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d Demon Reincarnation RAW novel - Chapter 198
광마전생 (198)
모용진이 말한 흑천에 독약전과 시귀가 포함되어 있을지도 모른다는 유미옥의 말.
“확실히…… 그런 것 같기도 합니다.”
놀랍게도 그 말은 꾀나 설득력이 있었는지 류성아의 고개를 끄덕이게 만들었다.
실제로 사문방과 흑룡파가 사라진 지금, 흑천파에 가담한 녹림과 장강을 제외하고 남은 흑도는 독약전과 시귀뿐.
그들까지 사라지게 된다면 이제 흑도에 거대한 규모를 지닌 방파는 없다고 봐도 무방했다.
그렇다고 해서 곧바로 흑도 자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었지만 큼지막한 세력들이 사라졌으니 점차 남은 이들도 힘을 잃고, 흑도는 결국 중원에서 사라지게 될지도 몰랐다.
“게다가 독약전과 시귀는 사문방과 흑룡파에 비교하면 그 세력이 많이 약합니다. 인원이 압도적으로 적을뿐더러 시귀는 홀로 움직이기에 그들을 정리하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겁니다. 게다가 지금 시귀가 머무르고 있는 곳이 독약전이 있는 태호(太湖) 근처이니 지금 빠르게 출발한다면…….”
“동이 틀 새벽이면 급습할 수 있겠군요.”
“예.”
류성아는 이미 유미옥의 생각에 동의한 듯 보였고 이에 유미옥은 빠르게 판단을 내렸다.
“좋습니다. 그럼 저희는 지금부터 상해로 갑니다. 동이트기 전에 도착해 독약전과 시귀를 처리하고 그 후에 팔다리를 다 잘라 낸 흑천과 정면 승부를 하는 게 저희의 최종 목표입니다.”
이때까지는 여기에 있는 그 누구도 전혀 예상치 못했다.
그녀가 갑작스럽게 내린 이 결단이 어떤 결과를 가지고 오게 될지…….
* * *
아직 해도 뜨지 않은 새벽.
나는 설백과 함께 어둠을 틈타 객잔을 빠져나와 청해를 향했다.
이렇게 이른 새벽부터 나온 것은 혹시 모를 감시자의 눈을 피하기 위함이었고 다행히도 성도를 벗어날 때까지 우리의 뒤를 밟는 자는 없었다.
“저기…… 가가, 한 번만 다시 생각해 주면 안 될까? 응?”
“안 돼.”
이른 아침부터 교태 섞인 목소리로 애교를 부리는 설백.
그녀는 어제 잠이 들 때까지 ‘창천신검’을 가르쳐 달라고 졸라 댔는데, 이는 아침이 되어도 마찬가지였다.
심지어 이젠 평소에 안 하던 애교까지 부려 가며 그녀는 창천신검을 가르쳐 달라고 했지만 나는 그럴 생각이 전혀 없었다.
“아아앙. 왜 안 된다고만 하는데.”
“그거야 안 되니까. 앙탈 부려도 안되는 건 안 되는 거야.”
“칫. 너무해.”
사실 그까짓 무공 일인전승이니 뭐니 해도 설백에게 가르쳐 주는 것은 그다지 어렵지 않았다.
하지만 내가 설백에게 창천신검을 가르쳐 줄 수 없는 이유가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내 스승님의 바람 때문이었다.
그는 내 후대로 더 이상 창천신검이 퍼져 나가길 원치 않으셨다.
그래서 그는 나에게 창천신검을 전수하며 한 가지 조건을 내거셨고 그것이 바로 그 누구에게도 이 검을 전수하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솔직히 말로만 나눈 약속 따위 내가 지키지 않으면 그만이다.
하지만 나는 하나뿐인 내 스승님과의 약속을 깨고 싶지 않았기에 여태껏 창천신검을 그 누구에게도 전수하지 않았고, 앞으로도 그럴 생각이었다.
물론 나는 이 내용을 설백에게도 그대로 말해 줬었다.
하지만 그녀는 내 말을 귓등으로도 듣지 않았고 온갖 방법을 다해 날 꼬드기고 있었다.
청성파가 있는 청성산을 넘어 청해에 도착했을 때까지 계속된 설백의 앙탈.
나는 결국 그녀에게 두 손 두 발을 다 들었고 그녀에게 한 가지 조건을 제시했다.
“한 달에 한 번 네가 나랑 정식으로 비무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줄게. 그리고 그 비무에서 단 한 번이라도 이긴다면…….”
“이긴다면?”
“창천신검. 가르쳐 줄게. 대신 앞으로 절대 알려 달라고 징징거리기 없기다.”
