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jon's Advent RAW novel - Chapter 165
#164.
조사하다 (4)
우위안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빠르다!’
그저 빠른 정도가 아니었다. 충분히 거리가 있다고 생각했지만, 마치 공간을 압축한 듯이 엄청난 속도로 놈이 달려들고 있었다.
‘과연 마공인가?’
잡다한 무학이기는 하지만 인간의 신체 능력을 극한으로 올려준다는 것은 이미 증명된 바였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인간의 심성을 사악하게 만든다는 단점이 있기에 일정 이상의 경지에 오른 마인은 반드시 무공을 폐하거나…….
“죽여야 한다!”
우위안이 입술을 질끈 깨물고는 달려드는 강진호를 맞아들었다.
빠르지만 직선적이다.
형의권은 부드러움을 포함하고 있는 무학.
저 일권을 어깨로 흘리며 동시에 심장에 쌍장타를 날린다면 달려오던 힘을 그대로 저 마인의 육체로 돌려줄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아무리 강인한 마인의 육체라도 하더라도 일격에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입을 것이 자명했다.
‘어리석은.’
아무리 강한 힘이 있다고 하더라도 힘만을 사용한다면 그것은 무학이라고 할 수 없다.
오늘 저 마인은 그것을 톡톡히 느껴야 할 것이다.
파아아앙!
마인의 주먹이 공기를 찢는 소리가 들린다.
무시무시한 파공음!
우위안은 이를 악물고 자신에게 날아오는 마인의 주먹을 어깨로 흘려냈다.
아니.
흘려냈다고 생각했다.
“…쿨럭.”
뭐지?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진 거지?
우위안은 멍한 눈으로 주변을 둘러보았다.
‘여긴 어디야?’
아까 전의 산속이다. 저 멀리 그 마인 놈이 보이는 것으로 보아 틀림없다. 그런데 왜 갑자기 필름이 끊긴 듯이 의식의 괴리가 느껴진다는 말인가.
“쿨럭!”
피?
자각을 하는 순간, 육체를 예리한 칼로 사정없이 난도질하는 듯한 고통이 밀려왔다.
“끄으윽… 쿨럭.”
목에서 솟구쳐 올라오는 피 때문에 비명을 지를 수도 없었다.
‘무슨 일이 벌어진 거냐, 대체!’
천천히 자신의 가슴을 내려다본 우위안이 경기를 일으켰다. 가슴 쪽의 옷이 아예 사라져 있었다.
‘설마?’
주변을 둘러보니 바닥이 움푹 파여 있지 않은가.
‘여기까지 날아왔다는 건가?’
단 일격에?
믿을 수가 없는 일이었다.
결코 믿을 수가 없다.
하지만 육체에서 느껴지는 이 끔찍한 격통은 그것이 사실이라 말하고 있었다.
아니라면 전신의 뼈가 모두 부러져 버린 것 같은 이 고통을 무슨 수로 설명해야 한다는 말인가.
“쿨럭, 쿨럭.”
뭔가 말을 하려고 했지만, 몸은 그의 말을 듣지 않았다. 팔도, 다리도 그의 의지를 배반한 채 꼼짝하지 않고 있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 건가.
아마도 그를 이렇게 만들어놓은 것이 분명한 마인이 천천히 그를 향해 다가왔다.
“크윽.”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현실을 외면할 수는 없다.
상식적으로 생각한다면 아까 그 순간에 저 마인의 일격을 자신이 흘려내지 못했다는 뜻이리라.
우위안은 거친 숨을 토하며 강진호를 바라보았다.
“…내가 뭘 본 거야?”
조규민은 몇 번이고 눈을 비볐다.
아무리 눈을 비빈다고 해도 지금 보이는 현실이 달라지지 않는다는 것쯤은 그도 이미 알고 있다. 하지만 도무지 무슨 일이 벌어진 건지 믿을 수가 없었다.
‘어떻게 사람이 저럴 수가 있지?’
워낙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뭐가 어떻게 된 것인지 정확하게 보지는 못했다. 하지만 그 알 수 없는 ‘일’의 결과는 그 눈에 똑똑히 보였다.
강진호에게 얻어맞은 중국인이 마치 인간 대포에라도 탄 듯이 쏘아져 산중에 처박혀 버린 것이다.
‘20m는 날아간 것 같은데.’
사람이 저리 날아갈 수가 있나?
트럭에 치인다고 해도 저렇게 날아가지는 않을 것이다. 더구나 허공에 호선을 그리며 떠올랐다 떨어지거나, 쓰러진 다음 바닥을 쓸며 굴러간 것이 아니라 직선으로 날아가 처박혔다.
