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riageable Age Wulin Instructor RAW novel - Chapter 135
제36장 백귀야행 (1)
며칠간 묘진문의 주인님들과 시간을 가졌다.
한동안 자주 볼 사이인 만큼, 서로 친해지라는 묘광의 배려에서 시작된 일이었다.
“으-앙. 너무 귀여워요.”
손등을 이마에 얹은 모용소혜가 콩콩 뛰었다.
“냐–옹.”
품에는 나른한 목소리로 울어대는 갈색 고양이를 안은 채다.
의외로 모용소혜는 고양이가 잘 따르는 체질이란 말이지.
‘같은 야수과라 그런가?’
어쩌면 인간에게 사랑받는 체질이 고양이에게도 통하는 것일지도.
반면에 제갈탄은 조금 미묘했다.
“육포를 줄 테니, 내게 안겨라.”
하품을 한 고양이가 성의 없게 품에서 육포를 우물거렸다.
그리고는 다 먹었는지 냉정하게 폴짝 뛰어 사라졌다.
‘인기가 있는 건지 없는 건지 모르겠네.’
지켜보고 있자니 제갈탄이 굳이 이쪽을 향해 항변했다.
“원래 세상은 계약과 약속으로 움직이는 법입니다.”
아무 말도 안 했다.
“저는 거래가 깔끔한 쪽을 선호하는 쪽이라서 말입니다.”
아무 말도 안 했다니까.
다만, 가장 안쓰러운 사람이 있었으니.
“크샤아아-악!”
“키야아아아악!”
“카샤아아아악!”
다가가면 바로 털을 세우는 고양이들에 백리설이 울상을 지었다.
“왜 저를 싫어하는 걸까요?”
그러게 말이다.
비장의 개다래 향낭도 백리설에게는 딱히 효용이 있어 보이지 않았다.
“육탄 공격이에요. 상대가 굴복할 때까지 포기하지 않을 테니까요.”
어쩌면 그런 성격이 문제일지도 몰라.
반면에 가장 의외인 사람이 있었으니.
“교, 교관님. 도와주십시오!”
남궁윤호가 고양이 무리에 포위된 채 혼란에 빠졌다.
“앗. 갑자기 어깨에 올라타면.”
스스럼없이 고양이들이 어깨에 매달리고.
“자, 잠들면 안 돼!”
심지어 머리 위에서 벽돌을 구우려 시도하는 녀석도 있었다.
냥. 냥.
니야-앙.
백리설과 함께 다가가자 고양이들이 흩어졌다.
“후우. 덕분에 살았습니다.”
한숨을 쉬는 남궁윤호를 향해 백리설이 손을 내밀었다.
“남궁 소협. 저와 향낭을 바꿔요.”
“향낭 말입니까?”
그만해.
‘패배감만 키울 뿐이야!’
만류했지만, 기어코 향낭을 바꾼 백리설이 다시 고양이와 접선을 시도했다.
“키야아아아아악!”
“스샤아아아아앗!”
한층 더 성난 반응이 돌아왔다.
반면에 빵빵한 특제 향낭을 든 남궁윤호는 더욱 성대한 포위망에 갇혀 버렸다.
어쩌면 이 키만 큰 쭉정이를 개다래나무 같은 것으로 착각하는 것이 아닐까?
“이리 온. 착하지-.”
고양이가 도망갔다.
다가가기 무섭게 사람 서운할 정도로 재빠르게 도망쳤다.
“이건 불공평해요!”
백리설이 향낭을 던졌다.
반면에 남궁윤호는 눈치도 없이 떠들었다.
“딱히 좋을 것도 없습니다. 여기저기 매달리는 통에 정신이 하나도 없거든요.”
“그래?”
“꼬리를 밟을까 어찌나 조마조마하던지.”
소매로 미간을 훑는 모습이 무척 고까웠다.
잘은 모르겠지만 속으로 ‘이래서 인기 없는 것들은’이라며 놀리고 있지 않을까? 라고 생각하니.
뻐억!
반사적으로 발이 나갔다.
“어억! 교, 교관님 또 왜 이러십니까.”
또는 무슨 또야.
“설마 고양이가 다가오지 않는다고 삐지신 것은.”
“난 그렇게 속이 좁은 사람이 아니야.”
갑자기 강호행이 이렇게 평화로워도 괜찮을까 교육자로서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고.
“우리가 지금 놀러 온 거냐?”
“분명 ‘문파의 주인들과 친해지라’라고 하셨….”
“기억이 안 나는데.”
퍽퍽.
남궁윤호를 걷어차고 있자니 모용소혜와 제갈탄이 헐레벌떡 달려왔다.
“언니. 또! 왜! 왜 저래요?”
“무슨 일로 심기가 또 뒤틀어진 겁니까!”
심사가 뒤틀리긴 무슨.
“비정 강호에 출도해 긴장감 없는 너희들에 크게 실망했다.”
그냥 너희들을 뒤틀고 싶어졌어.
“수련이다! 얼빠진 근성을 다잡아주마!”
그날 저녁.
