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ut of Count's Family RAW novel - Chapter 791
2부 33화
검은 나무 공격조.
그 선두에 선 이는 이안 참모장이었다.
-참모장, 이동 중인가?
“네.”
두건을 후드처럼 둘러쓴 이안의 피부색은 이전과 달라져 있었다.
짙은 갈색의 피부.
그녀는 다크엘프와 인간 사이의 혼혈이었다.
참모장이었지만, 그녀의 전투력은 정찰조에서도 수위를 다퉜다.
“2황녀님께서 물건을 제대로 구해오셨네요.”
위이잉-
이안의 한 손에는 흑마법을 바탕으로 한 영상통신구가, 다른 한 손에는 시계와 비슷한 팔찌가 채워져 있었다.
팔찌는 나침반처럼, 특정한 방향을 향해 자침을 겨눴다.
-변동 사항이 생기면 즉시 보고하도록.
“네, 후작님.”
이안은 영상통신구를 끄지 않고 목걸이 형태로 목에 걸었다.
무게가 조금 나갔지만, 어쩔 수 없었다.
‘이안.’
‘네, 삼촌.’
‘…헤니 위시로프와 그 일행들, 특히 너도 아까 본 그 사람의 모든 것을 영상통신구에 담아야 한다.’
‘알겠습니다.’
위이잉–
이안의 손끝이 한쪽을 가리켰다.
남서쪽 방향.
타다닥-
쏴아아—
다크엘프 한 명이 이안이 가리킨 방향을 향해 모래를 박차며 앞으로 나아갔다.
흑마법사는 이안의 바로 뒤에서 바람을 일으켜 앞으로 치고 나갔다.
공격조의 이동 속도는 후작과의 대화가 끝난 즉시 더 빨라졌다.
‘뒤처지는 사람은 없네.’
하지만 그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는 이는 없었다.
30여 명에 달하는 9구역 정찰조 핵심 인원.
반년간 꽤 많은 이들이 죽었지만, 그럼에도 지금까지 살아 남아있는 실력자들이었다.
‘…후보자들은 의외군. 역시 다들 한가락 하는 건가.’
물론 후보자들 쪽도 뒤처지는 이가 하나도 없었다.
‘10여 명이라.’
꽤 많은 이들이 공격조에 참여하였다.
‘쭉정이도 없어.’
후보자들은 조력자를 몇 데리고 참여했다.
‘12후보자와 조력자, 2후보자, 4후보자와 조력자, 9후보자-’
각 후보자에 대한 기록이 그녀의 머릿속에 정리되어 갔다.
4황자 노이와 그의 수하 1명.
용병 제로와 그의 수하 2명.
‘그리고-’
이안은 공격조의 후방을 떠올렸다.
‘헤니 위시로프와 1황자 센더스.’
그들의 무리가 후방에 자리해 있었다.
1황자 센더스와 그의 조력자인 화이언스 1공녀, 드래곤, 정체를 알 수 없는 조력자까지.
그들 뒤로 최후방에 헤니 위시로프와 그녀의 수하인 소드 마스터가 있었다.
‘아니지, 수하가 아니라 동료지.’
그들의 우두머리는 따로 있었다.
참모로 판단되었던 자.
그자가 우두머리였다.
‘그 우두머리와 다른 한 명은 멀리서 뒤따라온다고 했어.’
헬슨 후작은 이안에게 대략적인 내용을 말해주었다.
‘저자는 정화자다. 그리고 그에게는 용이 있고, 신의 힘이 있다.’
신의 힘이라는 말에 이안은 솔직히 코웃음을 칠 뻔했다.
‘신?’
그런 건 없지.
있었으면 세상이 이렇게 될 때까지 왜 아무것도 해주지 않지?
이안은 다크엘프 아버지와 헬슨 후작의 먼 친척인 어머니를 모두 죽은 마나와 변종 괴물 때문에 잃었다.
‘정화자라니, 웃기지도 않은 이름이야.’