대체 사람이 사람에게 무슨 짓을 하면 저런 결과가 나온단 말인가.
중국인이 덜덜 떨며 머리를 들어 올리는 걸 보니 더 어이가 없다.
‘살아 있어?’
저만한 충격량이면 몸이 산산조각이 난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았다. 그런데 멀쩡히 살아서 고개를 들고 있는 것이다.
이건 영화에서나 벌어져야 하는 일이지, 실제 상황에서 벌어져도 되는 일이 아니었다.
조규민의 얼떨떨함을 뒤로한 채 강진호는 천천히 우위안에게 다가가 그 앞에 앉았다.
“…실수했군.”
강진호의 표정에는 아쉬움이 드러나 있었다.
“너무 기분을 냈어.”
우위안의 몸이 부르르 떨렸다.
이놈은 지금 아쉬워하고 있는 것이다. 분명 일격에 승부를 내버린 것을 아쉬워하고 있었다.
좀 더 즐기지 못해서 안타까워하는 표정이 그 얼굴에 드러나 있었다.
강진호는 실제로 아쉬워하는 중이었다.
상대가 되지 않는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었다. 보는 순간 답은 나와 있다. 아무리 강진호가 약해졌다고는 하나, 그는 한때 세상의 이름난 고수들이 모조리 모여 합공을 해야 할 만큼 경지에 오른 절대자였다.
그런 강진호가 이런 애송이에게 당할 리는 없는 것이다.
그럼에도 안타까운 마음이 드는 것은 아쉽게나마 손이라도 섞어볼 수 있는 상대를 오랜만에 만났는데, 너무도 빠르게 모든 것이 끝나 버렸다는 점이다.
우위안은 한눈에 보기에도 더 이상 싸울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
“자, 이제 말해봐. 너는 어느 정도지? 이 세계의 수준은 어디까지 올라와 있지?”
강진호의 말에 우위안이 연신 기침을 토해내기 시작했다.
강진호가 고개를 젓더니 우위안의 가슴을 눌렀다.
뚜욱.
어긋났던 가슴뼈가 맞춰지자 숨쉬기가 한결 편해졌다.
우위안이 믿을 수 없다는 얼굴로 강진호를 올려보다가 입을 열었다.
“마, 마인이 어떻게…….”
강진호는 우위안의 말에서 현대에는 마공이 잡스러운 무학으로 전락했다는 것을 직감할 수 있었다.
‘생각해 보면 당연한 일인가?’
당대 마공의 중심은 마교였다. 그중에서도 그가 가지고 있던 수라기와 적염기, 그리고 청마의 청염기는 마공의 토대라고 할 수 있는 무학이었다.
청마가 그의 손에 죽었으니 청염기는 제대로 전해지지 못했을 것이고, 적염기과 수라기는 그가 가진 채 죽었으니 마교를 대표하는 삼대무학이 모두 실종되어 버린 것이다.
그랬으니 승냥이처럼 물어뜯었을 정파 놈들의 공격을 버텨낼 수 있을 리 없었다.
마교가 무너졌다면 마도 역시 무너졌을 터.
마공이 시정잡배나 익혀 대던 사술 취급을 받는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은 일이었다.
“어떻게 마공을 익히고도 의식을 유지할 수 있을 수가 있지? 어떻게!”
우위안은 도무지 지금의 상황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를 괴롭히는 것은 두 가지.
하나는 눈앞의 마인이 도무지 상상도 해보지 못한 고수라는 점이었고, 다른 하나는 마인 주제에 지금 멀쩡한 정신으로 그와 대화를 시도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그가 아는 마공은 이런 것이 아니었다.
마공은 정공에 비해서 몇 배나 빠르게 실력을 늘려준다. 파격적이라고 할 수도 있을 만큼 말이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마인은 이지를 상실하기 마련이었다. 평소에는 그런 티가 많이 나지는 않지만, 점점 더 인성을 갉아 먹히게 되는 것이다.
결국에는 인성을 완전히 상실하게 된다.
‘이해할 수가 없어.’
그렇다면 이 정도의 강력한 마공을 보유한 자라면 피에 미친 마귀가 되어야 한다. 그런데 어떻게 저리 멀쩡한 모습으로 자신과 대화를 하려 하는 것인가.
“제대로 된 마공을 본 적이 없는 모양이군.”
강진호의 말에 우위안이 멍하게 그를 바라보았다.
제대로 된 마공?
그런 것이 있다고?
