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MORIZE RAW novel - Chapter 113
00113 어두운 과거 =========================================================================
“설마 여동생….”
“아니에요.”
정하연은 한마디 말로 내 예상을 일축 했다. 지금도 충분히 막장 드라마지만, 만약 그 여성 사용자가 정지연 이었다면 그건 도를 넘어서는 일 이었다. 다행히 정하연은 단호한 대답으로 내 대답을 부정 했다.
“물론 그 아이도 평소 행실이 좋다고 하긴 어렵지만, 저한테는 소중한 동생이에요. 아무튼…그 여성 사용자는 우리들보다 몇개월 일찍 들어온 마법사 사용자 였어요. 이름은 밝히지 않을게요. 다만 그 여성 사용자는 그때 간부 교육을 받을 만큼 대단히 뛰어난 재능을 가지고 있었어요. 눈을 마주치고 처음에는 당황하는듯 싶었지만, 이내 얼어 있는 저를 보고 미소를 짓더라구요. 그리고 한창 그짓에 빠진 남자에게 입을 열었죠.”
설마…유빈인가? 성유빈. 나는 고개를 기울였다. 그녀는 지금 한창 박현우를 따라 다니고 있었다. 그러나 그 남자가 박현우라고 보기에는 여러 정황상 맞지 않는 점들이 있었다. 잠시 동안 많은 생각들이 떠올랐지만 나는 일단 얘기에 더 집중하기로 결정 했다.
“아직도 당시 둘이 나눈 대화를 선명히 기억해요. 있는 그대로 들려 드릴게요. 시작은 여자 였어요. 너 따라 다니는 여자애 한명 있지 않아? 응? 아, 걔. 걔는 갑자기 왜? 아니…너랑 좀 특별해 보이던데. 특별은 무슨. 아닌것 같은데. 걔가 너 엄청 좋아하는거 같은데 나랑 이런짓 해도 돼? 아. 괜찮아. 솔직히 제법 미인이긴 한데 내 취향은 아니거든. 난 너같이 정열적인 여자가 훨씬 더 좋아.”
정말로 정하연은 그날의 대사를 줄줄 읊고 있었다. 최소 1년 이상은 지났을 텐데 여지껏 기억하고 있는걸 보면 어지간히도 충격을 먹었던 모양 이다. 그 대화를 들은 후 어이없는 표정을 짓자 그녀는 서글픈 미소를 머금었다. 그리고, 그대로 말을 이었다.
“남자의 말에 여자는 기분 좋은지 깔깔 웃으며 말했죠. 그래? 그래도 걔 너무 불쌍하다. 괜찮다고. 뭐 조금 아까운건 있는데…어차피 걔는 뇌물을 목적으로 데려온거야. 뇌물? 응. 황금 사자 클랜 스카우터가 신규 사용자 킬러라는 소문이 있더라고. 그것도 똑똑하고 예쁜, 어린 여자애들을 좋아 한다고 하잖아. 하연이면 제법 실력도 괜찮고 얼굴도 반반하니 딱 마음에 들어 할거라고 생각 했지. 그러면 그 사람이 날 잘 봐줄것 같기도 하고…그런데 그년이 일을 망쳤어. 빌어먹을 아. 아파. 살살해 좀. 미안. 그년 생각 하니까 또 너무 열이 받아서. 아무튼 곧 스카우터 한테 스스로 몸을 바칠테니까 신경 끄자고. 귀찮…아.”
나는 그동안의 대화를 들으며 정하연이라는 여성 사용자한테 소름이 돋는걸 느꼈다. 처음 그녀를 봤을때 느꼈던 수양의 깊이는 거짓말이 아니었다. 나는 남자라서 그녀의 마음을 잘 모르지만, 여자의 입장에서는 그게 얼마나 가슴이 찢기는 일일지 감히 상상도 가지 않았다. 더욱 무서운건 그녀는 방금 대화를 읊으면서 한방울의 눈물도 흘리지 않았다는것. 그녀의 사정을 들은 나는 깊은 한숨이 나오는걸 막을 수 없었다.
