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ut of Count's Family RAW novel - Chapter 888
2부 130화
혈교. 그 단어를 언급하는 순간, 위상선은 숨을 깊이 들이마셨다.
그때, 케일이 뇌마 쪽을 향해 기울였던 몸을 뒤로 물리며 의자 등받이에 기댔다.
“몇 가지 궁금증이 생기는군요.”
그는 뇌마의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물었다.
“혈교를 어떻게 아셨습니까?”
요즘 케일에게서 시작되어 퍼져나간 혈교에 대한 소문.
혈교가 수면 아래에 존재하며, 남궁세가의 혈족을 죽였고, 검마가 혈교출신이라는 것.
여러 소문이 무림에 들불처럼 퍼지고 있었지만, 뇌마의 뉘앙스는 이미 그 전부터 혈교에 대해서 알아왔다는 투였다.
“천마께서 혈교에 대해 알아내셨지요. 아니지.”
뇌마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떠올리셨지요.”
위 상선의 표정에 의문이 떠올랐다.
이를 본 뇌마는 입을 열었다.
“조금 더 설명이 필요하겠군요.”
그는 찻잔을 매만지며 말을 이었다.
“보통 무림에서 말하는 단전은 하단 전. 즉, 배꼽 부근을 말하지요. 하지만 단전은 세 곳에 존재합니다. 다 아시겠지만, 중단전은 심장, 상단전은 뇌이지요. 천마께서는 현경에 도달하다가 상단전과 통하게 되었다고 하셨습니다.”
절정에서 초절정, 나아가 화경, 현경까지.
그 경지에 오른다고 하여 모든 이들이 상단전, 중단전과 통하는 것은 아니었다.
천마는 상단전과 통한 일부의 경우였다.
“뇌. 상단전과 기운이 통하게 되자, 자신의 몸 전체를 관조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하셨지요. 특히, 내부에서 스스로를 살펴보는 것이 아닌. 또 하나의 객체로서 자신의 몸을 살펴볼 수 있게 되었고 그때 무언가를 발견했다고 합니다.”
뇌마와 케일의 시선이 마주쳤다.
“천마께서는 이를 처음에는 오염된 내공이라고 부르셨습니다.”
케일은 여전히 입을 다물고 있었다.
“하단전과 중단전이 있는 심장에서 이 오염된 내공을 발견하셨고, 이 내 것이 아닌 기운이 심장에서부터 시작하여 자신의 몸을 조종하고 있음을 깨달으셨습니다.”
아.
위 상선의 입에서 짧은 탄성이 흘러 나왔다.
그는 남궁세가의 생강시였던 남궁태위를 정화하는 모습을 기억하고 있었다.
‘남궁태위를 정화할 당시 분명 그의 심장이 흉측하고 검은 형태로 변해 있었지.’
이는 김 공자의 정화를 통해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오고 붉은 막을 씌워 그나마 인간 같은 형태로 돌아왔었다.
‘…천마의 판단이 매우 정확한 편이군.’
그가 관찰한 제 몸의 상태는 그간 위상선이 보았던 것과 흡사했다.
“그래서 천마께서는 일단 이 오염된 내공을 어디서 얻었는지에 대해 떠올리고자 노력하셨지요. 그러다가 어릴 때, 어느 시기의 기억이 불분명함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 때문에 그 시절의 기억을 떠올리시려 상단전을 끊임없이 자극했고 그 결과로 드문드문 무언가를 보았다고 하셨습니다.”
케일의 입이 열렸다.
“무엇을 보았습니까?”
“검은 액체를 자신의 심장에 주입하는 광경.”
으음.
위 상선의 입에서 침음이 흘러나왔다.
“더불어 혈마라는 단어를 들었던 것.”
혈교의 수장이 혈마였다.
“이 두 가지를 바탕으로 저에게 명령을 내리셨지요. 혈마와 혈교에 대해 찾아보라고요.”
피식. 뇌마는 웃음을 흘렸다.
“물론 진짜 천마께서요.”
“가짜 천마도 있습니까?”
“네. 있지요. 가짜 천마께서는 계속해서 저에게 중원을 공격할 방안을 짜오라고 하셨으니까요.”
진짜 천마와 가짜 천마.
모두 한 사람이었지만, 뇌마는 이를 확실히 구분했다.
“그래서 저는 두 가지 일을 했습니다. 중원을 침략할 방도를 짜는 일. 그리고 혈교에 대해 알아보는 일.”
뇌마는 여전히 차를 마시지 않고, 찻잔만 만지고 있었다.
