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cky World Star RAW novel - Chapter 43
43. 43. 인맥과 인간관계 (2)
그 정도 해주는 것도 유희성이 자신에게 해준 것을 생각하면서 양보한 것이었다. 그들에게 꼭 필요한 도움은 그 정도였다. 그 이상은 해줄 수도 없고 할 필요도 없었다.
“네가 봐준다면 2주에 한 번 올게.”
“내 일정이 어떻게 될지 모르니 사전에 약속을 잡아야 할 거야. 그렇지 않으면 허탕을 칠 수 있으니.”
박재선은 그런 정도로 친분을 유지하면서 상황을 살필 생각이었다. 그들의 실력이 꽤 괜찮은 것은 알지만 성공을 장담할 정도는 아니었다. 2주에 한 번 봐주는 것은 일종의 오디션이었다.
성실하게 하는지, 발전이 있는지 보면 알 것이고 기준에 미흡하면 포기하게 만드는 것이 서로에게 이득이었다.
박재선은 유희성에게 녹음실을 구한다고 했지만 전적으로 맡겨둘 생각은 없었다. 그래서 자신이 거래하던 부동산으로 갔다.
“녹음실 하나 더 구한다는 말씀이죠? 연습실 같은 다른 부대시설까지 딸린 곳이라면 더 좋고요? 지금 쓰는 곳을 개인적으로 쓴다는 말씀이군요.”
“그렇습니다. 기획사로 쓰기에는 지금의 빌딩이 너무 협소한 면도 있죠. 괜히 그곳을 별관처럼 그렇게 쓴 것이 아닌 것 같습니다. 옥상의 창고를 사무실로 사용하는 실정입니다.”
박진희 중개사에게 좀 더 넓은 공간을 구하는 것을 이야기했다. 엔지니어를 고용할 경우 일할 곳이 필요했다. 또한 지금이야 1인 기획사이지만 다른 아티스트를 영입할 수도 있었다. 조만간 이현제나 문세운과 계약할 수도 있었다.
“적당한 곳이 있는지 알아보죠. 근처가 좋겠죠?”
“걸어서 다닐 정도로 가까우면 좋겠지만 차로 이동해서 10분 이내에 있는 곳이라면 문제는 없을 것입니다.”
차로 10분 거리라면 반경 5㎞ 이내이기에 주변의 모든 녹음실이 해당이 되었다. 약간 거리가 있는 것이 좋을 수도 있었다.
“몇 군데 매물이 나온 것도 있으니 알아보죠. 거기는 임대로 할 건가요? 매입만 가능한가요?”
“임대도 좋고 매입해도 상관이 없습니다. 모자라는 금액은 대출을 하고 갚아나가면 될 것이니.”
현재 논의 중인 광고만 찍어도 10억 원 정도는 들어올 것 같으니 사무실 한 칸을 매입하는 것은 가능했다. 물론 임대만 가능하다면 그것도 큰 문제가 아니었다.
“적당한 물건이 있는지 알아보죠. 참, 얼마 전에 아파트 입주자가 전화를 했는데 재계약이 가능한지 물었습니다. 아니면 그냥 지금 이사를 갈 생각도 있다면서요. 마침 그 문제로 전화를 할까 했는데 어떻게 할까요?”
“재계약은 하지 않을 생각입니다. 계약기간이 네 달가량 남았지만 그 전에 나가도 상관없다고 하십시오.”
“혹시 전세를 줄 건가요?”
“그게 아니라 그냥 제가 입주를 할 생각입니다. 아파트가 비는 시기에 맞춰 지금의 집도 내놓았으면 합니다.”
지금 사는 집도 계약기간이 많이 남았지만 부동산 중개 수수료를 내면 되었다. 세입자가 나가지 않아 결혼 이후에나 입주할 수도 있었는데 차라리 잘 된 것 같았다.
“알았습니다. 하긴 연예인이 살기에는 불안하긴 하죠. 인기를 얻는다면 경비가 철저한 곳에서 사는 것이 안전하죠.”