오랜만의 수련은 넷이 축 늘어질 때가 되어서야 끝이 났다.
***
그날 저녁. 숙소에서 백묘일람을 정독하고 있는데, 기별이 왔다.
문주의 집무실에 찾아가니, 묘광이 부복하며 한 묶음의 종이를 내밀었다.
“주군. 소호에 들어선 여 관도들에 대한 자료입니다.”
“오-. 수고했다.”
팔랑.
종이를 들춰보니, 관도의 이름과 함께 세밀한 용모파기가 그려져 있었다.
섬세한 화필로 그려낸 것도 놀라웠지만, 각각의 개성이나 특징을 놓치지 않고 정확히 그려낸 것도 꽤 감탄스러운 부분이었다.
“살수곡에서 목표물 염탐에 재능이 있는 자들을 추려왔습니다.”
괜찮네.
기본적으로 표적의 일거수일투족을 끊임없이 관찰하는 것이 살수다.
‘이런 곳에서 재능을 발휘할 줄은 몰랐네.’
팔랑. 팔랑.
종이를 넘기고 있자니 묘광이 알려왔다.
“혹시 몰라 출신 문파나, 가문과 같은 기본 사항도 주석을 달아 두었습니다.”
“잘했어. 볼만한걸?”
다만 아쉬운 부분도 없지는 않았다.
“고작 이것이 다는 아니지?”
얄팍하다 못해 두꺼운 종이 정도의 두께인 자료를 흔드니, 묘광이 머리부터 숙였다.
“숙련된 자를 찾다 보니, 한계가 있었습니다.”
“적당히 대체할 사람이 없어?”
“충성심이 확실하고, 입이 무거운 이를 추리자니 별수 없었습니다.”
아쉬운 부분이 아닐 수 없었다.
‘뭐, 그렇다고 아무 놈이나 끌고 왔다가 다른 암혼흑풍사의 귀에 들어가도 곤란하지.’
애초에 평화로운 일상을 꿈꾸며 각고의 노력 끝에 신무학관 교관까지 된 마당이다.
강호의 악당들을 굳이 불러 모아 불행을 자초할 수는 없지.
“달리 수색을 진전시킬 방안이 없을까?”
다른 쪽으로 머리를 굴려봤지만.
“가장 간단한 방법은 주군께서 정실부인의 그림을 그려 주시는 것입니다.”
“그 정도야 간단하지.”
붓에 먹을 푹 묻혀 슥슥 움직이자, 지켜보던 묘광의 미간에 주름이 잡혔다.
“정실부인께서는 사람…. 맞으시지요?”
뭐, 임마?
“생각해 보니, 굳이 주군께서 고생해주실 필요가 없을 것 같습니다.”
묘광이 바닥에 머리를 쿵쿵 박았다.
“속하가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쯧. 그렇게 말한다면야.”
데구루루 붓을 굴리며 초운휘는 아쉬운 기색을 삼켰다.
“조만간 시간을 내서라도 직접 살펴봐야겠군.”
흑백쌍묘라는 좋은 핑곗거리가 있으니까.
멀지 않은 곳에 색시가 있을지 모른다고 생각하니 다소 엉덩이가 가벼워지는 것을 막을 수가 없었지만, 필사적으로 인내했다.
‘수십 년을 기다린 마당에, 하루 이틀 정도야.’
팔랑. 팔랑.
“없어. 아무래도 색시는 쉬이 얼굴을 나타내지 않을 모양이야.”
“걱정 마십시오. 속하가 무슨 수라도 써 반드시 찾아내겠습니다.”
아쉬움을 감추고 몸을 일으키려는데 묘광이 쭈뼛쭈뼛 말을 꺼내왔다.
“한가지 아셔야 할 것이 있습니다.”
“뭔데.”
“일전에 장천파의 두목에 대해 이야기 드리지 않았습니까.”
그랬지.
“우연히 마공을 얻었다는 운 좋은 자식?”
“맞습니다. 그의 행적을 추적하던 도중 기이한 점을 발견했습니다.”
묘광의 말에 초운휘가 픽 웃었다.
“왜? 망천회가 개입되어 있는 것이 그리 놀라운 일이었어?”
“어, 어떻게 아셨습니까?”
놀라는 그를 향해 초운휘가 서늘한 기세를 피워 올렸다.
화들짝 놀란 묘광이 제 실수를 깨닫고는 급히 부복하며 머리를 조아렸다.
“죄, 죄송합니다. 주군께서 전지(全知)의 권능에 닿아계신 것을 속하가 잠시 잊었습니다.”
“우연히 마공을 얻는 일이 가능할 리가 없지.”
이렇게 급속도로 강해지는 마공은 특히.
‘이전 삶에서도 안휘성에서 같은 장난을 치던 놈들이야.’
기억에서 비슷한 수작들이 몇 가지나 떠올랐다.
“당장은 가만둬. 적당히 파악하는 정도로 족해.”
“파악만 말입니까?”
어째서 직접 손을 쓰지 않는지.
반문하는 그를 초운휘가 나직이 불렀다.
“일조장.”
“네, 주군.”