아까 보았던 붉은 불기둥의 주인이 그 정화자라고 했지만, 이안은 마냥 후작처럼 믿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아예 믿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삼촌은 증거도 없는 것을 믿지 않는 사람이야.’
겉모습과 달리, 헬슨 후작은 웬만한 참모들보다 똑똑하고 특히 상황 파악이 빨랐다.
‘일단 괴물을 없애는 데에 집중하자.’
이안은 다른 생각은 접어두었다.
그녀는 뒤를 힐끗 쳐다보았다. 후보자들이 대열을 망가뜨리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이동하고 대화하는 것을 보았지만, 신경을 껐다.
모든 것은 괴물, 검은 나무에 닿는 순간 벌어질 것이니까.
그렇기에 이안은 화이언스 1공녀가 소드 마스터 최한에게 다가가는 것을 애써 신경 쓰지 않았다.
“안녕하세요?”
최한은 최후방에 메리와 자신의 곁으로 다가온 이를 향해 시선을 옮겼다.
“반갑습니다, 헤니 위시로프 님.”
화이언스 1공녀.
그녀는 가벼운 로브 차림이었다.
공격조는 흑마법사들이 띄운 마법 전등이 있었지만, 마냥 밝지는 않았다. 또한 그 범위 밖은 어두웠다.
“반갑습니다.”
메리가 가볍게 답했다.
최한은 여전히 1공녀를 응시했다.
‘산책이라도 나온 것 같아 보인다.’
1공녀는 산책이라도 나온 사람처럼 느긋했다.
화사한 금발은 흑마법 불빛을 받아 아름답게 반짝였다.
“네, 헤니 위시로프 님, 인사를 드려서 좋네요. 아, 그리고 소드 마스터님도 반가워요.”
화이언스 1공녀는 꽤 사근사근한 태도로, 하지만 도도한 모습으로 최한에게도 다정한 인사를 건넸다.
‘실력이 꽤 있어.’
몇몇 후보자의 조력자들은 현재 점점 더 짙어지는 죽은 마나 기운에 입을 다물고 이동에만 신경 썼다.
반면에 화이언스 1공녀, 미네는 이동 속도도 그대로 유지한 채, 죽은 마나 기운에 전혀 영향을 받지 않고 있는 것 같았다.
‘왜 온 것이지?’
최한은 왜 그녀가 갑자기 후방에서도 물러나 최후방, 그에게로 다가온 것인지 의문을 품었다.
하지만 의문에 대한 답도 조금은 알 것 같았다.
“반갑습니다, 공녀님.”
“네. 그런데 소드 마스터 님-”
1공녀의 눈동자가 최한을 감싼 붉은 기운을 눈에 담았다.
“그 붉은 기운은 뭔가요?”
순간 몇 명의 시선이 최한에게로 향했다.
현재 공격조는 대부분 다크엘프나 혼혈, 흑마법사, 네크로맨서로 구성되어 있었다.
그 대부분에 속하지 않은 자가 최한, 드래곤이 있었다.
‘1황자의 마지막 조력자는 정체가 불분명하고.’
알 수 없는 1명도 있었지만.
‘…이 붉은빛을 다들 궁금해하는군.’
최한을 감싼 붉은빛의 로브. 당연히 케일이 작동시킨 교단의 물건이었다. 최한은 로브 안의 문양은 꼼꼼하게 가렸다.
“…….”
최한은 ‘그 붉은 기운은 뭔가요?’라고 물은 화이언스 1공녀 미네를 가만히 응시했다.
‘최한, 누가 말을 걸고, 거짓말을 해야 할 상황이면 그냥 대답을 하지 마. 무시해.’
케일 말대로 최한은 대답하지 않았다.
“후후.”
1공녀 미네는 낮은 웃음을 흘렸다. 그녀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읊조렸다.
“처음 보는 붉은빛이네요.”
그 순간, 최한은 깨달았다.
‘알고 있다.’
1공녀는 이 붉은빛이 ‘정화의 불’ 교단과 관련되어 있음을 분명 알고 있다.