박재선이 바로 인기를 얻을 것이라 생각하지 않았기에 일반 빌라를 얻었지만 지금처럼 1위를 한 상황에서 그곳에 사는 것은 불안했다. 언제 사생팬이 출몰할지 몰랐다.
박재선은 굳이 결혼을 한다는 사실을 알릴 필요는 없기에 가만히 있었다. 말하는 순간 소문이 날 수밖에 없었다.
박재선은 최우철의 연락을 받고 시간을 내서 약속 장소에 갔다. 그곳에는 박관석 부사장도 같이 있었다. 아직 퇴근시간도 되지 않았는데 이미 술판이 벌어져 있었다.
“어서 와요. 우리 인기 스타님은 점점 아우라가 강해지는 것 같아요. 이번에 우리도 드라마에 투자하기로 했어요. 대박이 나도록 잘 부탁을 해요.”
박관석은 벌써 꽤나 마셨는지 약간 혀가 꼬이면서 얼굴이 붉어져 있었다. 조금 흐트러진 모습이라 최우철을 보았다. 뭔가 사정이 있어 보이지만 면전이라 말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정식으로 콘텐츠사업본부장을 맡기로 했어요. 이제 본격적으로 투자를 하는 일만 남았네요.”
박관석 부사장이 기분이 어떤지 분간하기 어려운 어조로 그 사실을 알렸다. 좋은 것인지 나쁜 것인지 애매했다. 모양을 보면 근무시간에 만나서 술을 마신 것 같았다.
“무슨 문제가 있어요? 그냥 제작에 투자하고 유망한 업체에 지분투자를 하면 되는 일 아닌가요?”
재벌들이 엔터테인먼트 산업에 진출하면 그런 식으로 했다. 물론 선구안이 중요하지만 적당히 하면 크게 망하는 것도 아니었다. 얼마 전에 만난 곽도훈 팀장을 보면 무리하게 일을 추진할 것으로 보이지 않았다.
“달리 무슨 문제가 있어요?”
박재선은 사내 정치문제인 것 같아 물어야 하나 고민이 되었지만 그런 문제가 아닌 것으로 보여 질문을 던졌다. 무슨 사정인지 모르지만 물어주기를 바라는 모양이었다. 그러면서 빈 잔을 만지자 술잔을 채워주었다.
“오늘 인사명령이 나서 회장과 같이 명예회장을 만나 점심을 했는데 1년 안으로 드라마나 영화 세 개를 성공시키라고 하네. 거기다 지분 투자도 해서 남자 아이돌 하나, 여자 아이돌 하나 정도를 확보하라는 요구를 하니, 참.”
“하시면 되지 않나요? 조건이 어떤지 모르지만 아주 무리한 요구도 아닌 것 같습니다. 그 정도는 일종의 덕담인 수준으로 보입니다. 그저 희망사항을 말하는 것이고.”
“그게 전부가 아니야. 박관석 부사장에게 정우전자 지분 1%가 있는데 이 사업에 3천억 원을 투자할 것이니 나중에 교환하자는 것이지.”
최우철이 슬쩍 말을 했다. 그렇게 원하지도 않는데 투자를 결정하고 책임자로 만들더니 그 책임을 지라는 말이었다.
“진짜요?”
“성공하면 그렇게 할 수도 있다고 말했지만 듣기에는 실패하면 그렇게 하자는 것으로 들려요. 그 자리에서 그냥 웃고 말았는데 오기가 생기기도 합니다. 그런 소리 한 것을 후회하게 만들고 싶기도 하고요.”
별것도 아닌 일일 수 있지만 그런 것이 바로 형제나 일가친척들 사이에 사이가 벌어지는 이유였다. 앞뒤 상황을 살펴보면 최선을 다해달라는 말이지만 듣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다르게 들을 수가 있었다.
박재선은 박관석이 오해하여 그런 것이라 생각이 들었지만 내밀한 사정을 모르니 성급하게 판단할 수도 없었다.