“어, 어떻게?”
그 순간, 강진호의 기세가 일변했다.
우드득.
“끄으윽.”
우위안은 자신의 목을 조이는 마귀의 손길에 전율했다. 그 안에 얼마나 거대한 힘이 들어 있는지 짐작 못할 그가 아니었다.
그의 목 따위는 이자가 손가락 하나만 까딱해도 수수깡처럼 부러져 나갈 것이다.
“착각하고 있는 모양인데…….”
강진호가 미소를 띠었다.
우위안의 눈에는 그 미소가 세상 그 무엇보다도 불길하게 느껴졌다.
“물어볼 사람은 네가 아니야. 나지.”
“…….”
“그리고 너는 내 질문에 아직 대답을 하지 않았지.”
우위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정신없이.
몇 번이고 반복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이 악마 같은 놈이 그를 당장에라도 죽여 버릴 것 같았기 때문이다.
강진호가 살짝 숨통을 틔워주자 우위안이 폭포처럼 말을 토해내기 시작했다.
“나, 나는 이 세계에서는 그리 강자라고 할 수 없소. 나보다 강한 자는 발에 채일 정도로 많단 말이오. 당신이 강자를 원한다면, 내가 아니라 다른 이를 찾아야 하오.”
강진호가 아무 말 없이 바라보고 있자 우위안은 자신이 아는 것을 모두 토해내기 시작했다.
“중국에서 고수를 찾으려 한다면 무련의 인물들을 만나야 하오.”
“무련?”
우위안은 다급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 그렇소. 나 역시 무련의 명을 받아 움직이는 사람이오. 무련의 지배층이 누구인지는 알려진 바가 없으나, 그들은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은 절대의 고수들이라고 들었소.”
“흠.”
강진호는 흥미가 생긴다는 듯이 가만히 우위안을 바라보았다.
“무련은 어떻게 해야 접촉할 수 있지?”
“당신은 이미 무련과 접촉했소.”
“응?”
“내가 여기 와 있지 않소! 무련에서 나를 보낸 것이오. 나 역시 그들이 누구인지 정확하게 알지는 못하지만, 일정한 금액으로 그들의 의뢰를 받고 있소. 그러니…….”
강진호는 서서히 손을 놓았다.
“쿨럭! 쿨럭!”
강진호는 탐탁지 않다는 듯이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무련이라…….’
과거의 정의맹 같은 것이라 봐야 할까?
표면에 드러나지 않고 암중에서 일을 꾸민다는 것에서는 사교와 비슷하다고 봐도 될 것 같았다.
‘어찌 되었든 중국에서는 세력의 일통이 이루어졌다는 뜻인가?’
이자가 알고 있는 단체가 무련뿐인지, 아니면 무련이 다른 세력을 모두 제패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여하튼 한국과는 달리 중국에서는 거대 세력이 집권하고 있는 양상 같았다.
“무슨 말인지는 알겠어.”
우위안이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불안함에 떨고 있었다.
아무리 온화해 보인다고는 하나 눈앞에 있는 놈은 마인이다. 그리고 마인은 언제 돌변할지 모르는 폭탄 같은 생물이다.
그런 이에게 자신의 목줄을 맡기고 있는데, 어찌 두렵지 않을 수 있다는 말인가.
“네 임무는?”
“…공항의 감시.”
“공항?”
“예전부터 해외에서 들어온 무인들 때문에 문제가 생긴 경우가 많았소. 그래서 나는 공항 쪽을 감시하다가 무인이라고 생각되는 부류가 있으면 무련에 연락을 하오. 그러면 무련에서 판단을 하고 명을 내리지.”
“그렇군.”
강진호가 가만히 우위안에게 속삭였다.
“그럼 네가 받은 명은 나를 죽이라는 거겠군?”
“그, 그렇지 않소이다!”
“아무래도 좋아.”
강진호는 더 이상 그의 말을 듣고 싶지 않았다. 어떤 명을 받았든 간에 그는 강진호가 마인이라는 것을 확인하고는 죽이려 했다.
만약 강진호가 이자보다 약했다면 지금쯤 시체가 되어 있을 것이다.
“네가 맡은 것이 임무라는 건 이해했어. 나를 쫓아온 것이 네 의지가 아니라는 것도.”
“그, 그렇소.”
“하지만 말이야.”
강진호가 웃었다.
“감히 내게 이를 드러낸 대가는 받아야지. 그렇지 않아?”
천천히 자신의 목으로 손을 뻗어오는 강진호를 바라보는 우위안의 눈에 절망이 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