최한은 그런 직감이 들었다.
그리고 그의 이런 직감은 대부분 맞아 들었다.
“나중에 수도에 가서도, 이 아름다운 붉은빛을 볼 기회가 생기면 좋겠네요.”
1공녀 미네는 부드럽게 말을 건네고는, 메리에게 살짝 고개를 숙여 인사한 뒤 우아한 걸음으로 다시 제자리로 향했다.
1황자가 뒤를 돌아보았다.
‘응?’
최한은 1황자 센더스가 뭐라 입을 여는 것을 보았다. 메리도 똑같이 그 모습을 보았다.
툭.
그 순간, 1공녀 미네의 손이 1황자의 어깨 위에 올려졌다.
센더스는 고개를 돌렸다.
“내 친우 센더스.”
1공녀 미네는 센더스의 곁에 선 채, 아주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시건방지게 굴지 말렴.”
센더스의 눈가가 살짝 일그러졌지만, 그의 얼굴에서 이내 표정이 사라졌다.
“안 그래도 내가 지금 기분이 좋지가 않아. 물론 곧 기분이 좋아질 것 같지만.”
1공녀 미네의 입가에 부드러운 미소가 걸렸다.
모르는 이들이 보았다면, 센더스와 미네 사이에 즐거운 대화가 오가는 듯했다.
“크크큭.”
1황자의 또 다른 조력자. 깊게 눌러쓴 후드로 모습을 내내 감추고 있던 이에게서 낮은 웃음소리가 흘러나왔다.
비웃음이 잔뜩 섞인 목소리가 튀어나왔다.
“아주 잘 돌아가네. 크크큭.”
그리고 드래곤의 표정은 변화가 없었다. 용은 오로지 정면만 바라봤다.
짙은 어둠을 향해 그녀의 눈동자는 닿아있었다.
1공녀 미네는 드래곤의 표정도 한번 보고는 더 짙은 미소를 그렸다.
‘올리비아 황녀가 살아 돌아올 줄은 몰랐지만, 그래도 일이 재밌게 되었어.’
올리비아 황녀가 살아서 도망쳐오는 바람에, ‘정원’ 밖으로 뿌리가 뻗쳐 나왔다.
그 때문에 헬슨 후작도 ‘정원’의 존재를 어렴풋이 인지했지만.
‘기대돼.’
‘정원’을 향해 제 발로 ‘거름’이 되기 위해 움직이는 이들을 보는 기분은 꽤 좋았다.
정원의 늪에 빠진 이들은 도망치지 못하고 얼마나 아우성을 질러대며 거름이 되어갈까.
‘오랜만에 스트레스 풀리겠어.’
1공녀 미네의 입가에 미소가 더 짙어졌다.
그녀의 머릿속으로 목소리가 들려왔다.
-크크큭. 재밌겠어. 좋은 구경거리 알려줘서 고맙군.
미네의 시선이 후드를 눌러쓴 일행에게로 향했다. 1황자의 조력자 중 끝까지 정체를 감춘 자.
그녀의 입가에 미소가 맺혔다.
머릿속에 들리는 목소리는 그녀가 아는 흑마법 혹은 마법과는 다른 방법이었다.
‘전음이랬던가?’
그녀는 흑마법으로 상대의 머릿속에 뜻을 전했다.
-저 소드 마스터가 궁금하다고?
답이 돌아왔다.
-그래. 저자가 사용하는 검술은 우리 중원 쪽과 비슷한 듯 달라. 그 시체를 해부해보고 싶군.
미네는 속으로 코웃음을 흘리며 물었다.
-강시라고 불리는 그것을 만들 작정인가?
-해부하면 못 만들지. 그래도 멀쩡하게 죽으면 해부 안 할 수도 있고. 크크큭.
미네는 조력자의 전음에 신경을 껐다.
“참모장님.”
선두에 서 있던 다크엘프 정찰병이 걸음을 멈췄다.
미네의 시선이 이안에게로 향했다.