“그렇게 한 2주를 흘려보냈을까, 갑자기 중원에 혈교에 대한 소문이 서서히 돌기 시작한 것입니다.”
그의 시선이 케일에게로 향했다.
“바로, 김 공자님이라는 존재가 중원에 모습을 드러내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였지요.”
케일의 입꼬리가 서서히 올라갔다.
뇌마는 이어 말했다.
“그리고 무림맹에서 우리와의 협상을 서둘렀고, 그 길에 김 공자님이 함께하셨습니다. 그런데 그 길에 하필 사도련의 사람들도 있더군요.”
“그래서 답을 찾으셨습니까?”
담담하게 묻는 케일에게 뇌마는 기분좋게 웃어 보였다.
“네. 찾았습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이 곤륜까지 직접 와보고 정확히 알았지요.”
위 상선은 새삼 마교를 황실에서 경계하는 이유를 깨달았다.
뇌마는 잔잔한 어조로 말했다.
“혈교의 존재를 알리기 시작한 것은 김 공자님. 그리고 황실 쪽이라는 것.
그리고 진정한 마교와의 만남 중심에는 총군사가 아닌 김 공자님이 계시다는 것. 두 가지를 알았습니다.”
마교.
숫자는 정파와 사파에 비하면 턱없이 적었지만.
천마를 중심으로 똘똘 뭉친 이 세력은 무림의 변두리에 자리함에도 그 정보력과 무력이 다른 두 단체에 밀리지 않았으며 나아가 어떤 때에는 더 무섭고 치밀한 면이 있었다.
위 상선은 이를 지금 여실히 느끼는 중이었다.
그는 뇌마보다 더 느긋해 보이는 케일을 바라봤다. 케일은 이제 아주 편하게 의자에 몸을 기댄 채 무심하게 물었다.
“그래서 나를 초청하는 것입니까?”
“네.”
뇌마는 간단하게 답했지만, 확신했다.
천마가 찾고 있는 사람.
그건 혈교에 대한 정보를 알려주고, 혈교를 없앨 길을 만들어줄 사람이었다.
톡. 톡.
뇌마는 김 공자의 손가락이 팔걸이를 두드리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는 천장을 보며 무언가 생각에 빠진 것 같았지만, 고심하는 것 같지는 않아 보였다.
잠시의 침묵 뒤 케일의 입이 열렸다.
“뇌마님. 제가 궁금한 것이 하나 있습니다.”
“네, 말씀하십시오.”
“지금 천마께서는 자신과 싸우고 계시다고 하셨지요?”
“그렇습니다.”
케일은 허공이 아닌 뇌마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그렇다면 지금 천마께서는 그 오염된 내공을 없앨 방도를 찾으신 겁니까?”
아까 가졌던 몇 가지 궁금증 중. 케일이 가장 궁금했던 것은 이 부분이었다.
“아직 완전한 답을 얻지는 못했고, 찾고 계시는 중입니다.”
케일의 눈동자에 이채가 감돌았다.
“완전한 답이 아니라면, 어느 정도의 답은 찾았단 말로 알아들어도 되겠습니까?”
뇌마는 대답 대신 웃더니,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말했다.
“공자님, 그래서 공자님을 초청하는 것도 있습니다.”
“저를 초청하는 이유가 또 있는 겁니까?”
“네. 있습니다.”
뇌마는 찻잔을 들어 올렸다.
“처음에는 오염된 내공인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이곳으로 오기 전, 천마께서는 말씀하셨지요.”
그러고는 마침내 차를 한 모금 마신 후, 입을 열었다.
“이건 오염된 내공이 아니라, 오염된 자연의 죽음이 담긴 기운이라고요.”
와.
케일은 감탄을 참지 못했다.
‘상당히 정확하게 파악했는데?’
케일이 방문했던 첫 번째 세계. 샤올렌.
그곳에서 만들어졌던 강시들은 죽은 마나를 이용한 것이었다.
그리고 이 중원에 와서 마주한 생강시는 단순히 죽은 마나만을 사용한 것이 아니라, 또 다른 무언가가 섞인 것이 아니냐는 생각을 하고 있는 중이었다.
‘천마는 죽은 마나를 자연의 죽음이 담긴 기운이라 표현했고, 무언가 섞인 것을 오염되었다고 말하고 있어.’
이야.
다시 감탄이 흘러나왔다.
‘천마, 이 인간 장난 아닌데?’
천마를 직접 본 적은 없지만 그에 대한 평가는 알고 있었다.