“그래요. 그에게 있어 저는 고작 출세를 위한 도구에 불과 했던 거에요. 이 지옥 같은 홀 플레인에 떨어졌지만 그래도 그와 함께라면 어디라든 괜찮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러나 그 꿈은 혼자만의 착각 이었어요. 그는 처음부터 끝까지 자기 혼자만을 생각하고 나를 이용하려고 했어요.”
“그럼 그 뒤로는 어떻게….”
“그길로 인사 담당자를 찾아 갔어요. 곤히 자고 있는걸 억지로 깨웠지요. 그리고 바로 그만둔다고 말 했어요. 더 놀라운건, 그는 내 얘기를 듣고 일언반구도 없이 허락 했어요. 어때요. 우습죠?”
그렇겠지. 그대로 안고 있기에는 불안하고, 쫓아내기에는 명분이 없고. 하나도 아쉬울것 없는 클랜이 당사자가 스스로 걸어 나간다는데 말릴리 없었다. 이윽고 모든 말을 마쳤는지 그녀는 크게 숨을 몰아 쉬고는 의자 뒤로 등을 묻었다. 나는 습관적으로 품 속에서 연초를 하나 꺼냈다. 연초를 입에 물자, 끝에서 저절로 미약한 불이 피어 올랐다.
잠시 동안 나와 정하연은 아무런 말도 없었다. 탁자를 놔두고 있는 사이에는 어색한 침묵이 감돌았다. 이윽고 한대를 모두 태울 정도의 시간이 지났다. 내가 연초를 터는걸 물끄러미 보던 정하연은 홀가분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고마워요. 재미도 없고 불쾌한 얘기를 오랫동안 들어 주셨네요.”
“별 말씀을. 당신을 이해 합니다.”
“입에 발린 말은 싫어요. 어떤걸 이해 하신다는 건가요?”
“현재 최고의 클랜과 개인, 그것도 여성이라는 불리한 대립. 약자일 수 밖에 없는 입장에서 오랫동안 참고 견뎌온 과정. 개인의 입장에서는 부당하다 느꼈을 법한 클랜의 처분. 참고 참았으나 마지막 희망이라고 생각했던 남자의 행동에 결국 터져나온 울분. 당신의 입장을 이해하고, 공감하며, 동정 합니다.”
하나씩 짚어내는 내 말에 그녀는 슬픈 미소를 흘렸다. 그리고 곧바로 입을 열었다.
“그래요. 그러면 이제 드디어 본론으로 들어갈 때가 되었군요.”
양손에 깍지를 끼고 말을 잇는 그녀를 보며 나는 고개를 저었다. 내 반응에 그녀의 눈동자는 동그랗게 변했다.
“밤이 너무 늦었습니다. 오늘 너무 많은걸 말씀 하셨구요. 그러니 그만 들어….”
“밤은 깊고, 시간은 많아요.”
“나머지는 다음에….”
“아니요. 저는 오늘 꼭 매듭을 짓고 싶어요.”
정하연은 푸르스름한 불길이 피어오르는 눈으로 나를 응시 했다. 어느새 그녀는 탁자를 짚고 몸을 일으키려던 내 손을 꽉 붙잡고 있었다. 손등 위로 느껴지는 그녀의 손은 차갑고, 시원했다. 절대로 놓아주지 않겠다는 그녀의 의지를 확인한 후 나는 담담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어떤 말을 더 하고 싶은 겁니까.”
“제게 말씀 하셨던, 대가를 치르고 빚을 갚는 이야기에요.”
나는 그녀를 묵묵히 바라 보았다. 그녀의 사정은 알았다. 그러나 이것과 그것은 별개로 치부할 일 이었다. 감성에 호소하는 거라면 번지수를 잘못 찾았다고 말하려 했지만, 그녀의 눈은 그런 의도를 담고 있지 않았다.
나는 자세를 다시 고쳐 잡았다. 이제부터는 폐허의 연구소 이후로 2차전의 시작 이었다. 다만 이번에는 순서가 바뀌어 이번에는 내가 공의 입장에 있었다.