‘저자의 손에 든 영상통신구부터 망가뜨려야겠어.’
그러면 헬슨 후작은 이곳에서 벌어지는 일을 아무것도 모르리라.
‘우리를 제외한 모두의 전멸로 간다.’
미네는 간단한 계획을 떠올리며 차오르는 기대감을 꾹 눌러 참았다.
“무슨 일이지?”
이안의 물음에 정찰병은 앞을 가리켰다.
“시쳅니다.”
“음.”
이안은 정찰병에게 다가갔다.
“호오.”
그녀는 등 뒤로 들리는 목소리에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
“…제로 님. 위치를 지키셔야죠.”
“아, 죄송합니다! 하하하. 궁금해서요.”
용병 출신 후보자 제로가 시체를 바라보고 있었다.
뒤로 가라는 이안의 눈짓에도 제로는 모르는 척 시체를 살폈다.
“17후보자군요.”
그의 말에 몇몇 사람들이 숨을 들이마셨다.
올리비아 황녀와 같은 조였던 후보자로, 두각을 드러내는 후보자는 아니었지만 중상위권은 되는 후보자였다.
“시체가 검게 변한 데다가, 미라처럼 삐쩍 말랐군.”
제로의 눈빛이 가라앉았다.
그의 목소리가 공격조원들에게 닿았다.
“정말 그 괴물은 인간의 생명을 먹이처럼 빨아먹나 보네.”
시체 근처로 시선이 모여들었다.
4황자 노이는 제로의 옆에 선 채 주먹을 꽉 쥐었다.
“흐음.”
제로는 그런 4황자를 쳐다보다가 여전히 후방에 자리한 헤니 위시로프를 바라봤다.
헤니 위시로프는 고요해 보였다.
그녀의 수하인 소드 마스터도.
“…정체가 뭔지.”
제로는 작게 중얼거리며 뒤로 빠졌다. 4황자 노이는 고개를 돌렸다, 그의 시선이 센더스 1황자에게로 향했다.
1황자는 표정 없는 얼굴로 시신이 아닌 다른 쪽을 보고 있었다.
노이는 고개를 돌렸다. 그는 후방으로 물러섰다.
“비겁한 새끼.”
그는 입을 꾹 다물었다. 그의 시선이 1공녀 쪽으로 향했다.
1공녀 미네는 4황자에게 다정한 누이처럼 미소를 지어 보였다.
‘음?’
노이는 그 진저리 나는 미소에 화를 내지 않았다.
‘뭐지?’
1황자보다 더 후방에 있는 헤니 위시로프. 그녀의 수하가 가면으로 가려지지 않은 입가에 순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래, 분명 순한 미소다.
‘이상한데?’
그런데 왜 섬뜩하게 보이는 걸까.
노이는 저 헤니 위시로프 무리를 보면 기분이 이상해져 왔다.
‘뭐 하는 것들이지?’
상당한 실력의 네크로맨서이자 멸망한 왕국의 왕족.
더불어 수하가 자그마치 알려지지 않은 젊은 소드 마스터다.
‘다른 두 명도 분명 특별한 점을 지녔을 건데.’
노이는 생각을 더 이어갈 수 없었다.
“2황녀님의 정보가 맞다면, 이제 곧 검은 나무가 있는 호숫가에 접근할 겁니다.”
이안은 시신을 천으로만 가려두고 수습하지 않았다.
그녀의 목소리에 모두가 그녀를 바라봤다.
“진입 순서와 탐색, 대응 방안. 모두 약속된 대로 해주시길 바랍니다.”
이안은 정찰병에게 눈짓했고, 그가 땅을 박차는 것을 시작으로 다시 공격조는 걸음을 옮겼다.
노이는 그 뒤를 따르며 생각했다.
‘아바마마. 도대체 무슨 생각이신 겁니까.’
4황자는 아바마마의 말을 떠올렸다.
‘노이. 네 형을 죽여라.’
4황자 노이는 눈을 질끈 감았다 뜨며 다짐했다.