“매년 1천억 원을 투자한다고 하는데 그러면 3년간 투자를 하는 것인가요? 그 돈이 풀리면 돈 잔치가 벌어져 엔터테인먼트 업계가 호황이겠군요.”
성공하건 실패를 하건 투자가 이루어지면 효과가 발생했다. 물론 그로 인해 거품이 발생할 여지가 크지만 제작비가 커지니 제작환경도 나아지고 인건비도 상승했다. 물론 배우들의 개런티도 그만큼 높아졌다.
얼마 전까지 영화의 개런티가 최상급 기준 3억 원, 드라마의 경우 회당 5천만 원이었는데 지금은 영화 5억 원, 드라마 1억 원을 호가하고 있었다. 그런 것도 투자가 많아지면서 업체 간 경쟁이 심해지면서 일어나는 현상이었다.
“그러니 어떻게든 성공을 시켜야 하는데 돌아가는 판국을 보면 그리 낙관적인 것은 아니니 걱정이지.”
최우철이 박관석을 대신하여 설명을 했다. 콘텐츠 관련하여 투자를 하지도 외면하지도 못하는 상황이었다.
“더구나 우리의 경우 정체를 드러내면 반발도 만만치 않아요. 재벌이 중소기업 죽인다고 비난하지, 거기다 투자를 하려고 하면 뭔가 다른 의도가 있는 것은 아닌지 지레 겁부터 먹고 거부를 하는 판이니.”
박관석은 몇 군데 투자를 하려고 하는데 실패한 것을 언급했다. 터무니없이 불리한 조건을 내세워서 이득을 보려고 하거나 무리한 조건을 내세워서 투자자의 권리마저 제약했다.
“그래서요? 대리인 이야기가 나온 것입니까?”
박재선은 분위기가 그런 것 같아 최우철에게 물었다. 적당히 제 3자를 내세우는 방법이 거론 된 것도 같고 그 대상으로 박재선도 고려하는 눈치였다.
“그건 아니야. 그저 이번 드라마 투자처럼 상황이 어렵지만 괜찮은 건이 있으면 소개를 해달라는 것이지. 이 친구는 어떤 방식으로든 투자를 해서 성과를 내야 하는 상황이고. 너야 지금도 아쉬울 것 없겠지만 다른 사람은 다른 것이고.”
최우철이 나서서 이야기를 했다. 한동안 박관석의 상담 상대가 되어 이야기를 들어준 것 같았다. 지금 보이는 박관석의 태도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어떻게 보면 배가 불러 푸념을 하는 것으로 보이기도 했다.
결국 말이 없이 술을 마시던 박관석이 취한 상황이 되어 대기하던 비서가 데려갔다. 박재선이 당도하기 전에 이미 술이 취한 상태였다.
“그 친구가 원하는 것은 정우전자 사장의 자리야. 그런데 엔터테인먼트 산업에 진출하는 일을 맡으라고 하니 맥이 빠지는 것이지. 그러니 투자를 하는 것도 의욕이 없어. 하지만 해야 하는 일이니 나서야 하는데 그것도 쉽지 않으니.”
박관석이 떠난 후에 다시 자리에 앉았고 최우철이 상황을 설명했다. 어떻게 보면 원하는 자리는 주지 않으니 불만이 커졌고 중간에 빠져나와 태업을 하는 것일 수도 있었다.
박재선은 고약한 상황에 처한 것을 알았다. 적당히 장단을 맞춰주고 이득을 취하려고 할 수도 있지만 내키지 않았다. 그렇다고 모든 관계를 끊기도 쉽지 않았다.
“그런데 저한테 뭘 원하는 겁니까? 투자를 받아서 그들 대신 자금을 운용하길 바랍니까?”
“그건 나도 반대다. 조금 귀찮겠지만 그냥 적당히 만나면서 상대를 해주었으면 한다. 고민이 많지만 이야기할 상대도 없고. 저 친구가 네가 대단한 인재라고 믿고 있어. 그럴 근거가 없는 것도 아니고. 저번에 보고 더 맘에 들어 하는 것도 같고.”