‘신체는 평범하나, 무공에 대한 지능만큼은 하늘에서 내린 재능을 지녔다.’
천마는 무공에 한정하여 머리가 아주 비상한 자였다.
케일은 지금 뇌마가 전해준 말만 들어도 그 평가가 아주 적절하다고 생각했다.
“때문에 저는 자연경, 자연의 기운을 다룰 줄 아시는 김 공자님을 더욱더 마교로 모셔야 한다는 판단을 했습니다.”
자연경.
그 말에 케일은 멈칫했다.
‘나 자연경 아닌데.’
자연경은커녕, 무공이라고는 쓸 줄도 모르는 인간이 케일 자신이었다.
하지만 케일은 대충 흘려넘겼다.
그게 중요한 게 아니니까.
“뇌마께서 꽤 많은 이야기들을 해주셨으니, 저도 입을 열어야겠군요.”
무언가를 기대하는 듯한 뇌마에게 케일은 말해주었다.
“초대에 응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뇌마의 입가에 진심으로 기분 좋은 미소가 걸렸다.
‘이걸로 길이 보이는구나.’
뇌마는 진짜 천마와 함께 혈교를 상대하는 길이 얼마나 고독하고 힘겨울지 매일 상상하며 온몸의 신경이 곤두서는 나날을 보냈다.
그런 상황에 김 공자가 나타나고 그를 중심으로 바뀌는 판도를 보니, 마음이 놓였다.
뇌마는 비로소 다시 차를 한 모금 더 마셨다.
그전과 달리 이제는 맛이 느껴졌다.
‘조금 시군.’
김 공자의 취향인가?
그런 생각을 할 때였다.
“그리고 한 가지 말씀드리자면, 그 오염된 기운. 제가 없앨 수 있습니다.”
달칵.
뇌마가 찻잔을 내려놨다.
그의 동공이 흔들렸다. 그러다가 벌떡 일어났다.
“총군사. 그 인간이 김 공자님을 믿은 이유가 이것이었군요!”
마지막 남은 의문이 해소되었다는 듯 뇌마는 환한 미소를 지었다.
“정, 사, 마. 모든 곳에 천마님과 같은 상태의 무림인이 존재했고, 이를 해결할 방도를 김 공자님이 아시니 무공의 경지와 황족이라는 지위를 떠나 따를 수밖에 없는 것이고! 총군사가 협상이라는 이름으로 속내를 숨긴 것도 김 공자의 이 능력을 숨기기 위함일 테니! 사도련주가 아무 반응이 없는 것은, 그들은 아직 이것까지는 모르는 것이군요! 더불어 황실에서 금의 위를 비롯하여 많은 지원을 하며 동창소속의 상선까지 내어준 것도 김 공자님이야말로 혈교의 모든 작전을 가로막을 비수이기 때문이고요!”
케일은 머릿속에 라온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우아. 인간아, 이 뇌마 뭔가 엄청나다.
그러게.
케일도 동의했다.
혼자서 다다다 말을 쏟는데 그게 또 다 사실이다.
‘편하긴 편한데, 뭔가 찝찝하네?’
말을 덜 해도 되어서 좋고, 알아서 척척 상대방이 다 준비를 내놓을 것 같고. 케일에게 아주 깍듯한 것이. 케일은 저를 시험하려고 했던 무림맹주를 만났을 때보다 뭔가 편했으나.
이상하게 찝찝했다.
“하하.”
푸근하게 웃고 있는 뇌마의 저 눈동자는 꼭 클로페를 닮았으니까.
‘으음. 그렇다고 나한테 뭔 일이 있겠어?’
나쁜 일이 벌어질 예감은 아니었다.
그냥, 클로페와 대화를 나눌 때면 느끼는 그런, 좀, 그런 떨떠름함이 존재할 뿐.
‘내 착각이겠지.’
케일은 그러려니 생각하며 뇌마와 간단히 몇 가지 일정을 정했다.
뇌마는 면담 마지막으로 한마디를 남겼다.
“제가 고집을 한번 부려보겠습니다.”
그리고 그 고집이 그날 저녁부터 시작되었다.
“아니, 그게 무슨 말이오?”
벽선이 기가 찬 얼굴로 말했다.
“김 공자를 마교로 먼저 초청하지 않는 이상, 협상을 할 생각이 없다고?
허! 아주 기가 찬 소리군!”
그는 기가 막힌다는 얼굴로 연신 탄식을 흘려댔다.
장문인 인호는 굳은 얼굴로 입을 열었다.