“그럼 그 대가를, 빚을 어떤식으로 지불 하실건가요.”
조용한 목소리로 그녀의 말을 받아 친다. 내 반응에 정하연은 어깨를 으쓱이고는 고개를 얌전히 흔들었다.
“을 이용해 당신을 몰아 붙인건 미안해요. 하지만 그날 이후로 저는 상대를 특히 남성을 불신하는 버릇이 생겼어요. 그래서 꼭 확인하고 싶었던 거에요.”
“아무런 이유도 없이 그랬다는 사실은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사용자 정하연의 행동을 정당화 시킬수는 없습니다. 공과 사는 구별하시기를 바랍니다.”
“알아요. 그런데 저는 도저히 모르겠어요. 사용자 김수현은 저한테 뭘 원하시는 거죠?”
“그건 본인이 고민해야 되는 문제 입니다. 제가 정하고 결정할 문제가 아닙니다.”
나는 단 한마디도 물러서지 않았다. 그녀의 입장을 동정하지만 봐줄수는 없다. 혹자가 보면 너무 빡빡하다고 욕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곳은 홀 플레인. 내 생명과 직결된 정보를 알려준 이상 나는 그녀를 죽여도 되는 최소 명분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그건 그녀 또한 알고 있는 사실 이었다.
단호한 내 음성에 그녀는 피로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폐허의 연구소에서 돌아 오면서 많은 고민을 했어요. 하지만…결국 내린 결론은 아무것도 지불할 수 없다에요.”
“…자세히 말씀해 보시죠.”
“모르는척 하는 건가요? 아니면 정말 모르는 건가요? 도대체 지금의 제가 당신에게 줄 수 있는게 어떤게 있나요?”
“…….”
“사용자 정보? 금화? 능력? 무료 봉사? 노예 계약서라도 작성 할까요? 당신이 어떤걸 원하는지 모르겠어요. 아니, 실상 제가 드릴 수 있는게 정말로 없어요.”
그녀의 말에 나는 침음성을 흘렸다. 습관적으로 테이블 위를 톡톡 두드렸다. 그리고 든 생각은…그녀가 마음에 든다 였다. 내가 왜 이렇게 그녀에게 호감이 갔는지 드디어 그 이유를 알것만 같았다. 그녀는, 선을 넘지 않는다. 즉 주제 파악을 잘 한다는 소리 였다.
물론 연구소에서 그 선을 넘은적이 딱 한번 있었다. 그러나 그 행동은 그녀가 선을 넘으면서도 이루고픈, 확인하고픈 목적이 있다는 반증이었다. 그렇다면 이제는 그것을 끌어낼 차례 였다.
“방금전 열거한 사항들중 일부는 말씀이 조금 과하신것 같네요.”
“훗. 과하다구요? 제 사용자 정보는 당신만큼 가치가 없어요. 금화는 있지도 않구요. 능력요. 그래요. 제 입으로 말하기는 그렇지만 저 실력 좋기는 해요. 그런데 당신만큼은 아니에요. 무료봉사도 똑같아요. 노예 계약서. 계약서는 사용자간에 성립하기에는 너무 제한 되는 사항들이 많죠. 말은 똑바로 할게요. 제가 이대로 당신의 일행에 참가한다고 해도, 그 행동은 절대로 대가를 지불할 수단이 될 수 없어요. 당신에게 있어 저는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사용자니까요.”
“왜 그렇게 자신을 비하하고, 깍아 내리는 겁니까.”
“이게 현실이고, 사실 이에요. 그리고….”
한동안 빠르게 말을 내뱉던 정하연은 잠시 숨을 멈췄다. 나와 그녀의 시선이 서로 허공에서 얽힌다. 이윽고 그녀는 처연한 얼굴로 숨을 토해내는 동시에 입을 열었다.
“…저한테는 당신이 필요하니 까요.”
드디어 내면을 조금 드러내는 그녀를 보며 나는 아쉬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그 대가가 꼭 그런것만 될수는 없습니다. 저는 당신의 진정한 신뢰와 믿음을 원했습니다.”