‘내가 언제 아바마마 말을 들었다고. 무시하자!’
내 마음대로 할 거야!
노이는 1황자와 달리 올리비아 황녀의 상태를 보러 갔었다. 헬슨 후작의 수족들에게 둘러싸여 치료받는 올리비아 황녀는 곧 죽을 사람처럼 보였다.
‘…황궁의 생각은 모른다.’
황궁의 생각도, 아바마마의 생각도, 화이언스 가문의 생각도.
각기 다른 생각들을 노이는 모른다.
알고 싶지도 않다.
그는 자신이 맞다고 생각하는 길을 갈 생각이었다.
‘일단 괴물을 죽인다.’
노이는 고개를 들었다.
걸음을 멈췄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으음.”
“이안 님, 더 이상 전진은 힘들 것 같습니다.”
몇몇 사람들이 침음을 흘렸고, 공격조 중 몇 명은 후방으로 물러났다.
“깜깜하구나.”
이안은 깜깜한 벽을 볼 수 있었다.
죽은 마나의 농도가 안 그래도 높았는데, 저 벽으로 다가갈수록 급격하게 치솟아가는 것이 느껴졌다.
-참모장.
“후작님, 도착한 것 같습니다.”
깜깜한 벽.
그것은 실제 벽이 아니었다.
올리비아 황녀는 증언했다.
‘갑자기 검은 벽이 등장했네. 하지만 다가가니, 벽이 아니었다.’
그것은 안개였다.
흑마법으로 피워 올린 불빛조차 통과되지 않는 아주 짙은 밀도의 안개.
‘우리는 그 벽에 더 다가가지 않고, 주변을 둘러보며 벽의 정체를 탐색하려고 했다.’
이안은 입을 열었다.
“곧 벽이 열릴 것입니다.”
올리비아 황녀는 증언했다.
‘하지만 그 벽이 어느 순간 갑자기 사라지더니 그곳이 나타났어.’
스스스-
바람이 불었다.
안개 벽이 물러섰다.
밤의 어둠보다도 더 짙은 어둠과도 같았던 안개 벽 사이로 빛이 반짝였다.
‘아름다웠어. 갑자기 하얀 빛 알갱이들이 둥둥 떠 있는 신비로운 공간이 나타났지.’
마치 사막 위의 오아시스처럼.
호수가 나타났다.
“아.”
누군가 탄성을 흘렸다.
하얀 빛덩이들이 둥둥 떠다니는 호숫가.
호숫가는 달빛을 받고 있었다.
이곳만큼은 죽은 마나 안개가 하늘을 가리지 않았다.
별빛이, 달빛이 호수를 비췄다.
아름다웠다.
그 풍경은 신비롭기도 했다.
“…나무.”
호수는 컸다.
그 호수의 중앙에 검은 나무가 자리해 있었다.
그 크기는 아주 거대했다. 영주성보다 더 큰 것 같았다.
하지만 징그럽지 않았다.
윤기가 흐르는 검은 나무는 푸른 호숫빛을 받아 아름답고 생기가 넘쳤다.
이안의 입이 열렸다.
“목표물 발견.”
검은 나무는 눈이 없었다.
하지만 이안은 왠지 저 괴물이 호수 중앙에서 이쪽을 보는 것 같았다.
‘아니. 우릴 기다리고 있었구나.’
괴물은 다가오는 먹잇감을 기다리고 있었다.
“지금부터 우리는 적의 영역에 들어갑니다.”
그때, 최한의 머릿속에 에르하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우리도 다 왔다.
최한은 눈을 감았다.
모두의 시선이 검은 나무와 호수에 집중된 이때.
그의 귓가로 저 멀리서, 하늘 아주 높은 곳에서부터 미세한 소리가 들려왔다.
우르르–
최한은 깨달았다.
별빛도 달빛도 삼켜버릴 구름이 다가오고 있다.
적금빛의 불벼락을 머금은 구름이 이곳으로 온다.
곧 어둠이 사라지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