“아마 마교에서는 황족에다가 자연경에 이른 김 공자를 초청해 자신들 쪽으로 마음을 기울이게 하고 싶은 듯하오. 그래서 협상 시 이득을 얻고자 함이겠지요.”
“으음.”
팽유가 침음을 흘리며 입을 열었다.
“하기는 김 공자가 정마 협상에 있어 뭔가 위력을 행사하기는 힘들지만.”
“그렇소! 그는 외부인이오!”
벽선이 목소리를 높였으나, 이어진 팽유의 말에 입을 꾹 다물었다.
“하지만, 황족에다가 자연경에 이른, 어쩌면 현시대 최고의 고수가 마교 쪽 편을 든다면 정파로서는 이를 완전히 무시하기는 힘들 겁니다.”
“끄응. 뇌마 그 간악한 놈이, 뭔 짓을 할지 모르는데.”
벽선은 반박하지 못하고, 그저 앓는 소리만 냈다.
“총군사.”
그때, 장문인이 입을 열었다.
“김 공자님께서는 어떻게 하고 싶다고 하십니까?”
소식을 전했던 총군사 제갈미려는 입술을 떼었다.
“초대를 받았고, 거부할 이유가 없으니 다녀오겠다고 하셨습니다.”
“허- 결국 황실은 정파, 마교 가릴 것 없이 결국 본인들 통제하기 쉬운 대상이면 어디든 상관없다는 것이오?
하! 관을 믿으면 안 되었어!”
벽선이 흉흉한 눈빛을 내며 목소리를 높였을 때. 장문인이 한결 밝아진 얼굴로 말했다.
“다녀오겠다고 하셨다고요?”
“네.”
총군사가 은은한 미소를 지었다.
“공자님께서는 마교로 갔다가 곤륜으로 돌아오겠다고 하셨습니다.”
그녀는 덧붙였다.
“정문과 현판이 제대로 잘 수리되었는지 확인하셔야 한다면서요.”
장문인이 숨을 깊이 들이마셨다가 내쉬었다.
그의 입가에 잔잔한 미소가 지어졌다.
“배웅을 해 드려야겠군요.”
그 말에 벽선이 미간을 왈칵 찌푸렸다.
“아니, 장문인 그게 무슨 말이오! 지금 속 좋게 배웅이나 하자는 소리가 나옵니까?”
그 순간, 벽선은 멈칫했다.
장문인 인호의 서늘한 눈빛이 그에게로 향했기 때문이었다.
“벽선 어르신. 곤륜의 정문과 현판을 산산조각낸 존재는 늘 마교였습니다.”
이번만 빼고.
“김 공자께서는 그 정문과 현판을 아주 굳건하게 새로이 세우겠다고 하셨고, 그것이 제대로 잘 되어있는지 확인하겠다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다녀오겠다.’고 하셨지요. 결국 돌아올 곳은 곤륜이라는 말입니다.”
물론 케일은 황실 돈이긴 하지만, 자신이 책임지겠다고 한 일이니 제대로 되었는지 확인하겠다는 의미에서 한 말이었고.
다녀오겠다고 한 것도, 그냥 다시 곤륜으로 돌아서 무림맹 사람들과도 이야기를 나누어야 한다는 의미로 말한 것뿐이었으나.
총군사와 장문인 인호는 이를 곧이곧대로 듣지 않았다.
그 말에 의미를 부여했다.
특히 총군사는 더 그러했다.
“김 공자님께서는 반드시 좋은 소식을 들고 돌아오실 겁니다.”
“…총군사께서는 뭔가를 아시는 것이 오?”
장문인의 말에 제갈미려는 은은한 미소를 지었다.
“김 공자님은 협과 의를 위해 움직인다. 이것만큼은 제가 확신합니다.”
그녀가 그렇게까지 말하자, 다른 이들은 더 이상 다른 말을 할 수 없었다.
제갈미려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장문인의 말 이후, 곰곰이 생각에 잠긴 채 조용해진 벽선까지. 정파 측의 말 없는 수긍을 보며 그녀는 생각했다.
‘홀로 마교로 먼저 가서 혈교에 대한 것을 담판 지으려고 하시는구나.’
김 공자의 심계가 얼마나 깊든. 그의 무공이 얼마나 대단하든.
제갈미려는 이렇게 솔선수범하며 정의를 위해 움직이는 김 공자의 모습이야말로 대단하다고, 깊이 감탄했다.
그리고 다음 날.
케일은 뇌마와 함께 마교가 있는 신강으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