“저를 끝까지 뻔뻔한 여자로 만드려고 하시는군요. 저는 그때를 아직 잊을 수 없어요. 당신이 소중한 이들을 지키겠다고 말했고, 이 당신의 말이 사실임을 증명 했을때 놀라움을 금할 수 없었죠. 저는 당신이 소중하게 여기는 사람들 안으로 들어가고 싶어요. 그럼 지금 질문을 바꿀게요. 애들은 당신부터 초창기부터 함께 해왔기 때문에 그렇다고 해도, 지금의 제가 당신에게 신뢰를 줄 수 있는 방법이 어떤게 있을까요?”
“신뢰나 믿음은 그렇게 한순간에 만들 수 있는게 아닙니다. 너무 급한감이 있고, 그걸 모르신다고 생각하지도 않습니다. 도대체 진정으로 하고 싶은 말이 뭡니까?”
말은 그렇게 했지만, 나는 속으로 그녀가 갑자기 이런 행동을 보이는 이유를 대강 짐작하고 있었다. 간단히 말해서, 그녀는 그때의 일을 트라우마로 가지고 있다. 그러나 나라는 존재는 그녀의 트라우마를 뒤흔들었고, 그녀는 지금 갈팡질팡하고 있었다. 두렵지만 잡고 싶은 마음. 그런 마음이 지금 그녀를 조급하게 만들고 있었다.
“당신한테 있어서 사용자 정하연이란 존재는 가치가 없어요. 그러면 결국 남은건 하나밖에 없어요.”
“사용자 정하연.”
내 말에 그녀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대답 했다.
“사용자가 아닌 여자로서의 정하연. 이게 제가 당신에게 드릴 수 있는 유일하게 남은 가치에요.”
그녀의 말을 들은 후 나는 사늘한 눈빛으로 그녀를 응시 했다. 그녀는 한치의 흔들림도 보이지 않는 눈동자로 내 시선을 넘기고 있었다. 잠시 동안 침묵이 흘렀고, 나는 곧바로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다.
“물론 저는 사용자 이전에 남자이고, 여성을 좋아 합니다. 기본적인 성욕도 있습니다. 그러나.”
나는 뜸을 들인후 실망 했다는 어조로 말을 이었다.
“아무 이유도 없이, 아무 여자와 몸을 섞는 사람은 아닙니다.”
“그런 뜻으로 말한게 아니….”
그런 뜻으로 말한게 아니라는건 나도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녀는 아직도 내가 원하는 해답을 말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녀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나는 그대로 몸을 돌렸다. 그리고 한마디 말을 덧붙였다.
“고작 이정도라니 실망이군요. 이만 돌아가겠습니다.”
그리고 그 순간.
“제가…!”
문으로 걸음을 옮기려던 내 발길을 그녀의 낮은 외침이 붙잡았다.
“…아무 남자하고나 몸을 섞는, 그런 여자로 생각 하시는 건가요?”
그녀의 울음 섞인 말에 나는 한숨을 내쉬고 몸을 돌렸다.
“당신의 말은 확실히 그런 오해의 소지가 있었습니다. 당신은 그런 여자가 아니라는건 알고 있지만, 솔직히 갑자기 이러시는건 당황스러울 수 밖에 없습니다.”
내 정론에 그녀는 갈등어린 얼굴로 나를 올려다 보았다. 그러나 그 갈등은 길지 않았다. 짧은 시간이 흐르고 이내 그녀의 입이 천천히 열리는걸 볼 수 있었다.
“유정이는 제가 당신을 잘 모른다고 했지만, 저는 당신을 비교적 잘 알고 있어요. 그동안 애들의 수련을 도와주면서 항상 당신의 이야기를 들었거든요. 당신은 그와 너무나 비슷해요. 통과 의례에서 리더가 돼 사람들을 이끈것도. 애들의 신뢰를 받는것도. 사용자 아카데미에서 1등한 것도. 그리고 황금 사자 클랜의 오퍼를 받은것도. 하지만 그들의 오퍼를 거절하고 애들과 함께하기 시작했을 때부터 그와 당신의 길은 달라졌어요.”