“단야라면 내게 반문하는 우를 범하지 않았을 거다.”
묘광의 안색이 하얗게 질렸다.
“하나하나 설명해야 움직일 생각이라면, 당장 집을 싸 사막으로 돌아가라.”
“주, 주군.”
탁.
집무실의 문이 닫혔다.
***
간만에 시작된 특훈은 안타깝게도 오래가지 못했다.
새로운 방문객이 묘진문에 들이닥친 탓이었다.
“초 교관님! 오랜만이에요!”
활달하게 손을 붕붕 흔드는 이는 여매홍.
십 수일 만의 재회임에도 몇 년 만에 만난 사람처럼 반가운 기색이 역력했다.
“하하. 오랜만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짧지 않나요?”
“헤헤. 기대가 되어서 그만.”
수줍게 웃는 그녀 곁에는 또 다른 익숙한 얼굴도 있었다.
“고 교관님. 초양이는 어디 있죠?”
“고 교관은 누굽니까?”
“호호. 제가 뭐라고 했던가요?”
장난기 가득한 목소리로 모용선야가 말했다.
“어떤가요? 약속한 대로 묘진문 문주님과 친분을 잘 쌓아 두었나요?”
눈매가 무서운 것을 보니, 아니라고 했다간 바로 멱살을 잡을 태세였다.
“그럼요.”
라고 대답하며 가슴을 쳤다.
“바로 제가 사회생활의 전설. 사교의 화신 아닙니까.”
“방금 대답으로 어쩐지 신뢰도가 깎이는 느낌인데.”
흐음.
눈매를 좁히는 모용선야의 곁에서 여매홍도 눈을 게슴츠레 떴다.
‘사람들이 신용이 없네.’
몇 번이고 호언장담을 하고 나서야 두 사람의 표정이 풀렸다.
“휴우. 정말 다행이에요. 묘진문주님은 보살인 듯.”
“맞아요. 초 교관님과 친구를 먹을 정도라니, 더없이 마음이 넓은 분이 아닐까요?”
“무척 실례되는 말이네요.”
농담을 나누며 재회를 하고 있자니, 여매홍이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그런데 다른 분들은 아직 오지 않았나 봐요.”
“강호행이 시작되고 전력으로 이곳으로 올 사람은 두 분 정도 아닐까요?”
싶었지만 여매홍이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초 교관님은 소식을 듣지 못했나요?”
소식?
“무슨 소식이요?”
“최근 꽤 흉흉한 소문이 돌고 있어요.”
장난기를 지운 모용선야가 낮은 목소리로 말을 받았다.
“얼마 전에 마인이 대거 출몰했다는 모양이에요.”
“마인이요?”
“벌써 개방도 몇이 당했다고 해요.”
“언니 말대로예요. 상당히 신출귀몰해서 피해가 극심하다며, 교관들에게 비상이 걸렸어요.”
“따로 공문을 받지 못했나요?”
뭔가 오기는 했다.
신무학관의 인장이 찍힌 것을 보고 바로 구겨 버리긴 했지만.
여매홍이 정색하며 말했다.
“저희가 계획보다 빨리 온 것도 그 때문이에요. 혹시 사고가 날지 몰라, 급히 안휘성으로 온 거죠.”
안휘성은 창천일세 남궁세가의 영역이니까, 안전하잖아요?
덧붙이는 말에 모용선야도 이런저런 소식을 전해주었다.
“이상하게 이번 강호행은 시작부터 사고가 빈번하네요.”
“가능성은 낮지만 강호행의 경로가 읽히고 있는 것은 아닐지.”
“한동안 조심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이어지는 이야기를 들으니 대충 감이 왔다.
‘정양 같은 놈들이 여기저기에서 암약하는 모양이군.’
한동안 경고를 이어가던 모용선야가 걱정스레 말을 맺었다.
“학관 측에서 나름 조치를 취할 테지만, 너무 늦지 않았으면 좋겠는데요.”
여매홍도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어쨌든 초 교관님은 좋으시겠어요. 부임지가 묘진문이니까.”
여기에는 ‘그분’도 있잖아요?
생긋 웃으며 반문하는 여매홍에 초운휘가 물었다.
“‘그분’이 누굽니까?”
“어머. 모르셨어요?”
돌아오는 대답에 초운휘가 턱밑에 주름을 잡았다.
***
터벅.
문 앞에 멈춰선 초운휘는 한숨을 푹 쉬었다.
분명 아무도 없어야 할 혼자만의 공간이건만.
“후우.”
심호흡을 몇 번 하고 나서야 용기를 내 문을 밀었다.
덜컥.
문이 열리며 잘 정돈된 실내가 모습을 드러냈고.
슥삭. 슥-삭.
경쾌한 비질 소리가 멈췄다.
이내 온화한 목소리와 함께, 익숙한 이가 머리를 조아렸다.
“암혼흑풍사 제일좌. 사마백이 천하의 주인을 뵙습니다.”
꽤 기시감이 느껴지는 재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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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지트 소설 (구:아지툰 소설) 에서 배포하였습니다.
웹에서 실시간으로 편리하게 감상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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