“이상하군요. 혹시 제가 고분고분하지 않는 것이 특별해서 그런 것이랍니까? 취향 한 번 독특하군요.”
박재선은 박관석이 썩 그리 좋게 느껴지지 않았다. 자신을 들러리로 세워서 권위를 찾으려는 것으로 보였다. 일종의 과시로 연예인과 친하게 지내려는 사람으로 보였다.
“그래도 꽤 괜찮은 녀석이야. 수족처럼 움직일 필요는 없지만 적당히 가깝게 지내는 것도 방법이야. 돈 많은 재벌을 알아서 손해는 없다. 결정적일 때 도움이 될 수도 있고.”
“알았습니다. 적당히 대응을 하도록 하지요. 어떻게 보면 기회일 수도 있으니. 알고 지내서 손해는 아닐 것이고.”
박재선은 어른들의 사정을 접한 것 같아 씁쓸했다. 더 길게 있어서 득이 없기에 대리 운전을 불러 최우철을 보내고 자신도 역시 대리를 불러서 집으로 돌아갔다.
작가인 유지은과 감독인 오철환과 박재선이 만났다. 장소는 레이크프로덕션의 회의실이었다. 그 자리에 박재선이 참석한 것은 배우가 아닌 음악감독의 입장이었다.
“총 9곡을 러프하게 준비한 상황입니다. 아울러 지금까지 나온, 대본에 언급된 기존의 음악 4곡도 분위기에 맞도록 선곡하거나 편곡을 했습니다.”
박재선의 말에 두 사람 모두 놀란 표정이 되었다. 박재선의 작업 속도가 빠른 것은 알지만 그 정도일 것이라 예상하지 못한 것 같았다.
“일단 제가 정리한 9곡의 오리지널 OST 계획을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극을 이끌어가는 것은 두 주인공이기에 대부분 상황에 따라 사용할 예정입니다. 중간에 삽입되는 간주는 이 음악을 적절하게 사용하면 될 것이라 봅니다.”
박재선은 문서 두 부를 두 사람에게 건넸다. 일종의 음악작업계획서였다. 20여 페이지에 달하는 분량이었다.
“일단 러프하게 작업한 샘플이지만 저작권 등록을 신청한 상태입니다. 혹시라도 유출된다면 문제가 될 것 같아서요.”
박재선은 그런 부분은 철저히 해도 과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것을 하지 않아 도둑맞고 거꾸로 도둑으로 몰렸다.
“일단 노래를 들으면서 읽어 보죠.”
박재선이 잘 설명해 놓았지만 실제로 들어보는 것은 다르기에 노래를 들려주었고 두 사람은 노래를 들으면서 설명해 놓은 자료를 자세히 읽었다.
시간이 다소 소요되었지만 끝까지 살폈고 이어서 기존의 노래를 편곡한 네 곡을 듣기 시작했다. 특히 ‘머나먼 남쪽’이 나왔을 때 유지은의 표정은 마치 귀신을 본 것 같았다. 박재선이 최대한 유지아의 연주법과 동일하게 연주했기 때문이었다.
“잠깐만요, 어떻게 한 거죠? 저도 바이올린을 연주할 줄 알지만 어떻게 그런 방식으로 연주가 가능한가요?”
유지은이 참지 못하고 질문을 던졌다. 흥분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고 그러면서도 호기심을 감추지 못했다.
“연주는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문제는 편곡이죠. 이런 방식으로 편곡을 하는 것은 썩 좋은 방식이 아닙니다. 음정이 뒤틀리는 것이거든요. 짝수 마디 마지막 음을 1.5~2배의 길이로 늘리는 것이기에 박자가 틀어지게 됩니다. 길이는 감각에 따라 조정을 하고요. 듣기 좋게 밸런스를 잡기가 쉽지 않지만요.”
어느 정도 음악을 배운 사람이라면 알지만 일반인은 제대로 알지 못했다. 물론 그렇게 연주하면서 음정과 박자를 놓치지 않는 것도 쉽지 않았다.
44. 인맥과 인간관계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