“그럼 저를 그의 대용으로 생각하시는 건가요.”
내가 혹시나 하는 부분을 꼬집자, 정하연은 다급히 고개를 흔들었다.
“아니에요! 다만…저는 이제 속고, 속이는 홀 플레인에 지쳤어요. 또한 저는 남을 속일 수 없었어요. 하려고 하면 할 수 있겠지만, 제가 가장 경멸하는 일을 스스로 하기 싫었거든요. 그래서 그때 결심 했어요. 남을 속이지 않고 나 또한 속임을 당하지 않겠다고.”
이래서 그녀의 성향이 그렇게 되어 있던 거군. 하나의 의문을 해결한 나는 다시 발길을 돌려 그녀의 옆에 섰다. 그러자 그녀는 내 가슴에 자신의 이마를 가볍게 대고 말을 이었다.
“하지만…사용자 김수현은 달라요. 홀 플레인의 사용자들과 다른 무언가가 있어요. 어쩌면 저도 이제 한계일지도 몰라요. 이후 그런 생각이 들더라구요. 수현씨를 잡고 옆에 있어야 한다고. 이 사용자야 말로 홀 플레인에서 나에게 온 마지막 기회라고. 분명 저의 신뢰와 믿음을 원하신다고 하셨죠.”
“…그렇습니다.”
내 가슴에 이마를 대고 있던 하연은 그대로 살짝 고개를 들어 나를 올려다 보았다. 나 또한 그녀의 시선에 화답해 시선을 더욱 밑으로 내렸다. 그리고 오른손을 들어 부드럽게 그녀의 머리카락을 쓸어 내렸다. 그녀는 내 손길을 음미하듯 그대로 눈을 감았다. 그러나, 입은 멈추지 않았다.
“솔직히 아직도 남은 의문은 있어요. 그토록 강대한 힘을 가졌으면 지연이를 죽게 놔두지 않았을 텐데. 아니, 않을 수 있었을 텐데. 그러나 저는 당신에게 묻지 않겠어요. 이대로 그만 가슴속에 묻어 두겠어요.”
“그 부분은 충분히 대답해 드릴 수 있습니다.”
“전에 애들한테 대충 들은 얘기도 있고, 제가 짐작하는 부분도 있어요. 그리고 그 제가 눈으로 확인한 부분도 있구요. 당신에게 듣는것만 못하지만, 그렇게 생각하기로 했어요. 저는 속는데 지쳤고, 그에 상처 받는것도 두려워요. 하지만 저도 한명의 여자에요. 서로 믿고 의지하던 동생을 잃고난 후 흔들리는 제 자신을 느끼고 있었어요.”
“그럼 제게 기대는걸로 흔들리는 자신을 가다듬을 수 있다는 건가요.”
내 물음에 그녀는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 반응을 확인한 나는 강제로 그녀의 얼굴을 다시 내 품 안으로 끌어 당겼고 그녀는 순순히 내 가슴에 얼굴을 묻었다. 그리고 그순간 나는 입가에 진한 미소를 머금었다.
미안하지만 그녀는 또 하나의 착각을 하고 말았다. 솔직히 정하연이 이렇게 나오리란건 나도 예상할 수 없었다. 그녀의 속사정을 듣는건 나도 이번이 처음 이었다. 그러나, 나쁘지 않다. 현재의 나에게 애매한 믿음이나 신뢰의 가능성은 필요하지 않다. 지금 정하연을 안으면, 나와 그녀의 관계는 확실하게 한층 진일보 할 수 있을 것이다.
양심에 찔리는건 없다. 그들의 죽음을 목격하고, 다시 돌아오는걸 선택하면서 그런건 모두 버리고 왔다. 그리고 그들을 위해서라면 나는 어떤 일이든 거리낌 없이 할 수 있었다. 가슴에 무언가 근질거리는걸 느끼며, 나는 심호흡을 한 후 조용히 입을 열었다.
“이것도 마법사로서의 사고 방식 같군요.”