그녀는 내 말에 벌써 승리한 사람처럼 팔짝팔짝 뛰며 좋아했고 그 후로 놀라울 정도로 잠잠해졌다.
“그런데 지금 마교로 가는 거면 무림맹엔 언제 가고? 기록관에도 가야 할 거 아냐.”
“그건 걱정하지 않아도 돼. 시간은 여유 있게 잡아 놨으니까. 그전에 공성 대사만 풀려나오지 않는다면 별다른 문제는 없어.”
“꼭 그러면 문제가 발생하던데 말이지. 몰라, 나는 그냥 가가 옆에 붙어 다니면 그만이니까.”
그렇게 말하는 설백은 무척이나 신나 보였고 표정 또한 매우 밝았다.
“설백.”
“응?”
“후회하진 않아? 상대가 내가 아니었다면 더 편안하게 지냈을 텐데 말이야.”
“저기요, 남편님. 제가 편한 걸 원했으면 지금 이 자리에 있겠어요? 북해에서 공주 옷 입고 편하게 누워 있겠지?”
설백의 말은 사실이었다.
그녀는 그녀가 원하면 언제든 편하게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이었다.
“지금 난 인생 최고로 즐거워. 북해의 공주인 내가 언제 혈강시랑 싸워 보고 마교랑 전쟁을 해 보겠어? 게다가 남편의 최종 목표가 이 통합무림이라는 정파와 사파의 거대한 연합을 없애는 거라는데, 오히려 지루할 틈이 없을 것 같아서 난 좋아. 결혼하길 잘했어.”
확실히 그녀는 평범한 여자와는 많이 달랐다.
“그래서 우린 언제 비무 해? 내가 이기면 그 창천신검이라는 거 가르쳐 줄 거지?”
진짜로 많이…….
우리는 청해를 가로질러 곧바로 마교가 있는 신강을 향해 달려갔고 청해는 무지막지하게 넓었기에 이를 가로지르는 데도 꼬박 하루가 넘는 시간이 걸렸다.
나 혼자였으면 시간을 더 단축시킬 수 있었을지도 모르지만 또 그렇게 급한 것은 아니었기에 중간에 간간이 휴식 시간도 가질 수 있었다.
그렇게 도착한 신강.
도착하자마자 처음 들른 마을의 이름은 적몽이었다.
그리고 그곳엔 나를 기다렸다는 듯이 한 인물이 마중 나와 있었다.
“드디어 얼굴을 보는군.”
“해인 도장님?”
이곳까지 해인 도장님이 마중 나와 있을 거라곤 생각지도 못한 일이었기에 나는 살짝 놀랐고 해인 도장 역시 다른 의미로 깜짝 놀란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런데 옆에 그 소저는 무호제에서 봤던 북해빙궁의 그분 아니신가?”
“인사가 늦었습니다. 북해빙궁의 공주 설백이라고 하옵니다. 여기 있는 모용진 대협의 처입니다.”
당당하게 자신을 아내라고 밝히는 설백의 말에 해인 도장의 눈은 함박만 해졌고 나는 그렇게 됐다며 볼을 긁었다.
“우선 자리부터 옮기시죠. 해인 도장님. 제게 하실말씀이 있으신 것 같으니.”
내 말에 해인 도장은 미리 잡아 둔 곳이 있다는 듯 작은 건물로 나를 안내했고 그곳에는 놀랍게도 유성룡 청인 도장도 함께 있었다.
“청인 도장님도 계시는군요.”
“나를 아는가? 나는 그대를 처음 보네만.”
“예. 아주 잘 알지요.”
내가 웃으며 대답하자 해인 도장 역시 따라 웃었는데 이에 청인 도장은 무슨 일인지 몰라 고개를 갸웃거렸다.
하지만 이내 이야기가 시작되자 그의 두 눈은 개구리처럼 동그래졌고 입을 다물지 못했다.
“네가…… 네가 그 천기린이라고?”
“예. 당연히 청인 도장님도 아실 줄 알았는데, 모르셨나 봅니다?”
“내가 숨겼지. 이놈이 알게 되면 가만히 있을 리가 없으니까 말이야. 끌끌끌.”
“내가 너 때문에 골머리를 썩인 걸 생각하면 아주 그냥……!”
옛 생각이 난 듯 청인 도장은 뒷골을 잡으며 소리를 버럭버럭 질러 댔지만 그는 정말로 화가 난 것 같지는 않았다.
“뭐, 다 옛날이야기지만 말이야.”
놀랍게도 청인 도장 역시 해탈한 듯 가볍게 웃고 넘기더니 내 등을 토닥였다.
솔직히 나는 그러한 청인 도장의 행동에 살짝 놀라고 있었다.
