은 입천장 위를 관통해 청색 머리의 뇌까지 꿰뚫었고, 분노로 가득하던 청안은 이내 힘을 잃어갔다.
“여기도 끝냈어요.”
위티라가 황색 머리의 입을 벌렸고, 그 안으로 파세톤이 검을 꽂아 넣으며 남은 한 머리마저 숨통을 끊었다.
이를 지켜보던 아치가 잠시 숨을 고르는 최한에게 다가가 입을 열었다.
“한 마리는 생각보다 쉽게 처리-”
생각보다, 겁먹었던 것보다 한 마리는 쉽게 처리했다고.
그렇게 말하려던 아치는 최한의 안색을 보며 표정을 굳혔다. 얇은 한줄기의 피가 최한의 입가에 여전히 흐르고 있었다.
그제야 잊고 있던 것이 떠올랐다.
‘우리가 오기 전까지 최한이 전력으로 괴물을 상대했기 때문에 우리가 만전의 상태로 싸울 수 있었다.’
아치의 시선이 최한 어깨 너머 로잘린에게로 향했다.
마법사들이 주저앉은 채 숨을 가쁘게 몰아쉬고 있었고, 그 중심의 로잘린은 꼿꼿이 서 있었지만 그녀 역시도 입가의 피를 닦아내고 있었다.
수인족을 제외한 이들이 상태가 좋지 못했다.
그만큼 그들의 힘과 희생으로 이만큼 싸울 수 있었던 것이었다.
아치의 표정이 굳어졌다.
그뿐만 아니라, 호랑이족과 늑대족의 표정도 안 좋았다. 이들이 이리 작전을 세우고 싸우는 동안 정작 별로 한 일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이제 우리가 더 싸우면 될 일입니다.”
그런 그들에게 위티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소리가 들린 곳으로 시선을 돌리자 위티라와 그 옆에 라크가 서 있었다. 채찍과 방패를 각기 든 두 사람은 고개를 들어 올렸다.
“저 사자용이 땅으로 떨어지면 우리가 나서도록 하죠.”
수인족들은 굳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최한은 걱정 말라는 듯 어느새 다 커버린 미소를 짓는 라크에게 고개를 끄덕여 보이고는 청색 머리에 꽂혀있는 자신의 검을 다시 움켜쥐었다.
검을 뽑으려고 힘을 준 순간.
탕!
“음?”
무언가 딱딱한 것이 검과 닿았다.
‘뭐지?’
의아한 표정의 최한은 이내 굳은 얼굴로 검을 움직여 딱딱한 것을 꺼내었다.
혹시 악영향을 끼칠 변수일 수도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검과 함께 빠져나온 것을 본 순간, 최한은 살짝 실소를 흘렸다.
탕!
동그란 구슬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음? 이게 뭐야?”
아치가 청색 머리에게서 떨어진 구슬을 의아하게 바라볼 때, 최한이 그 구슬을 집어 들며 답했다.
“여의주.”
“여의주? 처음 듣는 이름인데?”
다들 처음 듣는 단어에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최한은 지구에서 있었던 일을 떠올렸다.
‘황색 머리 괴물을 잡고 나서 여의주 비슷한 구슬이 나왔다고 했었지. 여기서도 똑같이 나오나 보군.’
최한은 자신처럼 검을 뽑고 있는 파세톤에게 물었다.
“그쪽에도 이런 구슬이 있습니까?”
“음? 여기는 없는데요?”
“그래요?”
최한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분명 저번 지구에서는 황색 머리 괴물한테서 여의주 같은 게 나왔다는 보고를 들었었는데?’
조금 다른 건가?
최한은 악영향을 끼칠 변수는 아니라는 판단과 함께 별 생각 없이 피가 묻은 여의주를 대충 닦아내었다.
챙겨두었다가 케일에게 전해주어야 했으니까.
-어?
그때였다.
“음?”
소매로 여의주를 닦던 최한이 멈칫했다.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다.
익숙한 목소리였다.
-어? 어?
당황한 듯한 목소리.
최한은 그 소리가 들린 곳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는 구슬을 닦고 있던 제 소매를 들어 올렸다.
구슬 안.
사람이 한 명 보였다.
“…어?”
진심으로 최한은 이 전쟁터 한복판에서 당황했다.
-어?
“어?”
최한도 구슬 안에 나타난 사람도 같은 말을 서로 반복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최한은 겨우 입을 열었다.
“…박진태?”
박진태.
전직 사격 국가대표 선수 출신으로, 폭발하는 탄환을 쏘는 총을 무기로 사용하는 능력자.
그는 지구에 있는 사람이었다.
-…너? 너! 너, 최한-! 여의주 안에 네가 왜-!
여의주 너머. 박진태가 당황한 얼굴로 최한을 바라보고 있었다.
지금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는 케일.
그가 지구를 떠나는 순간, 죽음의 신은 사뭇 따뜻한 목소리로 케일에게 말했었다.
-인간이여. 끝이라 생각 말아라.
-연은 어떻게 다시 이어질지 모르는 법이니.
-인연은 이 세계의 법칙조차 알 수 없는 미지의 존재니까.
그 말을 들은 당사자인 케일은 정작 그 뜻의 의미를 알아챌 수 없어 ‘헛소리’라고 하였지만. 인연은 이어지는 법이었다.
구슬 속 박진태를 보고 있던 최한의 입이 열리며 멍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미치겠네.”
-…미친. 이철민! 수혁 형, 아니지. 김록수 불러와!
박진태도 같은 말을 내뱉었다.
그만큼 최한도, 박진태도 당황스러운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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