“…그러네요. 저는 당신에게 믿음을 줄 수 있고, 그와 동시에 나 자신의 안정을 찾을 수 있으니까요. 저에게는 안주하고 기댈곳이 필요해요. 오늘 말한 모든게 현재의 제가 당신에게 보일 수 있는 최대한의 신뢰에요. 그러니….”
그녀는 의자에서 엉덩이를 들어 살며시 내 몸을 타고 올랐다. 정하연이 뻗은 양팔이 내 목을 부드럽게 감싸 안고, 그녀는 그대로 내게 몸을 안기며 입을 열었다.
“오늘 밤. 수현씨가 제 신뢰에 화답을 해주셨으면 좋겠어요.”
============================ 작품 후기 ============================
안녕하세요. 로유진 입니다.
원래는 말이죠.
“나는 그대로 문을 열고 복도로 걸음을 옮겼다. 뒤에서 정하연이 우는 소리가 들렸지만 개의치 않았다.”
로 가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아무래도 그러면 몰매를 맞을것 같아서…. ㅜ.ㅠ
아무튼 111회, 112회로 왜 하연이 그런 행동을 했는지 독자분들께서 공감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이번회는…조금의 도 섞여 있다고 고백 합니다. 어디까지나 조금 이지만요. 🙂
『 리리플 』
1. 로로로로랍 : 1등 축하 드립니다. 🙂 닉네임을 보고 순간 롤리팝이 떠올랐네요. 하하하.
2. 괴물물리치자
41회 : 네. 정답 입니다. 다만 기본 마력이 안현보다 훨씬 높아 시크릿 클래스를 얻었음에도 불구하고 상승율은 그렇게 엄청 높지는 않습니다.
48회 : 랭크를 보면 아시겠지만, 감히 비교조차도 할 수 없는 상위 능력 입니다. 유혹의 눈동자는 제 3의 눈동자의 발 끝도 따라오지 못해요. 🙂
83회 : 기본 마법을 벗어난, 말 그대로 심화 응용 마법 입니다. 리버스, 오버랩등을 예로 들 수 있습니다.
84회 : 많은 부분을 스킵해서 그렇습니다. 85회를 보시면 이해가 가실듯 합니다.
3. ghdtjdrud : 나름 불쌍한 아이 입니다. 겉으로는 강해도, 속으로는 그때의 아픔을 이겨내지 못하고 있는 아이에요. ㅜ.ㅠ
4. GradeRown : 거의 맞는 말씀 이십니다. 하하하. 그래서 권력이란게 참 무섭죠. 사람을 변하게 만드니까요.
5. 이드리얀 : 에. 앞에 (고)자는 빼주셔도 됩니다. 하하하. 제발요. 제발 빼주세요. ㅜ.ㅠ
6. 블라미 : 흐흐흐. 그것도 좋은 방법 입니다. 그놈들이 앞으로 어떻게 될지 기대해 주세요.
7. 울리는영혼 : NTR은 저도 별로 안좋아 합니다. 적어도 소설에서 주인공 주변의 여자들의 그런 일을 당하는 경우는 없을 겁니다.
8. 사람인생 : 하하. 고맙습니다. 그런데 운현은 누구인지요. ?ㅇ?
9. 꿈꾸는화원 : 헤헤. 고맙습니다. >3<
10. 자색 : 아하. 그렇군요. 일단 기본 도시 설정은 전부 짜여 있습니다. 하하하. 200회 내에는 확실히 올릴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아마 도시들은 조만간 올라갈지도 모르겠네요.
여러분의 추천과 코멘트는 연참의 원동력이 됩니다.(이건 진리입니다.)
코멘트는 항상 전부 반복해서 읽고 있습니다.(특히 오늘은 더 읽었습니다.)
리리플에 없다고 너무 서운해 하지는 않으셨으면 합니다.
정 궁금하신 부분은 쪽지로 주시면 답변 드릴게요!
그럼 오늘은 이만 물러나도록 하겠습니다.
글은 언제나 편안한 마음으로 읽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선작, 추천, 코멘트, 비평, 질문은 언제나 환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