정말로 해탈을 하신 건지 깨달음을 얻으신 건지는 모르지만 내가 청인 도장이었다면 과거의 나를 쉬이 용서할 수 없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정말 괜찮으십니까?”
“괜찮고말고. 안 괜찮으면 쓰겠나? 지금 곤륜이 이렇게 멀쩡히 존재하는 것도 다 자네 덕이라는 걸 알고 있는데 말이야. 설령 괜찮지 않아도 괜찮다고 했을걸세. 곤륜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말이지.”
“그렇군요. 감사합니다.”
나는 청인 도장을 향해 가볍게 포권을 취하며 고개를 숙였고 이에 청인 도장과 해인 도장은 가볍게 미소를 지었다.
“아무튼 우리가 이곳까지 자네를 마중 온 것은 그냥 옛이야기만 나누고자 해서 온 것은 아니네.”
“예. 저도 알고 있습니다, 해인 도장님. 곤륜의 이주에 대해서 말씀하러 오신 것 아닙니까?”
그들은 내 말에 고개를 끄덕였고 순간 공기가 한층 무거워지며 진지한 분위기로 바뀌었다.
“우리는 많은 고민을 했다네. 서신은 나에게만 전달됐지만 소문주와 함께 의견을 나누었지.”
“그리고 그 결과 이주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판단했네.”
그들은 내 설득에도 결국 이주를 거부한다고 밝히기 위해 이 자리에 나타난 것이었다.
“그러셨군요. 이번 일이 끝나도 곤륜에 계속 남아 있겠다는 말씀이십니까?”
“아무리 더 큰 위협이 찾아온다고 해도 우린 우리의 뿌리인 곤륜산을 벗어날 수 없네.”
“곤륜산은 단순히 머무는 거처가 아니라네. 우리의 신념과 추억 그리고 대대로 곤륜의 정수가 내려오는 곳이지. 그런데 그런 곤륜을 떠나라는 것은 우리에게 죽으라는 것과 마찬가지라네.”
그들의 표정과 말투에는 단호함과 굳은 결의가 보였다.
자신들의 뜻을 절대 꺾을 수 없을 거라는 듯한 눈빛과 기개.
하지만 나에게 해인 도장과 청인 도장의 말은 정반대로 들려오고 있었다.
“저는 두 분이 고작 그런 말을 하려 이곳까지 내려와 저를 마중 왔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크흠.”
“고작 그런 말이라니, 그게 무슨 뜻이지?”
“제겐 두 분의 말씀이 오히려 이렇게 들리는군요. ‘우리는 이러이러함에 곤륜산을 떠날 수가 없다, 그러니 네가 다른 해결책을 내어 달라’고. 두 분도 이미 알고 계시는 겁니다. 이번 협상이 원만하게 끝난다고 해도 곤륜산에 계속 머물게 되면 결국 곤륜은 무너지게 될 것이란 사실을.”
내 말에 두 원로는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왜냐하면 이는 모두 사실이었으니까.
나는 해인 도장에게 서신을 전달할 때 그곳에 협상이 끝난 후 곤륜이 처하게 될 상황에 대해서도 상세히 적어 놨다.
당가는 사천을 떠나 흑천파와 함께 하북을 향할 것이고 지금 그 사천의 땅에는 통합무림의 세력인 석가장이 차지하고 있다고.
게다가 지금 감숙에선 마교와의 전쟁이 끝나기를 기다리며 가짜 구영도장이 무림맹의 세력을 이끌고 있다는 것도.
가짜 구영도장이 감숙에서 대기하고 있는 이유는 만일 마교가 곤륜을 처리하지 못했을 때를 대비하여 공성 대사가 준비해 둔 두 번째 방법이었다.
그리고 그것마저 나는 그 서신에 상세하게 적어 뒀었다.
“협상으로 더 이상 마교가 쳐들어오지 않는다고 해도 가짜 구영 도장이 세력을 일으켜 이곳을 침입할 것입니다. 그리고 설령 그 공격을 막아 낸다고 해도 무림맹과 공성 대사는 계속해서 곤륜을 압박하고 없애려 들 것입니다. 게다가 사천당가마저 그 자리에서 사라지고 석가장이 들어섰으니 그 압박은 더욱더 심해지겠지요. 그런데 그런 압박을 과연 곤륜이 버틸 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그러니까…… 흑천파가 곤륜을 도와준다면…….”
청인 도장의 말에 나는 보란 듯이 탁상을 내리치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흑천파는 아무 이유도 없이 누구를 돕는 자선단체가 아닙니다. 통합무림을 쓰러뜨리고 이 무림에 다시 정파가 바로 설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저의 목표입니다. 언제까지 한가로이 곤륜을 돕기 위해 힘을 쏟아붓고 있을 수만은 없다는 뜻입니다!”
Leave a Rep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